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흐름모형을 활용한 키르기스스탄 기후 스마트 농업 정책 형성 과정과 한-키르기스스탄 농업협력 연구
초록
본 연구의 목적은 다중흐름모형을 활용하여 키르기스스탄의 기후 스마트 농업(Climate Smart Agriculture, CSA)의 정책 형성 과정을 분석하는 것이다, 키르기스스탄은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기후변화 충격에 세 번째로 취약한 국가이다. 실제 산사태, 이류, 눈사태, 홍수, 빙하감소 등 기후변화로 인한 다양한 자연재해는 키르기스스탄 농업 부문의 경제적 손실 뿐 아니라 인프라 훼손, 나아가 식량안보 위협까지 초래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키르기스스탄의 주요 수출 농산물이었던 콩의 경우 2050년까지 오히려 수출이 약 1.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다중흐름모형을 통한 키르기스스탄의 기후 스마트 농업 정책 형성 과정을 분석한 결과, 기후변화와 식량안보의 위협이란 문제인식 속에 전통적인 농업국가로서 농업이 GDP 및 고용 측면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른 정부의 지속적인 농업개혁 추진, 키르기스스탄 정부의 재정적 한계 등 제반 제약으로 인한 국제기구 주도의 기후 스마트 농업 도입 추진은 키르기스스탄 정부로 하여금 기후 스마트 농업 정책을 최종 결정하기에 충분한 정책 형성 과정을 제공하였다. 궁극적으로 이는 키르기스스탄 정부가 농업 생산성 증대와 발전이란 구체적 목표를 견지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특히 다중흐름모형을 통한 기후 스마트 농업의 정책결정에 있어서의 특징은 기후 스마트 농업이 정부과제로의 인식전환에서부터 정책결정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국제기구가 정책혁신가의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analyze the policy formation process of Kyrgyzstan’s Climate Smart Agriculture (CSA) using a multi streams framework. Kyrgyzstan is the third most vulnerable to the impact of climate change among Eastern European and Central Asian countries. In fact, various natural disasters caused by climate change, such as landslides, advection, mudflows, avalanches, floods, and glaciers, led to not only economic losses in Kyrgyzstan’s agricultural sector, but also infrastructure damage and threat of food security. In the case of soybean, which was Kyrgyzstan's main export agricultural product, climate change will lead to its export decrease by about 1.6% by 2050. As a result of analyzing the formation of climate smart agricultural policy in Kyrgyzstan through multi sreams framework, amid the awareness of climate change and threat of food security, the introduction of CSA supported actively by the international agencies enables the Kyrgyz government to make CSA policy decisions. Ultimately, this is possible because the Kyrgyz government has maintained a specific goal of increasing agricultural productivity and development. In particular, the feature of policy formation for CSA through a multi streams framework is that the international agencies have played the important role as policy innovators in the process of policy decisions for CSA.
Keywords:
Climate Change, Food Security, Climate Smart Agriculture(CSA), Multi Streams Framework, International Agencies키워드:
기후변화, 식량안보, 기후 스마트 농업, 다중흐름모형, 국제기구Ⅰ. 서 론
문재인 정부의 신북방정책 추진에 따라 지난 2017년 북방경제협력위원회가 출범하였다. 특히 북방경제협력위원회는 16대 중점과제 중 농수산 분야 진출 활성화를 12번째 과제로 제시하면서 맞춤형 온실 패키지 등 시설원예 진출, 북방 지역 적응 품종 개발 및 우수종자보급 확대 등을 세부과제로 제시하였다. 북방경제협력위원회 3차 회의에서는 러시아의 2019년 말까지의 EU 및 미국산 식품 수입 금지 조치로 인한 수입대체용 온실재배 수요 증가에 초점을 맞춰 스마트 팜, 종자 등 선진기술의 수출 확대를 추진하였다. 이를 위해 러시아, 중앙아시아에 현지 맞춤형 K-스마트 팜 모델을 개발하기로 결정하고 우수 품종 개발 및 보급에 나서기로 하였다. 또한 6차 회의에서는 키르기스스탄이 속해 있는 중앙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채소종자를 핵심 전략 수출 품목으로 지정하였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경우에도 「신북방 농업 분야 진출 활성화 방안」을 통해 진출 분야를 스마트 팜, 농기자재, 곡물유통 등으로 다각화하는 전략을 제시하였다.
특히 스마트 팜의 경우 지구적 기후변화 뿐 아니라 러시아, 중앙아시아 지역의 다양한 기후 및 열악한 농업생산 인프라 등을 감안할 때 이들 지역의 농업 생산성 및 내구성 증대와 온실가스배출 감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분야라고 할 수 있겠다. 뿐만 아니라, 최근의 농업 분야의 국제협력 사업이 단순 기술이전을 넘어 기술협력을 통한 산업화와 공여국 기업들의 해외농업 진출 및 개발을 지향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도 스마트 팜의 중요성이 강조된다고 하겠다(지성태·김종선, 2019).1)
본 연구의 목적은 다중흐름모형을 활용한 키르기스스탄의 기후 스마트 농업(Climate Smart Agriculture, CSA)의 정책 형성 과정을 분석하는 것이다. 다중흐름모형은 정책의 최종 결정에 있어 사회문제의 등장과 이슈화를 통한 해당 정책의 최초 필요성 인식에서부터 정책 결정과정에서의 주변 환경 또는 제약조건의 종합 검토를 통해 정책이 결정되고 시행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일련의 정책결정 프로세스를 통해 검증하는 방법이다. 이는 통상적으로 어떤 정책이 결정되고 난 후 대개 그 정책의 성과분석에 초점을 두고 분석하는 다른 정성적, 정략적 분석과는 차별화된다고 하겠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나아가 기후 스마트 농업을 중심으로 한-키르기스스탄 간의 농업협력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궁극적으로 다중흐름모형 분석에 따른 키르기스스탄 기후 스마트 농업의 과제와 한계를 도출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진출 전략을 모색할 것이다. 이는 정부의 신북방정책 추진 기조가 정부와 민간의 파트너십을 통한 유기적 협력을 강조하고, 민간 중심의 해외농업 진출 및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에 바탕 할 것이다. 2장은 스마트 팜 및 기후 스마트 농업, 그리고 다중흐름모형에 관한 선행연구를 정리하였다. 3장은 다중흐름모형을 토대로 키르기스스탄의 기후 스마트 농업의 정책 형성 과정 분석과 한계를 제시하였다. 4장은 결론과 정책적 함의를 포함하였다.
