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비 부담이 물질적 박탈에 미치는 영향
초록
본 연구는 주거비 부담이 가구의 물질적 박탈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봄으로써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한 정부 지원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정책 대상과 지원 방식에 관한 정책적 함의를 도출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제17차 한국복지패널조사 자료를 활용하여 이항로짓분석과 다항로짓분석을 수행하였다.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주거비 부담이 물질적 박탈에 미치는 영향은 임차가구에서만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둘째, 임차가구에서 주거비 부담이 박탈에 미치는 영향은 주거비 부담 수준에 따라 상이한 박탈 영역의 위험과 관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임차가구에서 과도한 주거비 부담(30~50%)은 비주거 박탈 가능성을 높이고, 심각한 주거비 부담(50% 이상)은 주거 박탈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자가 점유의 이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게 하며,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한 지원이 주거박탈뿐만 아니라 비주거박탈을 예방하는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고, 주거비 부담 수준에 따라 지원 방식의 차별화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하겠다. 예컨대, 주거비 부담으로 인한 물질적 박탈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는 자가 소유를 위한 지원과 주거비 부담 경감을 위한 지원이 모두 이루어질 필요가 있으며, 비주거박탈 가능성이 높은 과도한 주거비 부담 가구에는 주거급여 등의 현금지원이 효과적일 수 있고, 주거박탈(최저주거기준 미달) 가능성이 높은 심각한 주거비 부담 가구에는 공공임대주택 제공 등의 현물지원 방식이 함께 고려되어야 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Abstract
The aim of this paper is to confirm the importance of assistance in reducing housing cost burden by examining the impact of housing cost burden on material deprivation, and to draw policy implications in terms of target group and type of assistance. To this end, binary logistic regression and multinomial logistic regression were conducted using the 17th Korean Welfare Panel Survey. The results of the analysis are as follows. First, the effect of housing cost burden on material deprivation was statistically significant only for renters. Second, the effect of housing cost burden on material deprivation among renters was found to lead to the risk of different types of deprivation depending on the level of housing cost burden. Renters with excessive cost burdens (30-50 per cent) were more likely to experience non-housing deprivation, while renters with severe cost burdens (50 per cent or more) were more likely to experience housing deprivation.
The implications of this research are as follows. First, it confirms the benefits of home ownership. Second, it suggests that support to alleviate housing cost burdens is important, not only in terms of housing deprivation, but also in terms of preventing non-housing deprivation. Third, it also suggests that it is necessary to differentiate the means of support according to the level of housing cost burden. For example, cash transfers such as housing benefit may be effective for households at high risk of non-housing deprivation, and in-kind benefits such as the provision of social housing need to be prioritised for households at high risk of housing deprivation.
Keywords:
Housing Cost Burden, Material Deprivation, Housing Deprivation, Non-Housing Deprivation, Tenure Status키워드:
주거비 부담, 물질적 박탈, 주거박탈, 비주거박탈, 점유형태Ⅰ. 서 론
우리나라의 주된 주거 점유형태는 자가로 볼 수 있다. 2022년 전체 가구의 57.5%가 자가에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자가 점유율은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낮아진다(고소득층 74.2%, 중소득층 60.9%, 저소득층 45.8%)(강미나 외, 2023). 또한 OECD 집계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의 자가 점유율은 58.7%로 OECD 평균 71.5%보다 낮은 수준이며, 주거환경이 상대적으로 양호하면서도 저렴한 정부 지원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비율 역시 임차가구의 13.8%로 OECD 평균 28.4%보다 낮은 실정이다(OECD, 2022). 이러한 주거 점유 상황은 저소득 임차가구가 주거 안정 및 주거비 부담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하겠다.
다만, 우리나라는 주택 부족과 고금리 상황을 배경으로 발달한 ‘전세’라는 독특한 임차 방식이 저소득 임차가구의 주거안정과 내집마련을 돕는 ‘주거 사다리’로서의 긍정적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절대적 주택 부족 문제가 해소되고 금리가 하락함에 따라 전세의 이점이 사라지면서 전세가구는 감소하고 월세가구가 증가하고 있다. 2006년 임차가구의 46.0%를 차지했던 월세는 2014년 54.8%로 증가하였고 2016년 이후 60%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주거실태조사, 각년도)1). 특히 전세의 월세화가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낮은 청년층과 고령층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사실(송인호, 2016)은 임차가구의 주거비 부담 증가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편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금리 상승은 임차가구뿐만 아니라 주택관련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을 가진 자가가구의 주거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임대료 및 대출금 상환에 부담을 느낀다고 응답한 가구 비율이 2021년 61.8%에서 2022년 64.7%로 증가하였다(강미나 외, 2023).
주거비 부담의 증가는 다양한 측면에서 직·간접적으로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 먼저, 주거비 부담은 과밀 등의 열악한 주거여건을 강요함으로써 가구원의 건강 및 가족관계, 아동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Bartfeld and Dunifon, 2006; 임세희, 이봉주, 2009; 임재현, 2011; 이정미, 김주일, 2021; 김새봄, 최송식, 2022), 주거비 부담 자체가 가구원의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정신건강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Bartfeld and Dunifon, 2006; Pollack et al., 2010; 박정민 외, 2015). 또한 주거비 부담은 다른 소비지출을 제약함으로써 가구의 전반적인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이는 주거비가 가구의 소비지출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매월 특정일에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강제성이 큰 비목으로 다른 소비지출에 앞서 지출되는 특성을 갖기 때문이다. 즉, 주거비 부담이 높은 가구는 주거비 지출 후 다른 비목의 지출 수준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 쉽다는 것이다(Kutty, 2005; Lipman, 2005; Stone, 2006; Bartfeld and Dunifon, 2006; Yeats, 2007; 성영애, 2015; Newman and Holupka, 2016; 조정희, 박미선, 2022). 이를 Desmond는 ‘The rent eats first’라고 표현한 바 있다(Desmond, 2016:302). 그런데 이때, 주거비 부담이 다른 필수 소비지출을 일정 수준 조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본적인 욕구 충족이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게 제약할 수도 있다. 예컨대, 과도한 주거비로 인해 식료품비나 의료비 등의 필수 지출을 줄이고, 학령기 자녀가 있음에도 적정한 교육비를 지출하지 못하는 상황 등에 직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 욕구 충족이 결핍된 상태를 우리는 ‘박탈(Deprivation)’이라 정의한다. 일찍이 Townsend는 박탈을 “사람들이 사회에서 보통 가질 수 있는 영양, 의복, 주택, 가구 집기, 직장, 환경, 지리적인 조건에 관한 물리적인 표준에 부족하거나(물질적 박탈), 일반적인 것으로 되어 있는 고용, 직업, 교육, 여가생활, 가족활동, 사회활동, 사회관계에 참여하지 못하는 상태(사회적 박탈)”로 정의한 바 있다(Townsend, 1979). 박탈은 강제적 결핍상태를 파악함으로써 경제적 어려움의 상태를 빈곤보다 더 직관적이고 다차원적으로 파악하는 데 유용한 개념으로 평가되며, 자기보고식 척도를 통해 박탈 상태를 측정함으로써 가구의 관찰되지 않는 선호와 관련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닌다(Labeaga et al. 2007).
