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 남북교류협력 자율성과 다자주의
초록
지자체 남북교류협력 활성화를 위한 법제도 변화의 목적은 남북교류협력 분야에 있어 지자체 자율성의 확보이다. 자율성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지자체가 중앙정부가 아니기 때문에 발생하는 구조적 자율성과 사업추진 과정에 있어서 중앙정부로부터의 제도적 자율성이다. 서로 개념적으로 구분될 필요성이 있지만, 이 자율성들이 서로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자체의 구조적 자율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자율성이 필요하다.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이 이를 다자협력의 형태로 추진하는 것이다.
동북아가 ‘아시아 패러독스’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지자체의 다자주의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 동북아 다자협력체 구축의 핵심가치는 평화이다. 평화는 목적이면서 수단이기도 하다. 목적과 수단으로서 평화는 중앙정부가 독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동북아에 존재하는 다양한 행위자들 사이에 공동 이익을 발견하고 이를 확대하는 과정에 정부가 일일이 간섭하고 통제할 수 없다. 게다가 동북아 다자협력을 제한하는 가장 큰 요인인 군사 안보분야 갈등에 집중해야 하는 정부와 달리, 지자체나 민간과 같은 하위정치의 주체들에게는 비군사적 비정치적인 분야의 국제 문제해결을 위한 지역연대를 제안하고 이를 위한 평화구축의 필요성을 주장할 수 있는 상대적 자율성이 존재한다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의 목적이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구축이라고 한다면, 목적을 추진하는 방식의 다양성을 고민해야 한다. 기존의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은 남북협력 ‘양자틀’에서 남북의 직접적인 협력에 무게의 중심을 두었다. 남북교류협력의 법제도들 또한 양자적 관점에 기반을 두고 있다. 다자틀에서 남북교류협력 추진을 시도한다면 지자체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한 행동의 구조적 공간과 행동의 자율성이 확대되는 결과를 낼 수 있다. 다자주의가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의 자율성을 위해 필요한 이유이다.
Abstract
The purpose of the changes in the legal system for promoting local governments’ inter-Korean exchange and cooperation is to increase ‘autonomy’ of local governments in the field of inter-Korean exchange and cooperation. There are two types of autonomies. One is the structural autonomy that occurs because a local government is not a central government, and another is the institutional autonomy from a central government in the process of implementing projects. One measure to secure the autonomy of local governments is to push it in the form of multilateral cooperation. The existing inter-Korean exchange and cooperation of local governments has focused on direct inter-Korean cooperation in the bilateral framework. Attempts to promote inter-Korean exchange and cooperation in the multilateral framework can result in the expansion of structural space and autonomy of local government’ actions in the field of inter-Korean exchange and cooperation.
Keywords:
Local Government Inter-Korean Exchange and Cooperation, Autonomy, Multilateral Cooperation키워드:
지자체 남북교류협력, 자율성, 다자주의Ⅰ. 서 론
지자체1) 남북교류협력의 차별성은 어디에 있을까? 지난 지자체 남북교류협력 활성화를 위한 경기도 주최 좌담회에서 한 국회의원은 중앙정부의 남북교류협력을 고속도로에 지방정부의 남북교류협력은 국도에 비유한 바 있다. 이에 경기도 지사는 ‘경기도 국도론’에 동의하며 지자체 역할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2) 시간과 비용 그리고 노력이 많이 들지만, 한 번 만들어 놓으면, 되돌릴 수 없는 남북관계의 틀을 고속도로에, 고속도로를 만들기 전(혹은 작동을 하지 않을 때), 이를 대신하면서, 고속도로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는 역할을 국도에 비유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좌담회에서는 대동맥 대신 남북관계의 모세혈관을 잇는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의 역할이 이야기되기도 했다. 비유적 표현이기는 하지만, ‘국도’, ‘모세혈관’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의 특징을 중앙정부의 것과 비교해 뚜렷이 보여준다. 그런데 이와 같은 지자체 남북교류의 비유적 차별성이 실제로 현실에서 작동하고 있는가? 논리적으로 가능해 보이는 역할의 분담이 실제의 현실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는가? 만약에 비유적 차별성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며,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본 논문은 이와 같은 질문에서 시작해 자율성의 측면에서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의 차별성과 활성화를 위해 논의되고 만들어진 법제도적 변화들이 과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가를 살펴보고,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의 활성화와 차별성을 만들어나가는데 필요한 발전전략을 논의하고자 한다.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의 활성화와 차별성을 논의하는데 자율성의 개념이 필요한 이유는, 자율성이 있어야만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의 차별성이 나타날 수 있는 차이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별성은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하나의 축이기 때문이다. 정체성이 없는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은 항상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정체성이 부재한 상황에서 지자체가 ‘남북교류협력을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의 차별성, 정체성, 활성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기본적인 필요조건이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의 자율성이라고 할 수 있다. 글에서 전제하고 있는 몇 가지 기본적인 개념적 요소들의 관계성은 다음과 같다.
본 논문은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의 자율성을 논의하기 위해 우선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이 처해있는 구조적 한계를 이야기하고,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의 활성화를 위해 극복되어야 할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자율성의 부재가 최근 법제도적 변화로 과연 해결되었는지 비판적 시각에서 설명한다. 그리고 구조적 한계 및 법 제도적 불완전성을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 다자주의의 틀을 활용한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사업의 추진 필요성을 논의할 것이다.
Ⅱ.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의 구조적 한계
1. 한반도 분단구조와 남북관계의 관계
한반도 분단이 고착화된 이유는 한국전쟁과 이후 67년간 이어온 정전체제의 지속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전쟁을 민족 간 내전으로는 보는 시각도 있지만, 한국전쟁을 국제전쟁으로 보는 시각은 정전체제에서 남북관계를 국제정세와 연계해서 보는 기초를 제공한다(김학재, 2015). 2차 대전 이후 재편되는 국제질서의 영향 속에서, 이미 강대국의 정치적 선택에 종속되어 있던 남북 간 정치세력들의 갈등이, 한국전쟁과 정전체계의 지속에서 제도적으로 고착화된 결과로 나타난 것이 분단, 평화의 부재이다. 미국과 소련, 중국의 한국전쟁 지원과 참전의 이유는 이데올로기 진영 간의 이데올로기 수호를 위한 것일 수도 있지만, 한반도라는 지정학적인 요새를 적에게 빼앗겼을 때, 자국에 미칠 결과를 우려한 강대국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의 능력을 넘어서는 전쟁을 치르고, 전쟁이 중단된 상태에서 모든 능력을 소진한 채, 군사적 방어와 경제적 발전을 한반도에 이익이 걸려있는 강대국의 힘에 의존해야 했던 남북이 본인들의 관계를 ‘자주적’으로 구축하는 데 한계가 있었음은 당연하다.