II. 선행연구 검토
1. 스마트 팜과 기후 스마트 농업을 중심으로
스마트 팜은 농지의 규모보다는 과학 및 영농기술에 초점을 맞춰 농업의 생산성은 물론 효율성 증대를 통한 농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최영찬(2018)은 농촌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인력부족, 세계화와 시장개방으로 인한 경쟁 심화, 기후변화에 따른 작부체계의 변화 및 병해충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업 분야의 생산방식과 품질 관리를 위해 스마트 팜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홍재표 외(2019)는 스마트 팜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협의의 개념으로는 정보통신 기술을 온실, 축사, 과수원 등에 접목하여 원격 작동으로 작물과 가축의 생육환경을 적절히 제어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광의의 해석으로는 농업 가치사슬 내 모든 영역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다음 <그림 1>과 같이 생산, 유통, 소비 등 농식품의 가치사슬 내에 정보통신 기술 접목을 통한 융복합화로 생산의 정밀화, 유통의 지능화, 경영의 선진화, 소비의 정보화 등 상품, 서비스, 공정혁신, 새로운 가치 창출에 이르는 전 과정을 아우르고 있다.
김상철(2019)에 따르면 스마트 팜 기술은 세단계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제 1세대는 농업의 편의성 제고를 목표로 센서를 통한 농업시설의 환경변화 모니터링, 스마트폰을 활용한 원격 기능제어 시스템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제 2세대는 농업의 생산성 증대를 위해 생육환경의 최적화, 농작물의 질병예방 및 생육진단 등을 위해 빅데이터, 인공지능 모델, 사물인터넷 기술 등을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제 3세대는 글로벌 표준, 자동화 로봇화, 에너지 효율화를 핵심기술로 글로벌 모델을 구축하고 글로벌 수출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특히 김상철(2019)은 우리나라의 스마트 팜 기술의 경우 현재 2세대 단계로 진입 이후, 3세대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하였다. 농촌진흥청(2020)에 따르면 인공지능과 로봇 등 첨단 기술 간 융합을 통한 완전 무인화된 농장 및 데이터 기반의 지능형 의사결정을 통한 K-팜 구축으로 제 3세대 스마트 팜 모델을 2027년까지 마무리 짓겠다고 발표하였다.2)
한편 임영아 외(2017)는 기후 스마트 농업을 기후변화 완화 및 적응을 통해 농업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기술, 정책, 교육, 지원, 규제 등을 통합적으로 아우르는 농업 시스템으로 정의하였다. 아울러 <표 1>에서 보듯이 스마트 팜은 기후변화 문제와는 별개로 접근이 가능한 체계이지만, 만약 스마트 팜에 이용되는 정보통신기술이 기후변화 완화 및 적응을 통한 농업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면 이를 기후 스마트 농업에 포함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Damen(2018)은 기후 스마트 농업을 기후변화 내성을 지닌 작물·가축·어류 품종 채택, 보존농업 적용, 축산관리 개선, 식량 생산을 위한 효율적인 물·에너지 이용, 농민의 기상 예보 접근성 개선, 농업생산 시스템을 뒷받침하는 생태계 서비스 지탱을 위한 노력 등과 같은 광범위한 잠재적 조치를 포괄하는 것으로 설명하였다. 결국 기후 스마트 농업은 농업생산성과 농업인 소득의 지속가능한 증대, 기후변화 충격으로부터의 내구성 향상 및 적응력 확보, 그리고 탄소 및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목표로 한다.3)Damen(2018)은 무엇보다도 기후 스마트 농업은 모든 상황에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으며, 지역별 특성에 맞게 응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령 고지대의 옥수수 생산자와 델타지역의 쌀 생산자 간 접근법이 다르게 적용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강기경(2017) 또한 기후 스마트 농업의 경우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보다는 기존에 개발된 기술과 영농관리 방식을 지역 여건에 맞게 적용하고 이를 현장에서 확산되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하였다.
