대학가 지역사회(Campus Town Community)에 대한 대학생의 인식 및 관여 경험에 관한 연구
초록
본 논문은 대학가 지역사회(campus town community)의 특성을 이해하고, 대학과 지역사회의 상호작용에 중요한 매개체가 되는 대학생들의 대학가 지역사회에 대한 인식과 관여 경험을 탐색하는 것을 주된 연구목적으로 삼고 있다. 구체적으로 대학생들이 대학가 지역사회를 어떠한 입장에서 바라보는지, 지역사회에서 그들 스스로를 어떠한 존재로 평가하는지, 지역사회 관여를 통해 어떤 변화를 경험하였는지, 그리고 이들의 지역사회 관여를 활성화하는 방안이 무엇인지 모색하였다. 이를 위해 부산광역시에 위치한 P 국립대학교의 지역사회 관여 프로그램에 참여한 대학생 12명을 대상으로 초점집단면접(Focused Group Interview)을 실시하였다. 면접 결과에 대한 주제분석을 통하여 총 3개의 핵심주제와 9개의 하위주제가 도출되었고, 대학생들은 자신들이 생활·거주하는 대학가 지역사회에 대하여 기존 지역사회 주민들과는 다른 인식태도와 이해관계, 그리고 지역사회 관여 동기를 지니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학생들은 대학가 지역사회에서 양가적 감정을 가진 부유하는 존재로서의 특성을 보였으나, 지역사회 관여로 인한 긍정적인 경험을 통해 지역사회와의 연결고리를 형성할 수 있는 가능성도 함께 보여주었다. 또한 지역사회 관여 과정에서 직면하는 한계점을 발견하였고 이들의 관여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발전요소를 도출할 수 있었다. 이러한 발견을 통해 향후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대학-지역 연계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학생의 독특한 특성을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특히 대학생들의 지역사회 관여가 지속되기 위해 요구되는 대학과 지방정부의 제도적 뒷받침과 안정적인 유도기제로서 여러 프로그램 내용과 운영방식 등을 검토하였다.
Abstract
This study has an exploratory purpose to understand the characteristics of campus town community and to explore its perception and involvement experiences of college students, who are significant intermediaries in the interaction between universities and communities. Such analysis revealed the attitudes of college students toward community involvement, showed what changes they encountered, and found out ways to enhance students’ involvement. A focused group interview was conducted on 12 students who participated in the community involvement program carried out by P national university located in Busan Metropolitan city. The collected data was analyzed through thematic analysis method which resulted in deriving three main themes and nine sub-themes. The findings illustrate that students were unsettled to their residing campus town community and had ambivalent emotion to the place. They were able to form connections with the community by having positive community involvement experiences. Several challenges and improvements were also found to enhance students’ involvement in their community. These unique characteristics of college students should be considered when promoting university-community cooperative projects. Moreover, institutional support of universities and stable mechanism are needed to further improve the level of community involvement of college students.
Keywords:
University-Community Cooperation, Campus Town Community, University Resident, Community Involvement, Thematic Analysis키워드:
대학지역협력, 대학가 지역사회, 대학생 주민, 지역사회 관여, 주제분석Ⅰ. 들어가며
오늘날 지방도시와 지방대학은 각각 위기에 처해있다. 지방의 지역사회는 인구 및 경제활동의 수도권 집중 현상과 지역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지역 경제침체와 지역공동체 붕괴라는 지방소멸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전국 228개 시·구·군 가운데 105곳이 인구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되었고, 이 중 90% 이상이 비수도권 지역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빠른 속도로 그 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 반면, 같은 해 수도권 유입인구의 3/4 이상을 20대가 차지하는 등 지방에서 대도시로의 젊은 인구 유출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문병효, 2021). 한편 지방대학의 경우 급감하는 학령인구와 입학정원 미달 현상으로 인한 대학 존립 위기에 처해있다. 초저출산이 본격화된 2000년대 출생자들의 대학 입학 시기가 되면서 대학 입학 가능자의 규모가 급격하게 감소하였고, 2021년을 기점으로 대학 입학연령 인구가 입학정원에 미달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2021년 전국 대학 신입생 미충원 규모는 40,586명으로 지방대학(75%)과 전문대학(59.6%)을 중심으로 발생하였으며, 2024년까지 미충원 규모가 지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교육부 보도자료, 2021.5.20.). 결국 지방대학이 위치한 지역사회는 대학 자체 위기와 주변 지역사회 붕괴라는 이중위험에 동시에 노출된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의 청년 이슈는 주요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중앙 및 지방정부 차원의 정책적 대응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청년 문제를 청년 개인의 취업과 소득 활동, 주거 문제 또는 개별적인 심리 정서적 문제 등으로 한정하여 분절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접근방식은 청년집단 전체와 관련된 포괄적인 제도개선을 모색하거나 청년 개개인의 역량이나 노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청년집단 또는 대학생들이 현재 생활하고 있는 일상적 상황 즉 시간적·공간적 맥락에 기반을 둔 구체적인 정책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대학생들은 생애 처음으로 원가족으로부터 벗어나 대학가 지역사회(campus town community)라는 새로운 환경에 이주하게 되지만, 이들이 새로운 물리적·사회적 조건이나 낯선 생활공간에 어떻게 적응하고 대응하는가에 대한 논의는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본 연구는 청년세대의 대표적인 구성 집단인 대학생들이 현재 생활하는 대학가 지역사회에 초점을 맞추고, 이들이 대학가 지역사회라는 구체적인 생활공간에 대해 어떤 인식과 태도를 보이며, 지역사회와 어떤 상호작용을 경험하고 있는가에 주목하고자 한다. 오늘날 과도한 경쟁과 각자도생이 강조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대학생들에게는 취업을 위한 스펙취득과 안정적 소득확보가 우선시되기 때문에 그들에게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상호작용을 통해 스스로와 지역사회의 변화를 도모하는 노력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다. 이는 젊은 세대인 대학생들에게는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덕목보다는 생존이나 그들의 즉자적인 욕망이 우선시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이유에서 대학생과 지역사회 관계 형성과 상호작용에 대한 논의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첫째, 대학이 위치한 지역사회에 일시적으로 거주하는 대학생들 역시 지역주민이라는 사실이다1). 지역주민으로서 대학생들은 그들이 생활하는 지역 공간에서 자신들에게 필요한 시설이나 서비스에 관심을 가지고 생활과 관련된 문제점을 제기하고 필요한 경우 대안을 모색하고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대학생들의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과 관여는 그들의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진다. 특히, 성인 도래기(emerging adulthood) 단계에 있는 대학생들은 자신들을 둘러싼 새로운 사회적 관계와 공간적 맥락을 경험함으로써 스스로 독립적인 사회적 존재로서의 주체적인 존재감을 체험하고 효능감을 높일 기회를 얻게 된다. 그러나 대학생들의 개별적인 노력으로 지역사회에 관여하고 상호작용을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설령 개별적인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더라도 개인적인 이해관계나 특정인과의 정서적인 교류에 그칠 가능성이 크며, 지역공동체의 공동문제나 사회적 이슈에 대한 대학생들의 개별적 대응은 매우 제한적이라 여겨진다. 따라서 대학생 개인보다는 대학과 지역사회 간의 체계적이고 제도적인 협력이 보다 강조된다.