한편, 한국전쟁 이후 정전체제 안에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민족 간 통합을 자주적으로 이루려고 하는 남북 간 의지가 강대국의 간섭을 극복할 만큼 강력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안보의 딜레마가 작동하는 남북의 관계는 ‘남북 기본 합의서’에 나타난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 보다는 적대적인 국가관계가 더 일반적이었다. 통일은 적을 제거한 이후 우리의 체제가 그대로 적의 영토에 확장되는 방식을 의미했으며, 적이 아닌 공존을 위한 다름의 시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는 국가의 안전을 해하는 태도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 적대적 통일보다는 일차적으로 공존에 방점을 두는 남북관계 평화 담론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남한사회의 경제적 성장과 정치적 민주화, 사회의 다양성 확대는 남북관계 담론의 장을 확대시켰다. 국민들은 남북정상 간의 만남들을 보면서 북한 정권에 대한 인정이 가능함을 직·간접적으로 느꼈다. 그런 동시에, 이어지는 남북정상 간의 만남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는 남북 간 갈등을 보면서 통일의 가능성에 회의감이 생기고 국민들의 인식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민족적 당위성에서 벗어나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남북관계의 최종점이 꼭 통일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이 사회적으로 확산되었다. 혹은 최종점이 통일이라 하더라도, 그 과정과 조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며, 일차적으로 남북 간 평화가 우선이라는 의견이 늘어났다(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2020).
문제는 남북관계의 지향점이 통일에서 평화구축으로 그 목표가 낮춰졌다고 하더라도, 과연 남북의 평화를 남북만의 합의로, 남북 간의 결정으로 이룰 수 있는가이다. 불행히도, 남한은 북한의 최고 걱정거리인 체제 안전을 보장해줄 힘이 없으며, 체제 보장 없이 북한은 남북평화의 최고의 걸림돌인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남북의 의지만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만들 수 없는 현실 구조적 한계 사례가 바로 문재인 정부에서 3차례나 이루어졌던 남북정상회담이 보여준 효과의 단명(單名)성이다. 미국의 승인 없이는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정상이 약속한 내용을 추진할 수 없는 구조적 제한이 한반도에 작동하고 있다. 2018년 평양공동선언에서 남북정상이 합의한 것들 중 하나이고 2019년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언급한 개성공단의 조건 없는 재개를 정부는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에 종속되어 있는 남한의 수동적인 태도가 남북관계의 걸림돌이라고 하지만, 남한으로서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핵·미사일을 포기하지 못하는 북의 태도와 이로 인한 국제적인 대북제재가 남북관계의 걸림돌이다. 남북의 입장과 태도 차이 밑에 존재하는 한반도 평화결핍의 근본적인 이유는 한반도가 아직 전쟁 상태라는 것과, 북한과 미국의 적대관계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북한이 원하는 대로 남한이 미국에 반기를 들어 대북제재를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개성공단을 재개한다 해도, 이것이 북미 간 갈등을 해결하는 열쇠가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남한의 태도 변화에 북한이 핵에 대해 유화된 태도를 보이는 대신, 북한의 입장에서 남한의 태도 변화를 오히려 미국의 핵 협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의 대북제재 위반으로 미국의 제재대상이 된 남한기업들이 입을 피해와 경제악화로 인한 국내의 반대여론을 생각했을 때, 미국과의 갈등으로 남한사회는 자유민주주의라는 정치체제가 우선인지 민족주의가 우선인지와 같은 이념의 문제, 체제 정당성의 문제로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남한의 적극성이 한반도 평화에 부작용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남북관계는 남북간의 관계성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틀에 갇혀있다. 특히 북한의 핵개발과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남북관계에서 남한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극단적으로 좁혀버렸다. 남북관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북·미간의 적대관계, 이를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북·중관계, 더 크게는 미·중간 패권전쟁 그리고 이런 관계들의 불안정성을 뒷받침하고 있는 정전체제가 시간에 따라 유기적으로 변화하며 뒤엉켜져 있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실패 후 남북관계의 냉각과 남북교류협력의 중단은 남북관계의 구조적 종속성을 보여준다. 정부는 2019년, 2010년 쌀 5000톤 지원 이후 9년 만에 5만톤의 대북 쌀지원을 결정하고 직접 전달을 추진했으나 북한의 거부로 같은 해 6월 유엔식량계획(WFP)를 통한 대북 간접지원을 추진했다. 하지만 북한이 이마저 거부하면서 사업을 중단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은 러시아, 스위스, 스웨덴 등의 국가로부터는 식량 지원을 수용하면서 남한과의 관계 단절을 표면화했다. 당연히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사업도 이와 같은 외부적인 요인에 자유로울 수 없다. 하노이 실패 이후 지자체 남북교류도 중단되었다. 경기도의 경우 2018년 진행한 대북 식량지원을 다음 해에도 이어가려 했지만, 북한과의 대화 단절로 추진을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2. 북한의 대지자체 협력사업 구조
지자체 남북교류협력 사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북한과의 직접적인 소통채널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동안 지자체가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추진하면서, 대북민간단체와의 협업의 형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북한에 대한 전문성 결핍도 있지만, 북측 파트너와의 접촉이 민간의 중계를 통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기관 대 기관의 협력관계 보다는 북측 대남단체 소속 인사와 남측 대북지원사업 운동가(사업가) 간 개인적인 신뢰관계가 남북협력사업의 중심축이 되는 시스템이 작동하면서, 북측인사와의 개인적인 신뢰구축이 어려운 지자체 행정의 특성상 소통채널의 구축이 어려웠다. 게다가 북한이 대남 사업 파트너가 누군가에 따라 민경협, 민경련이란 전문 조직을 두었던 것과 달리 지자체를 상대하는 전문기관을 따로 지정하지도 않았다.