특히 기후 스마트 농업은 기후변화에 맞서 농업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식량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최근 들어 더욱더 주목받고 있다(World Bank, 2018). 예컨대 2003~2013년 사이 재해로 인한 농업부문 손실은 480억 달러에 이르며, 이 중 77%는 홍수에 의해 발생하였다. 또한 농업부문이 총 온실가스 배출량의 1/5 이상을 차지하며, 이는 주로 산림 전용, 축산 및 작물 생산에 기인하고 있다. 임영아 외(2017)의 연구에서도 국제식량정책연구기관(International Food Policy Research Institute, IFPRI)의 연구를 근거로 작물과 내륙 지역의 식량 생산에 있어서 기후변화는 긍정적인 영향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을 더 많이 미친다고 제시하였다. 가령 기후변화 적응 노력이 없다면 2000년 대비 2050년 기준으로 국제 곡물 생산량에서 옥수수는 24%, 밀은 3%, 쌀은 11%, 감자는 9%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실제 World Bank는 기후 스마트 농업을 위하여 아프리카, 중국, 남미, 동남아시아 지역 등 세계 전역에서 기후변화에 대비하여 기후 스마트 농업을 프로젝트 형태나 차관 형태로 지원해 오고 있다. 이와 더불어 세계 최고 수준의 농업연구를 자랑하는 WUR(Wageningen University and Research)를 보유하고 있는 네덜란드의 경우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농업생산성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미 1990년대에 농업의 방향을 생산성에서 지속가능성으로 전환하면서 2020년까지 탄소배출 48% 감축, 2027년까지 온실가스의 외부 배출 금지를 목표로 이미 기후 스마트 농업을 시작해오고 있다(서현권, 2019).
요약하면 스마트 팜의 경우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진화 발전하는 기술을 농업에 접목시킴으로써 농업의 생산성은 물론 효율성 확보를 통해 농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다.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농업의 ‘6차 산업화 플러스’ 전략을 추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 기후 스마트 농업의 경우 농업생산성과 농업인 소득의 지속가능한 증대, 기후변화 충격으로부터의 내구성 향상 및 적응력 확보, 그리고 탄소 및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이란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지역별 기후변화 및 제반 특성에 맞게 적용될 필요가 있겠다.
2. 다중흐름모형의 적용사례
다중흐름모형은 국내외의 다양한 정책들의 결정과정에 적용되어 왔다. 김상봉·이명혁(2011)은 비축용 임대주택정책의 형성 및 전개과정 분석을 통해 정책주도권 경쟁이라는 정치적 논리가 우선시되는 등 정치로 인한 국정혼선, 1년여에 걸친 소모적 논쟁, 관계 공공기관간의 과열경쟁 등으로 인해 비축용 임대주택정책은 잘못된 정책결정이라고 결론지었다. 반값 대학등록금과 관련한 정책결정과정 분석과 관련해서는 김시진·김재웅(2012)의 연구가 있다. 김시진·김재웅(2012)의 경우는 대학등록금 부담완화 정책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워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이명박 정부의 정권 출범 초기부터 교육과학기술부의 대학등록금 부담완화 정책으로 귀결될 때까지의 정책의제 설정 전 과정을 다중흐름모형을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특히 등록금의 직접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대학과 학생 학부모 등 이해집단의 입장과 요구가 극명하게 상반되는 가운데 정치권의 활동이 정책의제 설정에 핵심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였다. 장현주(2017)는 국내의 75개 논문을 통해 다중흐름모형을 적용한 100개 사례를 분석한 결과, 국내 연구들은 주로 복지 분야에 다중흐름모형을 가장 많이 적용하였으며, 다음으로 교육, 정부재정, 문화, 보건, 국토개발, 사법·형사, 과학기술 순으로 적용하였다고 설명하였다. 특히 정책결정에 있어서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모두 행정부의 변동, 의회 의석분포 등과 관련한 정치의 흐름이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였다. 이밖에도 중앙정부의 경우 정책변동에 있어서는 이익집단이 정책선도가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주장하였다.
Sager et al.(2019)은 망명노동자들의 노동시장 통합 결정 과정을 다중흐름모형으로 분석하였으며, 사회구성과 정치현황이 문제 해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다고 설명하였다. Khanai(2019)는 네팔의 보건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해 조건부 현금이전 프로그램 정책결정 과정을 다중흐름모형으로 분석하였다. 분석결과, 정책결정 과정에 있어서 보건을 제도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정치적 선언, 보건 분야 투자를 위한 외부 개발 파트너들의 약속 보증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Ge et al.(2020)은 중국의 복합운송 정책의제 설정과정을 다중흐름모형으로 분석하였다. 복합운송의 경우 물류비용과 대기 오염 물질 배출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지속가능한 복합운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며, 다중흐름모형 분석결과, 여러 이해 집단 간의 협력 강화가 지속가능한 복합운송 정책의제 설정에서의 핵심 요인이었다.
요약하면 다중흐름모형을 통한 다양한 정책결정과정에서 정책의제 설정에 미치는 여러 요인들 가운데 정치적 요인이나 관련 이해 당사자들이 문제해결 및 정책결정이나 정책결과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겠다.
III. 분석
1. 다중흐름모형의 개요
다중흐름모형은 정책의제 설정 및 정책결정에 이르기까지 정책 형성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주로 적용되는 분석틀이다(Kingdon, 1995). 다중흐름모형의 정책 형성 과정은 문제제기, 정치흐름, 정책흐름의 세 요소가 상호 독립적인 구조 틀 안에서 결합함으로써 정책의 창을 통과하며 최종적으로 정책이 산출, 즉 결정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다중흐름모형의 기본적인 구조 틀은 다음 <그림 3>과 같이 제시하였다.
