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기업의 발전전략과 활동성과와의 관계 연구
초록
마을기업은 지역 주민이 주체가 되어 지역주민과 지역자원을 활용하여 고용창출, 소득증대와 같은 경제적 성과와 지역공동체의 역량을 강화할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이다. 그러나 마을기업이 처한 여건과 운영 주체의 의지에 따라 마을기업은 그 지향점을 과정으로서의 공동체 역량강화와 목적으로서의 경제적 성과 창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며 이는 오래된 ‘지역사회의 발전’과 ‘지역 내 발전’ 전략 간의 논쟁으로 귀결된다. 본 연구는 각각 다른 전략을 선택하고 장기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며 운영되고 있는 2개의 농촌 마을기업의 사례를 조사하여 발전전략의 선택이 경제적 성과와 지역공동체 강화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는 분석하였다. ‘지역 내 발전’을 선택한 곳에서는 소득증대, 고용창출과 같은 경제적 성과가, ‘지역사회의 발전’을 선택한 곳에서는 주민공동체 역량 강화가 마을기업의 주된 성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분석 결과, 경제적 성과와 공동체 역량 강화 효과 모두 전자보다는 후자에서 크게 나타났으며 이 이유는 전략의 선택이 마을기업과 주민 간의 밀착도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 결과로부터 ‘지역내 발전’ 전략을 선택한 마을기업의 경우에는 수익적 안정을 확보한 후에는 지역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시사점이 도출되었다.
Abstract
A community-based enterprise(CBE), a type of social enterprise initiated by local residents, was introduced for both economic purpose such as job creation and income increase and social goal of community capacity enhancement by utilizing local residents and local resources. However, depending on the circumstances of the CBE and the will of the subject, a CBE generally chooses its main goal between community capacity enhancement as a process and economic performance as an objective. And this often results in an old debate between ‘development-of-the-community’ and ‘development-in-the-community’ strategies in the field of regional development theory. This study selected the cases of two rural CBEs that chose different strategies respectively and have created long-term profits, and analyzed how the choice of development strategies affected economic performance and community capacity enhancement. With regard to the main achievements of the CBE, it was expected that, if ‘development-in-the-community’ is selected, economic performance such as income increase and job creation would be more visibly shown, and if ‘development-of-the-community’ is chosen, social effects such as community capacity enhancement. However, the study result showed that both economic performance and community capacity enhancement appeared significantly higher in the latter than in the former. The reason for this seems to be that the choice of strategy has a great effect on the closeness between the CBE and the residents. Therefore, the implication is that a policy is needed which can lead the CBE having chosen ‘development-in-the-community’ strategy to more contribution to the community after it takes hold in terms of revenue and profit.
Keywords:
Community-based Enterprise, Community Development Strategy, Community Capacity, Community-based Enterprise Performance, Community Consciousness키워드:
마을기업, 지역개발전략, 마을기업성과, 공동체역량, 공동체의식Ⅰ. 문제의 제기
지역 주민이 자발적으로 협력하여 지역의 자원을 이용, 가공, 판매하여 수익을 추구하는 마을기업은 지역공동체의 개발 수단으로 주목되어 왔으며 정부도 공동체 개발에 더하여 고용 창출, 소득 증대라는 경제 정책의 일환으로 마을기업에 대해 창업자금을 지원하고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시간이 갈수록 인구가 줄고 있는 농어촌 지역에서는 일자리 창출을 통해 인구를 유지, 증가시켜야 하므로 마을기업이 적극 육성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마을기업 지원에 매년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당위성을 제시하기 위해서 마을기업 정책의 목표를 단기적으로 효과를 거두기 어렵고 계량적인 성과의 입증이 어려운 공동체 활성화보다는 금액으로 나타내기 쉬운 고용 창출이나 소득 증대를 더 앞세우고 있기도 하다. 즉, 마을기업의 목적인 공동체 활성화와 경제적 성과 중에서 경제적 성과가 지나치게 강조되고 공동체 활성화는 간과될 위험이 있는 것이다.
마을기업이 수익을 많이 창출하고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게 되면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고 결국 지역공동체가 발전하는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예를 들어 수도권의 중형 규모의 기업을 특정 농촌 지역으로 이전한다면 그 지역에 고용이 늘어나고 인구도 늘어나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로 인해 필연적으로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로 이루어진 지역공동체가 개발, 강화되지는 않는다. 지역에 외부 기업이 들어오게 되면 지역 전체의 역량은 증가한다고 볼 수 있지만 지역 내의 특정 주민공동체의 역량은 증가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Shaffer & Summers(1989:173-195)는 ‘지역사회의 발전(Development-of-the Community)’과 ‘지역 내 발전(Development-in-the Community)’을 구분하였다. ‘지역내 발전’은 기업 등 지역의 특정 경제적 실체를 증가시켜 지역의 경제적 생산력을 높이는 것인 반면에 ‘지역사회의 발전’은 지역 주민들 간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마을기업이 취하는 지역 발전 전략이 마을기업의 운영 과정과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나 의의에 대해서는 현재 연구가 거의 되어 있지 않은 편이다. 마을기업이 ‘지역사회의 발전’, 혹은 ‘지역내 발전’ 전략을 선택할 경우 이는 투입요소의 조달, 의사결정 방식, 사업 수익의 배분 등 전반적인 마을기업의 활동과 그 성과에 영향을 미칠 것임을 감안하면 마을기업의 발전 전략과 그 활동성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현재 운영 중인 많은 마을기업 뿐만 아니라 향후에 설립될 마을기업의 전략 선택과 정책적 지원 방향 설정을 위해서 실질적이고 중요한 문제일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지역의 경제적 부문을 특별히 발전시키는 것이 새로운 인구를 유입시켜 지역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지역 주민공동체 개발의 관점에서 보면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오히려, 산업화 과정에서 나타난 무수한 사례들은 주민과 무관한 기업이 지역에 입지하면서 관계 중심의 전통적인 촌락 공동체가 약화 혹은 파괴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지역 내 발전과 지역사회의 발전 전략을 선택한 마을기업들이 각각 지역공동체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수행되었다. 아울러 본 연구를 통해 과거 하향식, 요소 투입식, 외부 주도형의 지역개발전략과 맥을 같이하는 ‘지역내 발전 전략’이 마을기업의 전략으로 활용 가능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자 하였다.
Ⅱ. 이론적 배경과 분석틀
1. ‘지역 내 발전’과 ‘지역사회 발전’ 전략
소득 증대와 일자리 창출을 마을기업의 최우선 목표로 하는 정부의 태도에서도 확인되듯이 지역개발과 지역경제개발은 혼동되거나 동일시되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1). 성공적인 마을기업이 결과적으로 고용창출과 소득증대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역개발은 방법적인 측면에서 지역주민간의 관계 개발에 중점을 두고 ‘삶의 질’의 개선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을 고려하면 지역개발은 지역경제개발을 포함하는 좀 더 넓은 개념이라 할 수 있다(Jerry & Gary, 2010:3).