북한에서 남북협력사업을 추진했던 기관들은 그동안 민경협, 민경련, 그리고 이를 총괄하는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으로 알려져 있다. 아태는 비록 당정외곽기관이지만, 조선노동당 대남전문 부서인 통일전선부 소속으로 알려져 있다. 당연히 당의 대남정책에 따라 남북교류협력은 영향을 받게 된다. 정치가 모든 사회의 영역을 지배하는 북한체제의 특성상, 인도적인 남북교류협력, 경제협력은 언제든지 정치적인 이유에서 중단될 수 있다(권헌익, 정병호, 2013). 반면, 남한의 경우 비록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 결정이 소위 정경분리의 원칙에서 어긋나는 것이긴 했지만, 정치의 영역과, 경제의 영역, 인권의 영역을 분리하자는 정책적 논의가 활발하다. 2020년은 북한의 정치적 이유가 모든 남북교류협력을 중단시킨 한 해였다. 2019년 12월 말 “혁명적 로선”으로 정면돌파전 선언 이후, 북한은 자력갱생에 기초한 자력자강노선을 추진했다. 미국의 대북제재를 북·중관계과 북·러관계를 배경으로 돌파해 인민경제를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전략이었다(최용환, 이기동, 2020). 대규모 수해가 발생한 8월 김정은 위원장은 홍수 피해와 관련한 그 어떤 외부적 지원도 허용하지 말라 했으며, 지속적인 남쪽의 지원 의사에 외부의 도움을 일절 받지 않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보였다. 김여정의 남북관계를 대적관계로 전환하겠다는 경고와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남북관계는 1년 전 남북 정상간 화기애애한 분위기와 남북평화를 위한 양 정상들의 의지표명이 무색할 정도로 냉각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만약에 이와 같은 북한의 특징을 무시한 채, 지자체가 남북교류협력을 추진한다면, 성과보다는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교류협력의 중단을 지시한 상황에서, 정상적인 대북지원은 불가능하다. 남측이 지원한 물건이 북한으로 들어간다 하더라도 남측지원의 색을 지우기 위한 여러 단계의 세탁의 과정을 거치면서 당연히 투명하지 않은 방식으로 전달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북한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이와 같은 지원은 북한사회에 도움이 아닌 사회의 혼란과 지도자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적대적인 행위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며, 이에 개입한 인사들의 처벌 또한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와 같은 무리한 추진으로 인해 다른 대북지원 단체들의 인도적인 지원활동을 위축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지자체 남북교류협력 추진 시 북한 정치사회적 특징과 대북 인도적 지원의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한 판단이 필요하다.
Ⅲ.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의 자율성
1. 지자체 자율성의 개념
앞장에서 이야기한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제한하고 있는 구조적 한계와 별개로, 지자체가 가지고 있는 단체적 특징으로 발생하는 자율성이 있다. 절대적인 자율성이 아닌 상대적인 자율성이기는 하지만, 이론적 측면에서 중앙정부와 달리 지자체가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한다.
중앙정부의 경우 외교정책이 현실주의적인 관점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신현실주의의 입장에서 최고의 가치는 국가의 생존이다. 국가의 안보와 이익이 정책의 우선순위가 된다. 국가가 존재하고 있는 세계는 홉스가 이야기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자연상태(무정부상태)와 비슷하다. 국제체제에서는 타국의 무력사용을 억제하거나 막을 수 있는 상위의 권위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환경에서 안보는 자조(self-help)에 의해서 확보될 수 있다. 국제정치의 본질은 국가 간의 협력보다는 경쟁과 갈등이며, 이를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은 국가 간의 약속이 아니라, 세력균형이다. 국가 간의 협력은 협력의 결과로 인한 이득의 양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이익의 배분 양식을 통해 유지된다. 절대적인 이득이 양이 크다 하더라고, 상대적으로 이득의 양이 적어 박탈감을 느낀 국가는 언제든지 협력을 파기할 수 있다. 현실주의에서 적대관계에 있는 국가들 사이의 불안이 확대되는 논리를 설명하는 것이 ‘안보의 딜레마’이다. 국제사회에서 국가 간 관계의 비극을 설명하는 안보의 딜레마는 “자국의 안보를 확보하려는 자조 노력이 그 의도에 상관없이 타국들의 불안을 증대시키고, 스스로는 방어적이라고 여기는 조치들이 남들에게는 잠재적 위협으로 인식”되는 구조적 개념이다(Hertz, 1950).
현실주의의 시각에 따르면 한반도에서도 남한과 북한 그리고 미국과 북한 사이에 이와 같은 안보의 딜레마가 작동하고 있다. 사실상 북한은 끊임없이 자신들의 핵·미사일 개발의 이유로 북한 정권교체를 목적으로 하는 미국의 적대적인 대북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적 자위권임을 주장하지만, 반대로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미국 본토 공격을 위한 대미 공격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음에서 북·미간 이와 같은 안보의 딜레마가 작동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특히, 북한의 미국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의 능력 확보는 트럼프 정부로 하여금 북핵과 관련해 오바마 정부가 유지해 왔던 전략적 무시(strategical ignorance)를 폐기하고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적극적인 개입정책으로의 변화를 선택하게 했다고 볼 수 있다. 안보의 딜레마가 미국의 대북정책변화를 이끈 사례이다. 또한, 남한도 북한의 핵개발을 전통적인 재래식 무기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한 비대칭 군사적 전략으로, 남한 침략용 전쟁무기로 파악하고 있다. 한편, 북한이 지속적으로 방어적 성격의 한·미 군사훈련을 북한에 대한 공격훈련으로 주장하는 것 또한 안보의 딜레마로 설명할 수 있다.3)
반면에, 지자체의 경우 현실주의적 관점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주의적, 구성주의적 관점에서 남북관계에 접근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지자체가 남북교류에 있어 중앙정부보다 정치적 변수로부터 자유롭다는 견해가 나오는 이유이다(최용환, 2015). 자유주의는 현실주의와 달리 다양한 국제정치의 행위자들을 인정하면서 국가 간 협력과 국제기구를 통한 평화구축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국가간의 경제교류를 통해 상호 이익과 번영이 연결되면, 국가 간의 협력이 심화되면서 문제해결을 위한 수단으로 무력의 사용은 그 가치를 잃게 된다(Robert 외, 1977). 한편, 구성주의는 국제정치 행위자들의 정체성과 이익의 형성에 관심을 가진다. 정체성과 이익은 국제정치 행위자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데, 정체성과 이익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다. 국가들 사이에 안보 딜레마라는 것은 본래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며, 이는 국가 상호작용 이전에 이기적인 이익과 정체성을 갖고 있다고 전제하기 때문에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관행이라는 것이 변하기 어렵고, 지속될 수 있지만, 관행을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이를 성찰함으로써 상호작용을 통해 정체성과 이익의 의미를 변화하는 것이 가능하다(A. Wendt, 1992).