먼저 문제제기는 정책 형성 과정 당시의 주요 사건 및 이슈로 인해 정책 결정자 또는 정책 혁신가들이 어떤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는 정책 결정을 위한 첫 번째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정치흐름은 국내정치흐름 등과 맞물린 국가적인 분위기, 정책 형성 과정 당시의 주요 시대흐름과 상황, 문제제기와 연관된 각종 이익집단 등의 이해관계가 주를 이룬다. 정윤용·홍승지(2019)는 입법부와 행정부 내에서 일어나는 정치적인 사건들이 정책결정을 위한 정책 형성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하였다. 예컨대 선거로 인한 행정부의 변화, 의회 다수당의 변화 등은 정책결정에 영향을 주는 가장 결정적이고 중요한 요인이라고 제시하였다. 셋째 정책흐름은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무엇보다도 실현가능성, 공익성, 지속가능성이 판단 기준이 된다고 하겠다. 구체적 방안 제시는 공청회, 토론회, 연구프로젝트 등 다양한 과정에서의 논의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러한 세 가지 요소가 상호 독립적인 구조 틀 안에서 제시되고 최종적으로 결합을 하면서 사회문제 즉 사회이슈가 정부과제로 승화됨과 동시에 최종 정책결정 전 단계로 정책의 창을 거치게 된다. 정책의 창은 정책참여자들이 자신들이 지지하는 문제에 집중하여 자신들이 선호하는 정책결정을 위한 최종 관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정책의 창을 거친다고 해서 반드시 최종 정책결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2. 키르기스스탄의 기후 스마트 농업 분석
먼저 다중흐름모형의 문제제기를 위해 키르기스스탄의 농업 경제 현황을 살펴보았다. 키르기스스탄은 2019년 기준 약 650만 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산악지형의 중저소득 국가이다. 인구의 약 63.0%가 농촌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는 10여 년 전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다. 농업은 키르기스스탄의 중추라고 할 수 있으며 GDP(Gross Domestic Product)의 약 12.0%를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키르기스스탄 총수출과 총수입의 약 12.9%, 12.3%가 농업 부문과 관련되어 있다. 특히 키르기스스탄의 2019년 GDP 성장률이 4.5%인 반면 농업 부문의 성장률은 2.6%이며, 국내노동인구의 약 40.0%가 농업 부문에 종사하고 있다(키르기스스탄 국가통계위원회, 2020).
특히 키르기스스탄의 농업 분야는 공산주의 종식 이후 현대화가 더디게 진행되었고, 농업의 성장은 농촌의 빈곤과 식량 불안을 줄이기에 충분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국토의 55.1%가 농지면적이지만 경작지로 이용되는 땅은 전체의 6.7%에 불과하며, 전체 농가의 약 94%가 평균 3헥타르 이하의 소규모 농가이다. 뿐만 아니라, 노후화된 농업 기계, 농업 기계 신규 구입에 필요한 높은 비용 문제 및 자금 부족 등으로 기계화 속도가 더딘 상황이며, 기존 관개시설의 보수 및 복원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축산의 경우에도 농업 부문에서 키르기스스탄 농가의 소득원에 있어서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농가에 인접한 목초지나 초원의 유지관리 기술력 부재로 점차 낙후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키르기스스탄 정부는 농촌지역 중개인의 영향력을 제한하고, 농업 생산자의 농업 서비스 접근 확대와 시장에서의 입지 강화 및 농업생산과 수익 증가 목적으로 협동조합 육성 정책을 펴고 있다. 2020년 1월 10일 기준으로 농업협동조합 수는 2019년에 8개에 불과하던 것이 Chui 지역 71개, Issyk-Kul 104개, Osh 76개, Jalal-Abad 91개, Talas 51개, Naryn 49개, Batken 30개 등 총 472개가 설립되어 있다. 농업 생산 협동조합의 70.0%가 작물을 생산하고 있으며 30.0%는 육종, 육류 및 우유 등을 생산하고 있다. 또한 2019년 1월 28일 키르기스스탄 정부의 28호 법령에 의해 승인된 ‘농업 7의 자금 조달’ 프로젝트 틀 안에서 9개 시중은행은 농업생산자들에게 9,253건의 무담보 양허성 대출을 시행하여 농가의 자금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다. 총 대출금액의 22.6%는 작물생산에, 50.8%는 축산물 생산에, 26.6%는 가공 및 농업 서비스에 투자되었다(키르기스스탄 국가통계위원회, 2020).
키르기스스탄에서 주로 생산되는 식량작물은 감자, 사탕무, 옥수수, 밀 등이며, 감자 생산량은 2016~2018년 평균 141만 7,000톤, 사탕무와 옥수수 생산량은 2016~2018년 평균 73만 톤, 66만 5,000톤에 달한다. 축산물의 경우에는 우유가 핵심이며 우유의 생산량은 2016~2018년 평균 153만 1,000톤으로 키르기스스탄에서 생산되는 농축산물 가운데 생산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실 및 과채류의 경우는 토마토, 양파, 수박이 주를 이루며 토마토 생산량은 2016~2018년 평균 22만 9,000톤, 수박 생산량은 22만 4,000톤이다. 하지만 키르기스스탄의 주요 생산 식량작물 현황과 달리 주요 수출품은 우유(버터 및 치즈) 외에 콩(건조), 면, 담배, 기타 건조과일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콩(건조) 수출의 경우 2016~2018년 평균 키르기스스탄의 전체 농산물 수출액의 25.3%인 5,400만 달러에 달했다.