지역개발과 지역경제개발 간의 문제는 Shaffer & Summers(1989:173-195)가 제기한 지역 사회의 발전과 지역내 발전 간의 대립으로도 연결된다. Shaffer & Summers(1989)는 종전의 많은 지역개발 관련 연구들은 지역 사회의 발전과 지역 내 발전이라는 두 가지 관점으로 나누어진다고 지적한다. 이 두 관점들 간의 대립의 중심에는 지역공동체를 바라보는 견해의 대립이 자리하고 있다. 즉, 지역공동체란 그 안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복지를 결정하는 요인인가 아니면 단지 지역에 이미 자리잡은 계층 구성, 권력구조, 인간 생태의 외연적 발현에 불과한 것인가의 문제이다(Alaniz 2017:39).
만일 전자의 입장을 취한다면 주민의 행복과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지역개발이 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개인과 사회 간을 중재하는 지역 공동체의 창조와 유지에 목적을 두게 되며(Summers 1986:356)2), 그 수단은 그간 잘 알려진 사회적 자본, 권한위임(empowerment), 주민참여와 주민연대(solidarity)의 강화 등을 포함한다.
반면에 지역내 개발은 경제적 성장, 현대화, 사회서비스의 개선과 같은 전통적인 개발 목표들에 초점을 맞춘다. 여기에서 지역공동체는 사회 전체가 아닌 사회의 각 세부 단위 부분에 해당하는 사회적 과정으로 간주된다. 고용 창출, 주민 소득 증대를 강조하는 지역경제개발이 이러한 접근법의 대표적이고도 전통적인 사례이다. 이 접근법에서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개인과 가족단위의 능력을 판단하게 된다. 공동체 원조, 동기 부여 정책, 발전 사다리 모형, 주민의 총동원, 사회적 조작(social engineering) 등이 이 접근법에서 사용되는 방법론들이다(Alaniz 2017:39).
요약하자면 지역내 발전의 입장에서의 지역개발이란 지역의 특정 부문의 역량을 강화시키기 위한 일련의 의도된 활동이며 반면에 지역사회의 발전은 지역 주민이 삶을 영위하고 교류하며 상호작용을 하는 공동체 자체의 역량을 강화시키고자 하는 활동이다.
문제는 이 두 개발전략이 상호 보완적 관계인지, 아니면 상호 배타적 관계에 있는 지이다. Jerry & Gary(2010:3)에 따르면 지역내 발전과 지역사회의 발전 간의 관계는 결과와 과정 간의 관계로 요약된다. 이들은 주민 참여를 배제한 가운데 이루어진 지역 내 발전은 오히려 지역사회에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반면, 지역내 사회적 관계 형성, 의사소통 촉진에만 주력하는 것 자체로는 지역에 구체적인 편익을 가져오지 못하기 때문에 지역개발에서 이 두 관점은 서로 결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역개발은 과정에 있어서는 주민의 참여와 주민 간 관계를 강화시키는 지역사회의 발전 방식으로 진행되고 단기적 목표로는 지역내 발전을 추구하며 궁극적으로는 주민의 전반적인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삶의 질 향상이라는 지역사회의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정된 자원과 시간의 제약에 더하여 지역개발 전략의 선택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도 부재한 현실에서 마을기업들은 정부의 지침, 전문가의 권고, 또는 주민들의 선택에 따라 목적 지향의 경제적 성과라는 가치와 과정 지향의 공동체 활성화라는 가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2018년 기준 정부 통계에 의하면 약 1,500 개의 마을기업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들은 경제적 성과와 공동체 활성화를 함께 추구한다는 정부의 정책적 선언과는 달리 현실적으로는 각 마을기업들이 두가지 목표 사이에서 어느 한 쪽을 선택하거나 혹은 균형적 위치를 선택하기도 한다고 볼 수 있다. 마을기업이 경제적 성과에 중점을 두고 운영되는 경우에는 앞에서 논의된 ‘지역 내 발전’ 방식을 따르는 것이며 공동체 활성화의 관점으로 운영될 경우에는 ‘지역사회의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박노동(2017:93-94)은 마을기업 전문가와 마을기업에 참여하는 주민들에 대한 인터뷰 조사를 토대로 한 마을기업의 애로사항 연구에서 ‘현재의 마을기업들은 사회적 기업과의 차별성 부족으로 정체성의 혼란을 경험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처음에 마을기업을 시작할 때는 사회적 기업의 한계인 지역성과 공동체성을 해결하기 위함이 목적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일자리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관심이 매출과 일자리로 이동하여 사회적 기업과의 구별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장에서 마을기업이 어떠한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마을기업 뿐 아니라 정부의 고민이기도 하다.
2. 마을기업
마을기업은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어 수익성과 함께 지역문제 해결, 지역공동체 활성화 등을 동시에 추구하는 마을단위의 기업을 말한다(행정안전부 2018:1-3). 즉, 기업 활동이라는 수단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사회적기업과 유사하지만, 마을기업은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며 지역자원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이동혁, 2012). 마을기업은 지역공동체의 하나로 그 목적과 활동 방식이 구체화, 명확화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는 마을기업을 ‘지역주민이 각종 지역자원을 활용한 수익사업을 통해 공동의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소득 및 일자리를 창출하여 지역공동체 이익을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설립·운영하는 마을단위의 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지역개발 수단으로 마을기업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지역사회의 발전 전략이 주류로 부상하면서 부터이다. 송미령 등(2004:16-17)은 과거 우리나라 농촌개발정책은 지나친 물리적 인프라 중심, 하향식, 주민참여의 부족이라는 문제가 있었다고 평가하고 이에 대한 반성에서 2000년대부터 마을개발사업이 등장하여 개발의 공간적 단위가 마을단위로 하향되었고 동시에 농외소득, 공모사업, 주민의 참여를 강조하게 되었다고 분석한다.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주민의 역량을 발전시켜 경제적 개발 뿐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발전을 도모하는 지역사회의 발전 관점에서는 지역 공동체의 최소단위인 마을이 주된 개발 단위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정부의 마을기업 육성사업은 공공 예산에 의한 지역 일자리 제공의 차원에서 2009년 ‘희망근로사업’으로 시작하였다가 2010년 하반기 ‘자립형 지역 공동체사업’으로 전환되었으며 본격적으로 마을공동체 수준에서 기업을 육성하고자 2011년부터 ‘마을기업 육성사업’을 도입하였다. 2018년에는 88개 마을기업이 새로 선정되었으며 2011년부터 현재까지 총 1,514개의 기업이 설립, 운영되고 있다.
마을기업은 내생적 개발방식이며 지역사회의 발전 방식의 수단으로 간주된다. 마을기업은 특히 소득향상과 고용창출과 같은 경제적 개발의 성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정책담당자들로부터 매우 매력적인 지역개발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내생적 개발수단으로서 주민의 참여라는 과정을 중요시하도록 되어 있다.
