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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I REVIEW - Vol. 23, No. 2, pp.169-192
ISSN: 2005-8349 (Print)
Print publication date 31 May 2021
Received 10 Apr 2021 Revised 29 Apr 2021 Accepted 07 May 2021

혼인 외 출생자로서 외국인 모(母)에서 태어난 아동의 출생 등록될 권리에 관한 연구 : 대법원 2020. 6. 8.자 2020스575 결정 중심으로

전병주* ; 최은영**
*충북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제1저자)
**충북대학교 아동복지학과 교수(교신저자
Study on the Birth Registration Rights of Child Born to Foreign Mothers as Child Born out of Wedlock
Jeon, Byeongjoo* ; Choi, Eunyoung**
*Researcher, Social Science Research Institute, Chungbuk National Univ.(First Author)
**Professor, Dept. of Child Welfare, Chungbuk National Univ.(Corresponding Author)

초록

최근 한국 사회는 출생 미등록 아동의 사망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여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대해 아동복지뿐만 아니라 법률적 관점에서도 출생신고제도의 문제를 지적하는 견해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인 부(父)와 외국인 모(母)에서 태어난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출생신고 신청이 거부된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에 혼인 외 출생자의 부는 본 사건이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의 ‘모의 성명, 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친생자출생 신고를 하기 위하여 법원에 ‘출생신고를 위한 확인’을 신청하였다. 제1심과 항소심에서는 신청인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모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로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며 신청인의 주장을 기각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미혼부의 자녀 출생신고를 간소화하여 출생아의 인권을 보장할 목적으로 개정한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에 대한 완화된 해석을 통하여 모든 아동에게 ‘출생 등록될 권리’가 있다는 것으로 평가하면서 모가 외국인이어서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갖추지 못한 경우에도 미혼부가 자녀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고 결정하였다. 그러나 대법원 결정 이후 최근까지도 미혼부의 자녀 출생신고는 여전히 행정적 그리고 법원 실무적으로 거부되고 있다는 사례가 보도되어 본 연구에서는 대법원 결정을 토대로 혼인 외 출생자의 출생신고를 위한 해외 사례를 검토하여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해 인권을 보장하면서 보다 용이하게 신분을 취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였다. 이와 같이 본 연구는 혼인 외 출생자로서 외국인 모에서 태어난 아동의 ‘출생 등록될 권리’를 인정한 대법원 결정을 처음으로 살펴봄으로써 사건의 쟁점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해외 사례를 함께 고찰하여 한국에서의 법·제도적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하여 아동의 ‘출생 등록될 권리’에 대해 법원이 얼마나 엄중하게 접근하는지 파악하고, 아동에게 법적·사회적 신분을 취득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및 아동의 인격권을 담보하는데 필요한 기초자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연구 의의를 찾을 수 있다.

Abstract

In the recent Korean society, the death case of a child without birth registration is continuously occurring, which is rising as a social problem. In this case, a lot of people point out the problem with the birth registration system in the child welfare and legal perspective. There was a case of rejecting the application for birth registration of a child born out of wedlock between Korean father and foreign mother. For the purpose of guaranteeing children’s human rights by simplifying the birth registration for unmarried fathers, the Supreme Court attempted the moderating interpretation of Clause 2 of Article 57 in the revised Family Relation Registration Act, and also recognized that every child would have a birth registration rights. And even in case when the documents required for birth registration are not ready because the child’s mother is a foreigner, the Supreme Court decided that the unmarried father should be able to apply for birth registration of his child. However, even after the decision by the Supreme Court, a case of rejecting the child birth registration applied by an unmarried father was reported, which shows that the unmarried fathers’ difficulties have not been improved yet. Thus, this study aims to understand the issues of the case by initially examining the decision by the Supreme Court that recognized the birth registration rights for children born form foreign mothers as child born out of wedlock, and also to present the legal/institutional implications in Korea by considering overseas cases. This study aims to understand how strictly the court is approaching birth registration rights, and also to provide the basic data for securing the dignity and value of human, and the personality right and the right to pursue happiness of children by providing opportunities to acquire the status to every child.

Keywords:

child born out of wedlock, foreign mothers, unmarried fathers, birth registration, child rights

키워드:

혼인 외 출생자, 외국인 모, 미혼부, 출생등록, 아동 권리

Ⅰ. 서 론

최근 한국 사회는 경북 구미지역에서 사망한 3세 아동의 친모에 대해 사회적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서울신문, 2021. 3. 16.). 이와 함께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는 ‘사라진 아동’에 대한 관심이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출생 미등록 아동은 복지 사각지대에 노출될 수밖에 없으며, 심각한 아동범죄 사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2021년 1월 인천 지역에서 8살 아동이 친모 폭행에 의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였지만(한겨레신문, 2021. 1. 18.), 숨진 아동은 친모가 이미 다른 남성과 법률상 혼인관계에 있어 사실혼 관계에 있는 부모는 그 아동의 출생신고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아동은 사망 전까지 정부에서 제공하는 보건·복지서비스를 전혀 이용할 수 없었다. 또한 2019년 서울 지역에서 생후 2개월 된 영아가 부모 학대로 사망한 사실이 7년여 만에 친모 자수에 의하여 밝혀져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동아일보, 2019. 1. 23.). 친부가 그 영아를 폭행하였고, 그 후 병원 치료를 받지 않아 숨진 사건이었지만,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서 사회적으로 그 영아의 존재를 알 수 없었다.

이렇게 아동이 출생신고도 되지 않은 상태로 사망에 이르기까지 방치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동복지뿐만 아니라 법률적 관점에서도 출생신고제도의 허점 때문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김상원·김희진, 2019; 이기영·김민경, 2015; 현소혜, 2020). 현재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하에서는 「가족관계등록법」이라고 함) 제46조(신고의무자)에서는 혼인 중 출생자의 출생 신고는 부 또는 모가 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1) 이에 따라 신고의무자인 부모가 자발적으로 자녀의 출생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에 정부에서 출생 사실을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 더욱이 신고 의무자가 기간 내 신고를 하지 아니한 때에는 동법 제122조(과태료)에 의거하여 과태료 5만원이 부과될 뿐이다.2)

일반적으로 부모가 자녀를 출산하면 법령에 따라 출생신고를 할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지만, 최근 발생한 경북 구미, 인천 등의 아동사망 사건과 같이 법률적 또는 사회적 이유로 출생신고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5년간 국내 출생신고 건수는 175만 건으로 나타났지만, 그 중 출생신고 지연에 따른 과태료 고지 건수가 8만 건에 이른다(법원행정처, 2021). 더욱이 자녀를 출산한 미혼모의 의사 또는 혼인관계 문제 등으로 신고 의무자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사례도 상당수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 제도에서는 출생 미등록 아동에 대한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 다만, 언론 보도에 의하면 국내 출생 미등록 아동이 8천명에서 2만명으로 추산된다고 하였고(YTN, 2021. 1. 23.), 또 다른 언론 보도에서는 국내에 거주하는 미등록 외국인 아동이 2만명을 넘을 것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MBC, 2018. 1. 15.).