그동안 주거비가 가구의 경제적 어려움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으로 간주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주거비 부담이 가구의 경제적 어려움 및 박탈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는 많지 않다. 대체로 박탈에 관한 연구는 소득과 같은 경제학적 요인이나 교육수준과 같은 인구사회학적 요인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특히, 국내에서 주거비 부담이 가구의 박탈 수준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최근 이선정(2017), Seo와 Park(2021), 조정희와 박미선(2022)의 연구가 수행된 바 있다. 그러나 이들 연구는 주거비 과부담이 특정 대상과 특정 영역의 박탈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추었거나, 실제 가구의 욕구 미충족 상태가 아니라 소비수준을 통해 간접적으로 박탈을 평가하고 있는 한계를 지닌다. 또한 주거비 부담이 박탈 또는 주거 및 비주거 부문 박탈에 미치는 영향의 집단별 차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전 계층을 대상으로 한국복지패널조사 자료의 박탈 문항을 활용하여 주거비 부담이 물질적 박탈에 미치는 영향의 집단별(점유형태 및 주거비 부담 수준) 차이를 확인하고, 이를 통해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한 지원 대상 및 방식에 관한 정책적 함의를 도출하고자 한다.
Ⅱ. 선행연구 검토
1. 박탈의 개념 및 측정
가구의 생활수준 또는 경제적 어려움을 측정하는 가장 전통적이고 대표적인 지표는 소득빈곤이다. 그러나 소득빈곤은 사회·문화적인 필요나 사회적 자본 등의 비화폐적 자원에 대한 고려가 간과되고, 다차원적인 경제적 어려움의 상태를 설명할 수 없다는 한계를 지닌다. 박탈은 이러한 소득빈곤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경제적 어려움에 대해 소득빈곤만큼 주관성과 자의성을 최소화하고 측정의 간편성 장점을 갖지는 못해도 소득빈곤 측정의 한계와 빈곤 현상의 다차원성을 고려할 때 충분히 유용한 개념으로 평가된다(이상록, 2011). Townsend는 박탈을 “사람들이 사회에서 보통 가질 수 있는 식생활, 의복, 주택, 가구 집기, 직장, 환경, 지리적인 조건에 관한 물리적인 표준에 비추어 부족하거나, 일반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고용, 직업, 교육, 여가활동, 가족활동, 사회활동, 사회관계에 참가하지 못하는 상태”로 정의하였다. 이러한 접근은 ‘생활양식 접근방식(Life-style Approach)’으로도 불리며, 전자는 물질적 박탈(Material Deprivation), 후자는 사회적 박탈(Social Deprivation)로 구분하였다. 그는 소득빈곤이 자원의 가용성과 관련되는 반면 박탈은 경험한 상태 또는 활동의 수준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빈곤과 박탈 개념을 구분하였다(Townsend, 1987). 이러한 박탈 개념은 빈곤 상태는 아니지만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박탈 상태를 구분할 수 있고, 복합적인 경제적 어려움의 상태를 포착할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닌다. 즉, 박탈을 피하는 데 필요한 충분한 자원이 있지만 사용하지 않기로 선택한 경우와 여러 가지 박탈을 동시에 경험하는 경우를 파악할 수 있게 한다(Salmond et al., 2005). 또한 이러한 박탈은 단순한 소득수준 측정보다 ‘강제된 결핍’을 직접적으로 측정함으로써 더 직관적이고, 경제적 어려움의 ‘지속성’을 측정하기에 유리한 강점도 지닌다. 소비 내구재나 적절한 주택 조건 등은 장기간의 자원 결핍과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Calandrino, 2003; 여유진 외, 2007).
박탈 지표는 Townsend가 1979년 소개한 이후 지속적으로 정교화되었다. 그는 처음 물질적 박탈 7개 영역(식생활, 신체 및 정신건강, 의복, 주거, 주거시설, 환경, 일)과 사회적 박탈 4개 영역(가족 활동, 사회적 지원과 통합, 여가, 교육) 총 11개 영역 60개의 박탈 지표를 제시하였다. 이후 물질적 박탈 영역에서 ‘건강’을 ‘주거환경(Location)’으로 대체하고, 사회적 박탈 영역에 ‘고용할 권리’를 추가하는 동시에 ‘사회적 지원과 통합’을 ‘지역사회 통합’과 ‘사회제도에 대한 정상적 참여’로 세분화하여 총 13개 영역 77개의 박탈 지표로 수정하였다. 여기에는 객관적 항목뿐만 아니라 다수의 주관적 박탈 항목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Townsend는 활용 데이터의 한계로 물질적 박탈을 실업률, 과밀 가구 비율, 자동차 미소유 가구 비율, 주택 미소유 비율로 단순화하여 측정하기도 하였다(Townsend, 1987). Townsend의 박탈 지표는 현재에도 많은 관련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Lloyd et al., 2023).
EU에서는 2017년 Guio 외(2012, 2016)에 의해 개발된 새로운 ‘물질적 및 사회적 박탈’ 지표를 채택하여 활용하고 있다. 2017년 박탈 지표는 2009년 9개 항목의 물질적 박탈 지수를 수정하여 총 13개의 박탈 항목을 포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예상치 못한 지출에 대처, 일주일간의 연차 휴가, 모기지·임대료·공과금·할부금 등의 연체 피하기, 격일로 육류·닭고기 또는 생선이 있는 식사, 개인적 용도로 자동차 소유, 낡은 옷을 새 옷으로 대체, 잘 맞는 신발 두 켤레 소유, 매주 자신을 위해 소액 지출, 규칙적인 여가 활동, 최소한 매달 친구/가족과 식사(음주), 인터넷 사용, 낡은 가구를 교체할 능력이 없는 상태’를 포함하고 있다(Guio et al., 2017).