마을기업 지원정책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도 마을기업의 요건에 목표로써의 지속가능한 수익성의 추구와 과정으로써의 주민의 참여를 포함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마을 기업 인정 요건을 보면 먼저 사업주체는 최소 5인 이상의 공동 출자자를 충족해야 하는 가운데 그 중 해당 마을주민이 70% 이상이어야 한다. 출자액 기준으로는 마을주민 출자가 최소 10% 이상이어야 하며 고용인의 70% 이상이 마을 주민이어야 한다. 그리고 지역문제해결, 지역사회공헌, 지역경제발전, 지역커뮤니티 활성화 등을 사업 목적으로 하여야 하며 단지 영리만을 목적으로 해서는 안되며 지역 자원을 활용하여 수익을 창출하여야 한다. 수익은 30% 이상을 지역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마을기업지침은 이를 기업성, 공동체성, 공공성, 그리고 지역성으로 나누어 좀더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우선 마을 기업은 수익추구와 지속가능한 시장경쟁력으로 정의되는 기업성을 확보하고, 기업의 운영과 창업에 마을 주민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공동체성이 있어야 하며 소유와 의사결정의 민주성, 지역 및 공동체 공헌과 같은 공공성을 가져야 하고 지역 주민과 지역 자원을 활용하는 지역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정부가 육성, 지원하고자 하는 마을기업은 창업, 운영, 수익분배의 전 과정에 이르기까지 지역공동체적 요소가 관철되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을기업은 기업의 이윤 창출 방식을 통하여 그 사회적,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므로 전략의 설정, 생산 요소의 조달과 투입, 기업 활동, 성과 창출로 이어지는 시장 영리기업의 활동 프로세스가 그대로 적용된다. 다만 영리기업과 달리 마을기업의 활동 프로세스의 전반에는 지역공동체에 대한 경제적, 사회적 기여라는 요소가 일관되게 적용된다.
마을기업의 주체는 우선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지역내 발전 전략과 지역사회의 발전 전략을 선택하게 되는데 이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는 주체의 가치관과 참여 동기, 지역공동체의 역량, 동원 가능한 자원 여건, 정부 등 이해관계자의 의도 등 다양한 것들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투입요소의 조달에 있어서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마을기업에 소요되는 투자자금은 대부분 정부의 보조금으로 조달되고 그 외 인적자본, 사회적 자본, 장소자본과 같은 투입요소는 주민이 직접 동원, 조직해야 한다. 그 다음 마을기업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이른바 사회적 활동을 수행해야 하는데 바로 주민참여, 수익배분, 지역경제 순환 활동이 그것들이라 할 수 있다. 이 사회적 활동으로부터 마을기업은 소득증대와 같은 경제적 성과와 고용창출, 주민 간 관계 증진, 공동체 역량 강화와 같은 사회적 성과를 얻게 된다. 간단히 말해서 마을기업의 활동 프로세스는 사업 주체가 지역 개발 전략을 선택하고 이에 따라 인적 자본, 재무적 자본, 사회적 자본, 장소 자본과 같은 투입 요소를 동원한 후 사회적 기업 활동을 통하여 경제적, 사회적 성과를 거두는 과정이라 할 수 있으며 이를 그림으로 제시하면 아래와 같다.
2. 선행연구의 검토와 연구의 분석 틀
마을기업이 위와 같은 사업모형을 따른다고 가정할 경우에 그 성과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Wheeler & Thomson(2005), 김영수·박종안(2009), 임경수·하태영(2014), Mayer(1994:3)에 의하면 마을기업의 성과요소는 크게 경제적 성과와 공동체 역량의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Wheeler & Thomson(2005)은 ‘지속가능한 지역기업네트워크(Sustainable Local Enterprise Networks; SLEN)’ 모형을 제시하면서 마을기업의 투입요소로는 인적 자본, 재무적 자본, 사회적 자본, 생태 자본을, 지속가능한 결과로는 투자수익, 지역경제의 발전, 개인과 커뮤니티의 자립능력 향상, 삶의 질 향상 등을 들고 있다. 이 연구를 토대로 우리나라의 농촌체험관광 마을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한 김영수·박종안(2009)은 ‘지속 가능한 체험관광 커뮤니티 비즈니스(Sustainable Experience Tourism Community Business; SETCB)’ 모델을 제시하면서 마을기업의 투입요소로 인적 자본, 재무적 자본, 사회적 자본, 장소 자본을 들고 지속 가능한 결과로는 투자수익, 지역발전, 가계수입을 꼽았다.
투입요소 중 인적 자본은 지역공동체가 동원 가능한 인력과 인력이 보유한 기술이며, 재무적 자본은 기업의 창업과 운영에 필요한 자금이고, 장소자본은 마을의 지리적 위치에 따른 자연자원, 관광자원, 교통자원 등을 의미한다 (김영수·박종안, 2009). 사회적 자본은 ‘구성원 간 조정과 협력을 촉진하는 네트워크, 호혜적 규범, 사회적 신뢰 등 참여자들이 공유하는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효율적으로 함께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Putnam, 1995:65-68, ‘남궁근’에서 재인용)’으로 마을기업이 기반으로 하는 지역공동체 주민 간의 신뢰도, 호혜적 규범, 그리고 네트워크의 수준을 의미한다.
임경수·하태영(2014)도 사회적 기업의 성과는 취약 계층에 대한 일자리 제공 및 사회 서비스 제공이라는 사회적 목적의 실현이지만 마을기업은 지역공동체 활성화와 지역 주민에 대한 소득과 일자리 제공을 그 성과로 한다고 하여 마을기업에 기대되는 성과는 소득증대, 고용창출과 같은 경제적 성과와 공동체 활성화로 대표되는 공동체 역량 강화임을 제시하였다.
공동체 역량을 이루는 요소로는 Mayer(1994:3)가 제시한 구성원의 헌신성(commitment), 자원(resources), 기술(skills)의 3가지와 Chaskin(2001)이 말한 공동체의식, 공동체 구성원들의 헌신의 수준, 문제해결능력, 자원에의 접근성의 4가지를 들 수 있다. Mayer(1994)에 따르면 구성원의 헌신성(Committment)은 지역의 문제와 발전 방안에 대한 공통의 인식에 기반하여 함께 개발에 참여하고 행동하고자 하는 구성원의 의지를 말한다. 그리고 자원(Resources)은 지역이 보유한 재정적, 자연적 및 인적 자산과 그 자산들을 효과적으로 투명하게 동원하고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재정적으로, 인적으로 아무리 풍부한 자산을 지역이 보유하고 있어도 이를 공동의 이익을 위해 효과적이고 투명하게 사용할 능력이 없다면 오히려 많은 경우 갈등의 원천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기술(Skills)은 지역 개발을 위해 동원 가능한 주민 혹은 단체의 특기나 전문성으로 정의된다.