일반적으로 대학-지역사회 연계는 대학이 가진 공간·시설 자원, 인적·지적 자원, 그리고 경제적 자원을 통해 이루어진다(김태현 외, 2015), 이 중에서도 자원봉사활동, 봉사학습, 마을공동체 사업 등과 같은 다양한 대학-지역사회 연계 활동에 대학생이 주요한 인적자원으로 활용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와 같은 대학생들의 활동들은 대학생 개인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이기태·하현상, 2017; 장후은·이종호, 2017; 전병혜, 2019; 최연화·최경애, 2021). 그러나 대학생들의 지역사회 관여 활동은 일회적인 시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중장기적으로 대학-지역사회 연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대학생들의 지속적인 관여로 이어지게 하는 노력이 요구됨을 알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대학생들을 ‘소극적·수동적 학습자’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평균 4년 이상 대학이 위치한 지역에서 생활하고 거주하는 만큼 ‘지역사회 구성원(지역주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마련이 요구된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 하에서 본 논문은 대학-지역 연계에 중요한 매개체가 되는 대학생들과 대학가 지역사회의 관계 및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추어 접근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대학가 지역사회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곳에서 생활·거주하는 대학생들이 대학가 지역사회에 대해 갖는 인식과 태도, 그리고 그들이 지역사회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과정과 경험을 탐색하고자 한다. 대학생들의 지역사회 관여 경험에 대한 탐색은 향후 대학-지역 연계 활성화를 위한 대학과 지역사회 그리고 대학생 커뮤니티의 방향성과 각각의 바람직한 역할을 밝히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Ⅱ. 선행연구검토: 대학가 지역사회 특성과 대학생 지역사회관여
1. 대학가 지역사회 특성
대학은 필연적으로 지역사회에 위치하며, 도시 내 대토지소유자이자 지역 경제의 주체로 대학 주변 지역에 경제적·사회적·물리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친다. 대학은 교육뿐만 아니라 때로는 의료 및 기타 각종 시설과 서비스를 지역주민들에게 제공하고 있으며, 고급 인적자원이 집중되어 지역사회와 다양한 관계망으로 연결된 교육기관이자 사회기관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학은 다소 폐쇄적인 모습을 띠면서 주변 도시나 지역사회와는 단절·분리되어 운영되는 모습을 흔히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학과 지역사회가 서로의 도움 없이도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에 상호 간의 기대나 큰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되고, 이에 따라 지역사회에서 대학이 폐쇄적이고 독립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하지만(김철영, 2013), 대학가 지역사회는 대학이 위치하지 않은 여타 지역사회와는 구별된 특징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따라서 다음에서는 대학가 지역사회와 연관된 개념과 그 특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대학이 위치한 학교 주변의 생활지역은 ‘대학촌’의 개념으로 논의되고 있으며, 학자들에 따라 캠퍼스타운, 대학 주변 지역, 대학마을, 대학도시 등의 용어로 불린다. 먼저, 대학촌(campus village)은 대학생들의 활동이 캠퍼스 내부 공간만으로는 완성되지 못해 기능적 보완공간이 필요하게 됨에 따라 대학을 중심으로 주변 지역으로 확장된 공간이라 할 수 있다(김철수·전정아, 1999). 대학촌은 주거, 휴식, 문화, 일자리 등과 같이 대학이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는 영역을 보완하는 기능을 수행하거나 캠퍼스와 도시의 복합공간으로서 전이공간(transition space)과 완충지대(buffer zone)의 성격을 지닌다(김영·하창현, 2003; 남윤섭, 2006). 즉, 협의적 차원에서 대학촌은 대학 인근에 위치하여 대학을 지원하는 다양한 시설을 갖춘 곳이자 대학을 주변으로부터 보호·완충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공간으로 볼 수 있다. 광의적 차원에서 대학촌은 대학가(campus town)2)의 의미로 이해할 수 있는데, 대학가는 대학촌을 포함하면서 대학이 창출하는 문화가 지배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대학 주변 공간 범위를 의미하며, 인구, 사회지표, 지리적 특성에 있어서 다른 지역사회와는 구별된 모습을 보여준다(Gumprecht, 2003)3) 이처럼 대학이 위치한 지역과 지역주민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대학가의 다양한 모습을 해외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미국 대학 초기의 단지형 캠퍼스와 같이 반도시적인 특성4)에 따라 다른 도시로부터 물리적으로 고립된 대학가가 형성되기도 하였고, 1940-1960년대 도심의 슬럼화를 극복하려는 방안으로 미국 정부가 대학 캠퍼스를 도심부로 확장하면서 필라델피아의 펜실베니아 대학교와 같은 도시형 캠퍼스 형태의 대학가가 형성되었다(여혜진·김광중, 2008). 대학가에서 더 나아가 영국의 캠브리지, 옥스퍼드와 같이 대학이 하나의 도시를 형성하는 대학도시(university town)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이나 영국처럼 하나의 대학에 의해 지역 전체가 변화하거나 영향을 받는 대학가의 사례를 찾기 쉽지 않다. 기존 연구에서는 대학촌의 지리적 공간의 범위를 평균적으로 대학 출입구를 중심으로 500-1,000m, 보행 시간상 10분 내외로 공간적 규모를 설정하기도 한다(송규철, 1996). 이는 한 대학이 대학촌을 형성할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하기는 하지만 완성된 형태의 대학가를 형성하기에는 하나의 대학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의 경우 최소 2개 이상의 대학과 대학촌이 의미 있는 대학가를 형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학촌과 대학가에 대한 국내의 논의는 주로 대학촌의 토지이용(김영·하창현, 2003; 김철수·전정아, 1999; 김흥순, 2010), 대학(촌)과 지역사회의 관계(김태현 외, 2015; 여혜진·김광중, 2008; 허선영 외, 2020) 대학촌 개발 및 활성화 계획(강병수·최영일, 1998; 박항섭·유재득, 2012)과 같이 대학촌과 대학가의 개념을 공간적 특성에 초점을 맞추어 대학촌의 물질적 요소나 외적인 양상, 그리고 지역과의 협력에 대한 논의가 많이 진행되었다. 그에 반해 지역사회(community) 차원에서 대학가를 구성하는 구성원들의 특성이나 공동체의 특성과 같은 비물질적이고 내적인 측면을 포함한 논의는 다소 제한적이다. 이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대학가 지역사회를 공간성, 공동체 형태, 존재 근거 및 공동체 내 관계유형 등의 내용에 따라 그 특성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흔히 전통적 지역사회는 공동체의 지리적 근접성이 중요하게 작용하여 지역사회의 물리적 공간 경계가 분명하며 이들의 공간성은 소규모의 고정된 마을에 한정된다. 공동체 내부 운영 측면에서는 전통과 마을 규범이 강조되어 구성원 간 전인격적인 결합이 강요되고 외부와의 관계에서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모습을 보이게 된다(이정민·이만형, 2017; 이명호, 2016). 반면 도시화에 따라 형성된 도시의 지역사회는 결사체들이 공유하는 상호연대, 신뢰 및 관용 정신과 같은 규범들과 사회적 자본에 의해 움직이며, 다양한 내부 결사체들이 자율성을 가지며 자발적으로 조직되어 작동한다. 아울러 도시의 지역사회 구성원들 대다수는 법적 주소지를 기반으로 정치 행위의 권리가 주어진 주민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지역주민으로서의 강한 정체성을 가진다. 또한, 오늘날 도시 지역사회 내 형성된 주민조직은 지역문제의 공론화, 문제 해결을 위한 자원 동원, 주민 간 갈등 조정 등과 같은 공동체 활성화에 구심점 역할을 하는 주체가 된다(이태동 외, 2018; 황선영·김순은, 2017).
이에 반해 대학가 지역사회는 위에서 논의한 전통적 지역사회나 새롭게 형성된 도시의 지역사회와 다른 특성을 보인다. 먼저 대학생 주민들 사이에서 형성되는 공동체는 수동적 연대의 성격을 가진다. 대학생들은 대학진학을 위해 이곳으로 거주지를 옮기고, 학업을 마치는 기간까지 일시적으로 거주한다. 일반적인 지역주민들과 달리 이들은 필수적으로 주소지를 옮기지 않기 때문에 그 지역에 살아도 법적·정치적 권리를 가지지 않으며, 그들의 지역사회 정체성은 대학을 둘러싼 필요 충족 관계에 국한되는 소극적 모습을 보인다. 대학생 주민들에게는 주민조직과 같은 공식적인 모습을 갖춘 공동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공동체에 대한 규범성을 찾아보기 어려우며, 대학생이 중심이 되어 지역사회에 자율적으로 참여하거나 결사체를 이루는 모습을 기대하기 어렵다. 대학생 주민들은 지역 내 문제가 발생하여도 해결 방법을 찾기보다는 불편함을 참거나 피하는 경우가 많으며, 에브리타임과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정보를 습득하며 그들의 욕구와 어려움을 표출하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김지수 외, 2022; 박인심 외, 2021).