한편 2000년대 들어 호주에서는 박탈과 함께 재정적 스트레스(Financial Stress)에 관한 지표를 구체화하여 저소득층의 경제적 어려움의 상태를 측정하고 있다. McColl 외(2001)의 연구에서는 기본적인 생활 조건으로 간주되는 박탈 6개 항목과 현금 유동성 문제와 관련된 재정적 스트레스 9개 항목을 함께 측정하고 있다. 박탈은 ‘일주일 연차 휴가, 이주에 한번 밤 외출, 한 달에 한 번 친구 및 가족과 식사, 일주일에 한 번 특별식, 새 옷 구매, 여가 또는 취미활동을 할 여력이 없는 경우’가 해당하며, 재정적 스트레스는 ‘지난 12개월 동안 소득을 초과하는 소비, 중요한 일을 위해 일주일에 2,000달러 마련 불가, 전기·가스 또는 전화요금 연체, 자동차 등록 또는 보험료 연체, 물건을 저당 또는 판매, 식사 거름, 난방할 여유 없음, 복지/지역사회 기관에 도움 요청, 친구나 가족에게 도움 요청’으로 측정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박탈 지표는 최저생계비 계측연구에서 활용된 박탈 지표를 꼽을 수 있다. 1999년 최저생계비 계측을 위한 대안적 방식의 하나로 박탈 지표가 활용되었는데, Townsend의 초기 박탈 지표를 한국의 현실에 맞게 수정하고 축약한 것이다(김미곤 외, 1999). 이 연구에서 박탈은 ‘보편적으로 기본적인 욕구 충족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항목에 대한 비자발적 결핍’으로 정의하고, 절대적 박탈을 수량화하는 개념에 가깝게 박탈 지표를 구성하였다. 1999년 첫 최저생계비 계측연구의 박탈 지표는 총 34개 항목으로 구성되었으나 최저생계비 계측 시마다 현실에 맞게 조정이 거듭되어 2020년 계측연구에서는 총 51개로 결정되었다. 이는 전반적인 생활 수준의 향상으로 기본욕구 충족을 위한 항목이 증가하였음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2020년 최저생계비 계측 연구의 박탈 지표는 생활용품(9), 식생활(3), 의생활(4), 주택 및 주거환경(9), 의료 및 건강(4), 가족활동 및 문화생활(4), 사회적지지(3), 저축(미래 대비)(4), 자녀 교육(4),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박탈 경험(7)으로 구성되었다(김문길 외, 2020).
2. 주거비 부담과 물질적 박탈
주거비 부담은 주거의 하향 이동을 가져와 주거생활 자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증가한 주거비는 한정된 가구 예산 제약하에서 다른 지출을 감소시키게 됨으로써 가구의 전반적인 생활 수준 하락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주거비는 매달 특정일에 지출되는 고정비용으로 다른 지출에 앞서는 경향이 있고, 상대적으로 지출 규모가 크기 때문에 그 영향이 다른 지출 비목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주거비 부담이 높은 가구에서 건강관리나 교육, 식품 및 의복과 같은 비주거 지출을 줄이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Kutty, 2005; Stone 2006; 현대경제연구원, 2014; 성영애, 2015; 김정성, 이영호, 2015). 김정성과 이영호(2015)는 1995~2014년 20년 동안 실질 기준 월세 주거비가 1% 상승하면 그 외 가계소비가 0.02% 감소하였고, 전세의 경우는 0.45% 감소하였음을 보여주었으며, 성영애(2015)는 월세 주거비 증가로 인한 소비지출 감소는 특히 보건비, 교통비, 교육비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고 보고하였다. 예상할 수 있듯이, 이러한 경향은 가구의 가용 자원이 적은 저소득 가구에서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 저소득 가구의 경우 주거비 부담의 증가는 식비 지출 감소를 가져왔으며(Kirkpatrick and Tarasuk, 2007), 의료서비스를 불충분하게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Pollack et al., 2010; Meltzer and Schwartz, 2016). 특히, 소득의 50%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는 가구는 주거비 부담과 의료서비스 이용의 부적 관계가 더욱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된 바 있다(Meltzer and Schwartz, 2016). 또한 주거비 부담과 자녀 교육비 지출 사이에는 역U자형 관계가 나타나는데, 소득에서 주거비로 지출되는 비율이 매우 높거나 매우 낮을 때 자녀 교육비 지출이 낮게 나타났다(Newman and Holupka, 2016). 이러한 결과는 과도한 주거비 부담이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필수 지출의 박탈 경험을 증가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주거비 부담과 박탈에 관한 연구는 주거비 부담이 박탈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호주에서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Burke 외(2007)는 저소득 임차가구에서 주거비로 소득의 40% 이상을 지출하는 가구는 소득의 30% 이하로 주거비를 지출하는 가구에 비해 식사를 거를 가능성이 2.5배, 자녀가 적절한 건강 및 치과 치료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거의 2배 더 높은 것으로 분석하였다. Rowley 외(2012)는 30:40 규칙(소득 하위 40%이면서 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이 30% 이상)에 따라 주거비 과부담 가구로 평가된 가구는 24%가 전기요금을 제때 납부하지 못하고, 주거비 부담 가능 가구는 10.9%만이 그러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또한 Yates(2007)와 Hulse 외(2010)는 ‘공과금 미납, 난방하지 못함, 지역사회 기관이나 가족 또는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 자산을 저당 잡히거나 판매 등’의 박탈 지표(Financial Stress)를 활용하여 주거비 부담이 박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Yates(2007)는 주거비 부담과 박탈 사이에 높지는 않지만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분석하였으며, 주택소유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Hulse 외(2010)는 중저소득층 주택소유자의 경우 박탈 지표 7개 중 3개 이상의 박탈을 경험한 가구가 8.1%인 것에 비해 고소득층 주택소유자는 2%만이 박탈을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함으로써 Yates(2007)의 연구 결과를 뒷받침하였다.