국제법적으로도 출생 신고는 평생에 걸쳐 중요한 법적 보호와 함께 필수적인 사회서비스 지원에 대한 접근을 결정하기 때문에 인권으로 간주된다(Sanders & Burnett, 2019). 출생 미등록 아동의 발생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저해하므로 사회적 책무를 방기(放棄)하는 것이다. 최근 보고된 여러 실증적 연구를 통해서도 출생등록과 아동의 성장·발달은 유의미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소득 계층의 출생신고 확대는 아동의 정상적 성장과 발달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보고되었다(Bhatia et al., 2019; Jeong et al., 2018). 이에 따라 학계·시민계를 중심으로 법률적 또는 사회적 이유로 출생신고를 할 수 없어 법적·사회적 신분을 취득하지 못하고 사회적 위험과 인권 사각지대에 방치된 출생 미등록 아동을 위해 관련 제도의 개선을 지속적으로 제기하였다(김현옥·김경호, 2019; 주민지 외, 2018). 하지만, 국회와 정부는 출생신고제도 개선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미 19대 국회(2012년 5월~2016년 5월)에서 출생신고제도 개선을 위해서 의안번호 1918546, 1916418 등의 다수 개정 법률안이 발의되었으나 개인정보 유출과 병원 규제 등의 이유로 심사가 보류되었고, 결국 19대 국회 임기종료로 폐기되었다. 이번 21대 국회(2020년 5월~현재)에서도 의안번호 2108795, 2108798 등의 개정 법률안이 발의되어 의사, 조산사 등이 출생증명서를 작성해 시·읍·면 장에게 통지하는 것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으나, 본회의 심의를 통과할 수 있을지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출생 미등록 아동은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하는 기본적인 권리를 보호받을 수 없고, 사회 안전망이나 복지체계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건강권, 교육권 등에서 사각지대에 노출된다(김상원·김희진, 2019; 송진성, 2018; 정상우·박지인, 2018). 더욱이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이 증가하면서 체류 자격이 박탈되었거나 결혼이주여성으로 입국했다가 이혼 후 미등록 체류자로 생활하면서 출산한 경우, 외국인 여성이 혼외자를 출산한 후 귀화한 경우 또는 출생신고에 기재하는 모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에는 출생신고를 할 수 없어 관련 법·제도가 변화된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2015년 법률 제13285호에 의거 이른바 ‘사랑이법’이라 불리는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친생자출생의 신고에 의한 인지)가 개정되어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미혼부의 출생신고를 간소화하여 ‘모의 인적사항’을 알지 못하더라도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미혼부가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되었다.3)

이러한 상황에서 2018년 9월 충북 청주지역에서 혼인 외 출생자로서 한국인 부(父)와 외국인 모(母)에서 태어난 자녀에 대해 부가 출생신고를 하려고 했으나, 출생신고에 관한 사무처리지침(가족관계등록예규 제412호)에 따른 서류가 미비하여 출생신고 수리가 거부된 사건이 발생하였다. 출생아의 부는 모의 성명만을 알고 있을 뿐 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으므로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의 적용을 주장하면서 법원에 ‘출생신고를 위한 확인’을 신청하였다. 이에 제1심과 항소심은 신청인의 주장을 기각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혼인 외 출생자의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 미비로 출생신고가 거부된 사건에서 아동의 ‘출생 등록될 권리’를 기본권으로 인정하는 결정을 선고하였다(대법원 2020. 6. 8.자 2020스575 결정). 결국, 대법원은 미혼부의 자녀 출생신고를 간소화하여 출생아의 인권을 보장할 목적으로 개정한 동법 제57조 제2항의 완화된 해석을 통하여 모든 아동에게 출생 등록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함으로써 모가 외국인이어서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갖추지 못한 경우에도 미혼부가 자녀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대법원의 2020스575 결정 이후 최근까지도 미혼부의 자녀 출생신고는 여전히 행정적 그리고 법원 실무적으로 거부되거나 지연된다는 사례가 보도되었다(채널A, 2021. 5. 1.; JTBC, 2021. 1. 25.). 따라서 아동복지 또는 법률 분야의 학계와 시민계는 혼인 외 자녀의 출생신고에 대해 현 단계에서 안주할 수 없으며,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의 입법 취지와 대법원 결정을 반영한 법·제도적 방안을 수립하기 위하여 더욱 천착(穿鑿)할 필요가 있다. 본 사건과 같이 사회적 이슈가 포함된 주요 사건에 대한 판례 분석은 해당 분야에서의 법·제도적 미비점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시사점을 제시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이경은, 2015). 또한, 재판 목적은 피해자의 권리를 회복하는 것은 물론 동종 또는 유사 사건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고취하고 사건 재발을 방지하는 것도 포함되므로(전병주 외, 2019; 전병주, 2020) 본 사건에 대한 쟁점 분석과 논의를 통하여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해 신분을 용이하게 취득할 수 있는 법·제도적 방안을 재조명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주요 국가들의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법·제도적 적용 사례를 함께 고찰하여 해당 국가에서 제도를 어떻게 운용하는지 살펴보는 것은 한국에서 아동이 신분을 취득하고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적의 제도를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매우 중요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연구는 혼인 외 출생자로서 외국인 모에서 태어난 아동의 ‘출생 등록될 권리’를 인정한 대법원 결정을 처음으로 살펴봄으로써 사건의 쟁점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해외 사례를 함께 고찰하여 한국에서의 법·제도적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하여 아동의 출생 등록될 권리에 대해 법원이 얼마나 엄중하게 접근하는지 파악하고, 아동에게 법적·사회적 신분을 취득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및 아동의 인격권을 담보하는데 필요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Ⅱ. 대상 사건의 개요

1. 기초사실

신청인은 사건본인(여, 2018. 9. 8. 출생)의 부(父)로서 2013. 6. 5. 귀화허가를 받아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였다. 사건본인 모는 중화인민공화국(이하 ‘중국’이라 함) 국적으로 2005. 8.경부터 일본에 거주하던 중 중국 당국으로부터 여권 갱신이 불허된 후 일본 정부에 난민신청을 하여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재류허가를 받았고, 일본 정부로터 발급받은 여행증을 이용해 단기방문(c-3) 비자로 국내에 출입국을 하고 있다. 신청인은 사건본인 모의 성명, 국적, 출생연월일 등의 인적사항을 알고 있고, 위 여행증에 사건본인의 모의 성명, 출생연월일, 국적 그리고 위 단기방문(c-3) 비자에 사건본인의 모의 성명, 출생연월일이 각각 기재되어 있다. 다만, 사건본인의 모는 외국인등록을 하지 아니하여 외국인등록번호가 존재하지 않는다.