한편, Mcmillan & Chavis(1986)는 공동체의식은 필요의 통합과 충족, 구성원 의식, 정서적 연대, 그리고 상호영향의식의 4 가지를 들었는데 이는 공동체 의식에 관하여 현재까지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견해라 할 수 있다. 최문형·정문기(2015)의 공동체 의식과 주민 참여 간의 관계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마을기업에 대한 주민의 참여와 헌신 정도를 결정짓는 것은 공동체 의식이며 그 중에서도 연대감이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어 공동체 의식과 헌신성이 완전히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공동체 의식은 헌신성에 강한 영향을 준다는 것을 시사한다.
선행 연구들에서 마을기업의 경제적 성과는 마을기업의 가구당 농외소득의 증가(김영수·박종안, 2009), 매출의 증가(박소연, 2013), 일자리 창출 효과(김명화, 2014 ; 신경희 2012) 등 주로 소득증대와 고용창출을 중심으로 측정되고 있다.
그리고 공동체 역량 강화에 있어서는 공동체 의식과 헌신성의 증대(정선기 외, 2015 ; 김영수·박종안, 2009 ; 김도완, 2107 ; 이우영, 2016 ; 부산발전연구원, 2013), 사회적 자원의 증대(신경희, 2012), 인적자본, 사회적자본, 생태자본의 축적(김영수·박종안, 2009 ; 김학실, 2013), 협동와 연대 기술의 훈련(김경희 2013), 지역 네트워크와 보유 기술(이지민, 2015), 재무적 자원 투입을 통한 사회 서비스제공(홍서연 외, 2015 ; 김경희, 2013) 등이 측정 지표로 사용되고 있다.
요컨대 선행 연구들을 살펴보았을 때 마을기업의 경제적 성과의 측정 지표는 고용창출과 소득증대, 공동체 역량강화의 측정 지표는 공동체의식, 헌신성, 인적·재무적·사회적 자원, 그리고 주민이 보유한 기술 등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3).
본 연구는 마을기업의 지역개발 전략의 선택에 따른 성과를 경제적 성과와 공동체 역량 강화 성과로 나누어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공동체 역량을 구성하는 요소는 앞에서 언급한 Mayer(1994)의 헌신성, 자원, 기술, 그리고 Chaskin(2001)이 제시한 공동체 의식, 헌신성, 문제해결능력, 자원에의 접근성을 종합하여 공동체 의식, 헌신성, 자원, 기술로 선정하였다. 이를 위하여 각각 지역내 발전 전략, 혹은 지역사회의 발전 전략을 선택한 사례 마을기업 2곳을 대상으로 경제적 성과와 지역공동체 역량의 성과를 마을기업의 창업에서부터 현재까지 시계열적으로 조사, 분석하였다. 2개의 사례마을기업은 2011년과 2005년에 각각 창업되었으므로 이를 분석 상 창업시점으로 삼고 현재 시점은 2018년으로 하였다.
연구를 위한 조사 항목은 위의 <그림 1>의 마을기업 사업모형에 나타난 항목들을 그대로 사용하고 각 항목별로 파악하고자 한 세부 조사 내용은 다음 표와 같다.
조사는 방식은 문헌 조사, 관계자 면대면 심층 인터뷰, 포커스 그룹 인터뷰(FGI) 등을 통해 수행되었다. 문헌조사는 마을기업 회계 자료, 언론보도, 마을기업에서 보관하고 있는 활동 상황 모음집 등을 활용하였다. 면대면 인터뷰와 포커스 그룹 인터뷰는 연구자가 현장을 2차례(2017년 11월, 2018년 3월) 방문하여 진행되었다. 면대면 심층 인터뷰는 사전에 준비된 개방형 질문지를 기초로 이루어졌으며 마을기업 대표 등 마을기업 활동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람을 중심으로 이루어 졌으며, 마을기업 대표의 경우는 2차례, 나머지 관계자들은 1차례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포커스 그룹 인터뷰는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각 사례지역에서 1차례 이루어졌다. 주민의 선정은 마을대표가 선정한 2명, 관련 공무원이 선정한 1~3명으로 이루어졌다. 포커스 그룹 인터뷰 후에 마을주민 일부를 대상으로 다시 면대면 심층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본 논문에서는 인터뷰 대상을 익명으로 표시하기 위하여 각 사례 지역명에 ‘가’, ‘나’, ‘다’ 형식으로 구분하여 표기 한다.
Ⅲ. 마을기업 사례 분석
1. 사례 마을기업의 선정 배경
사례마을기업으로 선정된 원평 팜스테이 마을과 하남 양떡메 마을은 모두 2013년에 행정안전부에 의해 우수마을기업으로 선정되었으며 각각 2011년, 2005년에 설립되어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면서 유지되고 있는 마을기업들이다. 이 두 마을기업 간에는 설립자의 의도, 소유형태, 운영방식, 수익의 배분 등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원평 팜스테이 마을은 ‘지역내발전 전략’을, 하남 양떡메 마을은 ‘지역사회의 발전 전략’을 각각 선택하였다는 차별성이 있어 본 연구의 비교 대상으로 삼기에 적절하다고 판단되었다. 원평 팜스테이 마을은 체험관광업과 김치 등 농산물 가공판매업을, 하남 양떡메 마을은 양파즙 등 농산물 가공판매업을 하고 있으며 2017년도 매출액은 각각 3억원, 4억3천만원이다.
2. 사례 공동체의 현황
원평 마을은 강원도 춘천시 사북면의 북위 38도선 상에 위치하고 있는데 모두 75가구에 인구 160여명, 농가 30가구, 비농가 45가구로 구성되어 있어 비농가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비농가는 대부분 마을 뒤로 솟은 화악산과 마을 앞에 펼쳐진 춘천호에 매력을 느껴 정착한 도시 출신의 귀촌인들이다. 1960년대 춘천댐이 건설되면서 마을의 반이 수몰되고 남은 지역은 군사보호시설구역과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여 마을내 토지의 대부분이 주민의 의사대로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원평 마을은 춘천호반에 위치하여 풍광이 아름다우며 맑은 북한강이 마을 관통하여 흐르고 춘천시와 수도권이 가까워 민박 등 체험관광업을 하기에는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농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은 주로 쌀, 호박, 오이, 토마토, 배추 등을 재배하나 농지가 상대적으로 부족하여 과거에는 부수입원으로 낚시객들을 대상으로 민박을 운영하기 시작하였으며 마을기업의 리더인 A씨 역시 춘천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으로 귀농하여 1995년부터 농사와 민박을 겸하였다.