지자체는 남북교류협력 추진에 있어 안보 이슈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안보 이슈가 외부적 요인으로 남북간 교류를 단절하다면, 이에 영향을 받겠지만, 내부적으로 사업추진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대상은 아니다. 게다가 외교, 국방 등 국가의 존립에 필요한 사무는 지자체가 조치할 수 없는 ‘국가사무’ 이다.4) 중앙정부가 안보의 딜레마에 엮여 있을 때, 지방정부는 남북간 관행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시도를 할 수 있다. 남북관계의 궁극적인 목적이 평화구축인 이상, 안보의 딜레마의 극복이 우리의 목표이기 때문에 자유주의적, 구성주의적 시각에서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남북간 상호작용이 적대와 신뢰구축 양면에서 작용할 때, 이는 상호 모순된 것이 아니라, 남한의 다양한 행위자들이 북한에 사용할 수 있는 카드의 다양성으로 보아야 한다. 중앙정부가 미국과의 관계, 북한의 핵문제 등으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축소되고, 북한과의 관계가 군사적인 문제로 충돌할 때, 우회적으로 남북간 이익 및 정체성의 변화, 신뢰구축의 역할을 할 수 있는 행위자의 자율성을 높여주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신종호, 2018).5)
2018년 남북관계 개선과 함께, 향후 남북 교류협력의 활성화를 위해서 지자체와 민간에게 자율성과 권한을 확대하는 ‘분권형’ 대북정책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신종호, 2018).6) 분권화는 지자체의 자율성을 높이는 제도적인 개념이다. 분권(decentralization)은 집중화된 권력이 분화를 의미한다. 입법, 행정, 사법의 3권 분립도 하나의 분권이다. 여기서는 중앙정부로부터 지자체로의 분권의 의미에 한해서 사용한다.7) 분권은 권한 이전의 정도에 따라 ‘분산’, ‘위임’, ‘이양’으로 구분할 수 있다(Dennisk A, 1981). ‘분산’은 중앙정부가 업무 수행방식의 결정권을 가진 채 행정적 권한을 지방에 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위임’은 중앙정부의 통제를 받기는 하지만 행정적 권한 더불어 업무에 대한 의사 결정권과 집행권 그리고 이에 대한 책임이 부여된다. 이양은 중앙정부의 통제로부터 벗어나 분리(separateness) 혹은 자치권을 의미한다. 「지방자치법」은 정부의 사무를 지방사무와 국가사무로 분리해 지자체의 권한을 제한하고 있는데, 분권의 정도는 지방사무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그런데 「지방자치법」은 지방자치단체의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명문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이에 전통적으로 외교, 국방이 국가의 고유사무이고, 대북정책은 외교, 국방의 사안에 포함되기 때문에 사실상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은 분권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의견이 있다(나용외 외, 2019). 반면에, 남북교류협력이 법령상 국가사무에 속한다는 명문규정이 없기 때문에, 지자체 주민의 복리를 위한 포괄적인 사무를 처리할 수 있는 권한(전권한성)의 허용 해석을 통해 분권의 대상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김동성 외, 2017). 결론적으로 법체계에서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의 법적 근거는 애매모호함으로 남아있고, 현실에서는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은 정부의 승인을 받아 국가의 안보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가능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임정관, 2018). 일단, 법제도적 명확성을 뒤로하고,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남북교류협력사업 형태를 앞에서 논의한 분권의 정도로 구분하자면, 분산의 이전 혹은 초기 단계로 평가된다.8) 분산은 중앙부처의 권한 일부를 지방자치단체에게 이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정부는 지자체나 민간단체나 남북교류협력사업을 하는데 있어 절차적 차별성을 두고 있지 않다. 민간단체와 같이, 지자체가 남북교류협력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접촉, 방북, 물자 반출입의 모든 과정에서 통일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남북교류협력의 절차 과정에서 어떤 것도 지자체에 이전한 권한이 없다. 단지, 법체계 해석의 애매모호함 속에서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관련 조례를 만들고 기금을 조성해서 통일부 승인 하에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통일부는 ‘통일부 인도지원사업 처리 규정’ 개정(2019.10.22.)을 통해 지자체를 ‘대북지원사업자’로 승인받을 수 있도록 했다. 즉 규정개전 이전에 지자체는 대북지원사업자가 아닌 이유로 독자적인 대북지원사업을 추진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과거 지자체의 ‘대북지원사업자’의 불인정은 민간단체보다 자율성을 제한하는 조치였으며, 중앙정부가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을 권한의 이전 대상이 아니라 중앙통제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예라고 할 수 있다. 대북지원사업자에 대한 논의는 다음 장에서 이어서 하려한다. 결론적으로 현재, 지자체의 제도적(행정적) 자율성은 상당히 낮다.