다중흐름모형을 적용하여 키르기스스탄의 기후 스마트 농업의 정책 형성 과정을 분석하였다. 기후변화가 키르기스스탄의 농업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키르기스스탄 온실가스의 약 30%는 농업 부문에서 발생하며 이 중 91.3%가 축산과 관련 있다. 특히 키르기스스탄은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기후변화 충격에 세 번째로 취약한 국가이며 이는 국토가 복잡한 산악 지형으로 이뤄진 것과 연관이 있다. 실제 1960~2010년까지 키르기스스탄의 연간 온도는 평균 약 2.4℃ 상승하였으며 향후 2050년까지는 평균 약 2.7℃, 2070년까지는 평균 약 3.1℃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었다(World Bank, 2018).
실제 산사태, 이류, 눈사태, 홍수, 빙하감소 등 기후변화로 인한 다양한 자연재해는 키르기스스탄 농업 부문의 경제적 손실 뿐 아니라, 인프라 훼손 등을 초래하고 있다. World Bank(2018)에 따르면 보리, 해바라기, 사탕무, 콩의 경작지는 기후변화로 인해 2050년까지 약 8.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반면 밀, 옥수수, 감자, 과채류 등은 경작지가 약 2.7%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는 궁극적으로 키르기스스탄의 농축산물의 수출입 변화를 초래한다. 가령 키르기스스탄의 주요 수출 농산물이었던 콩의 경우 2050년까지 오히려 수출이 약 1.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또한 식량 안보 측면에서 볼 때 농축산물의 국내 생산이 국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요 식량작물 중 하나인 옥수수, 감자의 경우 국내 수요의 약 30%를 현재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옥수수의 경우 경작지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2050년까지 수입은 약 17.5%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결국 기후변화는 중저소득 국가인 키르기스스탄의 식량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고 할 수 있겠다.
다중흐름모형의 정책 형성 과정 구조 틀에 따라 키르기스스탄의 기후 스마트 농업 정책결정 과정을 다음 <그림 4>와 같이 도식화할 수 있다.
키르기스스탄의 기후 스마트 농업의 정책결정을 위한 문제제기는 무엇보다도 식량안보에서 출발한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키르기스스탄은 농업 국가로 분류됨에도 불구하고 식량안보 측면에서는 여전히 취약한 농업 인프라 및 농업 기술 등으로 인해 농축산물 총수입이 총수출의 두 배가 넘는 등 수입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향후 키르기스스탄의 인구는 7백만 명에 육박하는 것은 물론 2050년까지 8백만 명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도시지역의 인구 성장률은 2018년 34.0%에서 2050년 49.0%로 예상된다(World Bank, 2018). 인구 증가율에 비해 더딘 농업생산량 증가율은 식량안보에 또 다른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기후변화에 노출된 키르기스스탄의 경우 기후변화 극복을 통한 농업 부문의 생산성 증대는 물론, 내구력 향상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기후 스마트 농업이 필수적 요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4차 산업혁명은 기후 스마트 농업의 지역별 농축산물별 맞춤형 적용이 가능한 과학기술적 토대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제반 문제제기는 키르기스스탄 정부로 하여금 기후 스마트 농업이란 정책 목표를 세울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한다고 하겠다.
정치흐름과 관련하여 국내정치의 경우 구소련 연방의 해체에 따라 1991년 8월 정치적으로 완전한 독립국가로서 주권을 선언하였다. 이후 반정부 시위 등으로 인해 정권 교체 등 정치적 혼란을 거쳤으나, 2011년 중앙아시아 최초로 평화적인 민주적 정권 이양을 통해 CIS(Commonwealth of Indenpendent States)4) 국가들 가운데 가장 민주적인 국가로 손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는 오랜 공산주의 체제의 영향으로 책임감 부재, 낮은 교육 수준 등으로 노동의 질이 현저히 떨어진다. 또한 키르기스스탄 정부가 2013년 반부패정책 발표, 2018년 제엔베코프 대통령의 부패 척결 강화 지시 등 부정부패 방지 및 정부서비스와 규제절차 간소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2019년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발표한 국가청렴도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에서 180개국 가운데 126위를 기록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르기스스탄 정부는 구소련 연방 해체 이후부터 농업개혁에 꾸준히 힘써왔다. 가령 키르기스스탄은 공산주의 이후 농업부문의 토지개혁5)을 가장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국가로 농업부문의 사유화가 잘 정착되었다. 그 결과 오늘날 농가의 약 94.0%가 소규모 자영농으로 구성될 수 있었다. 