양떡메 마을은 경상남도 합천군 초계면에 자리하고 있는데 서울에서 자동차로 약 3시간, 대구에서는 1시간 30분이 걸려 접근성이 양호하지는 않다고 할 수 있으며 총 52가구, 115명의 주민으로 이루어져 있다. 평범한 농촌 지대로 둘러싸여 외부인을 유인할 별다른 관광 자원은 없으며 다만 수리시설이 잘된평야지대에 위치하여 주작물인 쌀과 양파를 이모작을 하는 등 농업소득은 비교적 높은 편이라 할 수 있다. 주민들은 연도별로 가격등락이 심한 양파의 특성으로 인해 주민 소득이 다소 불안정한 측면이 있었다고 한다. 마을기업이 시작되기 전인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다른 농촌과 마찬가지로 젊은 주민들이 도시로 이주하면서 마을이 활력을 잃은 상태에서 3개의 큰 주점(酒店)이 이 마을에 위치하여, 양떡메 마을기업의 홍보부장 진영득씨에 의하면, 이 마을은 과거에는 인근 주민들로부터 소위 ‘술 먹고 노름하는 마을’로 인식되었다고 한다.
3. 마을기업의 전략의 선택
원평 마을이 마을기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각자 외지인을 상대로 민박, 소매업, 음식점을 하던 20가구가 모여 2002년 ‘원평 팜스테이 협의회’라는 느슨한 연합체를 구성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이는 주민들이 서로 외지인 고객들을 소개, 연결해주는 취지였으므로 주민 각자가 제공한 서비스에 대해서는 수익을 그대로 보유하는 시스템으로 공동사업체라기 보다는 독립사업자들의 협력조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고령화5) 등으로 주민들이 민박사업을 그만 두면서 독립사업자 연합체로서 ‘원평 팜스테이 협의회’는 이름만 남게 되고 2011년부터는 리더 A씨 주도로 12명의 주민이 참여하는 ‘영농조합 원평 팜스테이’라는 마을기업을 다시 창업하면서 주민의 참여와 같은 과정보다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경제적 성과를 더 중요시하는 ‘지역내 발전’ 전략을 선택하게 되었으며 관할 행정안전부와 관할 지자체도 이를 인정하고 지원하였다6).
원평 마을이 지역내 개발 전략을 선택한 표면적인 배경으로는 주민의 고령화로 리더와 함께 적극적으로 마을기업에 운영에 헌신할 인력이 부족하였던 점이 주로 거론되고 있으나 그 이면에는 원주민인 리더와 주민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귀촌인들이 서로 융화되지 못한 데서 드러난 사회적 자본의 부족도 주 요인으로 작용 작용하였다.
‘여기 주민의 반 이상이 귀촌인인데 그 사람들은 이기적이고 자기만 알아요. 심지어 이웃이 자기 땅을 밟고 지나가는 것도 싫어하고 집안에 CCTV를 설치해 놓고 밖에 누가 오나 감시하고 있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 사람들하고 마을기업을 하는 것은 불가능해요’ (원평 마을 가)
그러나 과연 인적 자원과 사회적 자본이 충분하였다면 주민공동체 개발에 중점을 두는 ‘지역사회의 발전’전략을 선택하였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있다. 왜냐하면 리더와 그의 부인은 처음부터 지역 공동체의 발전 그 자체보다는 도시 소비자와 직거래하여 농산물을 제값을 받고 판매하여 지역의 소득을 올리고자 하는 의도가 강했으며 복수의 주민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마을기업을 성공하기 어려우며 마을기업은 과정보다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성과가 중요하다는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저는 여러 사람이 같이 경영하는 마을기업은 반드시 실패한다고 봐요. 독농가(獨農家) 연합체만 성공할 수 있어요. 보세요. 마을기업 중 실패한 곳은 전부 공동운영을 하는 곳이에요.’(원평마을 나)
‘마을기업의 목적은 무어라 해도 일자리 창출이라고 봐야 되요. 우리는 동네 주민 6명에게 인건비를 주고 있어요. 취업대란이다 뭐다 하는데 정부로 봐서도 이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원평마을 가)
마을기업의 리더가 공동체내 주민간의 관계와 경제적 효율성 중에 어디에 더 가치를 둘 것인지는 개인의 가치관과 다양한 여건을 고려한 개인의 선택의 문제라고 할 때 원평 마을의 개발전략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전적으로 리더의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원평 마을의 리더는 마을기업의 목표를 일자리 창출을 통한 지역 경제에의 기여라고 보았으며 그 주체는 마을공동체가 아닌 역량있는 개인이라는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견해는 위 <표 1>에서 제시된 ‘지역내 발전 전략’의 발전 목표, 집행수단, 역량 주체와 정확히 일치한다. 따라서 원평 마을은 ‘지역내 발전 전략’을 선택하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남 양떡메 마을에서 마을기업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원평 마을과는 달리 고질적인 양파 가격의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양떡메 마을은 2004년에 전국적으로 양파의 공급 과잉으로 주산물인 양파 가격이 폭락하자 마을 이장인 B씨를 중심으로 수입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한 결과 양파즙 가공 사업을 시작하였다. 2005년에 마침 농촌관광장수마을로 선정되어 1억3천만원을 지원 받아 양파즙 가공시설을 설치하고 아울러 역시 이 마을에서 생산한 쌀과 콩을 원료로 하여 만든 가래떡과 메주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즉, 양떡메 마을에서는 소득 증대 그 자체의 목적 보다는 마을 전체 주민이 해마다 겪을 수 있는 농산물 가격의 불안정으로 인한 수입의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고자 것이 마을기업의 시작 동기로 작용하였다. 이후에 마을기업이 본격적으로 출범하면서부터는 ‘다함께 잘사는 자조적 공동체’로 목표를 설정하여 단순한 소득증대가 아닌 공동의 소득증대를 통한 공동체 개발이라는 ‘지역사회의 발전’ 전략을 선택하였다.
양떡메 마을이 지역사회의 발전 전략을 선택한 배경에는 역시 리더인 B씨 개인의 공동체적 비전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도시 출신으로 결혼과 함께 이 마을에 정착하게 된 B씨는 2003년에 최초의 여성 이장으로 선출될 정도로 능력과 인품을 인정받았으며 부의 축적 보다는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을 더 중요시하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돈을 많이 벌어서 잘살아 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내가 늙어 힘이 없어지면 도시의 요양원에 가서 살다 죽는 것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 돌봐 주는 가운데 계속 마을에서 살다가 죽는 그런 마을을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양떡메마을 가)
양떡메 마을의 리더는 마을 주민의 노후 복지를 마을이 책임지는 자조적 공동체를 만든다는 비전을 명확히 가지고 있었으며 이것이 양파 가격의 불안정 문제에 대한 대응과 함께 마을기업의 추진 동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원평 마을과는 달리 공동소유, 공동운영 형태를 취하여 자본금으로 마을 공동소유의 토지를 투자하고 자가 거주 42가구가 모두 주주로 참여하고 그 중 12명의 주민이 마을기업 운영위원회를 구성하여 마을기업을 운영하기 시작하였다.
