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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icle ]
GRI REVIEW - Vol. 24, No. 1, pp.1-29
ISSN: 2005-8349 (Print)
Print publication date 28 Feb 2022
Received 08 Oct 2021 Revised 20 Nov 2021 Accepted 25 Nov 2021

지방조직의 확산과 동형화 : 지방문화원 설립 사례 분석

정영재* ; 이광훈**
*행정안전부 산하 한국섬진흥원 연구위원(제1저자)
**강원대학교 행정학과·신산업개발T-EMS융합학과 부교수(교신저자)
Organizational diffusion and isomorphism : The case of establishment of local cultural centers after implementation of local self-government system in South Korea
Jung, Young-Jae* ; Lee, Kwang-Hoon**
*Research Fellow, Korea Island Development Institute (First Author)
**Associate Professor. Dept, of Public Administration, Kangwon National University (Corresponding Author)

초록

본 연구는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조직이 확산되는 요인을 이론적 근거를 통해 식별하고 그 요인들이 조직의 설립에 미친 영향을 질적 분석을 통해 검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연구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지방자치제도 실시 이후 지방 문화원이라는 조직군의 지방자치제도 실시 이후 조직군 성장과정을 환경과 전략, 그리고 둘 간의 상호작용 영역인 역할기대의 측면에서 검토함으로써, 조직의 확산에 따른 독특한 역할 변화를 고찰했다. 분석결과,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1994년부터 현재까지 광역시의 자치구에 설치된 지방문화원에 대한 역할을 기대한 주요 외부행위자는 지방자치단체다. 조직에 대한 지역 주민의 요구와 역할기대로 인해 각 조직마다 독립성과 다양성을 가질 수 있었으며, 위로부터 아래로의 전달이 아니라 주민들의 역할기대에 맞는 전략을 구축했다. 한편, 조직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지역의 정치적 조건이 결합되었으며, 조직의 설립과 구조 및 활동에서 동형화 현상이 포착되었다.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identify the factors affecting the proliferation of private organizations that provide public services through theoretical grounds and to verify the influence of those factors on the establishment of the organizations through qualitative analysis. In order to achieve this research purpose, the study examines the growth process of the organizational population of the local cultural center after the implementation of the local autonomy system in terms of environment, strategy, and the interaction between the two as role expectation. As a result of the analysis, from 1994 when the local self-government system was implemented to the present, local governments as the main external actors expected the local cultural centers installed in autonomous districts of metropolitan cities to play a pivotal role. Due to local residents’ demands and role expectations for the organization, each local cultural center was able to hold independence and diversity, and a strategy was established to meet the role expectations of the residents, not to order “from the top to the bottom.” On the other hand, in the process of the spread of the organization, it was combined with the local political conditions, and the isomorphism phenomenon was found in the establishment, structure, and activities of the organization.

Keywords:

Isomorphism, Legitimacy, Local cultural center, Organization environment, Organizational diffusion

키워드:

조직확산, 동형화, 정당성, 조직환경, 지방문화원

Ⅰ. 서 론

국가가 대부분의 영역에서 제대로 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할 수 없었던, 해방 이후 혼란한 시기에 민주주의 제도 및 문해 교육의 필요성을 자각하고 계몽운동의 필요성을 주장했던 몇몇 지식인들의 주도로 우리나라의 지방문화원이 설립되기 시작했다. 계몽이라는 초기의 조직역할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현재 사라졌으나, 지방문화원 조직은 기능은 다르지만 여전히 전국적으로 고른 조직분포를 보이며 고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된 1994년 이후 지방문화원은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한 협력 또는 대립 관계를 통해 지역사회가 요구하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그 존재 이유를 스스로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방문화원은 기존의 조직군(組織群; organizational population)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민간조직이면서도 공공조직 혹은 정부의 일방적 주도에 의해 설립되는 조직에 준할 정도로 정책종속성이 강하고, 문화관련 조직이면서 동시에 교육과 복지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오랜 기간 그 역할과 기능이 변화해왔으며, 시대에 따라 개별 조직들은 각각 다른 생존전략을 구사해왔다.

본 연구는 매우 동질적인 개별 조직들로 구성된 지방문화원이라는 조직군을 연구대상으로 한다. 조직학에서 일반적으로 연구대상이 되는 조직군이란, 상호 경쟁하는 관계에 있는 기업조직군, 역할은 유사하지만 상이한 목표, 구조 또는 전략을 가진 비영리조직군 등을 들 수 있지만, 지방문화원 조직군은 개별 조직마다 배타적 영역에서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는 특별행정기관과 유사한 특성을 갖고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복잡한 조직특성을 가진 지방문화원이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도시 지역에서 어떤 유인을 통해 확산과정을 거쳤는지를 검토한다. 특별히 본 연구는 단순히 조직군의 성장사(또는 쇠퇴사)나 환경의 일방적인 변화에만 주목해 온 기존의 확산연구와는 다른 접근을 시도한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는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조직이 확산되는 요인을 이론적 근거를 통해 식별하고, 그 요인들이 조직의 설립에 미친 영향을 질적 분석을 통해 검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연구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본 연구에서는 지방자치제도 실시 이후 지방문화원 조직군의 성장과정을 환경과 전략, 그리고 양자 간의 상호작용영역인 역할기대의 측면에서 검토함으로써, 지방문화원 조직의 확산에 따른 독특한 역할변화를 고찰해보고자 한다.


Ⅱ. 이론적 논의

1. 조직의 전략과 동형화

조직에 대한 제도론적 접근은 관료제 조직과 같은 특정 형태의 조직의 확산이 어떻게 보편적 현상이 되어 가는지에 대한 분석을 시도한다(Meyer, 1994). 조직연구에서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질문 중 하나는 “무엇이 조직들을 서로 닮게 만드는가?”이다. 이 질문에 대한 초기 연구들은 조직이 처한 환경에 최적으로 적응하기 위해서라는 답을 내놓고 있다(Selznick, 1949; Mintzberg, 1973).

그러나 최근의 연구들은 조직이 새로이 설립되고 구조가 닮아가는 과정이 그렇게 합리적으로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발견했다(DiMaggio and Powell, 1983; Boxenbaum and Jonsson, 2008). 특히 사회학에 기반을 둔 제도연구자1)들은 조직이 서로 모방하며 동형화(isomorphism)되어 가는 과정에서 조직학의 오랜 연구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다(Dobbin, 1994; Fligstein, 1990; Soysal, 1994).2) 조직의 모방 또는 동형화3)는 조직이 가진 합리성이나 효율성과는 무관하게 조직이 설립되거나 구조변화를 거치는 것을 말한다(Dimaggio and Powell, 1983). 조직이 제도적 규범을 따르지 않을 경우 조직의 정당성을 상실하게 되어 필요한 자원을 획득하지 못하게 된다(장원봉, 2009: 153).

조직의 장4)(organizational field: DiMaggio and Powell, 1983: 64-65)이란 핵심 공급자들, 자원과 제품 소비자들, 규제기관 및 유사한 재화와 서비스를 산출하는 조직들의 총체로서 동질적인 제도적 삶이 인지될 수 있는 분석단위를 의미한다. 동형화란 조직이 동질화(homogeneity)되는 과정을 나타내는 개념으로서, 조직의 장 내에 있는 한 조직단위가 동일한 환경조건에 직면한 다른 조직단위들을 닮도록 하는 제약적인 과정이다. 즉, 조직 및 조직군이 처한 총체적 환경인 조직의 장에서 조직의 제도적 동형화가 이루어진다.5) 조직이라는 행위자는 조직의 효율성이나 효과성과 같은 합리적인 가치를 추구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을 하고자 하지만, 결국 그 조직이 속한 조직의 장에서 요구하는 규범과 가치라는 제약 속에서 전략적 상호작용을 고려한 선택을 하게 된다(DiMaggio and Powell, 1983).

2. 동형화의 유형

조직군이 생성되고 구조화되는 것은 다양한 조직들의 활동결과이다. 일단 조직군이 형성되면 동형화에 의해 새로운 조직이 진입하고, 기존조직과 새로운 조직 또한 구조적으로 동형화된다. 동형화는 정책의 집행이나 조직의 설립 이후 혁신적인 시도가 실패하거나 성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때 제기될 수 있는 모든 가능한 비판으로부터, 조직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전략적 우월성을 확보해 줄 수 있다(김영수·장용석, 2002: 37). 이러한 동형화가 일어나는 이유로는 첫째, 정치적 영향력과 정당성 문제로부터 도출되는 강압적 동형화, 둘째, 불확실성에 대한 표준적인 대응에서 오는 모방적 동형화, 셋째, 전문화와 관련 있는 규범적 동형화가 있다(DiMaggio and Powell, 1983).