여기서 지자체의 자율성 구분을 명확히 필요가 있다. 하나는 지자체가 중앙정부가 아니기 때문에 발생하는 구조적 자율성과 다른 하나는 사업추진 과정에 있어서 중앙정부로부터의 제도적 자율성이다. 서로 개념적으로 구분될 필요성이 있지만, 이 자율성들이 서로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자체의 구조적 자율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자율성이 필요하다. 구조적 자율성은 절대적인 자율성이 아닌 상대적인 자율성으로 한반도 정세의 변화에 따라 그 자율성이 크게 제한될 수 있는 반면에, 행정적 자율성은 국가 내부 기관과의 관계로 한반도 외부 정세와 크게 관련이 없다. 물론 한반도의 정세가 평화와 협력을 위한 분위기로 고착화된다면,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의 역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행정적 자율성에 대한 요구 또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지자체의 자율성 확보를 위해서는 자율성이 작동할 수 있는 이론적, 제도적 뒷받침이 같이 이루어져야한다. 지자체의 자율성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필요한 이유를 찾고, 이 이유를 지자체뿐만 중앙정부도 같이 공유해야 한다. 그리고 역량에 맞는 권한이 지자체에 주어져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공동의 목표를 위한 전략적인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2. 지자체 자율성과 법·제도의 변화
지자체가 남북교류협력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조건으로 ‘대북지원사업자’ 승인이 지속적으로 논의되어 왔었다. 지자체가 대북지원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대북지원사업자로 승인을 받을 수 있는 민간단체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였다. 이에 통일부는 2019년 관련 규정개정을 통해 지자체가 대북지원사업자로 승인될 수 있는 길을 터놓았으며, 이에 따라 광역 및 기초 지자체들이 대북지원사업자로 승인을 받아 놓은 상황이다.9) 그런데 지자체가 대북지원사업자인지, 아닌지와 별개로 관심을 두어야 할 것은 통일부가 대북 인도지원 사업을 관리하기 위해서 ‘대북지원사업자’로 승인을 받아야 하는 통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지자체 대북지원사업자의 승인이 가지는 의미는 중앙정부로부터 자율성의 확대가 아니다. 명확히 이야기하면 대북민간단체로부터의 자율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북지원사업자가 지자체의 자율성의 측면에서 중요한 이유는 지자체의 역할 확대라는 측면에서 제도개선의 관문이라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다(임정관, 2020). 통일부는 2019년 규정개정에 이어 2020년 8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개정안의 내용 중에서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에 관련된 것으로 분류할 수 있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협력사업 주체로 인정(제2조 제4호), 지방자치단체 남북교류협력 협의회 신설(제8조의 2), 그리고 남북협력지구 신설(제2조 제5호)이다. 지자체의 남북협력사업 주체로의 인정은, 통일부 규정을 통해 인정하던 것을 법률의 수준에서 명확히 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 뿐만 아니라, 남북교류협력이 과연 지자체의 사무인가에 대한 논쟁에 대해서도 정리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10) 개정안은 지방자치단체의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효율적인 협의를 위하여 통일부 소속으로 지방자치단체 남북교류협력 협의회를 두도록 했다. 그리고 협의회의 구성 및 운영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이 조항에 있어서는 우려와 기대가 동시에 존재한다. 우선, 지방자치단체 남북교류협력 협의회를 통일부 소속에 둠으로써 이것이 통일부의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의 통제의 장치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통일부는 경쟁적이고 질서 없는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 추진에 지속적인 우려를 표해왔다.11) 통일부가 이와 같은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한, 협의회는 정부가 생각하는 질서 있는 지자체 남북교류협력 관리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지자체 남북교류협력 협의회가 총리실이나 대통령 소속이면 좋겠지만, 통일부 소속이라 하더라도, 정부와 지자체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전략적 역할분담을 위한 소통의 채널로 작동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지자체의 정치적 위상이 높아진 상황에서 협의회가 정부의 일방적인 의견전달의 수단으로 전락한다면, 지자체의 참여와 관심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법률적 협의회의 정상적인 작동을 위해서는 통일부가 지자체와 상하기관이 아닌, 수평적 협력기관으로 관계 맺을 수 있는 태도의 변화가 필요한데, 협의회가 이와 같은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남북협력지구와 관련된 내용들은, 북한과의 접경지역에 위치한 인천, 경기도, 강원도와 관련이 있다. 이들 지자체가 추진 중인 통일경제특구와 관련된 조항으로 남북협력지구를 통한 통일경제특구 추진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반면, 개정안의 내용 중, 지자체와 갈등 가능성이 있는 내용도 있다. 이번 개정안에 새롭게 포함된 것 중 하나가 ‘북한지역 비영업 사무소 설치 승인 제도’이다. 북한 사무소 개설은 대북지원사업을 하는 단체들의 하나의 숙원이었다. 북한 사무소 설치 조항은 민간 주체들의 북한 장기체류와 활동을 허용하는 근거로 작동할 것이다. 그런데 이 조항은 설치 주체를 ‘법인·단체’로 제한하고 있다. 이는 과거 대북지원사업자의 범위를 법인·단체로 제한한 것과 같다. 남북교류협력사업 추진에 있어 지자체의 최대의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것이 북한과의 소통채널 부재였다. 북한 사무소는 이와 같은 지자체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써 지자체의 관심이 쏠릴 이슈이다. 과거 대북지원사업자 승인에서 발생한 것과 같은 갈등을 미리 해소한다는 측면에서도, 지자체를 남북협력사업의 주체로 법률에 명시한 만큼, 사무소 설치의 주체도 ‘법인·단체·지방자치단체’로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3. 지자체 자율성과 내부요인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의 활성화를 위한 법제도 변화의 목적은 남북교류협력 분야에 있어 지자체 자율성의 확보이다. 지자체의 자율성을 구성하는 외부적 요인들은 앞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구조적인 요인과 제도·행정적인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지자체 내부의 측면에서 자율성과 관련된 것은 없을까? 이의 질문은 자율성과 함께 주어진 권한을 지자체가 최소 그만큼의 책임감으로 잘 활용할 수 있는 내부능력을 가지고 있는가? 와 연결된다. 좀 더 구체화된 질문을 한다면, 구조적 자율성과 관련해서 안보의 딜레마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지자체가 구조적인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 및 사업들이 마련되어 있는가? 그리고 제도적 자율성과 관련해서는 공공기관으로서 책임성 있는 남북교류협력 추진을 위한 체계가 마련되어 있는가? 그리고 대북지원사업자로서 활동하기 위한 전문성의 영역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에 대한 답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지자체가 대북지원사업자로 지정된 이후, 쟁점이 된 것이 지자체와 민간단체와의 관계이다. 지자체 대북지원사업자로의 승인으로 ‘지자체가 독자적(자율적)인 남북교류협력을 할 수 있게 되었다’란 사실만 강조가 되었지, ‘어떻게 독자적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 과연 현재 지자체가 민간의 도움 없이 남북교류협력을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인가? 예전에는 일반적으로 대북민간단체가 북한과의 협의 후 사업을 합의해 오면 지자체가 사업비를 지원하고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형태였다. 이와 같은 사업구조에서 지자체가 가진 결정권이란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못했다. 지자체가 결정권과 자율성을 가지고 대북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첫째, 반복해서 이야기되고 있는 북한과 직접적인 소통채널 확보이다. 북한과의 소통채널을 확보할 수 있다면, 이는 지자체가 구조적 자율성을 적극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기반으로 작동할 것이다. 둘째, 행정적 불편함과 비효율성 해소이다. 대북사업시 대북지원물자를 지자체가 직접 구입하고 마련해야 할 때 지자체는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의해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지자체가 구입한 물품을 북한에 보내기 위해서는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의 절차에 따라야 한다. 이런 절차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도 상당하다. 자연재해 등으로 북에 인도적 지원을 해야 할 때, 시간은 대북사업에 중요한 요소이다. 독자적인 대북인도지원사업 추진을 위해서 반드시 해결해야할 문제이다. 과거 대북민간단체를 대상으로 한 민간사업보조나 위탁을 통해 비교적 편하게 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발생하는 불편함들을 극복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 셋째, 남북교류협력의 내부 행정원칙이다. 이는 행정적 책임성과 연관되어 있는데, 대북사업의 특수성으로 지자체 행정의 투명성이나 책임성의 원칙과 충돌할 때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대북사업의 문제점 중에 하나가 비밀주의이다. 북한이 언론의 보도나 사업과 관련된 내용의 외부유출을 꺼려한다는 이유로 이를 검증 없이 비공개로 추진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사업추진 과정에 무리가 생길 때, 이와 관련한 행정적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대한 해결방안이 준비되어야 한다. 그 외에도 모니터링이 되지 않는 대북사업과, 지자체와 북한의 양자합의가 아닌 제3자가 포함된 간접 합의서를 사업 추진의 근거로 인정할 것인가 등에 대한 행정적 원칙을 세워야 한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제도적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행정적 기반 구축이라 할 수 있다. 넷째, 지속가능한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전문성 확보이다. 통일부와 달리 종합행정기관으로서 지자체는 공무원들의 순환보직으로 인해 전문성을 확보하기 힘든 구조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외부의 전문가들을 고용하고 있지만, 이들의 역할에 대한 일반 공무원들의 인식부족, 그리고 단기 계약으로 인한 신분 불안정성으로 전문성을 안정적으로 발휘하기 힘들다. 결국, 이와 같은 숙제를 풀지 못한다면, 독자적이고 자율적인 남북교류협력의 추진 혹은 독자적이 아니더라고 민간과의 관계에서 주도적인 남북교류협력을 추진할 수 없다. 지자체의 내부능력과 행정적 책임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지자체 자율성의 기반을 마련할 수 없다.