4. 마을기업의 활동
인적자원부터 살펴보면 원평 마을은 2011년 마을기업을 등록하면서 리더를 포함하여 12명의 주민이 공동 소유주로 등록되었지만 실제 운영은 리더 A씨 부부가 대표와 사무장 역할을 수행하였다. 그럼에도 다른 10명의 주민들과 갈등이 빚어지지 않은 이유는 주민들의 참여 동기가 공동운영에 참여하는 것보다는 수익금의 배당에 있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앞서 언급하였듯이 2011년 마을기업 설립 당시에 이미 참여주민들의 대부분이 70세가 넘어 공동체 활동의 의지가 약해졌기 때문으로 고령화된 대부분의 농촌 공동체에서 보이는 문제점이 이 마을에서도 드러난 것이라 할 수 있다. 심지어 마을기업에 6명의 정규직원을 고용할 때에도 마을 내에서 적절한 인력을 찾을 수 없어서 인근 춘천시에서 고용할 수 밖에 없었던 것도 이같은 인력 사정을 반영한다. 재무적인 자원은 정부 지원금 외에 출자금은 모두 리더 A씨가 혼자서 1천만원을 부담하고 나머지 참여 주민들은 극히 소액인 가구당 20만원씩만 부담하였다. 이로부터도 원평 마을기업은 리더 A씨가 주도하고 다른 주민들은 형식적으로 참여하는 수준이었음을 알 수 있다. 사회적 자원으로서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부족으로 마켓팅, 판매 등과 관련하여 주민들이 가진 외부 네트워크는 동원되지 못하였으며 다만 A씨 개인의 외부 네크워크를 통해 춘천시내에 위치한 유치원, 초등학교 등과 농촌체험 자매결연을 맺어 단체 고객을 유치할 수 있었다. 원평 마을이 수익적 측면에서 장기간 성공할 수 있는 이유는 수도권이 가깝고 춘천호와 북한강 등 자연 자원이 뛰어나 도시민을 체험관광객으로 유인하기 좋은 장소 자본의 역할이 컸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양떡메 마을에서는 42명의 전 주민을 모두 주주로 참여하고 그 중 12명은 운영위원 자격으로 매월 개최되는 주민운영위원회를 통하여 마을기업의 운영에 참여하였다. 이 마을에서는 마을기업 대표 부부 외에도 인적자원으로 귀촌인으로 도시에서 사업경험과 공직 경험을 가진 주민들이 운영위원에 포함되어 있어7) 집단 지도체제를 구성할 수 있는 인적자원이 존재하였다는 것이 원평 마을과 다른 점이다. 매월 열리는 운영위원회에서는 마을기업의 문제뿐만 아니라 마을에 대한 사항들도 논의되었으므로 마을기업 운영진이 전반적인 마을 운영을 주도하는 역할을 겸하였다고 할 수 있으며 이는 마을과 마을기업의 관계를 최대한 밀착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재무적 자원으로는 마을 명의의 공유 자산인 토지 약 3,300㎡를 마을기업에 출자하였는데 이 역시 주민들이 단지 20만원씩만 출자한 원평 마을과는 다른 점이다. 주민 모두가 마을기업의 주주로 참여하고 공유 토지를 자본금으로 출자한 것은 주민 간의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한 것으로 이 마을에서는 이미 상당 정도 이상의 사회적 자본이 축적되어 있었으며 이것이 마을기업 창업에 동원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주민 각자가 보유한 외부네트워크는 마을기업 제품의 판매에 동원되었는데 주민들이 자신의 친척이나 지인에게 양파즙, 가래떡 등을 소개하여 판매할 경우 예외 없이 판매액의 10%를 판매수수료를 지급하였다. 그 결과 별다른 홍보 없이 오직 주민의 구전 홍보만으로 불과 창업 2년 만에 약 1만 명의 고객 명단을 확보하고 1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이같은 방식으로 양떡메 마을은 제품 판매와 홍보에 주민의 사회적 자본을 동원할 수 있었고 이는 초창기 마을기업의 수익 확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8).
‘한달에 한번 모든 주민이 모인 자리에서 하얀 봉투에 판매수당을 현금으로 넣어서 주민들에게 드렸지요. 어떤 분은 그 봉투를 받고 우시는 분도 있었어요. 내 평생에 월급을 받아보기는 처음이라고 하시면서’ (양떡메 마을 가)
양떡메 마을은 별다른 관광자원이나 인접 대도시가 없는 평범한 농촌으로 마을기업에 동원할 수 있는 장소자본이 거의 없었으며 단지 양파 농사가 잘되는 유일한 장소적 장점을 활용하였다. 그럼에도 양떡메 마을에서는 원평 마을과 달리 주민공동운영체제가 실질적으로 유지되었고 이를 통해 마을의 인적자원, 재무적 자원, 사회적 자원이 효과적으로 동원, 조직되어 마을기업이 초기부터 수익을 올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고 할 수 있다.
수익 배분은 마을기업이 지향하는 사회적 가치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영역으로 두 사례 마을기업의 경우에 개발 전략이 서로 상이한 만큼 수익배분의 양상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수익의 지역 환원은 마을기업의 의무 사항으로 행정자치부의 마을기업 지침은 순수익의 30%를 지역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평 마을이 마을기업의 수익을 12명의 참여 주민들에게는 배분하고 있으나 1인당 20만원 수준인 출자액을 기준으로 배분하기 때문에 1년에 배분하는 금액은 5만원 정도의 극히 소액으로 주민에게 경제적 충족감을 주기에는 매우 적은 액수라 할 수 있다. 원평 마을의 2017년 매출액은 3억원, 순이익은 1억원이나 수익의 지역 환원 후에 남는 수익은 대부분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대표 개인에게 귀속되고 있다.