한편 Rowley 외(2012)는 비율측정 주거비 부담 측정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주거비 부담 지속 기간이 박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주거비 부담이 1년에서 3년으로 길어지면 높은 수준의 박탈-자산을 팔거나, 식사나 난방하지 못하거나, 복지 또는 지역사회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경험이 19%에서 24%로 증가하지만, 3년을 지나면 다시 21%로 낮아지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는 주거비 부담이 3년 이상인 가구 중 일부는 예산 관리 방식을 개선하거나 더 저렴한 주거로 이동하였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위 선행연구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주거비 부담과 박탈 간의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주거비 부담이 박탈 경험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주거비 부담이 가구의 삶의 만족도나 웰빙 수준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에 비해 미흡한 실정이다. 이는 경제성장으로 절대적 박탈에 이르는 가구의 규모가 상당히 낮고 최근 빈곤 및 박탈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 차원으로 옮겨갔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복지패널조사 자료를 활용한 이선정(2017), Seo와 Park(2021) 그리고 조정희와 박미선(2022)의 연구는 주거비 부담이 여전히 가구의 물질적 박탈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이선정(2017)은 중산층을 대상으로 의료비 및 주거비 등의 다양한 영역의 과부담 소비가 박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는데, 중산층의 과부담 주거비는 물질적 박탈을 0.70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 연구에서는 한국복지패널조사 자료의 박탈 문항이 소비 항목의 극단적 박탈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중산층의 경험이 매우 제한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가구의 소비수준이 최저생계비의 해당 비목 금액 이하인 경우로 물질적 박탈(식생활비, 광열수도비, 교통통신비, 교양오락비, 피복신발비)을 간접적으로 측정하였다.
또한 Seo와 Park(2021)은 저소득 가구 중 주거비 과부담 여부는 식생활 박탈(불균형적인 식생활과 식사의 양을 줄이거나 거른 경험)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경향은 임차가구에서만 유의미하고, 자가가구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조정희와 박미선(2022)의 연구는 식생활 박탈 이외 한국복지패널조사 자료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박탈 지표를 다수 활용하여 전반적인 박탈 경험을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는 주거비 부담이 증가하면 절대적인 박탈을 경험할 확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은 총 박탈 수준에는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비주거 박탈에는 양(+)의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고 주거 박탈에는 음(-)의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주거비 부담이 증가하면 비주거 지출 감소로 비주거 박탈을 경험할 확률을 높이는 반면 증가한 주거비가 주거 환경 개선으로 이어져 주거 박탈을 경험할 확률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그러나 위의 국내 선행연구들은 주거비 과부담이 특정 영역 또는 일부 영역의 박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거나, 중산층을 대상으로 삼음에 따라 실제 가구의 욕구 미충족 상태가 아니라 소비수준을 통해 간접적으로 박탈을 평가하였다. 또한 전체 가구를 대상으로 주거비 부담이 박탈(주거와 비주거 영역)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있어 주거비가 물질적 박탈에 미치는 영향의 집단별(점유형태 등) 차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지 못한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이선정(2017)과 Seo와 Park(2021), 조정희와 박미선(2022)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주거비 부담이 가구의 물질적 박탈에 미치는 영향을 점유형태별로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주거비 부담 수준을 세분하여 물질적 박탈에 미치는 영향에 차이가 있는지를 가늠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이 연구 문제를 설정하였다. 첫째, 주거비 부담이 과도한 가구는 박탈을 경험할 확률이 높은가? 둘째, 주거비 부담이 박탈 경험에 미치는 영향에 점유형태별 차이가 나타나는가?, 셋째, 주거비 부담 수준(과도한 주거비 부담, 심각한 주거비 부담)에 따라 주거비 부담이 박탈에 미치는 영향의 차이가 나타나는가?. 이러한 연구 문제의 검증은 주거비 부담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큰 점유형태를 식별하게 하고, 주거비 부담 수준과 박탈 영역(주거와 비주거) 간의 연관성을 확인함으로써 주거비 지원을 위한 정책 대상 및 지원 방식에 관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해 줄 것이다.
Ⅲ. 연구 방법
1. 분석자료 및 대상
본 연구와 관련하여 한국복지패널조사(KOWEPS) 자료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소득과 소비의 신뢰성이 높은 자료이다. 소득과 소비, 자산 및 부채에 대한 조사가 세밀하게 이루어져 가구의 경제적 상황 분석을 위한 신뢰도가 높은 자료로 평가된다. 둘째, 응답자가 직접 평가한 박탈 경험을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복지패널조사 자료는 지난 1년 동안의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한 박탈 경험을 조사하고 있어 박탈에 대한 별도의 조작적 정의 없이 상대적으로 다양한 박탈 지표를 직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박탈 지표는 Townsend의 박탈 지표를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수정한 최저생계비 계측조사연구의 지표 일부를 준용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발탈 지표로 활용할 수 있는 변수의 다양성이다. 주거여건 등의 가구 상태 정보는 미흡한 영역의 박탈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2021년 기준 시점의 제17차 한국복지패널조사 자료를 활용한다. 본 연구는 가구를 분석 단위로 하며, 가구의 인구사회학적 특성은 가구주를 기준으로 한다. 분석에 활용된 가구는 박탈 경험 문항 ‘모름/거부’로 응답한 가구(1가구)와 주거비 부담 및 박탈 수준에 왜곡을 가져올 우려가 있는 무상(비가구원의 명의 주택, 기타)의 점유형태 가구(956가구)를 제외한 총 6,908가구이다.
2. 연구 모형 및 분석 방법
본 연구의 목적은 주거비 부담이 물질적 박탈 경험에 미치는 영향을 점유형태와 주거비 부담 수준별로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에 아래와 같이 연구 모형을 설정하였다. 주거비 부담은 과도한 주거비 부담과 심각한 주거비 부담으로 세분하여 그 영향을 살펴보고자 하였으며, 물질적 박탈 역시 주거영역과 비주거영역으로 세분하여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적 시사점을 찾아보고자 하였다.