신청인과 사건본인의 모는 2013. 8.경부터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였고, 사건본인의 모는 국내에 입국하여 2018. 9. 8. 충북 청주시 소재 OO병원에서 사건본인을 출산하였다. 위 병원 의사가 작성한 사건본인 출생증명서의 ‘출생아의 모’란에 ‘성명, 연령(만△△세)’이 기재되어 있다. 신청인은 그 무렵 사건본인 출생신고를 하려고 관할 주민센터를 방문했으나, 출생신고에 관한 사무처리지침(가족관계등록예규 제412호) 제8조에 규정된 모의 혼인관계증명서(또는 모가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되어 있는지가 분명하지 아니하거나, 등록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모에게 배우자가 없음을 증명하는 공증서면 또는 2명 이상의 인우보증서)를 갖추지 못하여 첨부서류 미비의 사유로 수리가 거부되었고, 현재까지 사건본인의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청인은 사건본인 모의 성명만을 알고 있을 뿐 그의 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으므로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의 ‘모의 성명, 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친생자출생의 신고를 하기 위하여 법원에 ‘출생신고를 위한 확인’을 신청하였다.

2. 하급심 결정

청주지방법원은 2019. 4. 16. 제1심(2019호기10010 결정)과 2020. 3. 3. 제2심(2019브24 결정)에서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의 문언이나 그 취지를 고려할 때에 출생신고서 및 출생증명서에 모의 인적사항을 기재하게 한 것은 민법상 모자관계를 결정하는 기준인 ‘모의 출산사실’을 출생신고에 의하여 확인하고, 출산에 의하여 자연적으로 형성된 모자관계를 법률적으로도 일치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였다. 법원은 출생신고서에 기재된 모의 인적사항과 출생증명서에 기재된 모의 인적사항은 동일하여야 하는데, 위 여행증 및 단기방문(c-3) 비자에 사건본인 모의 성명, 출생연월일, 국적이 기재되어 있고, 그 내용이 위 출생증명서의 ‘출생아의 모’란의 기재내용과 일치하기 때문에 신청인이 주장하는 ‘사건본인 모의 성명, 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하였다.

그리고 모가 외국인 경우에는 동법 제44조(출생신고서의 기재사항)에 따라 출생신고서의 모 인적사항 란에 모의 성명, 출생연월일, 국적만을 기재하더라도 신고 수리가 이루어지며, 신청인의 출생신고는 사건본인 모의 인적사항 전부 또는 일부를 특정하지 못하였기 때문이 아니라 출생신고에 관한 사무처리지침에 규정된 모의 혼인관계증명서를 갖추지 못하여 첨부서류 미비의 사유로 수리가 거부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신청인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신청인이 “사건본인 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제1심과 항소심 법원은 신청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며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출생신고 확인 신청을 기각하였다.

3. 대법원 결정

신청인은 사건본인의 모는 중국 당국의 여권 무효화 조치로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지 못하였고, 이러한 경우에도 ‘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대법원에 재항고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법원에서는 “출생 당시에 부 또는 모가 대한민국의 국민인 자(子)는 출생과 동시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다(「국적법」 제2조 제1항)”라고 설명하며, 이에 따라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은 태어난 즉시 ‘출생 등록될 권리’를 가진다. 이러한 권리는 ‘법 앞에 인간으로 인정받을 권리’로서 모든 기본권 보장의 전제가 되는 기본권이므로 법률로써도 이를 침해할 수 없다”라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에 규정된 ‘모의 성명, 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라 함은 문언 그대로 출생신고에 필요한 모의 인적사항의 전부 또는 일부를 알 수 없는 경우뿐만 아니라 해당 조항이 미혼부의 자녀 출생신고를 간소하게 함으로써 아동의 인권을 보장할 목적으로 개정된 취지에 비추어 본 사건과 같이 외국인 모의 인적사항은 알지만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갖출 수 없는 경우에도 동 조항이 적용되는 것으로 판단하였다(대법원 2020. 6. 8.자 2020스575 결정).

이와 같이 대법원은 동법 제57조 제2항에 따라 신청인에게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사건본인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하여 사건본인 부의 신청을 기각한 원심 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였다.


Ⅲ. 법원 결정에 대한 쟁점 및 논의

본 사건에서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은 태어난 즉시 ‘출생 등록될 권리’를 갖는지 그리고 외국인 모의 인적사항은 알지만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갖출 수 없는 경우에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이 적용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다.

1. 아동의 출생 등록될 권리

본 사건에서 대법원은 ‘출생 등록될 권리’는 법 앞에 인간으로 인정받을 권리로서 모든 기본권 보장의 전제가 되는 기본권이므로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은 태어난 즉시 이 권리를 갖는다고 결정하였다(대법원 2020. 6. 8.자 2020스575 결정). 현대 사회는 개인이 국가에서 운영하는 제도를 이용하려면 주민등록과 같은 법적·사회적 신분을 갖추어야 하고, 이러한 신분의 취득은 개인에 대한 출생신고에서부터 시작한다. 만일,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에 대해 국가적 차원에서 출생신고를 받아주지 않거나, 그 절차가 복잡하여 신고자가 준비해야 할 서류가 많고 시간도 오래 걸려 출생신고를 받아주지 않는 것과 동일한 결과가 발생한다면, 이것은 태어난 아동에게 사회적 신분을 취득할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

「헌법」 제36조에서는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실에서도 혼인과 가족생활은 인간생활의 가장 본원적이고 사적인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개인의 자율적 의사와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이를 바탕으로 형성되는 가족생활은 보호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혼인과 가족생활에서 개인은 독립된 인격체로서 존중되어야 하고, 혼인과 가족생활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관한 개인과 그 가족의 자율적 결정권은 존중되어야 한다. 국가는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을 기초로 형성된 가족생활을 존중하고 인격적·애정적 인간관계에 기초한 가족관계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헌재 2000. 4. 27. 선고 98헌가16 결정).