1) 강압적 동형화

강압적 동형화(coercive isomorphism)는 어떤 조직이 기능적 범위 내에서 의존하고 있는 다른 조직이나, 해당 조직이 소속된 사회의 문화적 기대에 의해 공식적 혹은 비공식적 압력을 받게 된 결과로 나타나는 동형화를 의미한다. 이런 압력은 강력한 힘(force)이나 설득(persuasion), 또는 회유(invitation)로 나타날 수 있으며, 정부의 강제에 대한 직접적인 반응 결과로 조직이 변화하거나 설립될 수 있다(DiMaggio and Powell, 1983). 국가에 의해 부과되는 법적이고 기술적인 요구사항들이 유사한 조직들을 설립하게 하거나 기존의 조직들을 유사하게 만든다. 또한 국가 및 다른 거대한 조직들이 사회적 삶의 영역에까지 그들의 지배력을 확대함에 따라, 조직구조는 국가에 의해 제도화된다. 따라서 조직들은 주어진 제도화 영역에서 점점 더 동질화되어 가며 제도의 적합한 의례를 갖추게 된다.

강압적 동형화는 정부정책, 규제 혹은 제약조건, 정치적 영향력 그리고 조직이 의존하는 다른 조직에 의해 제기되는 공식·비공식적 압력의 결과로 조직이 수렴되는 현상(오단이, 2013: 45)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권위주의 정부 시기에는 사회통제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형사정책과 관련하여 일제 강점기 시절의 제도6)가 해방 이후 미군정을 거치면서 그대로 모방되어 법률로 제도화되었다(이선엽, 2009). 비단 형사정책 뿐만 아니라 해방 이후 미군정에 의해 만들어진 제도들 중 상당수가 해방 이전의 제도 또는 외국의 사례를 강압적으로 도입한 것이었다. 권위주의 정부 시기의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조직들은 강압적 동형화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시장의 힘보다 정치권력이 영향이 더 강했던 이 시기에 권력자의 의지는 조직에 동형화를 강요하는 중요한 원천이었다.

한편, 강압적 동형화의 과정은 조직의 효율성에 대한 어떠한 기여도 하지 못한 채 상징적으로만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Coser, et al., 1982). 일반적인 경우 조직이 동형화의 압력에 온전히 불응하기는 쉽지 않으며, 설립이 자유로운 자생적 조직의 경우도 강압적 동형화의 압력으로 설립될 수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가 전적으로 설립을 주도할 수 있는 조직들7) 또한, 중앙정부에 대한 재정 종속성이 커져 결국 강압적 동형화의 압력을 피할 수 없게 된다(김해보, 장원호, 2015). 자생적으로 생겨나던 조직들이 조직군을 형성함으로써 관련 규정이나 제도가 신설되어, 강압적 동형화의 경로를 따라 유사해지는 경우도 있다.8)

권위주의적인 사회에서는 강압적 수단을 통해 동형화를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사회가 권위주의에서 탈피하고 민주화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강압적 동형화가 없어지거나 줄어드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시민사회의 민주적 요구에 따른 다른 형태의 강압적 동형화가 나타난다.9) 그러나 반드시 법적 제도가 의도했던 형태로 동형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제도 수용의 당사자들은 제도에 적응하며 제도의 맹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거나, 규제기관의 관리감독이 느슨한 틈을 타고 기회주의적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결국 새로운 조직의 강압적 동형화에 의한 확산과정은 환경과 조직들 간의 쌍방향적 관계에 기초하게 된다(김영수, 2001).

2) 모방적 동형화

불확실성에 의한 모방적 동형화(mimetic isomorphism)는 조직이 기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때, 조직의 행동과 환경의 반응 간의 인과관계가 불명확하거나 조직의 목표가 모호할 때, 또는 환경이 불확실성을 야기할 때, 다른 성공적인 조직을 모방하려는 의도에서 야기된 동형화를 말한다. 보통의 모방적 동형화는 이미 다수의 조직이 설립되었거나, 설립된 조직이 이미 유사해졌을 때 추가로 일어난다. 모방적 동형화의 또 다른 이유는 조직들이 구조의 다양성을 추구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별로 없어서 동질적인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DiMaggio and Powell, 1983, 정정길 외, 2003). 모방적 동형화의 대상이 되는 조직은 동형화를 의식하지 못할 수도 있고, 모방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모방적 동형화는 불명확한 원인에 의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거나 해결책에 대한 자신감이 없을 때, 적은 비용으로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간은 심리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의견이나 판단이 다를 때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되는데, 심리학의 동조(conformity)이론에서는 이를 해소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자신의 생각을 다수에 맞추는 것이라고 한다(유호현, 2010: 5). 다른 조직은 다 하고 있는데 우리만 하지 않는다면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동조 심리가 조직의 적극적인 모방을 이끄는 것이다.

3) 규범적 동형화

규범적 동형화(normative isomorphism)는 규범적인 원천에 의해 발생하는 동형화로서 이는 전문화에서 도출된다. 전문화란 특정 직업군의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직업적 독자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인지적 기반과 정당성 구축을 통해 그들의 업무 조건과 방법을 확립하고자 하는 집합적인 노력이다(Larson, 1977; Colins, 1979).

전문화의 두 가지 측면이 동형화의 중요한 원천이다(DiMaggio and Powell, 1983). 그 중 하나는 대학의 전문가들에 의해 생산된 인지적 기반 및 공식적 교육의 정당성이고, 다른 하나는 여러 조직들에 걸쳐 있어 새로운 규범이나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는 직업군 간 네트워크의 성장과 정교화이다. 대학과 직업훈련기관들은 각 직종별 관리자들과 직원들 간에 공유되는 조직 규범의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직업과 동업자단체는 직업적 행태에 관한 규범적 규칙의 정의 및 선포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정정길 외, 2003: 917). 결국 이렇게 전문화를 통해 공유된 지식과 규범이 조직의 관리자들에 의해 규범이나 구조로 구체화되고 조직 간에 보편화되는 것이다.

규범적 동형화를 일으키는 중요한 메커니즘 중 하나는 인적자원의 교류이다(Collins, 1979). 대개의 조직의 장에서 인력의 충원은 같은 산업군 내에서 인적자원이 교환되고 좁은 범위의 직업훈련기관에서 채용된다. 또한 비슷한 승진절차 및 계급체계를 가지고 있거나, 특정 직업이나 계급을 위해 비슷한 숙련도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규범적 동형화는 조직 간 혹은 조직과 외부와의 교류가 활발해질수록 더 빈번하게 일어난다(김미연, 2010). 최근에는 그 교류의 범위가 넓어짐으로써 규범적 동형화 현상도 더욱 빈번해지고 있다.

3. 지방문화원의 조직적 특성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다수의 조직을 활용하여 시민들에게 공공 문화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현대국가에서 주로 정부가 수행하는 역할이지만, 민간부문이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공공과 민간 방식이 혼재되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공공조직군에 의해 공공 문화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리나라의 사례로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공공미술관, 공공도서관, 공공박물관 및 각 광역자치단체에 설치된 문화재단 등을 들 수 있다. 반면, 민간부문이 설립한 조직군에 의한 문화서비스는 많지 않다. 그러나 몇 가지 해외 사례를 들면, 17세기 후반 영국의 성직자 Thomas Bray는 60개의 교구도서관(Parish Library)을 설립하여 가난한 지역의 성직자들이 이를 운영하면서 대중들이 이용하도록 한 바 있으며, 이후 그는 미국으로 이주하여 매릴랜드 주 등에서도 기금을 모집하여 수십 개의 교구도서관을 설치하였다(Steiner, 1896). 또한, 미국에서는 회원제도서관(subscription library)운동이 Benjamin Franklin의 주도로 시작되어 전국적인 도서관 설립운동으로 확산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풀뿌리 도서관 설립운동에 의해 탄생한 도서관들은 설립자가 사망하거나 일정 기간 이후에는 대부분 폐쇄되어 현재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도서관 설립운동은 이후 19세기 후반부터 일어난 공립도서관 설립운동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이용남, 1990).

한편,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 동시에 시민에 대한 문화서비스의 제공에 참여하는 방식도 있다. 예를 들면, 공공미술관/박물관과 사설미술관/박물관이 조직군에 병존하면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10) 이 경우 공공이 설립·운영하는 조직은 공공영역에서 제공되는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지만, 소규모 비영리 박물관11)과 같은 민간조직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는 소장 작품의 유료전시, 대관전시, 예술작품에 대한 투자 등 영리 목적의 활동이나 소규모 상설전시 활동을 한다.