Ⅳ. 다자주의와 지자체 남북교류협력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의 목적이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구축이라고 한다면, 목적을 추진하는 방식의 다양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은 ‘양자틀’에서 남북 양자간 직접적 협력에 무게의 중심을 두었다. 하지만 ‘다자틀’에서 남북교류협력 추진을 시도한다면 지자체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한 행동의 구조적 공간과 자율성이 확대되는 결과를 낼 수 있다.
1. 한반도와 다자주의
동북아는 소위 ‘아시아 패러독스’에 묶여 있다. 아시아 패러독스는 아시아에서 경제적 상호의존도는 높아지고 있지만 정치, 안보, 분야의 갈등이 계속 심해지고 있는 현상이다. 이 현상에 아시아를 꼭 집어넣은 이유는 과거 경제협력을 경제통합으로 그리고 정치적 통합으로 만들어나간 유럽의 사례와 다르기 때문이다. 기능주의 이론에 따르면 아시아의 사례는 독특하다. 기능주의는 특정 분야에서의 교류가 다른 분야의 교류를 이끌고, 이와 같은 교류가 반복, 확장되면서 정책 제반 분야에서 기능통합과 함께 평화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David, 1966). 물론, 유럽의 통합 역사와 비교해 동북아의 통합 노력의 역사는 짧고, 긴 시각에서 볼 때 기능주의의 예측이 맞아떨어질 수도 있다.
1990년대 초 유럽에서 냉전이 붕괴하고 동북아에서도 냉전의 진영대결이 완화하는 모습을 보이자, 한국은 중국, 러시아와 국교를 맺는 등 평화를 통한 지역안보의 전략을 취해왔다. 노태우 대통령은 ‘동북아평화협의회’ 창설을 제안했으며, 김영삼 정부는 ‘동북아 안보대화’를, 김대중 정부는 ‘동아시아 공동체’ 설립을, 노무현 정부는 ‘평화번영의 동북아 시대’를, 박근혜 정부는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현 문재인 정부에서는 ‘동북아플러스 책임공동체’를 추진하고 있다.12) 이와 같은 논의들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진보 보수와 상관없이 지정학적인 비극에 처해있는 한반도의 입장에서 강대국의 진영대결 구도보다는 평화·협력적 환경 구도가 우리의 국익에 더욱 부합한다는 컨센서스가 존재하는 점이다(이대우 외, 2019). “안보를 통한 평화보다는 평화를 통한 안보가 훨씬 낫다”라는 요한 갈퉁의 논제가 다자주의의 근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정학적 진영대결을 극복하기 위한 이 같은 정부의 노력들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지정학적 요인이 한국의 선택을 강요하고, 한국의 입지가 좁아지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13) 그런데 이와 같은 상황이 다자협력을 통한 평화구축이 불가능한 것이라고 판단 내릴 근거일 수는 없다. 오히려 다자협력을 위한 방법론적인 논의를 다시 해보야 할 시기이다. 지자체를 포함해 다자협력에 참여하는 주체들과 그들의 역할, 협력내용과 방식에 대한 새로운 구상이 필요하다. 다자협력에 대한 노력이 정부를 넘어 다층적(multi-level), 다원적(multi-dimension) 차원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2. 지자체 남북교류협력과 동북아 다자협력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사업과 이와 같은 동북아 다자협력은 어떻게 연계될 수 있을까? 동북아 다자협력체 구축의 핵심가치는 평화이다. 평화는 목적이면서 수단이기도 하다. 목적과 수단으로서 평화는 중앙정부가 독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동북아에 존재하는 다양한 행위자들 사이에 공동 이익을 발견하고 이를 확대하는 과정에 정부가 일일이 간섭하고 통제할 수 없다. 게다가 동북아 다자협력을 막는 가장 큰 요인인 군사 안보분야 갈등의 이슈에 집중해야 하는 정부와 달리, 지자체나 민간과 같은 하위정치(low politics)의 주체들에게는 비군사적, 비정치적인 분야의 국제 문제해결을 위한 지역연대를 제안하고 이를 위한 평화구축 운동을 추진할 수 있는 상대적 자율성이 존재한다.14) 다자협력에 있어 중앙정부가 아닌 다양한 행위자들이 강조되는 이유이다. 다자협력은 협력분야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전략적으로 이견이 없으며, 접근이 쉬운 분야부터 시작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사업의 궁극적인 협력대상은 북한이다. 그러나 양자틀에서 교류협력은 상대방이 교류를 거절하면 중단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2019년 2020년 지자체 남북교류협력 사업의 개점휴업이 이의 사례가 될 수 있다. 지자체로서는 북한이 소극적이더라도 사업을 추진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다자협력 또한 한반도 평화라는 성과를 위해서는 북한의 참여가 중요하지만, 다자협력의 장점은 처음부터 북한의 참여가 없이도 협력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입구에서부터 북한의 참여 여부에 따라 사업추진의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없다. 출구에 북한이 참여할 수 있도록 다른 국가의 참여자들과 공동이익의 범위를 구축하고 이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면 된다. 북한의 입장에서도 제3국에서 제3자들이 참여한 국제 다자협력의 틀에서 남과 교류를 하는 것이 정치적으로도 부담을 덜 수 있다. 한편, 다자협력은 신뢰의 관행을 만들고, 지역의 정체성과 이익을 새로 구성하는 것에 목적을 두는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면에서 짧은 시간에 남북교류의 협력의 성과를 내기 위한 방안으로 다자협력은 타당한 전략은 아니다.