더욱이 혼인과 가족관계가 다른 사람의 기본권이나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한 그 혼인과 가족 생활에 대한 국가 기관의 개입은 자제되어야 한다(대법원 2019. 10. 23. 선고 2016므2510 전원합의체 판결). 이렇게 혼인과 가족관계는 헌법상 국가로부터 보장받아야 하고, 국가에게 가족관계에 대한 관여를 넓게 허용하게 되면 오히려 국가가 보장해야 할 혼인과 가족관계를 국가나 제3자가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헌법 취지에도 반하는 것이다. 결국, 가족생활에 관한 개인과 가족의 자율권 및 아동의 권리는 가족생활의 법률관계 및 그 변동사항에 관한 등록을 규정하는 「민법」과 「가족관계등록법」을 해석·적용할 때도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이미 1976년 발효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협약(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ICCPR)’ 제24조와4) 1989년 UN에서 회원국 만장일치로 채택된 ‘아동권리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 UNCRC)’ 제7조에서5)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되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와 더불어 출생시부터 국적과 이름을 갖게 되고 부모에게 양육 받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여 출생 즉시 등록될 권리 등을 기본적인 인권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는 아동의 ‘출생 등록될 권리’가 실행되도록 보장해야 하는 것이다. 더욱이 자녀 복리는 단순히 자녀에게 보호·교양의 보장이라는 가족관계의 실질을 제공하는 것에 국한하지 않고 이에 상응하는 법적인 가족관계를 형성해 줌으로써 부모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에 따라 부모가 자녀의 발전을 위한 지원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 주어야 한다(대법원 2019. 10. 23. 선고 2016므2510 전원합의체 판결).

물론, 사회의 빠른 변화로 말미암아 입법자가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사정이 발생한 경우에 법률의 해석이나 적용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야기한다. 실제로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가 2015년 법률 제13285호에 의거하여 개정되기 전까지 미혼부가 출생신고를 하려면 '성본'을 창설하는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등 수차례의 재판 절차가 필요했으며, 그 기간도 1년 이상이나 소요되었다. 즉, 동법 제57조가 개정되기 전에는 “부가 혼인 외의 자녀에 대하여 친생자 신고를 한 때에 그 신고는 인지의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으나, 동 규정은 ‘모의 인적사항’을 기재할 수 있는 경우로 한정되어 있고, 별도로 부의 혼인 외 출생자 신고의무를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여 ‘모의 인적사항’을 기재할 수 없는 경우에는 미성년후견인 지정 신청, 가족관계등록창설 및 성본 창설 심판, 인지신고 등의 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부자관계를 확정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절차적 복잡성과 사회적 비용이 크게 소모되어 미혼부가 출생아의 가족관계등록을 지연 또는 포기하거나, 심지어 양육시설에 입소했다가 입양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여 아동 복리를 약화시키고 가족관계등록부의 진실성을 저하시키는 문제를 유발하였다. 이에 따라 2015년 이른바 ‘사랑이법’이라고 불리는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이 추가되어 ‘모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친생부가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사랑이법’이 시행된 2015년 11월부터 2019년까지 미혼부가 법원에 신청한 ‘친생자 출생신고를 위한 확인’ 690건 중 19%에 해당하는 129건은 기각된 것으로 나타났다(법원행정처, 2021).

이렇게 법원에서 기각된 사건이 의미하는 바는 한국 사회에 실제로 존재하지만, 어떠한 법적인 보호도 받지 못하고 마치 ‘투명인간’이 되어 생활하는 아동이 존재한다는 것으로 아동 복리에 심각한 침해가 발생한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여기에는 법원 실무적으로 법률상 배우자가 있는 모가 혼인 중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서 자녀를 출산한 후 생부를 아버지로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을 악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 일부 법원은 동 조항을 엄격하게 해석하여 모의 성명, 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전부 알지 못하는 경우에 한하여 생부의 출생신고를 위한 확인 신청을 인용하였다. 이에 따라 미혼부의 자녀 출생신고를 간소하게 진행하고 출생 아동의 인권을 보장할 목적으로 법률이 개정되어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혼인 외 자녀의 출생신고에 있어 미혼부의 어려움은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2.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의 적용

「민법」에서는 친생자관계를 혼인 중의 자녀와 혼인 외 자녀로 나누어 규율한다. 혼인 중 출생자는 출생이라는 사실에 의하여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바로 성립하지만, 혼인 외의 출생자는 모와의 관계에서 출생이라는 사실 자체만으로 모자관계가 바로 성립하지만, 부와의 관계는 인지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인지는 혼인 외 출생자를 그 생부나 생모가 자녀로 인정하는 것이다(「민법」 제855조). 이러한 인지는 「가족관계등록법」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신고함으로써 그 효력이 발생하고(「민법」 제859조), 부가 인지할 때는 모의 성명, 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인지 신고서에 기재하게 된다(「가족관계등록법」 제55조).

한편, 「가족관계등록법」에서 혼인 외 출생자의 신고는 모가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제46조)6), 혼인 외 자녀에 대하여 부가 친생자출생의 신고를 한 때에는 그 신고는 인지의 효력이 있는 것으로 규정하여(제57조) 인지신고 이외에 별도의 인지방법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출생신고서에는 부모의 성명, 본, 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부 또는 모가 외국인인 때에는 그 성명, 출생연월일, 국적 및 외국인등록번호) 등을 기재하여야 하기 때문에(제44조) 모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에 후견인 지정부터 인지 등의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부자관계가 확정될 수 있었다.

만일, 혼인 외 출생자가 태어난 즉시 출생신고를 못하는 경우에 양육하기 어려운 환경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신생아로서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질병과 상해에 따른 적절한 의료조치를 받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필수적인 예방접종을 받는데 제약이 있어 영유아기의 건강성이 손상되거나 정상적인 발달과정을 저해할 수 있다. 또한 아동의 출생기록이 없어 취학 연령에 이르러 의무교육을 받을 수 없고, 국민으로서 이용할 수 있는 적절한 복지혜택도 전혀 누릴 수 없는 상황에서 법적 보호 사각지대에 직면하여 유기, 불법 입양, 인신 매매 등의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이 추가되어 ‘모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친생부가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출생아의 생명권과 인권을 강화하게 되었고. 출생신고가 객관적 진실에 부합되도록 함으로써 가족관계등록사무의 정확성을 확보하는데 있다.

그러나 동법 제57조 제2항이 추가된 이후에 미혼부에 의한 ‘출생자 출생신고를 위한 확인’ 신청 건수 중에서 인용 비율이 2016년 83%에서 점차 감소 추세를 보이며 2018년에는 66%까지 하락하였고, 2019년에 71%로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법원행정청, 2021). 동 조항에서 규정한 ‘모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에 대해 각급 법원에 따라 ‘전부 알 수 없는 경우’로 엄격히 적용하거나 ‘일부를 알 수 없는 경우’로 비교적 유연하게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송효진, 2019).