이 마을기업은 30% 수익 환원 요건을 충족하기 위하여 춘천시내 독거노인에게 연탄 등을 배달하는 방식으로 수익의 지역사회 환원을 하고 있긴 하지만 원평 마을 내에는 환원을 하지 않고 있다. 마을 내에 수익환원을 하지 않고 마을 외부에 수익을 환원하는 모습은 마을기업과 다른 주민간의 관계가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인데 이는 마을기업이 약 7년 이상 운영되면서도 주민공동체 활성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오히려 대표 A씨는 마을 가구의 반 이상을 점하는 귀촌가구에 대해 비호의적 태도를 드러내며 마을 주민에 대한 수익환원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저는 이 마을에 환원을 안해요. 다른 데에다 해요. 환원을 해줘도 여기 사람들이 고마움을 못 느껴요. 고마움을 느끼는 데가 따로 있어요. 지금 우리 사회에 고마움을 느낄 곳이 한두 군데겠어요? 그런데다 주는 게 나요. 제가 환원사업을 그렇게 하고 있어요’ (원평 마을 가)
이에 반해 양떡메 마을은 수익금의 상당액을 마을공동체에 환원하고 있다. 이 마을에서는 2012년부터 마을 급식소를 만들어 매일 중식을 전 주민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조리장의 급여와 식재료비를 합쳐 연간 약 3천만 원이 소요되며 이는 2017년의 순수익 1억 원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리고 지역 주민에 대한 수익환원을 위하여 매년 설에는 전 가구에 각각 10 kg 씩의 가래떡을 무상으로 배급하고 마을 환경정비에 참여하는 모든 주민에게 1년에 4회 1일 5만원씩의 수고비를 지급한다. 또한 인근 지역 중학교에 장학금을 연간 100만원씩 출연하고 있으며 강사를 초빙하여 노래교실, 댄스교실, 한글 교실 등 각종 주민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수익을 환원하고 있다. 양떡메 마을기업의 마을주민에 대한 수익 환원 액수는 2018년 기준으로 약 5,000만 원에 달하며 이는 연간 순수익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수익배분 후에 남은 수익금은 전액 마을기업 명의로 적립하여 마을 기업의 설비나 토지를 구매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원평 마을은 지역 주민 6명을 6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하절기나 김장철과 같은 성수기에는 지역주민 중에서 임시직을 약 15명 채용함으로써 2018년에 인건비로 6천만 원을 지출하였다. 다만 직원들은 모두 원평 마을 거주자가 아니라 춘천시 거주자로 원평 마을로만 보면 인건비를 통해 지역경제 순환에 기여하는 효과는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김치만들기, 떡만들기 등 팜스테이 프로그램 운영에 필요한 재료 구매에 연간 1억2천만원이 소요되었는데 이중 대부분은 마을에서 생산되는 배추, 쌀 등 농산물을 구매하여 지역 경제 순환에 기여하고 있다.
한편 양떡메 마을은 양파즙 및 메주 가공공장에 마을 주민을 5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여 2018년 기준 인건비로 8천만 원을 지출하였으며 양파즙, 메주, 가래떡의 제조에 소요되는 양파, 콩, 쌀을 마을 주민으로부터 2억 원 어치를 수매하여 마을 경제를 순환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인건비와 마을 농산물 수매액의 합계를 가구수로 나누면 2018년 기준 가구당 약 540 만원의 경제순환 효과를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계산된다. 양파와 콩의 경우에는 마을에서 생산된 전량을 수매하고 있으며 쌀은 생산량 일부를 수매하고 있다.
5. 마을기업의 효과 분석
원평 마을과 양떡메 마을의 고용창출 효과는 2018년 기준 정규직이 각각 6명, 5명이며 금액으로는 각각 6천만 원, 8천만 원에 달한다. 원평 마을은 성수기에 약 15명의 임시직을 고용하기는 하지만 정규직과 임시직 모두 마을 주민이 아닌 외지에서 출근하는 사람들로 마을 경제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효과는 5명의 정규직을 모두 마을 주민 중에서 채용한 양떡메 마을에 비하면 뒤진다고 할 수 있다.
마을기업으로 인한 소득 증대 효과는 원평 마을에서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수익배분이 이루어지지 않고 주주 가구 11가구에 대해서만 연간 5만원의 배당금이 배분되기 때문이다.
한편 양떡메 마을에서는 주민 고용을 통한 8천만 원의 소득 증대 분과 농산물 수매로 인한 소득 증가분을 제외하고서라도 앞에서 언급한 일일무료급식비. 떡배급, 마을근로 수고비 등을 모두 합치면 가구당 연간 100만원씩 소득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원평 마을의 경우에는 일정기간 마을기업을 운영한 뒤에도 주민과의 밀착이 진전되지 않아 마을기업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 의식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마을기업이 주민이 필요로 하는 물질적, 혹은 정신적 자원을 공급해 주지 못하여 공동체 의식 중 가장 일차적인 충족감 형성에 실패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그 다음의 공동체 의식인 소속감, 친밀감, 연대감도 형성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평 마을이 주민에게 물질적, 혹은 정신적 자원을 공급하지 못하는 이유는 리더의 의지 부족과 마을주민의 참여 부족이 상호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마을주민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단독으로 노동력을 투입하여 마을기업을 운영해야 하는 마을기업 대표 부부는 수익금으로 주민들에 기여하고자 하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며 마을주민들은 이들 부부가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마을기업에 참여할 동기가 없기 때문이다. 마을 기업이 주민공동체의 중심적 역할을 담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주민들이 마을기업을 운영하는 주체를 마을 리더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데서도 확인된다. 마을기업을 창업한 지 약 2년 뒤인 2013년에 마을기업 대표 A씨가 이장 선거에 출마하였을 때 귀촌인을 중심으로 한 주민 다수는 그를 낙선시켰으며 여전히 이 마을의 이장은 마을기업 대표가 아닌 다른 주민이 맡고 있다.
원평 마을이 마을기업을 통해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고 있음에도 공동체 의식의 형성에 실패한 것은 궁극적으로 마을기업에 전체 주민을 참여시키는 의지와 노력이 부족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는 양떡메 마을과 대비된다.