주거비 부담이 가구의 물질적 박탈에 미치는 영향은 이항로짓분석(binary logit analysis)과 다항로짓분석(multinominal logit analysis)을 활용하였다. 먼저, 주거비 부담이 물질적 박탈 여부(주거박탈, 비주거박탈)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이항로짓분석을 실시하였다. 물질적 박탈 경험 여부는 이산형 변수로서 로짓회귀모형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며, 이 방법은 독립변수의 오즈비(odds ratio)를 통해 박탈 경험의 확률을 추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을 지닌다. 이어 주거비 부담 수준이 박탈 유형의 차이를 야기하는지 검증하기 위해 다항로짓분석을 추가적으로 실시하였다. 다항로짓분석은 종속변수가 3개 이상의 범주로 구성될 때 활용되는 방법으로 독립변수의 오즈비를 통해 기준 집단 대비 설명 집단이 선택될 확률을 추정할 수 있다(Hesketh, Skrondal, 2021). 본 연구의 종속변수인 박탈 집단은 ①비박탈, ②주거박탈, ③비주거박탈, ④주거·비주거 중복박탈 4개 범주로 구분하였다.
3. 변수의 구성과 측정
주거비 과부담 가구는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두 가지 방향의 전략을 취할 수 있다. 먼저, 주거 안정성이 낮은 점유형태로 이동하거나, 주거의 질이 낮은 주택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전세에 거주하던 가구가 전세금 인상으로 월세로 전환할 수 있으며, 주거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이나 주택으로 이사할 수 있다. 이러한 주거비 부담에 대한 대응은 주거 박탈로 이어질 수 있다. 한편 과도한 주거비는 비소비지출을 줄이는 전략을 선택하게 할 수 있다. 이는 비소비지출의 박탈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본 연구의 종속변수인 물질적 박탈을 주거박탈과 비주거박탈 두 영역으로 구분하였다. 비주거박탈은 의료, 식품, 교육, 기타 필수재 박탈을 포함한다.
한국복지패널조사 자료에서는 최저생계비 계측조사연구에서 활용한 34개의 박탈 문항을 8개의 핵심 문항으로 축약하고, 식생활과 관련한 6개의 문항을 추가하여 조사하고 있다. 이는 기본적인 욕구 충족과 관련된 물질적 박탈 경험과 관련된다. 본 연구에서는 핵심 문항 8개 중 7개 문항과 식생활 관련 문항 6개 중 3개 문항을 활용하였다. ‘가구원 중 신용불량자 유무’ 관련 문항은 기본적인 욕구 결핍과는 별개로 가구의 재정 유동성과 관련된다는 판단하에 제외하였으며, 식품 박탈 문항에서 제외한 3개 문항은 상위 문항과 관련한 박탈 경험 빈도나 세분화된 경험 여부를 묻고 있어 상위 문항으로 가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식품 박탈 관련 상위 문항에서 박탈 경험이 없다고 응답하였으나 하위 세분화된 문항에서 박탈 경험이 있는 것으로 응답한 가구를 분석에 포함하기 위해 나머지 2개의 문항을 활용하여 상위 문항을 리코딩한 후 분석에 활용하였다.
또한 직접적으로 박탈 경험을 조사한 10개 문항 이외에 가구의 박탈 경험의 타당도를 높이기 위해 가구 여건에서 주거 박탈 경험을 평가할 수 있는 문항을 활용하여 변수를 구성하였다. 즉, 최저주거기준 관련 문항을 활용하여 주거 박탈 변수 1개를 추가하였다. 가구규모별 방수 및 면적, 구조·성능 및 환경, 필수설비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 주거 박탈 경험이 있는 것으로 간주하였다. 이때 최저주거기준에 충족하는 것으로 응답하였을지라도 주택유형이 임시 가건물, 비닐하우스 등의 비주택이거나 지하층인 경우는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에 포함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결과적으로 총 5개 영역의 11개의 항목으로 박탈 여부를 측정하였다.
주거비 부담(housing cost burden)은 주거를 소유 또는 임차하는 대가로 지불하는 비용에 대한 부담이며, 주거비 부담능력(housing affordability)은 특정 가구가 주거비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지에 관한 개념이다(유병선, 정규형, 2017; 박서연, 전희정, 2019; 한수정, 2023). 본 연구에서 주거비 부담은 전통적인 비율측정접근에 따라 가구의 소득 대비 주거비로 측정하였다. 여기서 소득은 가구의 강제적인 비소비지출인 세금과 사회보장부담금을 제외한 가용 자원으로서의 가처분소득(월)으로 정의하고, 주거비는 가구가 실제 주거생활을 위해 매달 지출하는 비용으로서 주거의 소유 및 점유를 위한 임대료와 주택관련 부채의 상환 원리금, 주거관리비, 광열수도비의 총합으로 정의하였다. 일반적으로 전세금(보증금)의 임대료 환산은 임차 전환율을 활용하나, 이때 전세가구의 주거비 부담이 월세가구에 비해 높게 추정됨에 따라 가구가 체감하는 주거비 부담과 괴리가 있다는 한계가 지적된다(한국감정원, 2016; 임승학, 장희순, 2017). 이에 본 연구에서는 다수의 연구(배순석 외, 2013; 박서연, 전희정, 2019; 박은주, 권혁수, 2020; 조정희, 박미선, 2022)에서 활용하고 있는 실제 주거관련 비용의 총합으로 측정하였다. 또한 최근 국내외적으로 광의의 개념에서 광열수도비를 주거비에 포함하고 있어 본 연구에서도 이를 준용하였다(배순석 외, 2013; 박은주, 권혁수, 2020; 조정희, 박미선, 2022; Shamsuddin and Campbell, 2022; OECD, 2022).
일반적으로 비율접근에서 주거비 부담능력(housing affordability), 즉 주거비 과부담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월 소득 대비 주거비가 30% 이상인 경우로 정의하고 있다. 미국 연방주택도시개발부(HUD)는 소득 대비 주거비가 30% 이상인 경우 ‘과도한 주거비 부담(excess cost burden)’, 50% 이상인 경우 ‘심각한 주거비 부담(severe cost burden)’으로 정의하고 있으며(PD&R EDGE, 2023.07.20.), 호주는 소득 하위 40% 이하이면서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이 30% 이상(30/40 원칙)인 가구를 주거비 스트레스(housing stress) 가구로 정의하고 있다(Yates, 2007).