이러한 대학가 특성은 신촌 대학가 연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신촌 대학가 지역의 대학생들은 그곳에서 거주하고 소비생활을 하는 중요한 구성원이지만, 이들이 주체가 되어 목소리를 내는 지역공동체의 형태나 조직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따라 대학생들은 지역사회에서 수동적인 소비자나 주변인으로 존재하고, 대학가에서 1인 가구로 생활하는 대학생들은 실제 거주지역에 대한 투표권이 없어 정치적 연약성을 띤다는 것을 알 수 있다(이태동 외, 2018). 뿐만 아니라 대학생들은 대학가에서 주민들과 관계망을 형성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며 폐쇄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한다(이기태·하현상, 2017). 결국 대학생 주민들은 대부분 독립적이고 개인적인 생활 모습을 보이며,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외부와의 관계에서도 다소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성향을 보인다. 그들의 관계 형성은 동질성이 높은 대학 구성원들로 이루어지며, 개인적인 관계 또는 학업·취업과 같은 특정 목적을 중심으로 교류하는 수단적 관계의 특성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위에서 검토한 전통적 지역사회와 도시의 지역사회와 구별되는 대학가 지역사회의 특성은 <표 1>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대학가 지역사회의 개념적 특성이 부산지역 대학가에 거주·생활하는 대학생들에게도 유사하게 나타나는지, 이러한 특성이 대학생 주민들의 인식과 태도 및 지역사회 관여 활동에 어떠한 의미를 가져다주는지 이후 FGI 분석을 통해 확인하고자 한다.
2. 지역사회 관여에 대한 논의
지역사회 관여는 일반적으로 지역에 대한 개인의 관심과 참여를 의미한다. 이러한 지역사회 관여 활동은 흔히 투표 참여, 선거운동, 공직자 접촉, 지역공동체 활동에 더불어 비제도적 참여인 청원, 데모, 보이콧 등과 같이 지역에서 공적인 의사결정에 대하여 직접적이고 정치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행동인 지역사회 참여(Cunningham, 1972; 김혜정, 2012; 이재완, 2014)와는 구별된다. 이글에서는 대학생들의 대학가 지역사회와의 상호작용과 지역공동체 내에서 그들의 삶과 활동에 대한 검토를 주된 연구내용으로 삼고 있어 지역사회 참여의 개념보다 지역사회 관여 개념을 원용하여 논의하고자 한다. 그 이유는 대학생들이 지역사회와 관계 맺는 방식이 공적이고 정치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정치)참여의 활동이라기보다는 지역의 여러 이슈를 이해하고 관심을 보이는 등 관여의 차원에서 이들의 활동을 보다 적절하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지역사회 관여는 개인과 지역사회 사이의 인지적·행위적 상호작용으로 지역사회 문제를 생각하고, 이와 관련하여 다른 구성원들과 대화를 나누며,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행동하는 것들을 포함한다(Rothenbuhler, et al., 1996; Stamm, 1985). 지역사회와 관련하여 행동하는 관여의 의미는 시민적 관여(civic engagement)와 같이 공동체에서 일어나는 공적인 문제나 제도에 대해 시민사회 구성원으로서 자발적으로 공동체에 참여하는 행동의 의미보다는 더 나은 공동체(betterment of community)를 만들기 위해 직간접적인 행동을 취하는 의미를 가진다(Stukas and Dunlap, 2002; 김동윤, 2009). 더 나아가, 지역사회의 현안에 주목하고(attending), 이해하고(orienting), 여타 사안들과 연결하면서(connecting), 동의하고(agreeing), 조정하는(manipulating) 활동으로 지역사회 관여를 규정할 수 있다(Stamm, 1985). 이와 같은 지역사회 관여는 지역사회 애착과 더불어 지역사회 유대(community ties)의 하위요인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지역사회 애착은 정서적·인지적 유대를 통해 개인이 지역사회와 동일시하는 것을 의미하며, 지역사회 관여는 지역사회의 일을 인지하고 사고하며 지역의 변화를 위해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지역사회 애착과 지역사회 관여는 둘 다 인지적 요인을 기반으로 두지만, 전자에서는 정서적 요인이, 후자에서는 행위적 요인이 중요하게 결합하였다고 볼 수 있다(Rothenbuhler et al.,1996; 양혜승, 2015).
일반적으로 대학생의 대학가 지역사회 관여에 대한 논의는 대학-지역 연계사업과 봉사학습,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 사업 차원에서 이루어지는데, 대학생의 지역사회 관여를 통해 대학은 사회공헌을 실현하고, 지역사회는 지역공동체의 발전과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대학생은 개인의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하고 있음을 국내외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본 교토시의 38개의 대학은 ‘교토 대학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2004년부터 ‘대학·마을연계사업’을 통해 지역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였으며, 프로젝트 기획 단계부터 대학생들이 지역주민들과 함께 지역을 위한 활동을 구성하고 주도적으로 이 과정에 참여한다는 특징을 지닌다(장후은·이종호, 2017). 프랑스 리옹대학은 2013년부터 ‘학술상점사업’을 통해 시민단체들이 의뢰한 지역문제 중 학문적 연구가 필요한 과제에 관한 실험 및 연구를 수행하는데, 학술상점에는 지방자치단체, 지역주민, 시민단체, 대학(원)생의 참여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대학(원)생과 연구자들이 지역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성과를 나타낸다(장후은·이종호, 2017). 미국과 국내 대학은 봉사학습이나 개별적인 대학-지역 연계 수업을 통하여 대학생들에게 지역사회 관여 경험을 제공하고 있으며5) 이러한 경험은 대학생들에게 공동체의식, 지역사회참여의식, 자기효능감, 지역사안에 대한 이해와 문제해결능력 향상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Oliveira, J. T, et al., 2020; Stukas and Dunlap, 2002; 김은영·유숙영, 2008; 이태동, 2016; 정미선, 2019; 최연화·최경애, 2021).
이상의 외국사례에서 발견한 봉사학습, 지역사회 문제 해결 프로젝트, 대학-마을 연계사업에 학생들이 사업의 참여 주체로 인식되는 것을 넘어서 대학생을 지역사회의 주요 구성원으로 인식하고 이들의 적극적 역할 수행을 끌어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어 유사한 시도들이 국내 몇몇 대학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국민대 행정학과는 2015년부터 국민대가 위치한 서울 성북구 정릉3동에서 학기마다 학생과 지역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마을 프로젝트를 여는 등 대학-지역 상생을 위한 활동을 펼쳐왔으며, 이러한 노력 끝에 국민대 교직원과 학생 20명이 정릉 3동 주민자치회 구성원이 되었다. 이는 국내에서는 지역 대학이 주민자치회 구성원으로 활동하는 첫 사례가 되었다(경향신문, 2021.11.15.; 이기태·하현상, 2017). 또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의 지역기반 시민정치교육 차원에서 진행한 ‘마을학개론’ 전공수업을 통해 소극적 정치행위자인 대학생들이 주체적인 정치참여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이태동, 2016).