공공 문화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의 비영리조직은 환경적 특성과 맞물려 공간적 기반을 가지고 확산되기도 한다. 그러나 조직을 지속시키는 자원이 공급되지 않으면 조직 자체의 생존이 위협을 받아 결국 소멸하거나 쇠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공공조직이 조직군 내에 병존한다면 민간조직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제한되기도 한다. 그런데 자원을 공급하던 외부의 행위자가 사라지거나 자원을 더 이상 공급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민간조직이 지속적으로 생존하는 경우도 있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에서 지속적으로 확산되어온 지방문화원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지방문화원의 초기 설립주체는 지식인 계층 또는 미국 공보원이었으나 초기 설립주체에 의한 자원공급은 한시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 환경의 변화에 따라 조직의 역할을 바꾸어가며 현재까지 대부분의 조직이 생존해 있으며 꾸준히 공간적 확산을 지속해 왔다.12)

우리나라에서 지역별로 설치되는 일반적인 공공기관(특별행정기관 등 중앙행정기관의 소속기관)이라면 중앙정부의 통제를 받는 경우 관련 법령의 제정과 함께 설치된다.13) 또한, 지방정부의 통제를 받는 공공기관이라면 지방자치단체가 관련 조례를 제정해서 소속기관으로 설치하기도 한다.14) 하지만 지방문화원 조직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자원을 제공받으면서 공공 서비스를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은 아니다. 지방문화원은 외형적인 설립주체가 민간이지만, 지방자치제의 실시 이후 설치된 지방문화원은 기초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지원하기도 하며, 이에 따라 기초자치단체가 원장의 선임에 깊이 관여하는 경우가 많으며 인사권을 행사하기도 한다. 한편, 중앙정부는 광역자치단체를 통해서 지방문화원을 지원하기도 하며, 법인의 설립허가에 대한 권리는 광역자치단체장에 있다. 또한 한국문화원연합회는 소속 지방문화원 임직원에 대한 교육, 교류업무를 수행하며 일부 지원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지방문화원은 순수 민간조직으로 출범했음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 다양한 행위자들이 설립, 운영 및 지원에 관여하면서 복잡한 관리감독 체계와 구조를 가지게 되었다.

우리나라 지방문화원과 같이 관리감독 체계와 구조의 복잡성 속에서 다수의 조직들이 전국적 분포를 보이며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조직군을 형성하고 있을 경우, 개별 조직들의 전략의 합은 환경에 대한 유의미한 영향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조직학의 연구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공공부문의 역할을 일정 수준 대신해 왔던 지방문화원의 환경 변화와 이에 대응한 역할변화 과정에 대한 조직학적 이해는 개별 조직보다는 조직군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Ⅲ. 연구방법론

1. 분석의 초점

조직의 확산은 환경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환경만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면 개별조직의 전략은 학문적 고려대상이 되지 못할 것이다. 조직의 확산은 개별조직의 설립이 시공간적으로 누적된 결과이며, 개별조직의 설립은 환경요인과 행위자의 전략 간 상호작용의 결과이다. 따라서 환경과 조직확산의 관계를 구체적이고 복합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본 연구는 단순히 조직군의 성장사(또는 쇠퇴사)나 환경의 일방적인 변화만이 아니라, 각 단계에서 환경의 조직에 대한 구체적 역할과 조직의 대응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시간과 공간에 따른 환경과 전략의 상호작용이 조직확산의 측면에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는지에 주목하여,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이 분석의 초점을 설정한다.

첫째, 본 연구는 지방문화원이라는 조직을 둘러싼 환경적 특성이 조직의 확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살펴봄으로써 환경과 조직 확산 간의 관계를 규명하고자 한다. 환경이 조직의 생존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으며, 조직의 탄생에 대한 많은 연구들은 환경의 영향을 중요하게 취급(Stinchcombe, 1965; Pennings, 1980)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직의 확산에서 환경적 요인을 고려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둘째, 환경은 조직에 대해 자원의 배분을 통제하는 방법, 운영을 강력하게 제어하는 방법, 특정행위를 유인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들을 사용하여 조직의 운영을 유도하거나 통제한다. 본 연구에서는 환경에서 기대되는 조직의 역할에 주목한다. 비영리조직이나 공공조직은 환경이 기대하는 역할을 충족시킴으로써 생존을 지속해 나간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지방자치제라는 환경에서 조직에 대한 정치적 기대와 사회적 기대를 분석한다.

셋째, 본 연구는 지방문화원 내부의 행위자 요인이 새로운 조직의 설립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봄으로써, 내부 행위자의 전략 선택의 특성과 조직확산 간의 관계를 규명하고자 한다. 조직의 설립을 위해서는 다양한 행위자가 존재하며, 조직설립 이전이어도 잠재적 설립 주체들은 내부 행위자로서 조직의 전략을 이미 구축하고 있다. 정부나 외부의 강력한 행위자는 잠재적 조직이나 현존 조직에게는 환경의 요소이지만, 잠재적 설립자들은 조직의 전략을 구축하는 주체이다. 따라서 잠재적으로 조직의 구성원이 되는 내부행위자들이 조직의 설립을 위해 어떤 전략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검토한다.

이상과 같은 초점에 주목하여 본 연구는 동일한 조직이 시공간적으로 확산되어가는 과정에서 동형화의 요인이 여하히 작동했는지를 특별시 및 광역시 자치구(군)의 지방문화원이라는 조직군을 대상으로 분석하였다. 먼저, 조직의 확산에 미친 환경의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조직이 처했던 1994년15) 이후 조직환경을 분석한다. 즉, 광역시 소재 기초자치단체의 지방문화원이 지방자치제와 지방문화원진흥법의 제정 이후 현재까지 노출되었던 환경을 검토함으로써, 그 조직들이 시대별로 어떤 역할을 요구받았는지를 질적으로 분석한다. 구체적으로 해당 시기 조직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행위자의 역할, 조직에 대한 사회적 요구 및 그에 대한 조직의 반응이 어떤 전략을 통해 나타났고, 개별 조직의 설립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결과적으로 조직확산의 결과로 여하히 나타났는지를 식별한다. 이와 같은 논의를 종합하여 구성한 본 연구의 분석 초점은 <그림 1>과 같다.

<그림 1>

분석의 초점

2. 분석대상 및 자료

본 연구의 분석대상은 지방문화원진흥법이 도입된 1994년 이후 현재까지 광역시, 특별시의 자치구(군)에 설치된 지방문화원 조직 전체이다. 분석의 단위는 동일한 조직들로 이루어진 단일 조직군(organizational population)이다. 연구의 공간적 범위는 우리나라의 서울특별시 및 6개 광역시에 속한 기초자치단체들(각 자치구 및 부산광역시 기장군, 인천광역시 강화군, 대구광역시 달성군, 울산광역시 울주군)에 한 개씩 설치되어 있는 지방문화원 조직군이다. 한편, 조직과 관련된 환경에서의 자원 투입, 조직의 정치적·사회적 역할 등 조직환경의 변화와 설립 과정의 동학을 살펴보기 위한 연구대상 행위자의 범위는 대한민국 정부 및 국회, 지방자치단체, 한국문화원연합회, 기초자치단체별 지방문화원 및 이해관계자(설립자 및 운영자 등)이다.

분석에 사용한 자료는 조직이 존재했던 기간 동안 국회에서 논의된 각종 발언, 조직에 투입된 인적·물적 자원에 관한 보고서, 지방문화원 및 연합회 차원의 각종 간행물 및 보고서, 지방문화원과 관련한 언론보도 및 인터뷰 내용 등이다. 조직의 설립에 관해서는 지방문화원의 설립 관련 법률, 국회 및 기초의회 의사록, 지방문화원 및 연합회 차원의 간행물 및 보고서, 관련 언론보도 내용 및 인터뷰, 각종 기록 자료 등과 함께 조직의 설립자에 관한 정보, 지방자치단체의 인구, 재정 및 산업통계, 역사적 자료 등을 분석에 활용하였다.


Ⅳ. 분석 결과

1. 조직 환경의 변화

1) 정치적 환경

1990년대 초부터 지방자치제가 실시됨에 따라 문화정책에서 중앙정부의 역할은 과거에 비해 크게 변화되었다. 1995년 문화예술진흥법을 개정하여 문화행정의 대상을 확장하였는데 가장 특징적인 면은 문화산업을 추가했다는 점이다.16) 그 동안 문화정책은 산업의 대상으로 이해되지 않고 공보의 수단이자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공공재로 인식되었다는 점에서, 1995년 동법 개정은 문화에 대한 인식의 큰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지방자치제는 지방문화원의 운영 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무엇보다도 중앙정부 중심이던 문화정책이 지방정부와 각 지역으로 넘어감에 따라 지방문화원 또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었다. 지방문화원의 관리감독 권한이 기초자치단체로 이양됨에 따라 1994년 이후 국회의 관련 위원회 회의록에는 지방문화원이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한편, 지방자치제 실시와 더불어 지방문화원진흥법이 제정되면서 이제 각 지방은 각자의 문화적 다양성과 고유성에 과거보다 더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미 지방의회는 1991년 구성되었고 1994년에는 지방문화원진흥법이 제정되었다. 지방문화원진흥법의 제정에 따라 지방문화원의 환경이 가장 크게 변화한 점은 기존에 존재하던 시·군뿐만 아니라 광역시 자치구(군)에도 지방문화원이 설립될 수 있도록 하였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전국 광역시에 1개씩 존재(부산광역시 제외)하던 지방문화원이 해산하고 각 자치구(군)에 별도로 설치되었을 뿐만 아니라, 기존에는 광역시 단위에 존재하지 않았던 부산광역시와 서울특별시의 자치구에도 1개원씩 설립할 수 있게 되었다17).