다자협력 사업의 하나의 형식으로 논의할 수 있는 것이 ‘플랫폼 구축’이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플랫폼은 기차역 승강장을 의미한다. IT에서는 소프트웨어가 구동 가능한 하드웨어 구조, 운영 체제를 의미한다. 정치에서 플랫폼은 다양한 시민들이 효율적으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포함하는 공간과 구조물을 의미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플랫폼의 의미를 관통하는 하나는 ‘연결을 위한 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 기차역의 승강장은 다양한 목적지에서 오고 또 가는 사람과 물자들의 이동을 연결하는 기반이다. IT에서의 플랫폼은 유튜브의 사례에서 보듯 다양한 프로그램 이용자들을 연결해 주고 엄청난 정보들을 생산해내는 기반이다. 정치 플랫폼은 시민들의 정치 참여 비용을 낮추어 직접적 참여를 독려하는 기반이다. 플랫폼의 성공여부는 이용자의 수이다. 이용자의 수가 많을수록 플랫폼은 견고해지고 확장된다. 이용자의 수를 확대하기 위해 성공적인 플랫폼이 가져야 할 특징은 개방성과 포용성이라고 할 수 있다. 24시간 356일 개방되어 사용이 가능하고, 접근에 인종적 경제적 지역적 차별이 없어야 하며, 다루는 물건에 제한이 적어 사람들의 관심대상이 많을수록 이용자의 수가 늘어난다.
북한을 포함한 중국, 러시아, 몽골 등의 지방정부와 다자협력을 위한 플랫폼 구축은 지자체의 능력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추진 가능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농업협력을 위한 지식 기술교류 플랫폼’, ‘접경지역 개발과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 협력 플랫폼’ 등을 고민해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슈의 플랫폼이 효과적인 이유는 동북아 지역에서 농업분야의 협력과 관련 지식 기술 공유의 요구가 높아서 주제 자체에서 참여자에 대한 개방성과 포용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접경지역 개발과 문제해결 주제는 특히 접경지역에 위치한 지자체의 경우 이와 같은 지정학적 특징을 같이하는 북한, 중국, 러시아의 지방정부와 같이 공동의 문제를 인식하고, 공동의 해결책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플랫폼 구축의 모티브를 제공한다.
지자체의 입장에서 동북아 다자협력 구축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공공외교(public diplomacy)이다. 「지방자치법」은 11조에서 외교, 국방 등 국가의 존립에 필요한 사무는 국가사무로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동법 15조는 ‘외국 지방자치단체와의 교류협력에 관한 사항’을 지방의회 의결 사항으로 규정하면서, 공공외교의 문을 지자체에도 열어 놓고 있다. 공공외교는 조약 혹은 대사관들의 외교사무가 아닌, 군사 등의 상위정치, 전통적 외교 분야의 협상이 아닌, 외국 대중을 대상으로 대한민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와 소프트 파워(soft power)를 만들어나가는 외교로 이야기할 수 있다. 소련의 붕괴가 미국의 핵이 아닌 미국의 문화였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소프트 파워(Joseph S, 2004)와 지방의 세계화(glocalization: 세방화)는 지자체 공공외교의 기반을 제공한다. 외교부는 한국문화에 대한 매력과 감동 기대, 우리정책에 대한 이해와 지지확보, 지식 및 정보로 한국 올바로 알리기, 기여와 봉사로 좋은 친구관계를 공공외교의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15)
물론, 우리나라의 법체계를 고려했을 때, 헌법에서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을 공공외교의 대상국가에 포함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외교를 통해 제3국에서 북한과의 평화로운 관계맺음이 불법은 아니다.16) 다자협력과 공공외교의 유연성을 남북교류협력의 방식으로 도입함으로써 발생하는 이점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지역내 다자협력과 국제적 보편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공공외교의 균형을 통해 지역내 새로운 공통의 이익을 구성할 수 있다.
공공외교를 위한 지자체간 국제교류협력은 새로운 분야가 아니다.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자매결연, 우호협력의 형태로 해외 지자체들과 교류를 해오고 있다. 국제협의체에 참여해 공공외교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세계대도시협회(World Association of the Major Metropolises)나 세계지방자치단체연합(United Cites and Local Governments, UCLG), 동북아시아자치단체연합(The Association of North East Asia Regional Governments, NEAR)이 대표적이다(김형수, 노병렬, 2016).
하지만, 다자틀에 기반한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은 협력의 분야를 제한하지 않지만 북한이 원하는 협력분야를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궁극적으로는 한반도 평화와 북한의 참여를 이끌어낸다는 목적성에서 기존 지자체의 공공외교와 차별성을 가진다. 또한, 우리가 좀 더 책임의식을 가지고 다자의 협력 시스템을 이끌고 가야 한다는 점에서 기존 국제협의회에 참여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Ⅴ. 결 론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은 주민들의 남북교류협력의 요구를 해소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정부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은 국내 특정 지역의 특이성과 요구를 특별하게 반영할 필요가 없지만, 지자체는 남북교류협력이 결국 해당 주민들의 삶과 연계되어 있음을 그들에게 증명할 의무가 있다. 이것이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의 원인적 차별성이라고 할 수 있다. 본 논문은 자율성이 이와 같은 차별성을 만들어 가는데 필요조건이라 전제하고,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의 자율성을 분석했으며, 공공외교를 통한 다자주의의 도입이 지자체의 자율성을 확대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표3> 은 지금까지 논의된 내용들을 국제, 국가, 지역 수준에 따라 정리한 내용이다.