여러 사례연구가 보여주듯이 대학생을 중심으로 진행된 대학-지역 연계사업들은 나름 의도한 효과를 도출한 바 있다. 그러나 예외적인 소수의 사례를 제외하고는 지역사회를 아직도 단순히 학습 공간과 체험의 장으로, 대학생들을 수동적인 학습자나 소극적 관찰자로 인식하는 경향을 띠고 있다. 물론 일부 수도권 대학 사례와 해외사례에서 지역주민으로서 대학생 역할 논의가 이루어지기도 하였지만, 대학생이 스스로 지역주민으로서 자신이 당면하는 문제를 직접 제기하고 대응하는 관여에 관한 논의는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는 대학생들이 자신들이 경험하고 실감하는 문제가 아니라 누군가를 지원하고 봉사해야 하는 문제를 찾아 관여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대학생 주민들이 자신의 생활공간인 대학가 지역사회를 어떻게 인식하고 자신의 존재를 규명하는지에 대한 이해 역시 부족하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대학-지역 연계를 보다 체계화하고 활성화하기 위해 대학생이 지역주민으로서 그들이 거주하는 대학가 지역사회를 인식하는 태도를 파악하고 자신들과 관련된 지역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관여하는 과정을 경험적으로 분석한다는 점에서 기존연구와 구별되는 나름대로의 의미와 차별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Ⅲ. 연구 절차와 방법
1. 지역사회 관여 프로그램 개요
본 연구의 사례지역은 대학가 지역사회의 특성을 지닌 부산광역시 남구의 대학 밀집 지역인 대연 3동이다. 아래 <그림 1>처럼 사례지역은 2개 대학이 대학촌을 공유하는데 두 학교는 500m 내외의 근거리에 입지해 있고, 같은 행정구역상에서 동일한 상권을 공유한다. 또한, 사례지역은 다른 지역과 비교하였을 때 높은 대학생 비율을 보이며, 대학생집단을 위한 물리적·제도적 인프라가 다양하게 확충되어있는 등 Gumprecht(2003)가 제시한 대학가의 특성을 보이는 곳임을 알 수 있다.6)
P 국립대학교 부설 정책연구소는 2019년부터 국립대학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대학의 공공성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지역사회 휴먼서비스 네트워크 사업’을 실시하면서 대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수반한 다양한 지역사회 연계사업을 추진하였다. 연구소는 연속사업의 일환으로 2022년에 대학가 지역사회에서 거주·생활하는 대학생 주민들이 겪는 문제를 발굴하고 이를 해결하는 지역사회 관여 프로그램 ‘남구 주민 대학생 활동단’을 운영하였다. 2022년 8월 모집공고를 통해 총 17팀(총 51명)이 지원하였고 서류심사를 통해 4팀을 최종 선발하였다. 각 팀은 3명의 학부생으로 구성되었으며, 총 12명의 대학생이 팀을 이루어 2022년 9월~12월 한 학기 동안 문제발굴과 해결을 위한 활동을 수행하였고, 결과발표회를 통해 결과를 공유하고 지역 내 관계자들의 자문을 받았다.7)
2. 연구진행절차와 방법
본 연구의 목적은 대학가 지역사회에 생활·거주하는 대학생들의 지역사회에 대한 인식태도와 그들의 지역사회 관여 경험을 탐색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료수집대상자인 연구 참여자의 범위는 대학가 지역사회에 거주하거나 생활한 경험을 가지는 동시에 대학가 지역사회에 대한 관여 활동을 경험한 대학생으로 한정하였다. 대학생들의 지역사회 관여 활동의 범위와 그 정도가 상이할 수 있으므로 동일한 지리적·생활공간을 공유하고, 공통된 지역사회 관여 경험을 수행한 대학생들을 연구 참여자로 선정하였다.
이를 위해 부산시 남구 대학가 지역사회에서 실제 거주(기숙사, 원룸, 자가 등)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같은 기간 동안 남구 지역문제 발굴 및 해결이라는 공통된 과업을 수행하는 ‘남구 주민 대학생 활동단’ 프로그램에 참여한 대학생들을 의도적 표집에 의해 연구 참여자로 선정하여 FGI를 실시하였다. 질적 연구에서 연구 참여자의 수는 숫자의 문제가 아닌 탐구의 문제로, 연구자가 탐구하고자 하는 주제에 충분히 도달했을 때까지 표집되는데, 연구 주제에 따라 최소 1인에서 50인 이상의 연구 참여자를 선정하기도 하며, 일반적으로 사회과학분야의 경우 10~20명으로 많이 이루어진다.
이에 P 국립대학교의 재학생으로 남구에서 거주하고 생활한 조건과 실제 ‘남구 주민 대학생 활동단’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지역사회 관여 활동을 경험한 대학생 12명을 연구 참여자로 선정하였다. 연구 참여자 12명의 인구 사회학적 특성을 살펴보면 남학생들의 참여 비율(남학생 7명, 여학생 5명), 인문사회과학계열의 참여비율(인문사회과학대학 8명, 공과대학 2명, 경영대학 1명, 정보융합대학 1명), 기숙사 거주자들의 참여비율(기숙사생 6명, 자취생 3명, 남구 내 자가 통학생 3명)이 높았다. 연구 참여자 12명 중 10명이 코로나 학번8)에 해당하는 학생들이었으며, 참여자의 절반은 타지역(부산시 외 지역)에서 왔고, 대학가 원주민 3명을 제외하고 평균 18개월 이상 대학가에 거주하고 있었다.
FGI를 통한 자료 수집은 총 2회(1차 10월, 2차 12월)에 걸쳐 이루어졌다. 면담에서 활용한 질문은 <표 2>와 같으며, 연구 참여자의 특성과 응답 내용에 따라 순서 없이 연구자가 유연하게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1차 FGI에서는 대학생들이 대학가를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관한 내용과 활동 중반 단계에서의 진행 과정과 경험을 묻는 내용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2차 FGI에서는 활동을 모두 종료한 이후 지역사회 관여를 통해 경험한 성과 및 어려움, 개별적 역량 및 지역사회에 대한 인식변화를 묻는 내용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하였다. 면담 장소는 학교 내 연구실 또는 인근 카페에서 대면으로 진행하였고, 면담 시간은 약 90분 정도 소요되었다. 면담에 앞서 연구자에 대한 소개, 연구목적, 면접내용에 대한 활용, 비밀보장, 녹음에 대한 허락 등을 설명하고 참여 동의서를 받았다.
수집된 질적 자료는 Braun and Clarke(2006)의 주제분석(thematic analysis)을 통하여 분석하였다. 주제분석은 연구 참여자가 인식하는 현실과 경험, 그리고 의미를 드러내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여 보여준다. 주제분석은 정형화된 분석방법은 아니지만, 질적 연구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방법의 하나로서(Bryman, 2008) 자료 안에 있는 경향을 확인, 분석, 보고하기 위한 방법으로 정의되며, 자료의 온전히 질적이고, 자세하며, 미묘한 설명을 제공하는데 유용한 분석 방법이다(Braun and Clarke, 2006).
대학가 지역사회에 생활·거주하는 대학생들이 지역사회를 어떻게 인식하고 지역사회 관여 경험이 그들에게 가져다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탐색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주제분석이 적절하다고 판단하였으며, 주제분석과정은 수집된 원자료에서 나타난 참여자들의 경험과 의미를 중심으로 핵심주제와 하위주제를 도출하는 귀납적인 방식으로 진행하였다(Maguire and Delahunt, 2017).
본 연구의 주제분석은 Braun and Clarke(2006)의 6단계 자료 분석 절차에 따라 수행하였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연구자가 녹취된 텍스트나 현장 노트를 반복적으로 읽으며 자료에 친숙해지는 과정을 가지고 이 과정에서 연구자는 데이터에 있는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 자료를 분석적, 비판적, 적극적으로 접근하며 노트적기(note-taking)등을 하였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첫 코딩 작업을 실시하는데, 녹취록 전반에 걸쳐 주요 개념으로서 두드러지는 결과를 코드(code)로 잡고 이를 표시하였다. 이때, 코드는 서술형(semantic)처럼 현상을 있는 그대로 표면적 내용을 담아내거나 현상의 심층적 의미를 내포하는 해석적(latent)접근으로 이루어졌다. 세 번째 단계는 모아진 코드들을 바탕으로 주제(theme)를 만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주제(theme)와 하위주제(subthemes)를 찾고 두 번째 단계에서 도출된 코드들의 유사점, 중복점 등을 중점으로 다시 살펴 가며 통합적이고 의미 있는 패턴을 찾는 과정을 거쳤다. 네 번째 단계에서는 도출된 주제들을 하나씩 검토하면서 전체적으로 통합적이고 변별력이 있는지 검토하였다. 다섯 번째 단계는 검토한 주제들이 독자들에게 더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각 주제의 명칭을 다시 살펴보며, 각 주제를 잘 설명해줄 수 있는 인용문을 선정하였고, 마지막으로는 이를 명료하게 정리하여 학술논문 등의 형식으로 작성하여 보고하는 것으로 이루어졌다.