이후에도 키르기스스탄 정부는 국가 중장기 개발 전략(2012~2014년), 농업 및 식량안보 전략(2009~2016년), 산업발전 목표(2012~2015년) 등을 통해 농업 부문의 꾸준한 구조 개혁을 통한 시장기반시설과 유통 및 정보시스템 개발 등 기반시설 확충을 추진하였다, 또한 오늘날에도 키르기스스탄 정부는 농업 분야의 인프라 개선 및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해 협동조합 설립을 장려하고 있으며, 농업 분문의 외국인직접투자 유치를 위해 농업식품개량부(Ministry of Agriculture, Food Industry, and Melioration)가 농업 분야 관련 수송 체계 향상, 저장시설 신기술 도입, 생산성 향상, 투자환경 조성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뿐만 아니라 농업 부문 인프라 개선을 위해 World Bank, ADB(Asia Development Bank), EBRD(European Bank for Reconstruction and Development) 등으로부터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를 적극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키르기스스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농업 발전 국가 프로그램 ‘2017-2026’에 따라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同프로그램에 따르면 키르기스스탄 정부는 수자원 관리 및 관개시설을 포함한 농업 인프라 시설들을 개보수 및 신축할 예정으로 약 8,306만 달러의 예산을 배정하였으며, 이는 키르기스스탄 정부 재정, EBRD, ADB, 우리나라의 대외경제협력기금 등으로부터 충당될 예정이다.6) 결과적으로 키르기스스탄 정부는 구소련 연방 해체 이후 오늘날까지 전통적인 농업국가로서 농업 부문의 역할과 성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속적인 농업개혁은 물론 해외투자와 ODA 유치를 통한 농업 부문 인프라 개선과 유통 및 정보시스템 기술 향상에 노력해옴으로써 정치 흐름에서 농업 발전을 위한 정책 수립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끝으로 정책 흐름과 관련하여 농업 부문의 생산성 증대와 발전을 위해 키르기스스탄 정부가 독립 이후 지속적인 농업 부문 구조개혁에 힘써온 것과 연관하여 기후변화와 4차 산업혁명의 영향 아래 기후 스마트 농업은 키르기스스탄 농업에 있어서 필요충분조건의 정책적 대안으로 부상하였다고 판단할 수 있겠다. 왜냐하면 키르기스스탄의 농업 생산성 증대와 발전을 위한 키르기스스탄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키르기스스탄은 저조한 농업 생산, 부족한 농업 관련 인프라 및 운송 기반 시설의 사회간접자본, 노후화된 농기계는 물론 투자재원 부족과 식량안보의 위협에 이르기까지 키르기스스탄의 농업은 여전히 취약하기 때문이다. 실제 World Bank(2019)의 EBA(Enabling the Business of Agriculture)에 따르면 농업의 가장 필수적인 투입요소인 국제적으로 공인된 우수 종자 보급의 경우 22.22점, 농업 생산성 증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비료 등록 시스템을 통한 등록 비료의 공급은 34.6점에 그치는 등 열악한 상황에 머물러 있다.7) 궁극적으로 기후 스마트 농업은 키르기스스탄 농업의 지속가능한 생산성 증대, 기후변화로부터의 적응력 및 내구성 향상,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키르기스스탄 경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기회로 인식될 수 있다.
다음으로 키르기스스탄의 농업과 관련한 독립적인 세 가지 요소는 농업 생산성 증대와 발전이란 구체적 목표를 가지고 기후 스마트 농업이란 정부과제로 결합되었다. 특히 이와 관련하여 특징적인 것은 <그림 4>에서 보듯이 정부과제로의 인식전환에서부터 정책결정에 이르기까지 정책결정자 또는 정책혁신가의 역할을 대신하여 키르기스스탄 정부나 정책참여자들보다는 국제기구가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IFDA(International Fund for Agricultural Development)는 1996년부터 축산 생산성과 목초지나 초원의 기후변화 충격으로부터의 내구성에 초점을 맞춰 활동해오고 있다. World Bank의 경우 관개시설 개선, 공인 우수 종자 보급을 통한 식량안보에 집중해 역할하고 있다.8) 또한 기후변화에 노출된 농작물별로 기후 스마트 농업 관련 기술의 차등 적용을 제안하였다. 밀의 경우는 보전농업과 윤작을, 콩은 보전농업과 윤작에 더하여 통합해충관리 기술을, 옥수수는 보전농업과 윤작 외에 덮개 작물 기술을, 채소류의 경우에는 온실 재배 기술을 각각 제시하였다. USAID(United States Agenc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는 ‘Agro Horizon and Farmer to Farmer Project 2013~2018’을 통해 농가의 생산성 증대는 물론 농가와 시장의 연결을 통한 효율적인 농작물 공급 시스템 구축, 금융 접근성 강화, 농업 고용 증대를 추진하였다. UN의 FAO(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는 ‘Climate Change Conditions Project 2014~2019’를 통해 농가와 숲의 탄소 저감을 통한 지속가능한 순환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또한 국제기구와 더불어 키르기스스탄의 국내외 시민단체가 키르기스스탄 기후 스마트 농업의 정책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가령 중앙아시아의 CAMP Alatoo는 자연자원의 활용을 위한 혁신기술 도입, 산악고지대의 기후변화 적응 생태계 확립을 주도하였다. 이에 더하여 지역 시민단체의 경우 기후변화에 대응한 기후 스마트 농업의 기술과 관련 지식을 일선 농가에 보급 확산하는데 핵심 역할을 하였다.
키르기스스탄 정부에서는 농업식품개량부가 기후 스마트 농업을 담당하고 있으며, 환경보호 및 임업국(State Agency for Environmental Protection and Forestry)이 기후변화와 관련한 환경보호, 임업 및 자연자원 관리 등의 정책입안 및 규제를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기상국(State Agency on Meteorology)은 기상 보도, 기후 예측, 자연재해 경보 시스템 운영 등을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키르기스스탄 정부의 기후변화에 대비한 관련 정책은 부족한 상황이다. 이는 결국 기후변화 대응 재정투자 및 기후 스마트 농업에 투입할 정부 재정의 부족을 의미한다. 결국 키르기스스탄 정부는 국제기구 등의 ODA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실제로도 지난 2013~2014년 동안 기후변화 대응 국제기구의 지원 금액은 6천만 달러에 달한다(World Bank, 2018).