노태우정부 말기에 공보 기능과 문화정책이 분리되면서 더 이상 지방문화원이 정부의 공보 활동에 매진하지 않아도 되는 시기가 되었다. 그러나 지방자치제의 실시로 인해 여전히 지방자치단체의 시책홍보를 위한 요구들은 남아 있었다. 물론 과거처럼 반공운동을 위해 조직의 에너지를 소모하거나 정권홍보 활동에 동원되는 수준은 아니었고,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정책에 대한 홍보 혹은 드문 경우로 복지정책에 동원되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구체적으로 다문화가정에 대한 프로그램, 어르신 봉사프로그램 등이 지방문화원을 통해 집행되기도 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 또한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정책과 연계되어 집행되었기 때문에, 지방문화원과 지방자치단체가 갈등관계가 아니라면 별다른 저항 없이 수행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지방자치제의 실시는 지방문화원 간 재정의 건실성과 조직 및 프로그램 운영 상의 질적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재정이 풍부하거나 지방문화원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는 지역은 다양한 문화행사나 프로그램을 구성·운영할 수 있었던 반면, 그렇지 못한 지역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재정적 의존도가 높아 자치단체장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로 인해 지방문화원과 자치단체 간의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E문화원 설립자 K씨 성북문화원은 우선 돈이 많으니까 운영이 잘돼요. <중략> 처음에 문화원 만들겠다고 구청에서 성북구에 사는 대기업회장들 모아서 도와달라 부탁드리니까 그 자리에서 모인돈만 20억이 넘었어요. 돈이 많으면 운영도 수월하고 지금도 모범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어요. <중략> 근데 지방자치단체가 돈을 주면 우선은 지방자치단체 눈치를 봐야하고 단체장 바뀔때마다 이래라 저래라 말 많고…
- E지방문화원 설립자 K씨 인터뷰 중
2) 사회적 환경

문화산업에 대한 강조는 곧 문화정책에서도 효율성을 추구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의미한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게임을 치르면서 대중매체산업이 급성장했고, 1990년대 이후에는 이를 바탕으로 대중문화가 크게 발전했다. 정부는 문화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1994년 문화체육부에 문화산업국을 신설했고, 그 대신 생활문화국과 어문출판국을 폐지했다. 이러한 일련의 정책기조와 문화행정조직체계의 변화는 상업문화의 활성화와 함께 생활문화 혹은 사회문화의 후퇴로 해석될 수 있다(염찬희, 2009).

한편, 다문화이슈의 등장은 국가 문화정책의 큰 틀을 변화시켰다. 단일민족 국가라는 자부심은 이제 사회가 변하면서 차별적 의미를 내포한 용어가 되었다. 이로 인해 다문화정책을 위한 각종 법규가 마련되면서 지방문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농어촌은 다문화가정비율이 높고 상대적으로 문화와 복지에 소외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문화복지 차원에서 자원투입의 요구가 활발했다. 이에 따라 다문화가족지원법,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률 등이 제정되는 등 공식적 제도도 마련되었다.

2. 조직에 대한 역할기대의 형성

1) 조직에 대한 지지의 변화

지방자치제의 시행 이후 지방문화원은 과거에 비해 그 역할과 사회적 요구가 완전히 바뀌었다. 즉, 지방문화원에 대한 요구는 과거 정치적 수요에 의해 조직이 설립되거나 운영되었던 반면, 지방자치제 이후에는 지역 우선의 요구와 참여, 다양성과 효율성 등 사회적 요구가 등장하였다. 이에 따라 지방문화원의 기대되는 역할을 둘러싼 가장 큰 변화는 무엇보다도 지방문화원의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행위자가 중앙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 특히 기초자치단체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과거에는 집합적으로 정부의 역할기대에만 관심을 가지고 전략을 수립·집행했었다면,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에는 개별 조직의 전략이 중요해졌다.

2) 자치와 참여

지방자치제의 시작은 지방문화의 진흥 역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된다는 점을 의미한다. 또한 지방문화원진흥법의 제정은 기초자치단체에 지방문화원의 운영에 관한 책임과 권한을 모두 이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1991년 지방의회가 구성되면서 지방문화원의 설립 움직임이 생기기 시작했으며, 1994년 본격적인 지방자치제의 출범과 더불어 지방문화원 설립 활동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지방의회와 집행부는 갈등관계이든 협력관계이든 상관없이, 지방문화원 설립에 관해서는 대부분 협조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편,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각 지방자치단체는 경쟁적으로 지역축제를 개최하기 시작했다. 주민에 대한 홍보의 노하우가 필요했던 각 지방자치단체는 문화제나 지역축제를 대행할 지역의 전문기관을 필요로 했다. 또한 지역축제의 특성상 주민의 참여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사회의 다양한 부문의 종사자들이 참여하는 축제위원회를 구성하거나 지방문화원에 지역축제 대행의 역할을 맡기게 되었다.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지역축제18)는 각 지역의 전문기관이, 거리축제19), 시장축제 등 지역 내에서도 소지역 행사는 상가 주민회나 상가번영회 등이, 지역특산품 관련 축제20)는 생산자 협회나 조합 등이 각각 주최·주관하는데 비해, 지방문화원이 주관하는 대부분 축제는 문화제의 성격을 띠었다. 기타 대부분의 축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축제위원회를 구성하여 지역유지, 관련 종사자, 관계기관 관계자 등이 위원으로 참여하여 축제를 주관했는데, 이 위원회에서 지방문화원장은 당연직으로 위촉되는 경우가 많았다.

과거에는 지방문화원이 시민에 대해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지방자치제 실시 후에는 주민의 참여를 전제로 쌍방향적 서비스 교환이 이루어지는 시기로 변화했다고 볼 수 있다. 지역행사, 문화원이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적극적 참여, 문화서비스 소비자로서의 생산에 대한 참여 등이 필요해진 것이다. 2011년 현재 전국 광역시에 속한 기초자치단체가 수행하는 지역축제 162개중 16개를 각 지역의 지방문화원이 직접 주최·주관·운영했는데(지자체별 국정감사제출자료, 2011), 실질적으로는 각 지방의 축제에서 지방문화원이 차지하는 역할이 상당하였다. 지방문화원에 의한 배타적 행사주관이나 직접적인 지원이 아니더라도 원장 등 지방문화원 인사의 행사주최위원회 참여, 행정업무의 지원 등을 통해 지방축제를 사실상 주관하거나 지원하였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지역에 따라서는 지방문화원의 활동이 오히려 과거에 비해 퇴보한 곳도 있었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결과에 따라 지방문화원과 지방자치단체간 협조관계가 갈등관계로 바뀌기도 하였으며, 지방자치단체에서 지방문화원에 대해 지원하면서 이들의 활동에 간섭하거나 직접 통제하기도 하였다.21)

3) 사회적 요구: 문화다양성과 복지의 요구

2000년대 들어서는 사회적으로 다양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진 시기이다. 다문화가정의 증가, 사회적 차별과 혐오의 사회문제화, 문화다양성과 인권의 보호에 대한 국제사회의 요구22) 등이 이슈로 등장함에 따라, 각 지역에서도 다문화가정이 늘어나고 문화다양성 이슈가 대두되면서 일부 지방문화원들은 다문화가족 초대 행사의 개최, 외국과의 교류, 다문화가족 구성원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의 운영 등 문화다양성 보호 관련 활동을 시작했다.23) 또한 문화다양성 보호 요구가 더욱 커진 2010년대에는 한국문화원연합회 차원에서 문화다양성 보호 활동 의지를 밝히기도 하였다.24)

한편, 2000년대에는 문화복지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증대되면서 장애인, 저소득층 등 소외계층을 찾아가는 문화서비스 사업, 문화바우처 제공 사업 등을 실시하는 지방문화원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4) 효율성에 대한 요구

중앙정부의 문화정책에서도 효율성에 대한 요구가 증대되면서 전국의 지방문화원들은 과거에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에 의존하여 정부시책 홍보나 전시효과를 노린 지역문화진흥사업만을 실시하였으나, 1990년대 후반부터는 수익사업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이전까지 지방문화원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문화적 소양을 배양하기 위해 실시한 활동의 형태는 강의나 직접적인 서비스보다는, 반공활동이나 새마을운동의 홍보와 연계된 문화활동 또는 문화관련 서클활동을 조직화하는 정도에 그쳤다. 1990년대 들어 지방문화원들이 시행한 수익사업은 취미관련 문화예술강좌 등이 대부분이었다. 대표적으로 서예, 공예, 음악, 회화, 문예창작, 동화구연, 무용, 시낭송 등을 비전문가인 일반인에게 저렴한 수강료로 제공하였다. 그러나 지방문화원의 수익사업은 문화예술강좌에 그치지 않고 외국어, 컴퓨터는 물론 스포츠댄스, 요가 등의 강좌까지 점차 확대되었다. 이에 따라 과거에는 집회와 강연을 위한 강당만을 갖추고 있던 지방문화원들은 다수의 강의실을 갖춘 단독원사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3. 조직과 행위자의 전략

1) 개별 조직의 대응: 자원의 획득

지방자치제의 실시에 따른 조직생존공간의 확장은 조직군의 성장요인으로 작용하였다. 각 자치단체에서는 조직을 신설하거나 그동안 중앙정부의 통제를 받던 조직을 자체조례 제정을 통해 접수하기 시작했다. 즉, 이전까지 조직의 생존전략이 조직군 차원에서 주로 이루어졌다면, 지방자치제 실시 후에는 개별 조직이 자치단체와 직접 접촉함으로써 개별적으로 조직의 존속 필요성을 이끌어내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이에 각 지방문화원들은 중앙정부와의 의존관계를 단절하고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의존을 높여 나갔다.