본 사건과 관련하여, 사건본인의 모는 중국 국적을 갖고 있으나, 일본 정부로부터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혼인신고와 출생신고 등에 필요한 서류를 중국 정부로부터 발급받지 못하였다. 이에 따라 사건본인의 부로서 신청인이 2015년 법률 제13285호로 개정된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을 근거로 출생신고를 하려고 하였다. 이 조항에 따르면 모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등록기준지를 알 수 없을 경우에 부가 혼인 외 자녀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원심 법원에서는 모가 출생신고에 관한 사무처리지침 제8조에 규정된 모의 혼인관계증명서 등의 서류를 갖추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가족관계등록법」 제44조(출생신고 기재사항)에 규정된 사건본인 출생증명서에 모의 이름, 등록기준지 등이 기재되어 있기 때문에 동법 제57조 제2항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혼인 외 출생자 부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청주지방법원 2020. 3. 3.자 2019브24 결정).

이에 반하여 대법원에서는 동법 제57조는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의 출생 등록될 권리를 규정하여 아동 인권을 보장함과 동시에 출생신고가 객관적 진실에 부합되도록 함으로써 가족관계등록사무의 정확성을 확보하는데 그 취지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그리고 동법 제57조 제2항의 취지, 입법 연혁, 관련 법령의 체계 및 아동의 출생 등록될 권리의 중요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동법 제57조 제2항은 동법 제57조 제1항에서 혼인 외 자녀에 대하여 부가 단독으로 친생자출생 신고를 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법 제44조 제2항에서 규정한 신고서의 기재내용인 모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에 부의 등록기준지 또는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친생자출생 신고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동법 제57조 제2항에서 ‘모의 성명, 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는 예시적인 것에 불과한 것이다(대법원 2020. 6. 8.자 2020스575 결정).

이에 따라 ‘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는 출생신고에 필요한 모의 인적사항의 전부 또는 일부를 알 수 없는 경우뿐만 아니라 모의 소재 불명 또는 모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 제출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 그리고 모가 외국인으로서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갖출 수 없는 경우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이러한 맥락으로 뉴질랜드에서는 원칙적으로 자녀의 출생신고서에 부와 모가 함께 서명하도록 되어 있으나, 부모 중 일방의 행방을 알지 못하는 경우에 친인척, 친구 등을 통하여 그를 찾으려는 노력을 했다는 증빙자료를 제출함으로써 단독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또한 일방의 부모가 질병을 앓고 있거나 그 자녀에게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부 또는 모가 단독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7)

이러한 대법원의 태도는 인간의 인식능력과 예측능력의 한계로 말미암아 입법자가 법률이 적용되는 구체적인 사안을 모두 예상하면서 법률을 제정할 수는 없으므로 새로운 사안에도 기존 법률의 적용 또는 유추적용 여부를 세심하게 검토하여 시대 변화에 맞는 적절한 해석을 시도한 것이다. 법원은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반하지 않는 한,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그 제·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한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해석방법을 추가적으로 동원하여 구체적으로 적용되는 법률의 의미를 면밀히 검토하고 새로운 사건에 대응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6. 21. 선고 2011다112391 판결).

결국, 본 사건에서와 같이 외국인 모가 난민사유로 본국(중국)에서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발급할 수 없는 사정과 같이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필요서류를 갖출 수 없는 경우도 동법 제57조 제2항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더욱이 본 사건에서 신청인과 혼인 외 출생자의 유전자 검사 결과 등의 기록을 살펴보면 부자관계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어 동법 제57조 제2항에 따라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사건본인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은 부당한 것이며, 신청인에게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친생자출생 신고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대법원 태도는 오늘날 국민의 고양된 권리의식 및 양성평등의 관념과 함께 가족의 형태도 매우 다양해진 사회 현실을 고려할 때, 자녀에 대한 법적·사회적 신분취득은 무엇보다 아동의 복리향상에 그 목적을 두어야 하고, 가족 구성원의 자율적 결정을 가능한 한 존중하여야 한다는 헌법적 요청에 부응한 결정으로 사료된다.


Ⅳ. 법원 결정에 따른 법·제도적 시사점

지금까지 혼인 외 출생자로서 외국인 모에서 태어난 자녀의 ‘출생 등록될 권리’를 처음으로 인정한 대법원 결정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사회적 이슈가 포함된 주요 사건에 대한 판례 분석은 해당 분야의 법·제도적 미비점을 파악하고 사회적 경각심을 고취하여 관련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으므로(이경은, 2015; 전병주, 2020) 본 사건에 대한 쟁점 분석과 논의를 통하여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해 보다 용이하게 출생 등록될 권리를 인정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주요 국가들의 법·제도적 적용 사례를 함께 고찰하여 해당 국가에서 제도를 어떻게 운용하는지 살펴보는 것은 한국에서 혼인 외 출생자 등의 신분 취득을 담보하기 위한 최적의 제도를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매우 중요할 것이다.

이하에서는 대법원 결정에 따른 미혼부 출생신고의 요건 완화와 함께 대법원 결정 이후 최근까지도 미혼부의 자녀 출생신고가 여전히 거부 또는 지연되고 있다는 현실을 고려하여 출생 등록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추가적인 방안을 함께 제시할 것이다. 즉, 미혼부 출생신고의 요건 완화와 더불어 친생자 추정 규정과 관련하여 친생자 추정 범위를 확대하거나 친생자 추정 번복의 요건 완화가 검토되어야 한다. 그리고 혼인 외 출산 또는 미혼모 출산이 증가하는 사회적 현실을 고려하여 모든 아동의 출생 등록을 담보하기 위해서 보편적 출생등록제도(Universal Birth Registration; UBR)와 신뢰출산(Vertrauliche Geburt) 제도를 함께 도입해야 한다. 이를 통하여 「가족관계등록법」의 입법 취지와 대법원 결정을 모두 반영한 실효성 높은 법·제도적 방안을 구축하여 법적·사회적 신분을 취득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부여하고, 개별 법률에 근거한 건강권, 교육권 등의 급여 및 서비스청구권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1. 미혼부 출생신고의 요건 완화

본 연구에서 살펴본 대법원 2020스575 결정과 같이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미혼부 출생신고 요건 완화가 요구된다.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은 미혼부의 혼외자 출생신고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마련되었지만, 미혼부가 “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만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자녀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제한적으로 허용함으로써 그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에 대법원은 동법 제57조 제2항에 기재된 요건은 예시적인 것에 불과하므로 그에 준하는 사정이 있는 때에도 부가 혼인 외 자녀에 대해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것으로 확대 해석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법률 제17928호에 의거 「가족관계등록법」이 개정되어 부가 혼인 외 자녀에 대하여 친생자출생 신고를 함에 있어 모의 소재불명 또는 모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 제출에 협조하지 않은 경우, 그리고 모의 인적사항의 전부 또는 일부를 알 수 없어 모를 특정할 수 없는 경우에 부의 등록기준지 또는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친생자출생 신고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향후 모든 아동의 출생 등록될 권리가 담보되어 건강권, 교육권 등의 기본적인 권리를 향유하며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미혼부의 출생신고 과정에서 모의 비협조적 사실을 부가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에 유전자 검사결과로 대체하거나, 출생신고와 관련한 가정법원 결정 또는 재판의 처리기한, 비용 지원 등을 명시적으로 규정하여 출생신고의 용이함과 실효성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2. 친생자 추정

현행 친생자 추정 규정에 대한 개선이 요구된다. 현재 미혼부의 출생신고를 제한하는 것은 다른 부의 친생자 추정을 받지 않는 자녀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이지만, 미혼부의 혈연에 따른 가족구성권, 출생아의 최우선 복리 등을 고려할 때 친생자추정 규정을 개선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에 따라 미혼부에 의한 출생신고에 대해 친생자 추정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우려하여 출생신고가 지연되거나 미등록 아동이 발생하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현재의 친생자 추정 범위를 확대하거나 친생자 추정 번복의 요건 완화를 검토할 수 있다.