본 연구에서는 미국의 주거비 과부담 기준을 활용하고자 한다. 이는 호주의 주거비 과부담 기준이 소득 하위 40% 가구로 대상을 한정함에 따라 저소득층만이 주거비 과부담 가구에 포함되는 특징을 지니기 때문이다. 본 연구에서는 소득계층(빈곤, 비빈곤)을 통제 변수로 투입하여 소득계층에 따른 주거비 부담이 물질적 박탈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미국의 주거비 과부담 기준을 준용하였다. 또한 주거비 부담 수준에 따라 박탈에 미치는 영향의 차이가 있는지를 검토하기 위해 과도한 주거비 부담(30% 이상~50% 미만)과 심각한 주거비 부담(50% 이상)으로 구분하여 분석하였다.
주거비 부담이 물질적 박탈에 미치는 영향을 통제하기 위해 선행연구에서 물질적 박탈의 요인으로 지목된 변수들을 활용하였다. 박탈에 대한 조작적 정의와 측정 방법에 따라 영향 요인의 차이가 있으나, 전반적으로 개인 및 가구주의 성별, 연령대, 교육수준, 경제활동상태 등과 같은 인구사회학적 요인은 물질적 박탈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윤정혜, 1994; Bray, 2001; 이상록, 2011; Deidda, 2013; 이선정, 2017; 조정희, 박미선, 2022). 가구의 특성으로는 주택의 점유형태와 거주지역이 가구의 박탈 경험과 관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의 점유형태, 즉 주택소유는 박탈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나며, 거주지역은 주거비의 수준과 기타 생활비 소비지출 수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Bray, 2001; 이상록, 2011; 조정희, 박미선, 2022). 또한 가구의 소비 수준을 결정하는 가구원 수와 소득수준, 그리고 가구의 소득 감소 시 완중장치의 역할을 하는 자산수준을 통제변수로 포함하였다(윤정혜, 1994; Bray, 2001; 이상록, 2011; 조정희, 박미선, 2022).
Ⅳ. 분석결과
1. 분석 대상의 일반적 특성
분석에 활용된 가구는 총 6,908가구이다. 전체 가구의 70.8%가 비박탈가구이며, 29.2%는 주거 또는 비주거박탈가구이다. 박탈가구의 대부분을 주거박탈가구가 차지하고 있으며, 비주거박탈가구의 규모는 매우 작다. 이는 본 연구에서 비주거박탈의 정의가 극단적인 물질적 결핍상태로 협소하게 조작화되었기 때문이다. 주거박탈가구의 9.0%가 중복박탈인 것에 비해, 비주거박탈가구 중 중복박탈을 경험하는 가구는 50.8%에 이른다. 한편 본 연구의 분석 대상의 주거비 부담 수준은 91.2%가 적정하고, 8.8%가 가처분소득 대비 주거비를 30% 이상 지출하고 있는 주거비 과부담 가구이다. 전체의 3.0%는 심각한 주거비 수준으로 간주되는 소득의 50%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다.
가구주 성별은 남성이 68.5%, 여성이 31.5%이며, 연령대는 노년층(65세 이상)의 비중이 51.9%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청년층(19~34세)이 8.8%, 중장년층(35~64세)이 39.3%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복지패널조사 자료의 특성상 노년층 비중이 높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러한 특성은 가구주의 교육수준 및 비경제활동상태, 점유형태, 소득수준 분포와도 관련된다. 이는 분석 시 가중치 적용을 통해 보완하였다.
전체 분석 대상 가구 중 주거비 부담이 30% 이상인 가구는 8.8%이며, 자가 주거비부담 가구는 7.7%로 임차 10.6%보다 낮게 나타났다. 주거비 부담이 더 심각한 소득 대비 주거비 50% 이상으로 한정하면 전체 3.1%로 나타나고, 자가, 임차 각각 3.2%, 2.9%로 점유형태별 주거비 부담 가구의 격차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분석 대상 가구 중 박탈지표 1개라도 해당하는 박탈 가구는 전체의 27.9%로 나타났으며, 자가(23.4%)에 비해 임차(35.5%) 가구에서 박탈을 경험하는 가구의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이는 주거박탈과 비주거박탈로 구분하여 살펴봐도 동일한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점유형태 및 주거비부담과 박탈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상관계수의 크기가 작지만, 점유형태와 주거비부담의 일부는 박탈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점유형태는 주거박탈과 비주거박탈과 관계가 있으며, 주거비 부담은 주거박탈과의 상관관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비주거박탈과는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에서는 다른 영향 요인들을 통제한 상태에서 주거비 부담이 박탈에 미치는 영향을 점유형태별로 살펴보았다.
2. 주거비 부담이 박탈 여부에 미치는 영향
가구주 및 가구특성을 통제한 상태에서 주거비 부담은 그 수준과 무관하게 전체 가구와 자가가구의 물질적 박탈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임차가구에서는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주거비 부담이 클수록 물질적 박탈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과도한 주거비 부담(소득 대비 주거비 30~50%) 가구는 물질적 박탈을 경험할 확률이 주거비 부담이 없는 가구에 비해 약 1.5배 높고, 심각한 주거비 부담(50% 이상) 가구는 약 1.9배 높게 나타났다.
이 밖에 통제변수로 투입한 가구주 및 가구 특성이 물질적 박탈 여부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대체로 교육수준, 경제활동상태, 점유형태, 지역, 가구원 수, 소득계층, 순자산 등이 영향을 미치고, 성별과 연령대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구체적으로 대졸이상보다 고졸이하인 경우 물질적 박탈을 경험할 확률이 높으며, 상용임금근로자보다 임시일용근로자, 자영자 및 고용주, 실업 및 비경제활동상태인 경우 박탈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점유형태에 따라 경제활동상태가 물질적 박탈 여부에 미치는 영향이 달리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임차가구의 경우 자가와 달리 경제활동상태가 물질적 박탈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자가가구보다 임차가구인 경우 물질적 박탈을 경험할 확률이 높고, 농어촌에 거주하는 경우보다 대도시에 거주하는 경우 박탈을 경험할 확률이 높다. 단, 중소도시 거주는 농어촌 거주와 박탈 여부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가구원 수가 많고, 빈곤층인 경우 박탈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자산이 많을수록 박탈을 경험할 가능성이 낮다. 한편 임차가구의 경우 빈곤층은 비비곤층에 비해 물질적 박탈을 경험할 확률이 높게 나타나긴 하지만 유의수준 0.1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는 점에서 소득계층의 설명력이 다소 낮다고 볼 수 있다.