이와 같은 지방문화원에 대한 각 자치단체들의 접근은 전략적이었다. 지방문화원의 재원이 실질적으로는 현재까지도 중앙정부에 상당부분 의존하거나 자체적인 수익프로그램으로 충당됨에도 불구하고, 1994년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지방정부는 지방문화원의 운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즉, 운영주체가 실질적으로 지방자치단체로 넘어갔으며,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대부분의 지방문화원 설립주체는 지방자치단체였고, 전략적 선택은 지역정가의 정치인들과 지방자치단체장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런 경우 실질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지역의 명망가를 지방문화원장으로 초빙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25)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사실상의 설립주체이기 때문에 자치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영향력을 직간접적으로 행사하기도 하였다.

“지방자치단체는 지방문화원들이 자기들 소유라고 생각해요. 사실 서울에 있는 대부분 지방문화원들을 자치단체가 만들기도 했고 운영에 일부 지원도 하니까 그렇게들 생각하는데 사실 지방문화원 운영에 구청이 주는 돈은 얼마 안되거든요. 기금모아서 하고 프로그램 운영해서 하고 정부에서 광역시 통해서 내려주는 돈도 있고... 근데 관리감독권한이 있어서 구청장 바뀔때마다 자기네들거라고 생각하니까 원장도 입맛대로 바꾸고, 사무국장도 바꾸고… 오죽하면 아마 최근 5년안에 서울시내 문화원 사무국장이 거의 다 바뀌었어요.”
- D지방문화원 사무국장 인터뷰 중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지방문화원 설립의 실질적인 설립자인 지방자치단체는 과거에 지방문화원 설립을 위한 물적 자원의 확보에 주로 치중했던 전략과는 달리, 인적 자원의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즉, 이전까지는 잠재적 설립자가 개인들이었으며 이들은 정부가 제공하거나 지역사회에서 동원할 수 있는 물적 자원을 확보하는 전략을 취했던 반면,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잠재적인 설립자가 지방자치단체로 넘어감으로써 이들이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은 조직의 설립 행태에 있어 두 시기를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지방문화원은 활동을 홍보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최근에는 모든 지방문화원이 홈페이지를 구축하여 프로그램별 회원을 모집하는 등 활동을 홍보하고 있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광역시 내의 초기 지방문화원의 설립은 지방문화원진흥법의 제정에 따라 새로이 생존할 수 있는 공간이 일시적으로 늘어나면서, 1994년부터 2000년까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지방자치제 실시 및 지방문화원진흥법 제정 이후 초기의 조직확산은 지역 간에 경쟁적이었다. 그러나 이미 1994년 지방문화원진흥법이 제정되기 이전부터 일부 광역시의 자치구는 지방문화원 설립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지방자치제의 본격적인 실시에 앞서 1991년 지방자치 의회가 구성됨에 따라 의회 차원에서 설립 움직임을 보였던 것이다.

허명길의원 <전략> 또한 현재 구민회관이 협소해서 다른 구와 같이 문화행사를 할 수 있는 문화원의 시설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방자치의 연차계획으로 구민회관 뒤편에 위치한 산 173번지 일대에 예비용지를 매입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 준비와 재원확보를 본 예산에 반영 수립하도록 하는 것은 어떠한지 구청장님의 소신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반순조의원 <전략> 관악구 인구가 약 60만이라는 광대한 인구인데도 불구하고 문화행사를 주관하고 기록 보존해야 하는 문화원이 없다는 것이 평소 본 의원이 생각하고 느꼈던 사항일 뿐만 아니라 관악에서 뿌리를 내리고 계시는 구민에게 정말 죄송하게 생각할 사항입니다. 앞으로 2000년대를 바라보고 자라나는 청소년들과 우리 관악의 뿌리를 심어주는 정신적 지주인 선배 어른들의 뜻과 모든 전통을 살리는 문화원을 건립하여 관악의 역사를 계승하는 계기가 되어야 된다고 봅니다. 구청장님께서는 문화원 건립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견해를 듣고자 함과 동시에 92년도 본예산에 문화원 건립을 할 수 있는지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합니다.
- 1991년 9월 14일 관악구의회 제1대, 제5회, 제2차 본회의

지방자치제의 실시 이전에는 조직군 차원에서 대응 상대가 중앙정부였기 때문에 국회의원 등을 대리인으로 하여 중앙정부를 상대하였으나, 지방자치제 이후 각 지방문화원들은 주로 개별 조직이나 행위자 차원의 전략을 채택하여 각 기초의회와 지방자치단체를 개별적으로 상대하였다. 이는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국회에서 지방문화원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었던 점을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다. 특히, 전현직 지역 정치인들이 지방문화원을 정치적 기반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개별 조직차원의 전략 구축이 활발했다.

2) 집합적 대응: 상호학습과 자원의 교류

조직을 설립하는 데 있어 조직군 내에서 잠재적 설립자 간 학습은 중요한 전략이었다. 특히, 지방문화원이 설치되지 않았던 개별 지방자치단체는 지방문화원이 이미 설치된 지역과 비교하면서, 지방문화원의 신규 설치를 시도하였다. 학습은 곧 모방 또는 동형화의 형태로 나타났는데, 그 방법은 주로 타 지방문화원을 직접 벤치마킹하는 방법, 연합회를 통해 정보를 얻어 설립하는 방법, 타 지방문화원의 인사를 활용하는 방법 등이었다.

자치도 내 시군 지방문화원은 지역출신 인사들이 설립하고 그들로 구성되었던 반면, 광역시 내에서는 1994년 이전 지방문화원이 설립되어 있지 않다가 갑작스럽게 조직설립이 늘어나면서 이미 설립된 지방문화원과 후발 지방문화원 간 인적교류가 활발해졌다. 예를 들면, 초기 동작문화원의 원장으로 선임됐던 연만희씨는 동작문화원장 선임 이전에 성북문화원의 초대 감사를 역임한 바 있으며, 원장 재직시에는 재계 인사간 교류를 구로문화원으로 전파시켰다.26) 또한 도봉문화원의 설립을 주도하고 초대원장을 역임했던 김현풍씨는 도봉구가 분구되어 강북구가 설치되자 강북문화원 운동도 주도한 바 있다.

이외에도 지방문화원이 설치되지 않았던 광역시 자치구는 이미 설치되어 운영 중인 지방문화원에 대해 자문을 구하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었다. 다른 지방문화원의 벤치마킹은 설립과 초기 운영 시에 설립자와 운영자들에게 불확실성을 제거해주는 가장 신뢰할만한 방법이었다. 조직설립 과정에서는 기 설립자와 잠재적 설립자 상호간에 적극적인 요청과 대응이 있었다.

지방문화원의 설립과 운영에 관해서는 한국문화원연합회이 발간한 운영매뉴얼이나 연합회가 운영하는 각종 교육과정을 통해 이미 규범화되어 학습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한국문화원연합회는 협회차원에서 설립 초기부터 지방문화원 직원과 구성원들에 대한 연수프로그램 및 세미나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정보를 교류하고 전문교육을 실시하였다.27) 결국 연합회의 존재와 활동은 지방문화원의 설립과 운영에 있어 학습의 발단이 되었다.

그러나 지방문화원 간 인적교류보다도 정치권에서의 교류가 지방문화원의 확산에 더 큰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다.28) 지방자치단체나 의회는 설립 작업 중 또는 설립 이후 지역과 관련이 깊은 명망가를 영입하였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명망가가 설립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는 정치권에서 교환된 정보에 의해 지방문화원의 활용도를 인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후발 지방문화원의 설립은 자원의 교류에 따른 모방적 동형화에 강한 영향을 받았다. 광역시 내에 설치된 지방문화원 중 후발 지방문화원은 앞서 설립된 지방문화원의 전략과 구조를 답습하는 경향을 보였다. 비교적 늦게 지방문화원을 설립한 인천광역시 동구, 옹진군 또한 모방적 동형화의 경향을 보였으며, 이들은 지방문화원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는 점 때문에 자신의 고장이 문화적 열위에 있는 것으로 오해받게 되는 것을 경계하였다.29)

지방문화원 조직이 설립되기 위해서는 물적 자원이 동원되어야 했다. 지역의 엘리트들은 자신들의 지역에서 비교적 물질적으로도 풍요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전문직 또는 기업가 등이었다.30) 대체적으로 이들은 시기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지방문화원의 설립에 필요한 초기의 물적 자원을 가장 많이 공급한 행위자들이었다. 반면, 조직군 차원에서는 각 지방문화원에 대한 정보의 제공, 교육훈련의 제공 등이 전략의 전부였다.