이상의 연구진행과정은 다음 <그림 2>와 같이 도식화된 연구흐름도에 정리되었다. 먼저 대학과 지역사회 관계에 대한 여러 선행연구와 사례들에 대한 문헌검토를 진행하여, 기존 전통적 지역사회와 새롭게 등장하는 도시의 지역사회와 구별되는 대학가 지역사회의 특성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대학가 지역사회 특성들은 프로그램 참여자에 대한 FGI 분석 결과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었다. FGI 분석은 ‘남구 주민 대학생 활동단’ 프로그램에 참여한 12명의 P 국립대학교 대학생들에 대한 2차례의 면접내용에 대한 주제분석을 통해 도출되었다.
주제분석 결과는 대학생들이 바라보는 지역사회에 대한 인식태도와 대학가 지역사회 내에서 그들이 자리매김하는 대학생들의 위상을 보여주었으며, 대학생 참여자들이 토로한 지역사회 관여 경험의 성과와 한계도 확인하였다.
이처럼 대학생과 지역사회 관여와 관련된 여러 이론적 논의와 사례에 대한 문헌검토 결과와 FGI를 통한 경험적 주제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분석결과의 함의를 도출하였으며, 대학생들의 지역사회 관여 활동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더욱 활성화할 수 있는 탐색적 제안들을 제시하였다.
Ⅳ. 분석결과
대학생들의 지역사회 관여 프로그램 참여 경험에 대한 FGI 분석을 통해 대학가 지역사회에서 거주·생활하는 대학생들이 스스로를 지역사회 내에서 어떤 존재로 인식하는지, 지역사회 관여를 통해 무엇을 경험하였는지, 대학생들이 지역사회에 관여하는 과정에서 직면하는 한계점과 이들의 관여가 활성화될 수 있는 요인이 무엇인지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주제분석을 통해 <표 3>과 같이 3가지 핵심주제와 9개의 하위주제가 도출되었다.
1. 지역사회에 대한 양가적 인식태도
대학생 참여자들은 영구적인 정착이 아닌 평균 4~5년의 대학 과정 동안 임시적으로 머물 거처를 구하기 위해서 대학가 지역사회로 거주지를 옮기며, 이들의 주된 생활은 지역사회보다는 ‘대학’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특성에 따라 대학생들은 대학가 지역사회라는 공간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보다는 부유(浮遊)하는 존재로 스스로를 인식하고 있다. 대학생들은 때로는 대학가 지역사회를 자신의 의미 있는 거주지로 받아들이고 편리함을 느끼며 애착을 가지기도 하지만(coupling), 원가정이 위치한 고향집과 비교해서는 낯설고, 중요한 의미가 없으며,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decoupling) 임시거주지로 인식하고 있다. 결국 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지역주민보다는 대학구성원으로 인식하고, 지역사회에 대한 애착과 낯섦이라는 양가감정을 지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학생들은 대학 생활을 하는 동안에 지낼 공간을 찾기 위해 대학가 지역사회로 그들의 거주지를 옮기며, 대학생의 신분을 벗어나면 대학가 지역사회를 자연스럽게 떠나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즉, 이들이 대학주변지역에서 자취를 하거나 기숙사 공간으로 거주지를 선택하게 된 것은 여러 고민에 의한 결과라기보다는 대학을 진학하였기 때문에 강제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대학생들은 자신이 대학가 지역사회에 머무는 시간이 제한적이며 졸업 후에는 취업 또는 여타 이유로 불가피하게 거주지가 변화할 것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따라서 지역사회 내 상주하는 지역주민으로서의 인식은 희박함을 알 수 있다.
졸업하면 부모님이 언제 집에 오라해서 (고향으로)갈지 모르니깐, (대학가 지역사회는) 잠깐 있다 가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여기에 있고 싶은 마음이랑은 별개로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참가자 A)
직장근처에 집을 잡을 것 같아요. 대학가에 직장을 구하게 되면 여기에 있겠지만, 다른 곳으로 가면 굳이 여기에 있을 이유는 없다고 봐요. (참가자 B)
대학생 참여자들이 과연 스스로를 지역주민으로 인식하고 있는지 다시 말하면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지역사회와 어느 정도의 동질감과 정체성을 가지는지 궁금하였다.
일반적으로 지역정체성은 지리적 영역에 큰 영향을 받으며, 개인은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와의 관계와 상호작용을 통해 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받는다(이영원, 2010). 대학생들은 대학가 지역사회라는 지리적 영역 안에서 주민으로 거주하고 있지만, 지역사회 내 시설 및 서비스 이용자 또는 소비자로 존재할 뿐 그 이상의 상호작용이 지역사회 안에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지역에 대한 소속감보다는 자신들이 더 많은 활동을 하고 관계망을 형성하고 있는 대학에 대한 소속감이 강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대학생 참여자들은 대학가 지역사회가 위치한 부산시 남구에 살고 있어도 자기 자신을 ‘남구 주민’보다는 ‘P 대학교 학생’으로서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었다.
고향에는 뭔가 소속감이 있는데, 여기는 남구의 소속감이라기보다는 대학 자체에 소속감이 더 들어요. (참가자 C)
사실 제가 이 지역 주민으로서 활동하는건 없잖아요. 주민으로서 참여하는게 없으니깐 학교 소속원이라는게 훨씬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참가자 G)
아울러, 대학생 참여자 대다수가 대학 재학 기간에만 이 지역에 지내기 때문에 주소지 이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본인 이름으로 자취방을 계약하기 위해서 또는 지역 인재 채용제도와 같은 취업과정상 혜택을 누리기 위한 개인적 목적을 제외하고는 주소지 이전의 중요성을 느끼지 않는 경향이 있다. 주소지 이전을 통해 투표와 같은 권리행사나 행정서비스 이용에 제약이 따름에도 불구하고 대학생들에게는 ‘법적 주민(住民)’이 되는 것은 중요한 사안이 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저는 딱히 뭔가 필요성을 못 느끼고 약간 거추장스럽고 귀찮아서 안했어요. (참가자 A)
저는 (집) 계약 때문에 (주소지 이전)했어요. (참가자 E)
제가 진로를 (부산지방)공무원 쪽으로 생각해서 (주소지를) 옮기려고 했었어요. (참가자 C)
지역애착은 개인이 지역에 대하여 가지는 심리적인 태도로 지역의 사회적·물리적 환경에 대한 애착, 지역에 대한 거주의식, 만족도, 소속감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엄영호·엄광호, 2017). 대학생들은 대학가 지역사회를 자신들이 편리하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대학을 둘러싼 지역사회의 물리적 환경에 대한 만족도를 보이며, 대학가 지역사회를 ‘나의 동네’로 표현하는 등 긍정적인 지역애착을 나타냈다. 반면에 고향은 대학가 지역사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여유와 편안함, 포근함을 가져다주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어 여전히 대학가는 낯설고 심리적 압박감이 있는 공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결국 대학생들은 대학가 지역사회에 대한 양가감정(ambivalence)을 보여주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편리함은 여기(대학가)가 크죠 … 집처럼 포근한 느낌은 고향이에요. (참가자 A)
대학가를 제2의 동네로 생각해요 … 대학이 여기 있으니까 (제가) 여기 있는 거라고 생각한 적은 있어요, 아직은 (대학가) 여기가 낯설죠. (참가자 C)
저는 지금 활동하는 여기(대학가)가 우리 동네 … 고향에 갔을 때는 혼자 편하게 갈 수 있는 공간도 있고 여유로움이 있는데, 여기(대학가)는 그런 여유로움은 없고 뭔가 (생활이) 정해져 있어서 심리적으로 압박감이 있습니다. (참가자 E)
여기에서 지금 제가 살고 생활을 하고 있으니까 남구 주민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 고향 갔을 때는 일단 집이니까 되게 편안한 마음이 있고, 본가이니깐 기숙사에 있을 때보다는 편안해요. (참가자 F)
통학생을 제외하면 대학생들의 거주지는 고향거주지와 대학가 거주지(기숙사 또는 자취 공간)로 나눠지는데, 이러한 거주지 분리가 대학생들로 하여금 어느 한곳에 완전히 소속되어 정착하지 못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였으리라 여겨진다. 결국 대학생들은 대학 교육 과정을 마치기 위한 목적으로 이곳에 임시적 거주자로 살고 있으며, 주말 또는 방학에는 고향에 잠시 머물다가 학기 중에 다시 대학가로 돌아오는 이동행태를 보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지역주민의 지역애착과는 다른 양가감정의 애착형태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거주형태에 따라 대학생들의 지역애착 정도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취하는 학생들은 의식주 문제를 직접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지역에서 직간접적으로 다양한 상호작용으로 하고 있지만,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모든 생활이 학교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취생들 보다 지역사회에 대한 물리적·심리적 거리가 더 먼 것을 알 수 있다.