종합하면 기후변화와 식량안보의 위협이란 문제인식 속에 전통적인 농업국가로서 농업이 GDP 및 고용 측면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른 정부의 지속적인 농업개혁 추진, 키르기스스탄 정부의 재정적 한계 등 제반 제약으로 인한 국제기구 주도의 기후 스마트 농업의 도입 추진은 키르기스스탄 정부로 하여금 기후 스마트 농업 정책을 최종 결정하기에 충분한 정책 형성 과정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겠다. 궁극적으로 이는 키르기스스탄 정부가 농업 생산성 증대와 발전이란 구체적 목표를 견지해왔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키르기스스탄은 기후 스마트 농업의 현장에서의 실제 적용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영농 교육의 부족으로 인한 기후 스마트 농업에 대한 농가들의 지식 부족, 장기적 투자의 제약, 높은 투자비용, 현대화된 농기계 및 기술에 대한 접근성의 한계 등에 기인한다. 그 결과 밀의 경우 키르기스스탄 전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으나, 많은 농부들이 밀 재배의 기술적인 과정을 따르지 못하기 때문에 생산성 증대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되었다. 또한 정부는 주요 감자 재배지역에 바이오 기술센터를 설립하였으나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김종선 외, 2019). 또한 겨울철에도 키르기스스탄은 온실시설 부족으로 주요 작물의 90%를 수입하는 등 계절별 수급 불균형도 농업 부문의 주요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9)
이러한 가운데 우리나라와 키르기스스탄은 2007년 11월 19일 양국 정부 간 체결한 경제협력협정 제5조에 의거하여 2019년 10월 4일 서울에서 제3차 경제공동위원회를 개최하였다. 당시 양측은 기후 스마트 농업과 관련해서는 농촌진흥청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을 통한 농업기술 분야 협력, 전문가 및 농업인 간 온실재배 기술 및 농업협동조합 관련 경험 공유, 키르기스스탄 내 유기농산물 종자 육성 관련 신기술 이전 등에 대해 합의하였다.
키르기스스탄의 기후 스마트 농업 추진과 관련하여 관개시설 개선 등 농업 인프라 확대, 공인 우수종자 보급, 운송 기반 시설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 투자 재원 확보 등이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후 스마트 농업의 확산을 위한 농업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마련도 중요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선 우리나라가 확보하고 있는 연중 농산물 생산과 공급이 가능한 시설원예기술 및 정보의 공유에서부터 키르기스스탄 내에 시설원예 농업 전문가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농가 컨설팅을 위한 전문가 교류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키르기스스탄으로의 우리나라 온실기자재 수출에 있어서 가격 측면에서는 중국에, 인지도 측면에서는 유럽에 경쟁력이 밀리는 상황을 고려할 때 키르기스스탄 내에 우리나라의 기술과 기자재에 익숙한 전문가가 많아질 경우 우리나라의 온실기자재 수출 확대에 간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키르기스스탄의 공인 우수종자 보급 확대를 위해 한국의 선진 종자기술과 재배기술을 결합한 스마트 팜, 즉 K-팜의 수출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Damen(2018)이 지역별 특성에 맞게 기후 스마트 농업이 차별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한 것처럼 우리나라의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지역별 맞춤형 기후 스마트 팜을 키르기스스탄의 유사한 특성을 가진 지역으로의 수출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기후 스마트 팜에 있어서 국가 차원의 농업협력을 넘어 지역 차원의 교류협력도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끝으로 관개시설 개선 등 농업 인프라 확대와 운송 기반 시설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과 관련해서는 ODA를 활용하여 우리나라의 연관 산업의 기업 동반 진출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식품가공 산업을 중심으로 연관 산업이 함께 동반 진출할 경우 제조업 뿐 아니라 건설업, 교통 및 물류산업, 무역 및 도소매업에 이르기까지 협업 진출이 가능하다고 하겠다. 더 나아가 이는 키르기스스탄 내 농업의 생산, 저장 및 가공, 물류 및 유통에 이르는 종합 농업복합단지 건설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유러시아 경제연합 국가들에 키르기스스탄의 농축산물을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이는 ODA를 활용한 우리나라 기업의 매력적인 해외 투자시장으로서의 성장 잠재력이 있다고 하겠다. 이창근(2017)에 따르면 라오스의 경우 제7차 사회경제발전계획에서 1차 산업 가운데 농업 부문의 관개시설 및 농산물 가공 산업 육성이 시급한 개발 과제이며, 對라오스 ODA를 이와 관련하여 공여함은 물론 同부문의 건설, 농산물의 유통 및 무역거래를 수반하는 관련 산업부문의 해외직접투자와 국내(중소)기업의 진출을 동반하는 것이 개발협력사업 추진의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IV. 결론 및 정책적 함의
본 연구는 다중흐름모형을 활용하여 키르기스스탄의 기후 스마트 농업(Climate Smart Agriculture, CSA)의 정책 형성 과정을 분석하였다. 키르기스스탄의 농업 분야는 공산주의 종식 이후 현대화가 더디게 진행되었고, 노후화된 농업 기계, 농업 기계 신규 구입에 필요한 높은 비용 문제 및 자금 부족 등으로 기계화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기존 관개시설의 보수 및 복원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 아니라, 축산 또한 농가에 인접한 목초지나 초원의 경우 유지관리 기술력 부재로 점차 낙후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키르기스스탄 정부는 농촌지역 중개인의 영향력을 제한하고, 농업 생산자의 농업 서비스 접근 확대와 시장에서의 입지 강화 및 농업 생산과 수익의 증가 목적으로 협동조합 육성 정책을 펴고 있으며, ‘농업 7의 자금 조달’ 프로젝트를 통해 농가의 자금 부족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키르기스스탄은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기후변화 충격에 세 번째로 취약한 국가이다. 실제 산사태, 이류, 눈사태, 홍수, 빙하감소 등 기후변화로 인한 다양한 자연재해는 키르기스스탄 농업 부문의 경제적 손실 뿐 아니라, 인프라 훼손 등을 초래하고 있다. 기후변화 또한 키르기스스탄 농축산물의 수출입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예를 들어 키르기스스탄의 주요 수출 농산물이었던 콩의 경우 2050년까지 오히려 수출이 약 1.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또한 식량 안보 측면에서 농축산물의 국내 생산이 국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요 식량작물이며 국내 수요의 약 3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옥수수의 경우 경작지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2050년까지 수입이 약 17.5%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결국 기후변화는 중저소득 국가인 키르기스스탄의 식량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고 할 수 있겠다.