4. 조직의 확산

1) 조직확산의 형태

1994년 지방자치제의 실시와 더불어 각 광역시 자치구에서 지방문화원을 설립하기 시작했다. <표 1>을 보면, 1994년에는 전국적으로 13개의 문화원이 설립되었고 1995년에는 4개, 1996년에는 8개, 1997년에는 7개, 1998년에는 10개, 2000년에는 5개가 설립되었다. 그러나 2000년 이후에는 신규조직의 설립수가 급감하였다. 이러한 90년대와 2000년대의 확산분포의 차이는 조직군의 포화도와 관련이 있다. 즉, 이미 전국적으로 조직군이 거의 포화되어 신규 설립가능한 지역이 별로 남아있지 않았던 것이다.

1994-2011년까지의 신설조직 수

2) 조직확산의 맥락과 특징

지방자치제의 실시로 인해 지방문화원은 중앙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나 순수 민간단체의 역할을 함으로써 각 조직별로 자율적인 운영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지방자치제의 실시 전에 외부행위자인 중앙정부의 정책에 따라 조직군 전체가 반응했던 것에서 변화하여,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에는 각 지방의 정치적 환경과 맞물려 지방문화원 설립을 기초의회나 기초자치단체가 주도함으로써 또 다른 외부행위자인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가 등장하게 되면서 개별 조직마다 대응전략이 달라졌다.

5. 소결: 조직확산의 특징 및 함의

이상에서 살펴본 우리나라 지방문화원의 조직확산 사례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요약해 볼 수 있다(<표 2> 참조). 우선, 지방문화원을 둘러싼 조직환경 변화에 따라 지방문화원 조직이 개체 수준과 조직군 수준에서 어떻게 전략과 역할을 수정하면서 반응하였는지를 분석하였다. 1994년 이후 문화정책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효율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였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지방문화진흥에 있어서도 효율적 운영 방안이 모색되기 시작했으며, 지방문화원들의 사업은 지역의 관광산업 및 문화산업과 연계되었다. 또한 이 시기에 들어 지방자치제의 실시와 함께 지방문화원들이 각각 약간의 개성을 지니게 되었다. 이로 인해 지방문화원들 간에는 여전히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독자적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들도 생겨났으며, 이들에 대한 역할기대는 대개 지방자치단체 문화 관련 업무의 아웃소싱기관, 개별 조직별 독자적 역할의 개발, 독자적 향토사 연구 및 수익사업 등이었다.

분석결과의 요약

다음으로, 환경변화에 따른 조직에 대한 역할기대의 변화를 살펴보면, 지방문화원 조직을 둘러싼 거시적 환경변화로 인해 조직에 대한 정치적·사회적 역할이 변화하였다. 1994년 이후 지방자치제의 실시라는 중요한 환경변화 요인이 존재했다. 지방자치제의 실시는 지방문화원의 주요 외부행위자를 중앙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로 전환시킴으로써,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주민들의 요구가 새로이 역할기대가 되었다. 각 지방문화원에 대한 외부행위자가 달라짐에 따라 역할기대 또한 다양해졌는데, 공통적으로 지역의 문화적 수요에 대한 대응, 자치와 참여에 대한 기여, 다양성과 복지에 기여, 효율적 운영 등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지방문화원 조직은 환경에 따라 적합한 대응전략을 구축하며 생존 및 확산되어 왔다. 1994년 이후 지방자치제의 실시는 외부 환경와 조직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외부행위자를 크게 변화시켰다. 과거에는 외부의 강력한 행위자의 결정에 따라 조직의 운명과 역할이 크게 달라졌다면, 지방자치제의 실시 이후에는 지방문화원이 최초로 설립된 당시의 본연의 역할에 보다 근접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조직군 차원에서의 역할보다는 개별 조직의 전략이 더 중요하게 부각되었다. 조직군 차원에서는 정보교류 정도의 소극적 전략만을 구사했다면, 개별 조직별로는 자치단체와의 협력, 지역주민과의 소통, 개별적 수익사업을 통한 생존전략 구축 등 보다 적극적인 전략을 채택하였다. 조직의 확산에서는 신규조직의 설립이 지방의회나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된 경우가 많았던 만큼, 타 지방자치단체를 모방하는 지방문화원 설립전략이 두드러졌다.


Ⅴ. 결 론

공공조직 또는 공익을 추구하는 조직에 대한 기존 연구는 조직의 공식적 근거와 법적 정당성 규명에 초점을 두어 왔다. 그러나 오랜 기간 생존해온 조직의 법적 정당성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럽게 부여되고 공식적 근거는 법적 정당성에 수반된다. 반면, 공식적 근거나 법적 정당성과는 다르게 사회적 정당성, 즉 조직에 대해 사회구성원이 암묵적으로 합의하여 부여하는 정당성은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

본 연구에서는 조직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요구의 변화, 더 나아가 거시적 환경변화는 개별 조직의 행태를 어떻게 변화시켜왔는지를 분석했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지방문화원 조직군이라는 연구대상을 환경 측면과 행위자의 전략 측면으로 동시에 접근하여, 조직환경이 변화함으로써 조직에 대한 사회적 역할기대와 정치적 역할기대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개체 수준과 조직군 수준에서의 역할기대를 조직은 어떻게 해석함으로써 전략과 역할을 수정하면서 반응해왔고 확산되어 왔는지를 분석하였다.

분석결과, 지방자치제의 시행 이래 1994년부터 현재까지 지방문화원으로 하여금 역할을 기대한 주요 외부행위자는 지방자치단체로서, 지방문화원에 대한 지역 주민의 요구와 역할기대로 인해 각 조직마다 독립성과 다양성을 가질 수 있었으며, 위로부터 아래로의 일방적 전달이 아니라 주민들의 역할기대에 맞는 전략을 구축했다. 이에 따라 이 시기에는 수익사업 실시 등 지방문화원별로 독자적 역할을 담당했다. 이로 인해 1994년 이후 지방문화원 조직군의 운영과 신규 설립에서 개별적 전략이 나타났다. 이러한 특징은 지방자치제의 시행이라는 환경변화에서 기인하였다. 조직군이 생존할 수 있는 공간이 광역시의 자치구로 확대된 만큼 대도시 위주의 확산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지역의 정치적 조건과 결합하여 조직이 설립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미설립지역을 중심으로 꾸준한 확장세가 나타나는 과정에서 동형화 현상이 포착되었다.

그간 많은 이론들이 조직이 설립되는 이유를 설명해왔지만, 본 연구에서는 조직확산의 요인을 환경 측면과 전략 측면에서 동시에 분석하여 설명한 데 연구의 의의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첫째, 조직설립에 환경의 변화가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는 점이다. 자원의존적 관점에서 행위자들은 조직의 운용에 필요한 자원을 환경으로부터 얻는다는 가설은 이미 여러 연구들(Aldrich & Pfeffer, 1976:Pfeffer & Salancik, 1978; Boyd, 1990; Campling & Michelson, 1998; Hillman et al., 2000)을 통해 입증된 바 있지만, 본 연구에서는 환경이 제공하는 자원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조직 자체에 부여된 정당성과 환경으로부터 도출된 조직에 대한 역할기대에 초점을 두고 분석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둘째, 후발 조직들의 확산에 학습이 영향을 미쳤으며 이는 모방과 동형화로 연결됨을 확인하였다. 이미 존재하는 조직은 구조, 전략, 규범이 닮아간다. 조직 내의 개인 또는 잠재적 설립자들은 학습을 통해 조직확산에 기여한다. 셋째, 기존의 조직 연구에서는 활용되지 않았던 조직에 대한 정치적 역할기대와 사회적 역할기대를 분석했다는 점이다. 기존의 연구에서는 환경에 대한 조직의 단순한 대응전략 또는 환경의 압도적 영향에 대한 조직의 운명이 주요 관심사였다. 그러나 조직에 대한 역할기대는 조직외부의 환경과 조직내부의 전략의 접점으로서, 조직이 정의하는 환경으로부터의 요구이다. 조직이 환경을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따라 전략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위로부터의 정치적 역할기대와 아래로부터의 사회적 역할기대를 분석하는 것은 환경과 조직의 관계를 분석하는 데 유용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본 연구의 정책적 함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조직이 확산되어 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환경과 전략의 조응과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자원을 공급받는 민간조직일지라도, 공급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일방적으로 다룰 수 없으며, 정치적 압박 등 환경의 영향이 강력하더라도 조직은 오히려 환경을 우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지방문화원 조직의 학습을 통한 전략의 성공 사례는 시사하고 있다.

둘째, 민간조직이라 하더라도 정부가 개입한 조직의 설립은 장기적으로 정부에게 자원을 의존하게 된다. 이는 민간조직의 설립 시 정부의 개입은 신중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주고 있다. 일단 설립된 공공조직은 그 존재의 필요성이 더 이상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조직을 소멸시키는 것이 어렵다는 점은 공공조직을 연구하는 많은 연구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물론 기업조직이라면 조직 생태계의 절대적인 영향에 의해 소멸하거나 도태되곤 하지만, 공공성이 강한 조직의 경직성은 한번 만들어진 조직의 소멸을 어렵게 한다. 사회적 필요에 따라 역할이나 구조를 변화시키지도 않고 소멸되지도 않는 조직은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본 연구의 대상인 지방문화원도 권위주의 시기에는 정부의 일방적인 처분에 의해 소멸한 경우도 있었지만, 사회가 민주화된 이후에는 일부 개별 조직이 존재할 법적 근거가 사라졌는데도 불구하고, 폐쇄가 불가능하거나 설령 폐쇄되더라도 수많은 갈등을 야기한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민간조직의 공공부문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자율적 활동을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조직이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우선이다. 이러한 분석결과는 사회가 민주화될수록 조직의 설립은 다양한 민주적 절차를 필요로 하며, 조직의 설립과정에 참여하는 다양한 행위자들의 유인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Acknowledgments

본 논문은 제1저자의 박사학위논문 일부를 수정·보완하여 작성되었음.