(기숙사에 있으니깐) 이 지역에 얹혀사는 느낌이 커요. 기숙사에서 밥 나오고, 가구도 제게 아니고. 제 공간이 아니라는 느낌이 강해요. 같이 사는 사람(룸메이트)하고 대화도 안하거든요. 그러니깐 (이 지역은) 잠깐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참가자 B)
저는 자취를 하다 보니깐 ... 처음에는 자취방이라고 불렀는데 지금은 ‘우리집’이라고 부르거든요. 살다 보니깐 여기 생활이 편하고 본가 생각도 안나요. (참가자 H)
2. 지역사회와의 연결고리 형성 계기
대학생 참여자들은 지역사회 관여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사회 구성원들을 만남으로써 지역사회와 지역구성원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전환하였으며,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수반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음을 토로하고 있다.
아울러 스스로 본인들의 이해관계와 관련 있는 지역문제를 확인하고 그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을 통하여 나름의 효능감을 경험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이전에는 지역사회 문제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며 대학가 지역사회에서 부유하는 존재였던 대학생들이 지역사회에 관여함으로써 물리적·심리적으로 이 공간에 가까워지는 경험을 하는 등 지역사회와의 연결고리가 형성될 수 있음을 발견하였다.
대학생 참여자들은 짧은 기간이지만 지역사회 문제를 직접 발굴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업을 수행하면서 의사소통능력, 기획능력, 문제해결능력, 협업능력 등 개별 역량이 강화된 경험을 하였고, 스스로 그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다. 아울러, 대학생 참여자들은 프로그램 초기에는 자신들이 지역사회 변화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였는데,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스스로 기획하고, 지역사회 구성원들을 만나 해결방안을 고안하는 과정을 통해 효능감 증진을 경험하였다.
기획하는게 처음이었는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기획하고, (예산 확보 하려고) 방법 찾고 ... (팀원들과) 다같이 하면서 협동심도 기를 수 있었고 ... (참가자 C)
다른 사람들을 만날 때 대화하는 역량, 소통하는 역량이 좋아진 것 같아요. 소상공인분들 만날 때 말을 붙이기가 힘들었는데 계속하다 보니까 괜찮아졌어요. (참가자 G)
기획할 때는 힘들었는데, 다 끝나고 나서 참가자분이 따로 연락해주셔서 다음에도 이런 활동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연락해주셨을 때 뿌듯하고 보람찼어요. (참가자 F)
대학생 참여자들은 지역사회 관여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지역사회 구성원들을 만나며 이들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프로그램 참여 이전에는 대학생들과 지역주민들은 서로 같은 지리적 공간을 공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적인 만남이나 교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대학생 참여자들은 설문조사, 인터뷰, 현장방문,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 등을 통해 지역주민, 공무원, 지방의회 의원 등이 지역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노력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를 통해 대학생 참여자들은 특정 지역사회 구성원들에 대해 평소에 가졌던 부정적인 생각이 완화되고, 지역사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하였다.
활동하면서 교수님, (구의회)의원님하고 소통하면서 어려운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고, 어려움이 있을 때 말하면 언제든지 도와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참가자 A)
(기관에) 대학생들끼리 가서 인터뷰하는데 대충하고 귀찮아할거라고 생각했는데 ... 너무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인상이 많이 바뀌었어요. (참가자 F)
(구청 관계자) 만나 뵙고 이 문제를 정말 개선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느껴졌어요. 사명감을 가지시는 것 때문에 (구청)공무원이 다르게 보였어요. (참가자 C)
대학생 참여자들은 문제의 대안을 찾는 과정을 통해 지역에 거주하면서 그동안 불편함을 느꼈던 문제들이 왜 해결되지 못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고, 누구의 도움과 지원이 필요하고,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대학생 참여자들은 행정이나 정책과정이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 수 있었고, 지역사회 문제는 여러 당사자들 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학생들은 지역 현안 및 관련 정책을 다루는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을 만나면서, 지역의 제도적 정치와 행정구조가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데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인식을 갖기도 하였다.
해결방안을 하나 내더라도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의논해보면 모두의 입장이 다르더라구요. (참가자 G)
000님 만나면 해결된다고 생각했는데, 000님 선에서 처리 안되는게 많아서 생각보다 힘들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000님이 능력이 없는게 아니라 많이 엮여 있구나, 혼자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참가자 J)
00문제를 제안했는데, 정당 간 △△문제 때문에 아예 논의 자체를 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부정적으로 느껴졌고)... 행정업무를 직접 보는 분들은 적은 인원을 가지고 운영해야 되기 때문에 상시적으로 거버넌스를 운영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고... (구의회와 구청을 보면) 시키는 사람은 따로 있고 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보니깐 (서로의)입장 차이가 많이 느껴졌어요. (참가자 E)
3. 대학생 지역사회 관여의 한계와 가능성
대학생 참여자들은 지역사회 관여 프로그램을 통해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하였고, 향후 더 많은 대학생들이 이와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토로하였다. 그러나 대학생의 소극적인 관여 태도로 인하여 자발적인 대학생의 지역사회 관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한계 역시 발견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동 참여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대학생들의 이기적인 참여동기를 활용하여 이들의 관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생들이 자신과 관련된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관여하는 등 지역문제의 이해당사자로 자신을 인식하고 그로 인해 효능감을 경험한다면 대학생의 지역사회 관여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사회를 향상시키기 위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지역사회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지역사회에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일을 하며, 지역사회와 관련된 사안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을 지역사회 관여도가 높다고 한다(Rothenbuhler, 1996). 이러한 기준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지역사회 관여 정도가 매우 낮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거주하는 대학가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한 관심도가 낮으며, 대학가에 다양한 문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지만, 해결방안에 대한 고민을 하거나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지역사회에 대한 소극적인 관여 태도를 보인다.
전공수업이 지역과 관련된거라서 (지역에 대해) 조금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 그전에는 지역 자체에 대한 관심이 없었어요. (참가자 I)
불편한거 있으면 이거 이렇게 바뀌면 좋겠다고 생각만 하고 … 이게 바뀌려면 과정이 어려운걸 아니깐 나 혼자 생각만 하고 실천은 딱히 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참가자 F)
대학생 참여자들은 지역사회 관여 프로그램을 통해 개별적 성취감과 보람을 느꼈다고 하며 앞으로 많은 대학생들이 지역사회에 관여해야 하는 필요성과 대학생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커뮤니티 형성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일부 공감하였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지역사회 내 공공의 문제보다는 학업, 취업 등 개인의 문제가 주된 관심사이기 때문에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 관여 활동의 실질적인 운영 및 지속가능성에 대해 비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대학생들은) 해야 할 것도 있고 바쁘고, 취직 준비도 해야 하고 놀고 싶기도 하고 그런데 이제 다른 데 관심 돌리기에는 좀 바쁘지 않나 ... (참가자 J)
(대학생 주민을 위한 커뮤니티)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구성원이 계속 바뀌어도 문제점은 계속해서 발생하잖아요 ... 그런데 (실제로 참여하는 거는) 조금 빡셀거 같아요. (참가자 L)
그런 커뮤니티 만드는거 부정적이에요, 가성비가 없을 것 같아요. 운영하고 관리하는데 시간, 돈이 드는데, 그거에 비해서 이런 장치를 활용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일 것 같아요. (참가자 I)
대학생들이 지역사회 관여 프로그램에 참여한 동기는 자신의 유익과 이익을 위해 지역사회에 관여하는 이기주의(egoism)에 의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Batson, 2002). 대학생 참여자들은 그들의 프로그램 참여동기가 지역사회 문제해결에 있기보다는 그들 스스로의 이해관계에 기반을 두었음을 솔직히 기술하고 있다. 이들의 참여동기는 첫째, 지역사회 관여 프로그램 참여 시 활동비 형태로 주어지는 장학금 혜택을 받기 위함이었고, 둘째, 코로나 학번에 해당하는 대다수의 학생들이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대외활동에 대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것임을 밝히고 있다.