다중흐름모형을 통한 키르기스스탄의 기후 스마트 농업 정책 형성 과정을 분석한 결과, 기후변화와 식량안보 위협이란 문제인식 속에 전통적인 농업국가로서 농업이 GDP 및 고용 측면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른 정부의 지속적인 농업개혁 추진, 키르기스스탄 정부의 재정적 한계 등 제반 제약으로 인한 국제기구 주도의 기후 스마트 농업의 도입 추진은 키르기스스탄 정부로 하여금 기후 스마트 농업 정책을 최종 결정하기에 충분한 정책 형성 과정을 제공하였다. 궁극적으로 이는 키르기스스탄 정부가 농업 생산성 증대와 발전이란 구체적 목표를 견지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특히 다중흐름모형을 통한 기후 스마트 농업의 정책결정에 있어서의 특징은 기후 스마트 농업이 정부과제로의 인식전환에서부터 정책결정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국제기구가 정책혁신가의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키르기스스탄의 기후 스마트 농업의 확산을 위한 한-키르기스스탄의 협력과 관련해서는 먼저 키르기스스탄 내에 시설원예 농업 전문가를 양성하는 프로그램 및 농가 컨설팅을 위한 전문가 교류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키르기스스탄의 공인 우수종자 보급 확대를 위해 한국의 선진 종자기술과 재배기술을 결합한 스마트 팜, 즉 K-팜의 수출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후 스마트 농업이 우리나라의 지역별 특성을 고려하여 지역별로 차별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지역별 맞춤형 기후 스마트 팜을 키르기스스탄의 유사한 특성을 가진 지역으로의 수출을 통해 지역 차원의 교류협력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관개시설 개선 등 농업 인프라 확대와 운송 기반 시설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과 관련해서는 ODA를 활용하여 우리나라의 연관 산업의 기업 동반 진출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 이는 키르기스스탄 내 농업의 생산, 저장 및 가공, 물류 및 유통에 이르는 종합 농업복합단지 건설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다중흐름모형을 활용하여 기후 스마트 농업의 정책 형성 과정을 다양한 국내외 환경을 고려하고 정책 참여자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정책이 결정 추진되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기후 스마트 농업의 키르기스스탄 내 확산과 관련한 분석에 있어서는 연구의 한계가 존재한다. 또한 현재의 기후 스마트 농업이란 정책을 중심으로 이를 둘러싼 다양한 상황과 요인들을 다중흐름모형의 구조 틀을 활용하여 맞추기식 분석을 수행했다는 한계도 있다. 향후에는 제반 사회경제적 지표를 토대로 정책 수행 전후의 결과와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들 간의 인과관계를 통계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다중흐름모형을 응용하여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통계적으로 분석할 필요도 있다. 이를 통해 키르기스스탄과 유사한 국가 또는 지역 단위에서의 기후 스마트 농업의 도입을 위한 진단, 추진, 그리고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예측·분석함으로써 정책결정에 따른 잠재적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Agriculture that sustainably increases productivity, resilience (adaptation), reduces/removes GHGs (mitigation), and enhances achievement of national food security and development go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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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O STAT, <http://www.fao.org/faostat/e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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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iencetimes, 2020.8.28., <http://www.sciencetimes.co.kr/news/, >
2012년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연구부교수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연구원 연구원, 성결대학교 국제개발협력학과 겸임교수로 근무 중이다. 최근 주요 관심 연구 분야는 저성장 지역의 불균형 성장원인과 지역경제정책, 인적자본, 창조경제 및 창업, 코로나19로 인한 도시공간구조 변화 등이다. 논문으로는 “지역별 분야별 지방재정지출과 지역경제 성장과의 인과관계 분석”(2019), “The creative economy leads the economic growth and creates jobs during the recessions in Korea”(2018) 등을 다수 발표하였다.
2005년 미국 워싱턴주립대학에서 국제무역전공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동서남아팀 부연구위원, FTA 팀장을 거쳐 현재 아주대학교 경제학과 부교수로 재직중이다. 최근 주요 연구분야로는 동아시아 경제협력, 특혜원산지규정, 자유무역협정의 경제적 효과 등이다. 주요 논문으로는 “Financialization Innovation Short-termism in OECD Countries”(2020), “The Dynamic Relationship between Inequality and Sustainable Economic Gtowth”(2020) 등이 있다.
2003년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에서 국제관계학 분야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중앙대학교 국제대학원 부교수로 근무 중이다. 최근 주요 연구 분야는 중소국 외교, 미중관계, 미국외교정책, 아시아국제관계, 국제개발협력 등이다. 논문으로는 “트럼프 정부의 인도 태평양 전략과 미중패권경쟁 전망: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2020)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