Notes
1) 각기 다른 시각으로 제도를 연구하는 학자들을 크게 다음의 세 학파로 나눌 수 있다(Hall and Taylor, 1996; 정정길 외, 2003; 하연섭, 2002; 하연섭, 2011). 첫째, 합리적 선택 제도주의(rational choice institutionalism)로서 경제학에 기반을 둔 연구패러다임이다. 합리적 선택 제도주의는 제도의 공식적 측면을 강조하고 선호형성은 내생적이며 전략적 행위균형을 강조한다. 이 입장은 비용과 편익의 분석 및 전략적 선택에 의한 제도변화에 대해 연역적 방법론을 통해 분석한다. 둘째, 역사적 제도주의(historical institutionalism)이다. 역사적 제도주의 또한 제도의 공식적 측면을 강조하지만 선호형성은 내생적이라고 본다. 이 입장은 권력의 불균형과 역사적 과정을 강조하며, 결절된 균형과 외부적 충격에 의해 변화된 제도를 사례연구나 비교연구를 통해 주로 분석한다. 셋째, 사회학적 제도주의(sociological institutionalism)로서 앞의 두 패러다임과는 달리 제도의 비공식적 측면을 강조하며 선호형성은 내생적이라고 본다. 인지적 측면을 강조하고 적절성의 논리(logic of appropriateness)와 동형화에 의한 제도변화에 대해 해석학적 방법론을 통해 분석한다. 합리적 선택 제도주의와 사회학적 제도주의의 가장 큰 차이점은 합리적 선택론에서 제도는 개인들의 의식적인 설계의 산물이라고 보는 반면, 사회학적 제도론에서는 제도가 인간활동의 결과물이기는 하지만 의식적 설계의 산물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2) 반면 생태학적 입장에서는 적자생존의 원리에 따라 환경에 부적합한 조직이 도태되기 때문에 동형화가 일어난다고 한다. 이에 따라 조직군 생태학(organizational ecology)에서는 최적화의 주체는 개별 조직이 아니라 환경이라고 본다. 즉, 환경은 어떤 조직이 환경에 의식적으로 적응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부적합한 조직 또는 조직군을 도태시킨다고 주장한다(Hannan and Freeman, 1989).
3) 조직군과 조직군을 둘러싼 관련행위자들의 관점에서 조직이론의 연구에 기여한 중요한 개념이 동형화이다(Oliver, 1988; Hannan and Freeman, 1977; Meyer and Rowan, 1977).
4) 장(場, field) 개념을 통해 조직 간의 연결성(connectedness)과 구조적 동질성(structural equivalence)에 대한 연구가 출발한다.
5) 예컨대, 자동차 생산업계, 도서관, 중앙부처, 규제기관 등이 조직의 장에 해당될 수 있다(정정길 외, 2003: 915).
6) 예를 들어, 일제 강점기 시절의 경범죄의 처벌관련 제도는 1910년 공포된 조선총독부령의 제40호 경찰범처벌규칙(1912)으로 이는 일본의 경찰범처벌령을 우리나라에 이식한 제도이다. 경찰범처벌규칙은 시민의식고취를 위한 법이라기보다는 식민통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87호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집회, 통행, 유언비어 유포, 수사 및 검문 등 공무집행협조 등에 관한 내용들로 주로 구성되어 있다.
7) 광역시도의 문화재단, 각종연구소, 복지재단, 각종 예술단체, 장학재단, 자원봉사센터 등이 이에 해당한다.
8) 예를 들면, 사회적 기업의 경우 2007년 사회적 기업 육성법이 제정됨에 따라 조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인증을 받아야 했고 이에 사회적 기업들은 강압적 동형화의 압력에 노출되었다(이현주·민윤경, 2015).
9) 사회가 민주화될수록 시민사회나 이익집단의 각종 규제요구가 커지고 정부는 이에 반응하여 새로운 제도들을 만들며 이를 기업 등 조직에 강제하는데, 장애인의무고용제도, 기업에 대한 오염물 배출규제 등이 그 예이다. 기업에 대한 모성보호제도의 의무적 시행(구자숙, 2009)의 경우도 기업조직들로 하여금 제도적 강압에 의한 동형화를 야기했다.
10) 미국 박물관협회에 등록된 박물관은 전국적으로 1.4%가 영리형 박물관, 71.3%가 비영리 소규모 박물관이고 나머지는 국가, 연방정부, 대학, 주정부, 지방정부 등이 설립한 공공박물관이다. 수적으로는 비영리 박물관이 월등하게 많지만, 그 역할이나 규모에 있어서는 공공박물관이 문화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많은 역할을 수행한다(IMLS Museum Public Finance Survey, 2008).
11) 비영리 박물관들은 입장수입, 개인 또는 기업의 후원, 정부의 지원 등에 의해 운영된다(IMLS, 2008).
12) 일본의 경우 지역사회에서 공공문화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설인 공민관은 일본 중앙정부의 주도로 만든 마을단위의 자치문화공간으로서, 최소 자치단위인 시정촌에 설치되어 꾸준한 공간적 확산을 거쳤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마을회관과 같은 시설에 불과하고 일부 대형 공민관의 경우에만 시설관리인 1인 정도만 있을 뿐이어서, 우리의 지방문화원과 직접 비교는 어렵다. 그럼에도 일본의 공민관은 지역주민들을 위한 마을문고, 휴식 및 레크레이션 공간, 문화강좌를 위한 공간 등 지역주민의 문화활동 공간으로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13) 고용노동부의 고용센터, 환경부의 각 지방 환경청 및 주요 강유역 환경청, 국토교통부의 각 지방 국토관리청 및 홍수통제소 등이 그 예이다.
14) 각 광역시도의 문화재단, 상수도사업본부, 정책연구기관 등이 그 예이다.
15) 지방문화원의 설립 역사는 해방직후로 거슬러 올라감에도 불구하고, 대도시권에서의 지방문화원은 1994년 이후로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첫째, 1994년 지방자치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되면서 지자체간 문화사업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었고, 둘째, 같은 시기 지방문화원진흥법이 제정되면서 개별 지방문화원의 설치근거가 마련되어 독자적 사업영역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16) 1995년 개정된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라 제16조 문화산업의 육성·지원에 관한 조항이 신설되었다. 문화예술진흥법 제16조 (문화산업의 육성·지원) ①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문화예술의 진흥을 위하여 문화산업의 육성시책과 융자의 알선, 기술도입과 보급에 관한 지원등 기타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
17) 다른 민간단체와는 달리 지방문화원은 1개 기초자치단체에 단 1개만을 설치할 수 있고 법적 제약을 강하게 받는 조직이다.
18) 서울문화재단이 주최 및 주관하는 서울 스프링실내악축제, 경상남도 통영음악당이 주관하는 통영국제음악제, 대관령 국제음악제위원회가 주관하는 대관령 국제음악제 등은 국내외의 유명 연주가들을 섭외하고 전문적인 음악회를 조직 및 홍보하는 전문성이 필요한 축제이다.
19) 인천광역시 중구 신포상가연합회가 주관 및 주최하는 신포문화의거리축제, 황학동 중앙시장상인회가 주최 및 주관하는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기구가구거리축제 등은 지역 상인회나 주민회가 주관하는 축제이다.
20) 예를 들면, 전라북도 군산시 수산물센터번영회가 주관 및 주최하는 군산수산물축제, 경상북도 풍기인삼축제나 충청남도 금산 인삼축제 등이 대표적인 생산자협회 또는 조합이 주최 및 주관하는 축제이다.
21) 예를 들면, 원장선거에 개입하기도 하고 사무국장직을 정년퇴임을 앞둔 공무원의 공로연수의 자리로 활용하기도 했다. 2014년 지방선거 이후에는 서울시내 25개 지방문화원 중 23개 지방문화원의 사무국장이 교체된 경우도 있었다.
22) 2010년 UNESCO의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 및 증진협약을 채택하였고 2014년에는 문화다양성 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주요내용은 첫째, 협약 당사국은 문화다양성의 보호 및 증진을 위해 규제, 재정지원, 공공기관 설립 및 지원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둘째, 당사국은 자국 내 문화적 표현의 소멸 위기 등 긴급한 보호가 필요한 특수 상황을 판단하여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절한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셋째, 당사국은 문화 다양성 보호 및 증진을 위해 취한 조치를 4년마다 유네스코에 보고하고 관련 정보를 공유 및 교환한다. 넷째, 당사국은 협약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야 하며, 이후 다른 조약 체결 시 협약의 관련 규정을 고려해야 한다(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제287회 제3차 회의록).
23) 현재 지방문화원들은 다문화가정에 대한 성인문해교육, 북한이탈주민 및 외국인노동자 등에 대한 문화행사 등을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강원도 강릉문화원은 다문화교육지원사업을 주요 역점사업 중 하나로 선정하여 강원3거점 외국인사회통합센터와 다문화지도자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4) 문화다양성과 관련한 사회적 역할기대에 따라 정부는 지방문화원들에게 관련 역할을 요구하기도 했다.