물질적 박탈을 주거박탈과 비주거박탈로 구분하여 주거비 부담의 영향을 살펴보면 다음 두 표와 같다. 먼저, 주거비 부담이 주거박탈 여부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전체 가구와 자가가구에서는 주거비 부담이 주거박탈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임차가구에서도 과도한 주거비 부담(30~50%)은 주거박탈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임차가구에서 심각한 주거비 부담(50% 이상)인 경우 주거박탈을 경험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임차가구가 소득 대비 주거비를 50% 이상 지출하는 경우 주거비를 감당할 수 없어 이사하였거나, 난방하지 못했거나, 최저주거기준 미달 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비 부담이 적정한 가구에 비해 심각한 주거비 부담 가구는 주거 박탈을 경험할 확률이 약 2배 높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는 않지만, 자가의 경우 주거비 부담이 물질적 박탈 여부에 음(-)의 방향의 연관성을 보이는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이와 관련하여 조정희와 박미선(2022)은 주거비 부담이 주거 박탈에 음(-)의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주거비 지출이 주거 환경 개선으로 이어진 결과로 해석한 바 있다.
한편 통제변수인 성별이 주거박탈에 미치는 영향이 자가가구에서 유의수준 0.1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자가에 거주하고 있는 여성은 남성보다 주거박탈을 경험할 확률이 다소 높게 나타났다. 또한 임차가구에서 소득계층은 주거박탈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물질적 박탈과 비주거 박탈 분석 결과에서 소득계층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 결과와 비교된다.
다음으로 주거비 부담이 비주거 박탈 여부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자가의 주거비 부담은 주거 박탈과 마찬가지로 비주거 박탈 여부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과도한 주거비 부담(30~50%)은 임차가구에서 비주거 박탈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임차가구 중 소득의 30~50%를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는 가구의 경우 의료, 식품, 교육, 기타 필수재의 박탈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정 주거비 지출 가구 대비 과도한 주거비 부담(30~50%) 가구는 비주거 박탈을 경험할 확률이 1.8배 높게 나타났다. 이는 최근 가계동향자료를 분석한 조정희와 박미선(2022)의 연구에서 주거비 과부담가구는 일반가구에 비해 주거비를 제외한 모든 지출 금액의 평균이 낮게 나타난 결과와 맥을 같이한다. 동 연구에서 가구 특성을 통제한 상태에서도 주거비 부담은 보건, 오락문화, 육류소비, 신선수산동물소비, 과일소비, 채소소비, 치과치료비, 입원치료비, 외식비를 유의하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그러나 주거비 부담의 비주거박탈 관계는 심각한 주거비 부담(50% 이상) 가구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즉, 소득 대비 주거비를 30~50% 지출하는 가구는 30% 미만을 지출하는 가구에 비해 비주거 박탈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지만, 주거비를 50% 이상 지출하는 가구는 비주거 박탈 경험 확률이 높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결과는 미국의 주거비 부담과 비주거 박탈(식량 불안정, 공과금 납부 어려움, 의료서비스 이용 어려움)에 관한 연구 결과를 지지한다. Shamsuddin과 Campbell(2022)은 주거비 부담이 증가하면 비주거 박탈 경험도 증가하지만, 주거비 부담이 50%에 도달한 후에는 그 관계가 평준화 또는 감소됨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주거비 부담 수준과 비주거 박탈과의 관계는 위에서 살펴본 주거박탈과의 관계와 상반되는 결과이다.
한편, 통제변수로 투입한 지역변수는 주거박탈 경험 여부에는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으나, 비주거박탈 경험 여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주거박탈의 경우, 농어촌에 비해 대도시에서 박탈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지만, 비주거박탈은 농어촌에 비해 중소도시뿐만 아니라 대도시 역시 박탈을 경험할 가능성에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대도시 거주 가구는 비주거박탈보다 주거박탈의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대도시 주거여건의 열악함을 확인시켜 준다.
이러한 주거비 부담의 정도가 주거박탈과 비주거박탈에 미치는 영향의 차이는 주거비 부담이 비주거박탈에 먼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추론할 수 있게 한다. 즉, 임차가구의 경우, 주거비부담이 30~50% 수준에 이르면 비주거 관련 비용부터 지출 감소가 이루어지고, 주거비 부담이 50% 이상이 되면 주거 하향 이동 등의 방식으로 주거 관련 지출 감소 전략을 취했을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자가 가구의 경우, 주거비 부담은 주거 및 비주거 박탈 모두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는 물질적 박탈과 관련하여 자가 점유가 상당한 이점을 지니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결과이다.
점유형태에 따른 주거비 부담 수준이 박탈 유형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엄밀히 비교하기 위해 박탈가구를 주거박탈, 비주거박탈, 주거·비주거 중복박탈 유형으로 구분하여 다항로짓분석을 추가적으로 실시하였다. 분석 결과는 위의 이항로짓분석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즉, 자가의 경우는 주거비 부담 수준이 모든 박탈 유형에 속할 가능성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임차의 경우는 과도한 주거비 부담(30~50%)은 비주거박탈 집단에 속할 가능성 2.3배, 심각한 주거비 부담(50% 이상)은 주거박탈 집단에 속할 가능성을 2.1배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임차의 경우 주거비 부담 수준과 관계없이 주거비 부담은 주거·비주거 중복박탈 집단에 속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체 가구에서 과도한 주거비 부담이 비주거박탈 집단에 속할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Ⅳ. 결론 및 시사점
본 연구는 주거비 부담이 장·단기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주거비 부담이 가구에 미치는 직접적이고 일차적인 영향, 즉 물질적 박탈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봄으로써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 지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정책 대상과 지원 방식에 관한 함의를 도출하고자 하였다. 주요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주거비 부담이 물질적 박탈에 미치는 영향은 점유형태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즉, 자가의 주거비 부담은 그 수준에 무관하게 가구의 물질적 박탈 경험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임차가구에서는 물질적 박탈 경험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구의 경제적 어려움 및 삶의 질에 있어서 자가 소유의 이점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결과는 자가가구에서 박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자가가구는 주거비 부담으로 인한 박탈 경험 확률이 낮음을 의미한다. 앞서 살펴본 <표 4>에서와 같이 자가가구 중 23.4%가 박탈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구는 주거비 부담 수준과 무관하게 박탈을 경험하고 있는 빈곤층으로 볼 수 있다.