솔직하게 말하면 (장학금 없으면) 안했을 것 같아요. (참가자 F)
이번 학기가 저는 학교에 온게 처음이어서 ... 그 전에는 대외활동이나 학교에서 하는 프로그램에 한 번도 참여해본 적이 없거든요. (참가자 J)
(장학금이 없어도) 했을 것 같아요. 저는 공모전 이력이나 수상 경험이 좀 많이 부족해서요 … 이런 활동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어요, 이런 경험 자체가 많이 없었으니까요. (참가자 I)
오늘날 도시의 지역사회에서는 현실적인 필요와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마을공동체와 같은 공동체가 형성되지만, 대학가 지역사회에서 거주하는 대학생들이 자신들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스스로 공동체를 형성하거나 주민자치회와 같은 조직에 참여하는 노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대학생 참여자들의 이기적인 관여 동기는 비판받기보다는 오히려 외부 자원의 투입이나 인센티브 제공 그리고 체계적이고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반증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대학에서 주관한 ‘남구 주민 대학생 활동단’ 프로그램과 같은 유인 장치를 통해서 대학생들은 지역사회에 관여할 수 있었고, 특히 미약하게나마 지역사회 변화나 참여에 대한 고민을 가진 대학생 개인이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사회에 관여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을 수 있었고,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지역에 개입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음을 토로하고 있다.
프로그램 참여 전에 길거리에 쓰레기가 많고 하수구 냄새가 많이 난다는 문제는 인식하고 있었는데 … 이 프로그램이 있으니깐 내가 (지역사회) 활동을 할 수 있는 발판, 명분 … 제가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해준 동기가 된 것 같아요. (참가자 D)
사실 저희가 (지역에) 참여할 수 있는 기관 회의나 활동들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잖아요. 이 활동을 하면서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분들도 만나고 … (지역에 참여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을) 알아보게 된 것 같아요. (참가자 G)
프로그램 초반에 대학생 참여자들은 자신의 행동으로 지역사회의 현상황을 바꿀 수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하였고,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신들에게 주어진 상황에 다소 비관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활동 종료 시점에는 정치적·사회적 변화에 개인이 능동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감정으로서의 정치적 효능감을 체감하면서 자신들이 지역사안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긍정적인 경험을 하였다.
지역사회 문제가 멀게 느껴졌는데 ... (해결)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내가 더 신경 쓰고 노력하면 ... 최소한 주민참여예산제도라도 활용하면 효과가 있다는 걸 알았어요. (참가자 E)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마음 먹고 해결하려면 할 수 있구나, 방법은 있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 일개 대학생인데 (남구)의원님도 만나고, 00 담당자님도 만나니깐 (문제를 해결) 하려면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참가자 K)
대학생 참여자들은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자신들의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였지만, 이 활동을 통해 오히려 대학생·청년 문제를 가장 잘 알고,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그들 스스로임을 인지하였다. 몇몇 대학생 참여자들은 공식적인 프로그램 활동은 종료되었지만, 이후에 지속해서 관련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내었다. 이처럼 대학생들이 자신과 관련된 문제의 이해당사자임을 자각하고 스스로의 역할을 수행한다면 대학생의 지역사회 관여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팀 내에)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 잘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대학생들끼리 하면 (전문성이 부족해서) 믿어주는 사람도 별로 없거든요. (참가자 B)
관에서 보는 시각이 저희랑 완전 달라요 ... 관에서 주도하게 되면 청년들에게 공감이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하니까 주도는 청년들이 하는게 효과적 ... (참가자 D)
저희가 관여를 안 하면 청년 문제에 실질적으로 개입해 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개입하지 않으면 저희의 고충을 모르실 거라고 생각해요 ... 이 프로그램은 끝났지만, (식비문제관련) 담당자님이 저희한테 (식비문제관련) 회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고 하셨거든요. 프로그램은 끝났지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만 있다면 계속 (활동을) 이어나가려고 해요. (참가자 G)
이상의 분석결과는 핵심주제별로 분절적으로 해석되기보다는 상호연관되어 이해할 때 대학가 지역사회에 대한 대학생들의 인식과 관여 경험을 보다 유기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우선, 참여대학생들은 현재 거주하고 있는 대학가 지역사회 안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보다는 임시적으로 머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본가 고향지역사회에 비해 불안정하고 본인 미래를 위해서는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제한된 장소성(placeness)을 지니는 곳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에게 매우 편리하고 자유로우며 역동적인 관계망이 형성된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대학가 지역사회가 가지는 이중적인 의미는 대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보상이 이루어지거나 그들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대학가 지역사회와의 보다 적극적인 상호작용이나 관여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그들이 처음 체험한 지역사회 관여경험은 그들에게 문제해결의 복잡성과 어려움을 알게 해줌과 동시에 지역사회 구성원(공무원·지역주민·지방의회의원등)들의 역할에 대한 인정과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게 하였다.
나아가 대학생 참여자들은 그들의 당면문제에 대해서는 적어도 스스로가 당사자이자 전문가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게 되었다. 이처럼 문제해결을 위한 지역사회 내 조력자에 대한 인식과 자신의 효능감 인지는 그동안 지역사회와 무관하고 단절되거나 양가적인 태도를 지닌 대학생들로 하여금 지역사회와의 연결 가능성을 시사해준다. 물론 학업과 취업 등 개인의 문제가 더 중요한 대학생들에게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지역사회 관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 역시 분명하다. 그러나 이들의 부족한 자발성이 대학이나 지방정부의 제도 및 정책적 노력으로 보완된다면, 적어도 자신들과 관련된 문제의 이해당사자로 스스로를 인식하고 지역사회 관여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음을 분석결과는 보여주고 있다.
Ⅴ. 함의와 제안
지역사회 내 공동체성은 우리사회가 갖추거나 지향해야 할 당위적인 규범가치로서 강조되어 왔다. 이는 고대 폴리스 시민의 책무를 중시한 그리스 정치사상이나 여러 민주주의 발달과 성공 조건의 하나로 미국 내 작은 지역사회 공동체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참여와 결사에서 찾는 토크빌의 정치적 사유에서 비롯된 오랜 정치·행정 사상의 전통이기도 하다. 이러한 흐름 하에서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그들의 공동문제형성 및 해결방안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자치(self-governing)가 실효적인 지역문제해결의 출발이자 민주주의 완성이라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지역문제에 대한 관심과 참여 활동에 지역정체성이나 소속감이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고(Puddifoot, 1996; Passi, 2003), 실제 우리의 경우에도 구성원들의 참여, 그들의 상호작용과 협력, 갈등해결노력 등에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가지는 상호신뢰와 지역정체성이 긍정적으로 작용되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이영원, 2014; 양덕순·강영순, 2008; 최윤석 외, 2014). 그러나 이와 같은 이상적 모습의 지역사회공동체는 기본적으로 지역사회라는 구획된 물리적 공간 안에서 안정적으로 거주하는 지역주민과 이들이 가지는 자산가치, 조세부담, 정치행정적 권리 등 분명한 이해관계에 대한 인식과 공유를 전제하고 있다.