넷째, 이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기존의 다문화교육을 넘어선 상호문화융합 사업을 실시한다. 이제는 ‘너와 내가 아닌 우리’라는 목표하에 다문화가정을 아우를 수 있는 이종문화 활동가를 양성하고 상호문화교육 추진, 주민워크숍 개최, 편견 없는 마을 선정 지원 등의 사업을 추진한다.

다섯째, 지방문화원 간 교류, 외국 주민단체와의 교류 등, 지역 특성을 살린 문화교류 사업을 추진한다. 전국 229개 문화원 네트워크를 활용한 지역교류, 문화통신사의 파견과 지역문화의 해외홍보 지원 등 다양한 형태의 문화교류가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게 하고 시너지 효과를 거양할 계획이다.

- 문화체육관광부, 2013년 5월 3일 보도자료, “한국문화원연합회, 지방문화원 활성화계획 발표”중

25) 서 울의 경우를 예로 들면, 용산문화원은 용산구가 설립을 주도하여 육군중장, 내무부장관, 교통부장관, 한국전력 사장을 역임한 김일환씨를, 성동문화원은 성동구가 설립을 주도하여 규제개혁위원장과 한양대 교수를 역임한 조창현씨를, 중랑문화원은 중랑구가 설립을 주도하여 국회의원을 역임한 유명 탤런트 이순재씨를, 성북문화원은 성북구가 적극적으로 거주 기업인들에게 성금을 모금하여 LG그룹 고문 구두회씨를, 구로문화원은 구로구가 설립을 주도하여 지역기업의 총수이자 국회의원을 지낸 장영신씨를, 동작문화원은 동작구가 설립을 주도하여 지역기업의 총수인 연만희씨를, 강남문화원은 강남구가 설립하여 시인인 권용태씨를, 송파문화원은 송파구가 설립하여 문인 김충식씨를, 강동문화원은 강동구가 설립하여 학자이자 후에 성균관장을 역임한 어윤경씨를 각각 원장에 선임하였다. 서울에 소재한 지방문화원이 지역에 거주하는 명망가였던 반면, 지방 광역시 지방문화원의 초대원장은 지역출신으로 지역봉사활동에 적극적이거나 일명 지역유지들이 선임되었다.
26) 지방문화원을 설립하는 데 있어 대표적인 인적교류에 의한 동형화의 근거는 동작문화원의 설립에 참여한 연만희씨의 경우이다.

“A지방문화원 설립자: 지방문화원 설립하면서 서울은 인적교류가 활발했어요. 동작문화원 초대원장인 연만희(유한양행 전 회장)씨 같은 분은 주거지가 성북구여서 원래는 성북문화원 초대 감사였는데 그분이 운영하는 회사가 동작구에 소재하고 있어서 동작구에서 회장님이 운영하시는 회사가 동작구에 있는데 지역을 위해서 여기서 문화원장 한번 맡아달라고 부탁하셔서 맡으셨다가 또 그분이 애경 장영신회장(구로문화원 초대 원장)하고도 친분이 있어서 그렇게 전파됐었어요.”

- A지방문화원 설립자 인터뷰 중

27) 지역문화경영과정, 문화예술기관 문화학교운영 사업컨설팅 워크숍, 전국지방문화원장세미나, 문화원의날, 문화원 인력워크숍 등을 매년 실시하고 있으며 지방문화원 운영매뉴얼, 각종연수자료집 등을 배포하고 있다.
28) 실제로 지역에서의 자생적 조직설립보다는 지방자치단체간 정보의 교류에 의한 조직의 설립이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A지방문화원 설립자: “지방문화원들이 지역에 뜻있는 분들이 설립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서울에서도 몇군데를 제외하고는 다들 구청에서 만들었어요.”

D지방문화원 사무국장: “실제로 도시에서 자발적으로 이거 설립하겠다고 나서는 사람 찾기 힘들어요. 지역정가에서 주도하고 영향력 있는 분들을 영입하는 거죠.”

29) 인터뷰 및 각종 기록 자료에서 동형화의 근거를 찾을 수 있다. 특히, 2015년 이후까지 광역시 지지방문화원이 설치되지 않았던 충청남도 계롱, 인천광역시 동구, 옹진군 지역에서는 지방문화원이 설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문화적 낙후성이 증명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이 많았다.

질문: “D구는 지방문화원의 설립이 다른 지역보다 상당히 늦었는데 그 이유는?”

답변: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나서는 사람이 없어서죠.”

질문: “그럼 늦게라도 만든 이유는요?”

답변: “남들 다 있는데 우리만 없으면 안되니까요. 우리도 문화적으로 자랑할만한 것들이 있는데 남들 다 가지고 있는 문화원조차 없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해가지고.”

질문: “그런 생각을 누가 했나요? 초기 설립자들이요?”

답변: “아뇨. 구청에서 그런 생각들이 있어서 구청에서 추진을 했습니다.”

- D지방문화원 사무국장 인터뷰 중

“국내 최초로 강화문화원이 1947년에 세워진 다음 전국적으로 문화원 설립이 이어졌다는 사실만 봐도 당시 인천의 문화수준이 높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죠. 하지만 현재 전국 228개 지방문화원이 운영 중인데 미설치 지역 5곳의 명단에 인천이 2곳(동구·옹진군)이나 포함돼 있어 안타깝습니다.”

- 기호일보 2016년 5월 27일 “‘천연염색~합창단’지방문화원 특색 살려야죠” 최춘자 인천시 문화원연합회장 인터뷰 중

30) 지방문화원의 설립에 문화예술인보다는 기업가 등이 주로 참여한 현상에 대해 한 설립자는 다음과 같이 해석하고 있다.

A문화원 설립자 K씨 : “사업가들도 마찬가지고. 이거 설립하려면 주도하는 사람은 최소한 5천만원에서 1억원 정도를 내는데 그걸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문화예술인들은 그렇게 돈이 많은 사람도 없고, 또 그런 사람들이 설립하게 되면 자기 전문분야만 열심히 해요. 화가는 전시회만 하고, 연극인은 공연만 하고, 음악가는 연주회만 하고...”

- E지방문화원 설립자 K씨 인터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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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재 heifetz@hanmail.net

2017년 서울대학교에서 행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BK21플러스사업단 박사후과정 연구원, 한국인사행정학회 이사, 행정안전부 정부혁신조직실 사무관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한국섬진흥원 연구위원으로 재직중이다. 관심분야는 조직론, 인사정책, 문화정책 등이다. 논문으로 “시스템 다이내믹스 시뮬레이션 기법을 활용한 원전 안전문화 요소간 영향관계 분석”(2015), “영화산업에 있어서 스크린쿼터의 영향분석”(2009), “The Correlation between the New Prosititution Acts and Sexually Transmitted Diseases in Korea”(2009) 등이 있다.

이광훈 swiss@kangwon.ac.kr

2014년 스위스 The University of Lausanne (IDHEAP)에서 행정학박사를 취득했으며, 현재 강원대학교 행정학과 부교수로 재직중이다. 논문으로는 “Does Country Attractiveness Matter in International Competition? The Case of Countries’ Bidding to Host Major Sports Events”, “Does the introduction of qualitative evaluation for R&D projects actually increase qualitative performance? A DID analysis”, “자료포락분석(DEA) 모형에 의한 문화 분야 지방재정사업의 효율성 평가: 강원도 지역 행사·축제를 대상으로” 등 다수 발표하였다. 주요 관심분야는 조직·인사, 정부규제, 정책평가, 문화행정 등이다.

<그림 1>

<그림 1>
분석의 초점

<표 1>

1994-2011년까지의 신설조직 수

연도 94 95 96 97 98 99 00 01 02 03 04 05 06 07 08 09 10 11
설립 조직수 13 4 8 7 10 7 5 4 2 6 1 3 0 1 1 3 1 1

<표 2>

분석결과의 요약

요인 조직환경의 변화 역할 기대 조직과 행위자의 전략 조직확산의 특징
조직의 주요 활동 주요 외부 행위자 전략의 변화
분석내용 지방자치제 실시 자치와 참여에 기여 각 지역별/ 조직별 상이한 활동 지방자치단체, 지방의회, 지역 활동가 (조직군 차원) 상호학습과 자원의 교류 대도시권까지 조직확산
문화정책에서 공보 기능 분리
다문화 이슈의 등장 다양성과 복지에 기여 (개별조직 차원) 조직별로 자치단체와의 협력 및 수익사업 등을 통한 자원 획득 모방적 동형화에 의한 대도시 자치구의 신규조직 설립 활발
효율성 요구 증대 효율적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