첫째, 친생자 추정 범위와 관련하여 살펴보면, 프랑스에서는 법률혼뿐만 아니라 동거기간의 확인 등으로 혼인 외 출생자를 생부의 친생자로 추정하는 경우가 있어 사실혼 관계에서 출생한 자녀에게도 친생자 추정 규정을 적용함으로써 친생자 추정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유럽 통계청(Eurostat)에 의하면, 2016년 기준으로 프랑스 내 출생아 10명 중 6명이 혼인 외 관계에서 태어나 EU 회원국 중 그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8) 이러한 수치는 2007년보다 8% 증가한 것으로 혼인 외 관계에서 출생하는 아동의 수가 혼인관계에서 출생하는 아동의 수보다 더 많다는 사회적 실태가 크게 작용하여 친생자 추정 범위에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사회 전반적인 인식이 변화됨에 따라 미혼부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20년 기준 전국적으로 8천명에 이르고, 미혼부가 양육하는 자녀는 9천명을 넘어(통계청, 2020) 미혼부 자녀의 출생신고에 있어 프랑스 사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는 「통일친자법(Uniform Parentage Act; UPA)」에 의거하여 법률혼 관계를 통해 친생자를 추정하는 것과 함께 출생자에 대한 실제 부모의 역할 또는 그런 의지가 있는 자를 부모로 추정하기도 한다. 즉, 실제적인 혈연관계뿐만 아니라 자녀를 양육하고자 하는 의지를 근거로 친생자 추정을 판단하게 된다. 이에 따라 아동의 출생 이후 최초 2년 동안 자신의 집에서 아동과 함께 거주하며 부모로서 공개적으로 양육을 하는 경우에 친생자추정을 적용하게 된다(Sec 204. Presumption of Parentage). 영국에서도 미혼부 단독으로 자녀 출생신고를 완료하는데 필요한 법원의 부모책임명령(Parental Responsibility Order)과 관련하여, 법원은 미혼부가 책임명령을 신청한 동기와 함께 아동의 복리를 최우선으로 하여 부와 자녀의 애착관계, 부의 충분한 헌신 등을 검토하여 부모책임명령을 결정하게 된다.9) 아일랜드에서 미혼모 또는 미혼부가 혼인 외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를 완료하기 위해서 후견인 선임에 대한 법원 명령을 필요로 한다. 미혼모 또는 미혼부가 후견인이 되기 위해서 그 자녀와 12개월 이상(출산 후 3개월 이상 포함) 동거기간이 필요하고 자녀 부양에 관한 법원 명령을 수용해야 한다.10)

그리고 국내에서 친생자 추정 규정에 대한 논의는 친생부인을 제기할 수 있는 원고적격자 범위와 관련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김상용, 2019). 현행법상 원칙적으로 자녀를 출산한 모와 그 남편이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는 원고적격자로 규정하고 있어 외국의 입법례에 비교하여 청구인의 범위를 제한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외국 입법례를 살펴보면, 생부에게 친생부인권이 인정되지 않는 국가도 있으나(스위스, 오스트리아), 상당수 국가에서는 일정 요건을 구비하거나 기간 경과에 따라 친생부인권을 행사하거나(독일, 프랑스, 그리스 등), 생부에게 제한 없이 친생부인권 행사를 허용하는 국가도 있다(노르웨이). 따라서 현행법상에서 제한적으로 확대하여 가정의 평화가 문제되지 않거나, 자녀의 복리 등이 침해될 우려가 없는 경우 또는 상당기간 지속된 실질적인 부자관계를 훼손할 우려가 없는 경우 등에서 생부와 그 자녀에게 친생부인권을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이에 반하여, 가정의 혼인관계가 파탄되거나 자녀의 복리가 침해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생부의 친생부인의 청구는 각하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친생자 추정 번복과 관련하여 살펴보면, 친생자 추정 제도는 모와 달리 부자관계를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에 대비하여 고안된 제도라는 것을 우선 유념해야 한다(현소혜, 2019). 모의 남편과 자녀 사이에 진실한 혈연관계가 존재하지 않을 경우에는 친생자추정을 번복하고 혈연진실주의를 실현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친생자를 확인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복잡한 작업이 아니고, 검사결과의 오류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작업이므로 유전자검사 결과 등의 합리적 증거에 의한 친생자추정 번복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개혁법(부모와 자녀)」(Law Reform(Parent and Child)(Scotland) Act 1986) Sec 5(Presumptions)에 의거하여 친생자 추정이 균형 있는 증거를 통해 반박될 수 있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정부에서는 유전자 검사를 통한 생물학적 친부를 자녀의 부로 인정하고 양육비 지급 등의 양육의무를 부여하게 된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통일친자법(Uniform Parentage Act; UPA)」에 의거한 친생자관계의 추정은 법원 판결(Article 6. Proceeding to Adjudicate Parentage) 또는 친생자관계의 유효한 거부(Article 3. Voluntary Acknowledgment of Parentage)에 의해서 반박될 수 있다.

3. 보편적 출생등록제도

국내 현행법상 신고의무자가 고의 내지 과실로 출생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에 출생 사실이 공적으로 등록될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이다. 출생 미등록 아동을 공공기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절차는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아동이 출생신고 가능하도록 보편적 출생등록제도(Universal Birth Registration; UBR)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보편적 출생등록제는 부모의 지위, 출생 지역과 장소 등 어떤 요소나 출생 여건과 관계없이 모든 아동의 출생을 등록하는 제도를 말한다(Harbitz & Gregson, 2015). 보편적 출생등록제는 주요 국가에서 많이 시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아동의 출생등록 또는 출생증명이 여전히 보편적이지 않고, 일부 지역에서는 출산정보의 적시성과 완전성이 높지 않아 공공정책 수립과 운영에 불확실성을 초래하여 출생(및 사망) 등록시스템을 강화하려는 정책적 노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Phillips et al., 2018). 더욱이 빈곤층과 이주민 등을 배제하는 기존의 사회정책에서 그들을 포함시키려는 목표 전환이 보편적 출생등록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Hunter & Sugiyama, 2018).