둘째, 임차가구의 주거비 부담은 부담 수준에 따라 박탈 유형에 미치는 영향이 달리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즉, 과도한 주거비 부담(30~50%)은 비주거박탈에만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고, 심각한 주거비 부담(50% 이상)은 주거박탈에만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추가적으로 실시한 다항로짓분석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주거비 부담이 주거박탈을 야기하기 이전에 비주거박탈에 우선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주거비 부담의 문제는 주거영역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비주거영역, 가구의 즉각적이고 누적적인 삶의 질과 관련된 문제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을 말해준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통해 주거비 부담 완화와 관련한 몇 가지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자가가구는 임차가구보다 주거비 부담과 그로 인한 물질적 박탈(주거, 비주거 박탈) 위험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주거비로 인한 물질적 박탈 예방 측면에서 자가 소유를 위한 지원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하겠다. 박은철과 김수경(2022)은 자가 소유는 재산의 형성과 유동화를 이용한 자산기반복지를 확대할 수 있고, 주거 안정성을 증대시킨다는 장점이 있다고 지적하며, 계층간 형평성과 정책의 효과성을 위해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초점을 맞춰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다만, 주택이 갖는 자산으로서의 특성은 자가 소유 지원에 있어 신중한 접근을 요구한다. 자가 소유 촉진을 위한 주거정책은 거시경제 상황과 맞물려 주택 시장과 개별 가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최근 고금리 상황은 자가 소유를 위한 금융지원이 오히려 해당 가구의 주거비 부담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음으로 임차가구에서 주거비 부담이 박탈 경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결과는 임차가구에 대한 주거비 부담 경감을 위한 지원이 우선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하겠다. 특히, 주거비 부담이 주거박탈에 앞서 비주거 박탈을 야기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비주거 박탈을 예방하는 차원에서도 주거비 지원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임차가구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수요측면에서 주거비를 직접 지원하거나 공급측면에서 지불가능한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각 측면의 가장 대표적인 정책은 주거급여와 공공임대주택이다. 그러나 현재 두 정책은 지원대상의 충분성과 지원수준의 적절성이 미흡하다고 평가된다. 주거급여(임차급여)는 지원대상을 상대적 빈곤선(기준중위소득 50%)까지 확대하고, 급여 수준을 결정하는 산식에서 자기부담률 조정 등을 통해 급여 수준을 실질적으로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된다(이길제, 2022). 또한 공공임대주택은 OECD 회원국과 비교 시 공급 규모가 작지는 않으나, 지속적인 취약가구 지원을 위해 지원 규모를 확대할 필요가 있고, 지역별 공급과 가구규모별 지원 주택의 적절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지적된다(강미나 외, 2021).
한편 주거비 부담 수준에 따라 임차가구의 박탈 위험 영역이 달라지는 점은 주거비 부담 가구에 대한 체계적 분석을 통한 지원 방식의 차별화를 검토할 필요성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과도한 주거비 부담(30~50%) 임차가구에서는 비주거박탈(의료박탈, 식품박탈, 교육박탈, 기타필수재 박탈) 위험이 크기 때문에 현금지원을 통해 주거비 부담을 완화함으로써 비주거 욕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다. Saunders(2017)는 높은 주거비가 다른 품목에 대한 개인의 구매 능력을 제한하고, 다른 기본적 필수재화를 충족시키지 못할 때 주거비는 소득 차원의 문제가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반면 심각한 주거비 부담(50% 이상) 임차가구에서는 주거박탈 위험이 크게 나타났다. 집세를 낼 수 없어 이사할 처지에 놓여있거나, 난방비가 부족한 주거박탈 가구의 경우는 현금지원이 효과적일 수 있으나, 최저주거기준 미달 주택에 거주하는 임차가구에는 현금지원보다 공공임대주택(매입임대, 전세임대 등)과 같은 적정수준 주택으로의 이동을 지원하는 현물방식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4). 물론 실제 정책대상자는 주거비 부담 수준뿐만 아니라 소득수준과 주거 상태, 주거비의 적정성 등 보다 엄밀한 기준에 의해 선정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거비 부담이 물질적 박탈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실은 빈곤 및 박탈 연구에 주거비를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지난 20년 동안 국외에서는 주거비를 고려한 빈곤 측정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가장 대표적으로 영국과 호주에서는 주거비용 고려 전(BHC)과 고려 후(AHC) 기준으로 빈곤을 측정하고 있으며, 두 국가 모두 후자의 빈곤이 높게 나타났다(김민정, 최영준, 2023). 절대적 빈곤 측면에서 주거비를 고려한 빈곤을 Stone(1993)은 주거빈곤(Shelter Poverty), Kutty(2005)는 주거로 인한 빈곤(Housing-induced Poverty)으로 정의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이현주와 정은희(2014), 김민정과 최영준(2023) 등은 주거비를 고려하지 않고는 가구의 실생활 수준을 잘못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며, 주거비를 고려한 빈곤의 측정을 제언한 바 있다.
본 연구는 주거비 부담 수준과 점유형태를 구분하여 살펴봄으로써 물질적 박탈에 미치는 영향이 점유형태와 주거비 부담 수준에 따라 상이하다는 점을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본 연구는 주거비 부담이 물질적 박탈 경험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춤에 따라 구체화된 정책 함의를 도출하는데 한계를 지닌다. 이에 본 연구의 한계와 후속 연구의 필요성을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전세가구와 월세가구 간, 공공임대주택과 민간임대주택 간 특성에 차이가 있어 임차가구를 세분화하여 분석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는 2021년 기준 횡단면 자료를 활용함에 따라 전월세를 구분할 시 박탈 가구 규모가 작아지는 한계로 세분하지 못했다. 둘째, 주거비 부담이 박탈에 미치는 영향은 시차를 두고 나타날 개연성이 높다. 따라서 시계열 패널분석을 통해 시차를 반영하고, 박탈의 지속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셋째, 한국복지패널조사 자료의 박탈 문항은 물질적 박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일정 수준의 경제성장을 이룬 국가에서는 물질적 박탈 수준이 낮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회경제적 박탈을 측정할 수 있는 조사의 실시 및 자료의 활용을 통해 보다 광범위한 박탈에 대한 주거비 부담의 영향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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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였으며, 현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빈곤불평등연구실 전문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최근 “주거여건이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연령층별 차이를 중심으로”(2023) 논문을 발표하였다. 주요 관심분야는 빈곤, 공공부조, 주거비 부담능력, 주거복지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