한편, 우리가 앞서 살펴본 대학가 지역사회는 기존 지역사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곳에 거주하는 대학생들 역시 대학가 지역사회에 대한 인식태도나 이해관계 그리고 지역사회 관여 동기 등에서 기존 지역주민들과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동안 대학가 지역사회에 일시적으로 거주하고 지역사회와의 직접적인 이해관계나 권리의식을 가지지 못한 대학생들은 지역사회에서 지역주민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하였으며, 대학생 자신도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과 관여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였다. 실제 대학가 지역사회 모습이나 지역 구성원으로서 대학생들의 관여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경험적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유목민적인 생활양식과 일시적인 지역사회와의 관계 방식(coupling & decoupling)을 견지하는 지역주민들이 증가할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역사회 공동체의 자발적인 관여 활동만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Putnam(1993)이 강조하였던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동질적인 상호호혜성과 신뢰에 입각한 자율적 참여가 진행되는 안정적인 수평적 네트워크방식이 어렵다면, 일종의 유도기제로서 수직적 네트워크 역시 그 의미를 발휘할 수 있다. 이는 Knack and Keefer(1997)의 주장처럼 상호간 신뢰 형성 수준이 낮고 그 수준을 단기간 내 끌어올리기 어려운 이질적인 지역사회 상황에서는 의도적인 제도와 정책프로그램을 통하여 외부자원을 동원하거나 정보공유를 통한 지역사회 관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이소영, 2017; 29-32). 본 논문에서 검토한 내용을 바탕으로 부산지역은 물론 다른 지역 대학가 지역사회에서 대학생들의 지역사회 관여 활동을 유도할 수 있는 외부 유도기제로 다음과 같은 대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대학생의 지역사회 관여도를 증진하기 위해서 대학생들이 지역사회에 대한 양가적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동시에 대학생 스스로를 비롯하여 대학과 지역사회는 대학생을 주요한 지역주민으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고, 대학생들이 자신과 관련된 지역사안에 관심을 가지고 관여하는 당사자성을 가지도록 하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 대학가 지역사회에서 학기 초마다 이슈가 되는 주거문제, 불합리한 아르바이트 고용문제, 식비문제, 원룸지역의 범죄안전문제 등은 지역문제이자 곧 대학생 자신들의 문제임을 대학 당국이나 학생회 등이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대학생들의 상호작용과 사회적 관계망 형성이 대학을 넘어 지역사회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대학생들은 자신들의 활동과 상호작용이 대학 내부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대학본부의 개입을 통한 긍정적인 유인책을 마련하여 대학생들의 지역사회 관여를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대학생의 지역사회 관여를 이끌기 위한 대학 차원의 노력과 구체적인 방안을 크게 세 가지로 제안할 수 있다.
첫째, 대학이 중심이 되어 대학생들의 지역사회 관여 활동에 따른 장학금 및 활동비 지원, 공신력 있는 활동증서 제공, 교과과정과 연계한 학점 인정과 같은 직접적인 참여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본 연구의 대학생 참여자들처럼 장학금을 취득하거나 스펙을 쌓기 위한 목적으로 지역사회 관여 활동에 참여했을지라도 이러한 활동을 통해 대학생 참여자들은 대학가 지역사회 내에서 자신들의 삶의 영역이 확장하는 것을 경험하였고 대학가 지역주민으로서의 주체적인 존재감과 효능감이 제고될 수 있었다. 이처럼 대학 차원에서 직접적인 보상제도를 마련한다면 보다 많은 대학생의 지역사회 관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지역사회 관여 활동을 교양과목이나 전공과목으로 커리큘럼화하여 대학-대학생-지역사회 연계 활동을 추진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 지역사회 관여 활동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과 소통이 수반되기 때문에 지속성을 띄어야 하며, 단순히 일회적인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지역사회 관여 활동을 교과과정으로 운영하면 대학생 참여자들은 달라지더라도 대학과 교수진이 중심이 되어 지역사회와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 대학과 지역사회의 긍정적인 관계가 구축됨으로써 매 학기 대학생들은 수업을 통해 지역사회의 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되며, 더 나아가, 지역사회 관여 활동의 교과과정 운영으로 인해 기존 대학-지역 연계사업이 가지는 일회성·단기성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지역사회 관여 활동이 교과과정 또는 프로그램 등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대학생들의 실질적인 지역사회 관여 활동을 지원하고 조력하는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의 역할이 필요하다. 본 연구의 대학생 참여자들은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면서 ‘남구 주민 대학생 활동단’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교수진과 연구원들의 자문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밝혔다. 시민정치교육의 액션러닝(Action Learning)에서도 코치 혹은 멘토의 역할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이들은 팀을 이끄는 리더보다는 프로젝트를 조정하고, 토론을 이끌고, 관찰자와 연구자의 역할을 하며, 교수와 대학생들과의 소통의 매개체가 되고, 대학생들이 현장에서 지역사회 구성원들과 접촉할 수 있도록 공문을 작성하거나 직접 연락을 취하는 등 대학생들의 활동을 용이하도록 돕는다(이태동, 2016). 이처럼 대학생들이 중도포기하지 않고 지역에 관심을 가지며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물질적인 보상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퍼실리테이터의 조력과 서로 간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대학생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대학은 대학이 가진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통해 대학생과 지역 간의 지속적인 관계가 형성될 수 있도록 대학본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며 대학-지방정부 간 협력의 제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성북구청과 관내 대학의 협약 체결 및 사업 추진 사례를 비롯하여 관악구청과 서울대의 협력 사례에서 구청 내 ‘대학협력팀’과 같은 전담조직을 설립하는 등(김태현 외, 2015)과 같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대학-공공-지역사회 간 협력적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본 연구는 특정 프로그램에 참여한 대학생들의 특수한 경험을 탐색한 질적 연구이기에 대학가 지역사회에서의 대학생 특성과 이들의 관여 태도를 전체 대학생의 의견으로 일반화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FGI를 중심으로 한 질적연구에 따른 주관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또한, 부산시 남구라는 지리적 제약성도 분명히 존재한다. 추후 연구에는 주제분석을 통해 도출한 내용을 토대로 대학생들의 공동체의식, 지역애착, 효능감, 관여도, 지역사회 활동 참여 정도 등을 수치화하여 측정할 수 있는 설문조사를 설계하여 타 대학가 지역사회의 대학생들의 특성과 관여 태도를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의 대학가의 경우 다양한 지역 출신 학생들이 밀집할 것으로 예상되어 불안정성과 이질성이 부산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추후 연구를 통해 서울 및 수도권 지역 등 다른 대학가 지역사회에서 진행된 대학생 관여 프로그램과의 비교연구를 진행한다면 보다 적실한 연구결과를 도출할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 다음으로, 본 연구를 통해 대학가 지역사회에서 대학생들의 존재와 지역사회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지역사회에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지역주민, 지역기관, 지자체, 대학 관계자들 등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없었다. 대학생을 포함하여 대학가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이해관계자들이 대학생 주민과 지역사회에 대해 지닌 다양한 시각을 담아내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대학-지역 연계 활성화를 위해 대학생을 학습자가 아닌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존재로 바라보며, 탐색적인 차원에서 대학가 지역사회의 특성을 규명하는 노력을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본 연구에서 발견된 대학생들의 지역사회 관여 주요 특성들이 향후 대학과 지역사회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사업의 방향성 정립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한국지방정부학회 2022년도 추계학술대회(2022. 11. 18) 발표논문을 수정·보완하여 작성하였으며, 부경대학교 자율창의학술연구비(202213410001)에 의하여 연구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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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부경대학교 행정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주요 관심 분야는 지역공동체와 아동, 청소년의 참여 등이다.
미 델라웨어대학교에서 도시정책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현재 부경대학교 행정복지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최근 주요 관심분야는 지역공동체와 사회서비스이다. 최근 논문으로는 “지역사회 문제해결형 네트워크 역량변화에 관한 연구(2021)”, “원전지역공동체 확장과 원전 위험인식의 차이(2019)”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