미국에서는 각 주의 「보건·안전법(Health and Safety Code; HSC)」 또는 「공중 보건법(Public Health Law; PBH)」에 따라 아동이 출생한 의료기관에서 아동의 연령, 시민권, 친자관계를 입증하는 출생증명서(또는 전자 출생증명서)를 지역등록 담당관에 제출한다. 출생증명서는 산모가 친생부모, 아동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작성하는 산모정보서식(Mother Worksheet)을 토대로 작성되며 아동의 전 생애에 걸쳐 사용되므로 출생증명서에 서명한 사람은 지역등록 담당관에게 제출할 책임이 부여된다. 더욱이 전자 출생증명서에는 최대 60개의 개별분야에 정보를 제공하여 미국인의 건강 및 질병 동향을 예측하는데 그 유용성이 입증되었다(Clapton, 2014).

그리고 독일에서는 「신분등록법(Personenstandsgesetz; PStG)」에 따라 출생신고 의무자로서 1차적으로 양육권자, 2차적으로 출산현장에 있었거나 출산에 대해 알고 있는 자에게 규정하고 있으며, 병원이나 그 밖의 출산을 보조하는 시설에서 출산이 이루어진 경우 시설의 주체에게 출생신고 의무가 발생한다. 캐나다에서는 출생신고를 위한 단말기(Kiosks)를 이용하여 연방정부에서 관리하는 사회보험과 아동수당, 주 정부가 관리하는 의료서비스 등의 통합적 혜택을 받게 된다. 출생 아동에게 부여되는 다양한 혜택을 향유하기 위해서 출생신고가 전제되어야 하므로 복잡한 절차 없이 간단한 방식으로 출생신고와 더불어 여러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어 국내에서 좋은 입법례가 될 수 있다(최성경, 2019).

이러한 보편적 출생등록제도의 시행을 위해서 미혼부는 부성 창설의 절차를 필요로 한다. 미국에서는 미혼부가 출생아 모의 확인과 서명을 거쳐 자발적 친부인정서(Voluntary Acknowledgment of Paternity)를 작성할 경우에 출생자가 미혼부의 친생자로 추정된다. 미국 내 일부 지역에서는 특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모의 동의 없이 부성을 창설할 수 있다. 오하이오(Ohio) 주에서는 양육비이행관리기관의 유전자 검사 또는 법원의 결정을 통하여 미혼부의 부성을 창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Rev Code §3111.03). 그리고 로드 아일랜드(Rhode Island) 주에서는 법원에 혈액형 검사 결과 또는 친부인정서를 제출할 경우에 생모에게 부성 창설에 관한 내용을 고지하고 일정기간 생모에게 그에 대한 반박이 제기되지 않으면 부성 창설이 확정되고 친부에게 아동을 보호할 의무가 발생한다(RI Gen L §15-8-3). 이 과정에서 혈액 또는 조직검사 결과가 생물학적 부로 인정될 가능성이 97% 이상으로 입증되는 경우 친자관계의 결정적인 증거로 간주된다(RI Gen L §15-8-11). 또한 네바다(Nevada) 주에서는 모의 임신 이전에 최소 6개월 간 출생자녀의 부와 동거하고, 임신기간 동안 그 남성과 동거를 지속했을 경우에 출생자녀를 미혼부의 친생자로 추정하고 있다(NV Rev Stat §126.051). 이 과정에서 관계 법령에 따른 혈액형 검사 또는 유전자 식별검사에서 출생아의 친부로 인정될 확률이 99% 이상일 경우에 출생아의 친부로 확정된다(NV Rev Stat §126.121).

이미 2011년 UN의 아동권리위원회(UN Committee on the Rights of the Child)에서는 한국 내 모든 아동이 차별 없이 출생등록이 가능하도록 보편적 출생등록제 도입을 권고했으며, 현재의 가족관계등록제도는 출생신고에 대해 1차적으로 부모에게 의무를 부여하고,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대처가 지극히 미비한 실정이다. 따라서 아동이 출생과 동시에 가족관계등록부에 자동적으로 등록될 수 있도록 출생등록제를 도입하거나, 국가 차원에서 모든 아동이 출생신고가 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출생통보제 도입을 이행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2019년부터 정부에서 ‘포용국가 아동정책’의 일환으로 출생통보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출생통보가 의무화되는 것에 대해 자신들의 상당한 행정적 부담과 산부인과 기피 등을 이유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의료계 등과 같이 출생통보제 도입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출생신고가 아동이 출생과 동시에 보건복지 및 교육시스템에 접근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필수적 요건이고, 사회에서 인간으로 인정받을 권리라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4. 신뢰출산제도

사회적으로 증가하는 혼인 외 출산 또는 미혼모 출산 등으로 위기에 직면한 친모가 출생 후 아동을 유기하거나 살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출생한 아동의 생명권 보호와 함께 친모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이 요구된다. 즉, 출생 즉시 아동이 등록되어 인권 강화를 도모하는 한편 친모의 요구에 기반한 익명성 보장에 균형점을 찾는 제도가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혼인 외 출산 또는 미혼모 등에 대한 사회적 환경이 아직까지 엄격하고, 그에 따라 아동 유기와 살해 등의 심각한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출생된 아동이 신분을 취득하고 보편적 출생등록제도를 정착하기에 앞서 과도기적 단계 또는 보완적 제도를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는 독일의 신뢰출산(Vertrauliche Geburt) 제도를 주목할 수 있다. 이를 통하여 제도권 내에서 출생신고, 후견 개시 등이 제공되어 아동은 실질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고, 익명성을 원하는 친생모의 이익을 일부 실현할 수 있다.

국내에서 전체 입양아동의 90%를 미혼모 아동이 차지하고 있으며, 출생 후 유기되거나 베이비박스에 위탁되는 출생아는 출생신고의 어려움, 경제적 문제 등의 사유로 계속 증가하고 있어 상당수 여성이 위법행위에 바로 노출되면서 출생한 아동 역시 유기되거나 출생 등록되지 못하고 또 다른 사건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안경희, 2017). 더욱이 최근 5년 간 국내 출생아 중에서 혼인 외 출생아 비중은 계속 상승하여 2019년도에는 전체 출생아의 2.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통계청, 2020) 혼인 외 출생자와 모에 대해 사회시스템을 통해 보호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하는 것이다.