현재 법제도상 정부는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사업에 대한 승인권을 가지고 있다. 즉, 통일부의 허락 없이는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사업의 추진이 불가능하다. 통일부와 지자체의 이와 같은 관계가 과연 합리적일까? 남북관계를 전통적 국가안보의 시각에서 본다면, 대북사업에 대한 국가의 일괄적 통제는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안보를 통한 평화가 아닌 평화를 통한 안보의 시각에서 보면, 특히 대북사업에서 하위정치 분야는 통제가 아닌 분권의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 내부의 행정적 책임성과 대북사업의 전문성이 강화된다는 전제하에, 남북교류협력사업의 지차체로의 분산, 위임이 필요하다. 분산과 위임은 정부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다양한 행위자들의 다층적 다면적인 역할의 필요성을 인정한 가운데, 지자체에 전략적인 역할을 부여하면서 이의 방법과 범위를 찾을 수도 있다. 지자체는 구조적인 자율성을 가지고 있으며, 행정적 자율성을 부여받을 수 있는 조직, 예산, 인원을 가지고 있다. 분산, 위임의 방식은 다양할 수 있겠으나 지자체가 4년 주기의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기본계획을 세우고, 이를 위한 시행계획을 통일부와 협의한 후 시행계획에 따른 수행방식의 결정권과 집행권을 분산, 위임받는 것을 고려해볼 만도 하다. 이와 더불어 지자체는 스스로 자율성을 확대할 수 있는 사업들을 발굴 추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존의 양자틀에서 벗어나 (동북아) 다자주의 틀을 이용한 남북교류협력을 추진하는 것이 방안을 고민해야한다.17)
지자체는 남북교류협력이 놓여 있는 구조적 한계를 인식하면서, 남북교류협력을 중장기적 시각에서 추진해야 한다. ‘국도’, ‘모세혈관’에 비유되는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의 역할(차별성)은 ‘고속도로’가 막혔을 때 바로 작동하는 비상전력 같은 것이 아니다. 고속도로가 막혔을 때, 국도 또한 막힐 가능성이 많으며, 무리하게 ‘국도’를 밀어붙이면, 이의 부작용으로 이미 작동하던 다른 국도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남북교류협력은 속도전이 아니며, 더 좋은 국도를 위해 잠시 멈출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할 때도 있다.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의 차별성이 비유의 차원을 넘어, 역할의 차별성, 방법 및 전략의 차별성의 측면에서 구체성을 찾아가야 한다.
Acknowledgments
본 논문은 2020년 통일과 북한법학회 동계 학술대회에 발표한 “지방자치단체 남북교류협력 활성화를 위한 법제정비의 평가와 발전전략”을 수정 보완한 것임.
한편, 자유주의적 시각, 제도주의 시각에서는 제도를 통한 국가 간 협력이 안보의 딜레마를 약화시킬 수 있는 국제적인 장치로 작동할 수 있음을 주장한다. 그리고 사회구성주의자인 웬트는 현실주의의 이론적 근거인 국제정치의 무정부적 구조에 동의하지만, 무정부주의에서 자조나 안보의 딜레마로의 연결이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국가 간의 관계는 물질적인 것도 있지만 사회적이기 때문에, 물질(국가가 가지고 있는 지하자원이나 인구수, 군사력)에 대한 공동된 지식, 간주간적인 이해에 따라 물질의 의미가 달라지고, 이에 따라 안보의 딜레마는 극복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웬트 스스로는 본인의 논리적인 설명과 달리, 현재 작동하는 있는 안보의 딜레마가 지식 구조의 변화와 국가들의 행동의 변화를 통해 변화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높게 보지는 않았다.
References
- 권헌익, 정병호(2013). 『극장국가 북한』. 창비 : 21-29.
- 김동성 외(2017). 『지방자치단체의 남북교류협력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방안 연구』, 경기연구원 : 79
- 김학재(2015). 『판문점 체제의 기원』, 후마니타스 : 14-54
- 김형수, 노병렬(2016). “한국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외교 활성화 방안”, 세계지역연구논총 34집 2호 : 104
- 나용외 외(2019). 『분권형 대북정책 추진 전략과 실전과제』, 통일연구원 : 47
-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2020). 『2020 한국인의 통일의식: 단절의 시대, 통일의식 변화』
- 신종호(2018). “남북관계 패러다임 변화와 분권형 대북정책”, 통일연구원 Online Series.
- 이대우 외(2019). 『동북아플러스 책임공동체 구상』,세종연구소
- 임정관(2018). “4.27 판문점 선언 이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지방자치단체 남북교류협력사업 질적 전환 조건연구”, GRI 연구논총 제20권 제3호 : 339
- 임정관(2020). “지방정부 ‘대북지원사업자’로의 의의와 주체적 역할을 위한 역량강화 방안연구”, 북한법연구 제23호.
- 정병기(2018). “지방 분권과 민주주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지방 분권의 이론과 요건”, 한국과 국제정치 제34권 제1호 : 11
- 최용환, 이기동(2020). “북한 제8차 당대회 개최, 의도와 전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슈브리프.
- 최용환(2015). 『한국의 대북정책과 지자체의 역할』, 한울 : 196
- A. Wendt(1992). “Anarchy is What States Make of it”, International Organization. 46:2. [https://doi.org/10.1017/S0020818300027764]
- David Mitrany(1966). A Working peace system. Quadrangle Books
- Dennisk A. Rondinelli(1981). “Government Decentralization in Comparative Perspective: Theory and Practice in Developing Countries,” International Review of Administrative Science, vol. 47, no. 2. [https://doi.org/10.1177/002085238004700205]
- Hertz, J(1950). “Idealist Internationalism and the Security Dilemma.” World Politics : 157 [https://doi.org/10.2307/2009187]
- Joseph S. Nye(2004). “The Decline of America’s Soft Power:Why Washington Should Worry,” Foreign Affairs. May/June.
- Robert O, Keohane and Joseph S. Nye(1977). Power and Interdependence : World Politic in Transition. TBS The Book Service Ltd.
- https://news.mt.co.kr, 머니투데이.
- http://www.tongilnews.com, 통일뉴스.
서강대학교 정치학 학사, 석사(비교정치), 미국 Albany Law School에서 J.D.를 받았다.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상임연구원,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있었으며, 현재 경기도청 평화협력국에서 남북교류, 공공외교분야 전문관으로 재직 중이다. 관심분야는 남북교류협력, 국제법, 민주주의이다. 논문으로는 “An Analysis of Justice in International Trade law : Why are Free Trade in Regional Trade Agreements (RTAs) Unfair?”(2018), “4.27 판문점 선언 이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지방자치단체 남북교류협력사업 질적 전환 조건 연구”(2018), “지역정치와 다양성 : 직접민주주의 제도로서 추첨제의 활용 가능성 연구” (2018), “지방정부 ‘대북지원사업자’로의 의의와 주체적 역할을 위한 역량강화 방안 연구”(2020)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