신뢰출산제도는 임신 후 익명으로 상담을 받고 익명으로 출산할 것을 결정한 임산부가 적절한 의료처치를 받을 수 있는 곳에서 안전하게 자녀를 출산하는 것이다. 독일에서는 2013년 「임신여성의 지원확대 및 신뢰출산에 관한 법률(Das Gesetz zum Ausbau der Hilfen für Schwangere und zur Regelung der vertraulichen Geburt)」을 제정하여 부득이한 사정에 의해 자신의 신상을 알리지 못하는 여성에게 자기결정권을 토대로 사생활을 보호하고 일정한 정도의 익명성을 보장함으로써 아동의 유기 및 살해를 방지하는 한편, 안전한 의료서비스를 이용하여 친모와 아동의 건강권을 담보할 수 있다(한명진, 2019). 국내에서 신뢰출산제도의 도입을 위해 「민법」을 개정하거나 특별법을 제정하여 신뢰출산에 대한 근거규정을 신설하고, 친생모가 익명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가족관계등록법」을 개정하여 가족관계를 공시하는 절차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Ⅴ. 결론

최근 한국 사회는 출생 미등록 아동의 사망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여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대해 아동복지뿐만 아니라 법률적 관점에서도 출생신고제도의 문제를 지적하는 견해가 많다. 출생 등록될 권리는 아동의 인권 보장을 실현하는 전제로서 모든 사회 구성원이 공동으로 부담해야 하는 사회적 책무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혼인 외 출생자로서 외국인 모에서 태어난 아동에 대한 출생신고 신청이 거부된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 사건에서 하급심은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에 대한 적용 범위를 좁게 해석하였으나, 대법원은 동 조항에 대해 완화된 해석을 통하여 모든 아동에게 ‘출생 등록될 권리’를 인정하여 아동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본 사건과 같이 외국인 모가 난민사유로 본국(중국)에서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발급할 수 없는 사정과 같이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필요한 서류를 갖출 수 없는 경우에도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의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고 평가함으로써 미혼부가 혼인 외 자녀에 대한 친생자출생 신고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대법원은 ‘모의 소재불명’ 또는 ‘모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 발급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에도 ‘모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에 준하는 사정으로 판단하여 아동의 출생신고 기회를 확대했다는 점에서 현실을 반영한 진일보한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대법원 결정에 따라 최근 「가족관계등록법」이 개정되어 미혼부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보다 간소하게 혼인 외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더욱이 가족구성이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사회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해 법원이 얼마나 엄중하게 접근하는지 파악할 수 있었고, 동법 제57조 제2항에 대해 대법원이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여 각급 법원에서 일관된 법적용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대법원 결정은 아동의 ‘출생 등록될 권리’를 최초로 인정한 것으로 아동 인권보장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것이다. 무엇보다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미혼부의 출생신고 과정에서 법·제도적 미비로 인한 아동의 불안정한 지위를 보호하겠다는 사법부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대법원 결정 이후 최근까지도 미혼부의 자녀 출생신고는 여전히 행정적 그리고 법원 실무적으로 거부 또는 지연되고 있다는 사례가 나타나 본 연구에서는 대법원 결정을 토대로 혼인 외 출생자의 출생신고를 위한 해외 사례를 검토하여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해 인권을 보장하면서 보다 용이하게 신분을 취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였다.

이와 같이 본 연구는 혼인 외 출생자로서 외국인 모에서 태어난 아동의 ‘출생 등록될 권리’를 최초로 인정한 대법원 결정을 처음으로 살펴봄으로써 사건의 쟁점과 논의를 파악하고, 그에 따른 해외 사례를 함께 고찰하여 한국에서의 법·제도적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나아가, 아동에게 법적·사회적 신분을 취득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및 아동의 인격권을 담보하는데 필요한 기초자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연구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는 법원에서 공개한 결정문을 중심으로 해당 사건만을 분석하였으므로 미등록 이주 아동 등과 같이 국내에서 거주하는 다양한 유형의 미등록 아동에 대한 사례를 지속적으로 수집함으로써 관련 사건의 법적 쟁점 및 흐름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연구는 후속연구에서 실천해 보고자 한다.

Notes
1) 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신고의무자)

① 혼인 중 출생자의 출생의 신고는 부 또는 모가 하여야 한다.

2) 가족관계등록법 제122조(과태료)

이 법에 따른 신고의 의무가 있는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기간 내에 하여야 할 신고 또는 신청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5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3)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친생자출생의 신고에 의한 인지)

① 부가 혼인 외의 자녀에 대하여 친생자출생의 신고를 한 때에는 그 신고는 인지의 효력이 있다.

② 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부의 등록기준지 또는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제1항에 따른 신고를 할 수 있다.

4)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4조

2. 모든 어린이는 출생 후 즉시 등록되고, 성명을 가진다.

3. 모든 어린이는 국적을 취득할 권리를 가진다.

5) 아동권리협약 제7조

1.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되어야 하며, 출생시부터 성명권과 국적 취득권을 가지며, 가능한 한 자신의 부모를 알고 부모에 의하여 양육 받을 권리를 가진다.

2. 당사국은 이 분야의 국내법 및 관련 국제 문서상의 의무에 따라 이러한 권리가 실행되도록 보장하여야 하며, 권리가 실행되지 아니하여 아동이 무국적으로 되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6) 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신고의무자)

① 혼인 중 출생자의 출생의 신고는 부 또는 모가 하여야 한다.

② 혼인 외 출생자의 신고는 모가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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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주 okjbj@cbnu.ac.kr

충북대학교에서 사회복지정책 전공으로 문학박사를 취득하였고, 현재 충북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에서 택지개발에 의해 이주한 고령 농업인의 외상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Tedeschi & Calhoun 모델을 적용한 택지개발 이주노인의 외상 후 성장에 관한 연구: 정착형태를 중심으로”(2020), “무릎 인공관절 수술한 여성노인의 신체상과 우울의 관계에서 사회적 지지 요인의 성격별 조절효과”(2020), “장기요양급여 대상자의 장애인 활동지원급여 신청 제한에 관한 소고”(2021) 등 다수 논문을 발표하였다. 주요 관심분야는 사회보장, 주거복지, 보건의료이다.

최은영 eychoi66@cbnu.ac.kr

연세대학교에서 사회학 학사학위와 사회복지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사회복지학 박사과정 수료 후 2003년 미국 Brandeis 대학에서 사회정책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본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정책실에서 근무하였으며, 현재 충북대학교 아동복지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관심분야는 복지국가와 젠더, social care, 여성노동이다. 주요 저서로는 『여성복지론』(2010), 『현대의 비교복지국가론』(2010), 『복지국가레짐 한-일 비교』(2006)가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는 “다중격차 시대 사회복지정책의 새로운 과제-사회수당의 역할”(2020), “보육정책 성찰적 재고(再考)-돌봄노동에 대한 가치인정과 품질향상을 중심으로”(2020), “기혼근로자의 근로 및 사업체 특성, 과로인식이 직무만족도와 생활만족도에 미치는 영향”(2021)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