양떡메 마을은 시간이 경과하면서 공동체 의식이 점차 강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마을기업이 운영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공동체 의식의 요소인 소속감, 충족감, 연대감 및 정서적 친밀감을 고르게 제공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먼저 마을기업은 초기에 양파즙 등의 판로가 충분히 개척되지 않았을 때 주민들에게 양파즙 판매의 임무를 부여하고 판매 수당을 정확히 지급하면서 경제적 충족감을 부여했다. 그리고 이후에는 급여, 배당금, 명절 떡 선물, 무료 일일 급식 등의 형태로 전체 마을 주민들에 대한 경제적 기여를 지속하였으며 이는 주민들이 공동체에 대해 충족감을 가지기에 충분한 요인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마을기업이 주관하는 각종 주민 교육 및 문화프로그램들은 소속감, 친밀감 연대감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마을기업이 경비를 부담하여 상시적으로 주민댄스교실, 한글문해교실과 같은 주민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마을 회관에 사우나 시설을 설치하여 주민들이 매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며, 마을 급식소에서 주민의 생일잔치를 함께 가지는 것과 같은 일련의 프로그램들도 주민간의 친밀감과 연대감을 강화시키는데 상당한 기여를 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이 마을은 전국 마을기업경연 대회에서 상당수의 주민이 참여하는 연극을 공연하였는데 주민들이 연극연습에 참여하였다는 것은 주민의 헌신성도 상당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남마을이 초계면의 다른 마을의 부러움을 사는 건 사실입니다. 다른 마을에는 버리고 간 빈집도 더러 있지만 양떡메 마을은 빈집이 없어요. 반대로 집세를 주고라도 서로 이사오려고 하지요’ (양떡메 마을, 라)
이상의 관찰로부터 원평 마을과 양떡메 마을에서 공동체 의식의 전개 양상의 차이는 수익의 분배 여부와 마을기업에 대한 주민의 참여 여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원평 마을은 마을 주민의 실질적인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아 실제 기업활동에 시간과 노력을 투입한 리더 외의 주민에 대한 수익의 배분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마을기업이 중심이 된 주민 참여 프로그램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반면에 양떡메 마을은 제품의 생산과 판매 과정에 최대한 많은 주민을 참여시켜 경제적 충족감을 제공하였을 뿐 아니라 수익 분배의 일환으로 일일 무료급식, 주민 사우나, 주민 댄스교실 등과 같은 주민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친밀감, 소속감, 충족감과 같은 공동체 의식을 고양하였다,
마을기업이 마을의 공유 자산을 증가시키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주민의 출자금과 정부 지원금 등으로 공동 소유의 자산을 취득하는 방법과 마을기업의 수익금으로 공유자산을 구입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마을기업이 주민 전체의 공유자산을 취득하고 관리한다는 것은 마을기업 자체가 마을 주민 전체의 공동소유일 때 가능할 것이며 소수의 인원이 마을기업을 소유한다면 마을 공유자산을 취득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원평 마을기업은 모두 75가구 중 단 12가구만 참여한 소수 소유의 기업이므로 정부 보조금 등으로 마을기업이 취득한 모든 자산은 12명의 주민에게만 귀속되어 주민 전체의 공유자산의 증가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기술의 발전은 다른 주민들이 운영에 참여하지 않음에 따라 공동체 구성원의 기술의 발전보다는 대표 A씨 가족을 중심으로 팜스테이 사업의 전문성과 노하우가 축적되었다. 현재 마을기업의 직원들은 모두 마을로 출퇴근하는 외부 거주자이므로 마을공동체의 기술 역량이 강화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반면에 양떡메 마을에서는 마을기업을 운영한 2005~2018년간에 공유자산이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2005년 마을기업을 시작할 당시에 마을의 공유자산은 마을 기업에 출자된 주민 공동소유의 토지 약 3,300㎡가 전부였지만 2018년 현재는 양파즙 및 가래떡 가공설비, 마을무료급식소, 마을기업 수익금으로 사들인 추가 토지 3,000㎡, 사우나, 헬스, 교육시설을 갖춘 마을회관으로 증가되었다.
공동체 기술역량에 있어서도 이 마을은 주민공동운영과 주민 고용의 결과로 메주, 양파즙, 가래떡 제조 기술, 판매 기술 등이 주민들에게 학습, 전파되고 있다. 또한 2개월에 1회씩 개최되는 주민운영위원회를 통해 주민 간 관계 형성 기술, 회의운영 기법 등이 정착, 발전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그리고 마을기업을 통해 활성화된 주민 문화 프로그램들과 일일 급식을 통해 주민들의 사회적 관계 기술도 상당 수준 강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처음에 주민운영위원회를 할 때는 서로 의견이 안통하고 답답해서 시간만 낭비되고 힘들었어요. 그렇지만 한번 두번 하면서 서로 이야기를 들어주고 쓸데없는 이야기는 서로 제지하면서 회의 분위기가 잡혀졌어요’(양떡메 마을 나)
‘예전에는 주민들이 서로 싸우면 오랫동안 서로 얼굴도 안보고 말을 안해도 상관이 없었지만 일일급식을 하니까 매일 얼굴을 봐야 되니 주민들이 싸웠다가도 금방 화해를 하더라구요’(양떡메 마을 다)
6. 종합 분석
원평 마을은 리더가 발전 목표를 고용창출을 통한 지역 경제 기여로 하고 이를 추진할 역량 주체를 마을공동체가 아닌 개인으로 설정하여 ‘지역내 발전 전략’을 선택하였음을 이미 위에서 논의한 바 있다. 반면에 양떡메 마을은 개발 목표를 ‘더불어 잘사는 마을’, 그 수단은 전 주민의 참여와 주민간 활발한 교류를, 역량 주체는 개인보다는 지역공동체를 내세움으로써 위 <표 1>에서 제시된 ‘지역사회의 발전 전략’을 선택하였다고 할 수 있다. 살펴본 바에 의하면 이러한 전략을 각각 선택한 배경에는 두 사례 모두에서 마을 리더의 동기와 비전이 절대적인 역할을 하였으며 그 외의 다른 요인이 발견되지는 않았다.
서로 다른 개발전략의 선택은 마을기업의 주체 범위 및 운영방식의 차이로 연결되어 원평 마을은 소수 소유, 1인 운영 체제를, 양떡메 마을은 주민 전원 소유, 공동운영 체제를 채택하였으며 그 결과 지역경제의 순환과 수익배분의 측면에서 두 마을은 큰 차이를 나타냈다. 원평 마을에서는 수익배분효과는 거의 관찰되지 않았으며 외부 주민 6명의 고용창출과 가구당 160만 원 수준의 지역 농산물 구매가 그 효과의 전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양떡메 마을에서는 마을주민 5명의 상시고용, 지역 농산물의 구매로 연간 가구당 540만원에 달하는 지역경제의 순환, 주민 전원에 대한 일일 무료급식 제공, 연간 수익배당금지급 등의 형태로 수익배분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공동체 역량 강화 효과에 대해서도 원평 마을은 마을기업과 일반 마을주민의 밀착이 이루어지지 않아 마을기업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 의식과 헌신성이 성장하지 못하고 자원과 기술 역시 지역공동체의 관점에서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양떡메 마을에서는 마을기업은 즉 마을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어 공동체 의식과 헌신성이 강화되고 공유자원과 공유기술이 확장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Ⅳ. 결론 및 정책적 시사점
마을기업이 지역공동체에 기여하는 방식은 크게 경제적 효과와 마을공동체 역량 강화의 2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마을기업은 지역 주민을 고용하고 원료 등을 지역에서 구매하고 수익을 지역에 환원하여 지역경제를 순환시킴으로써 지역의 자원과 부가가치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지역 내에서 남아있도록 하여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기여한다. 그러므로 지역주민 고용, 원료로서 지역생산물의 구매. 수익의 지역 환원은 마을기업의 필수적인 요건이다. 그 다음으로 마을기업은 지역 주민들이 공동으로 생산, 판매, 경영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주민들 간의 상시적인 의사소통의 플랫폼 기능을 수행하여 주민들 간의 관계를 강화하고 결과적으로 공동체 의식, 헌신성, 자원, 기술로 요약되는 공동체 역량을 배양하는데 기여한다.
본 연구는 각각 ‘지역내 발전 전략’을 취한 마을기업과 ‘지역사회의 발전전략’을 취한 두 개의 농촌마을기업의 성과를 비교해보았다. 당초 두 마을이 각각 선택한 발전전략과 목표에 따라 원평 마을에서는 주민의 소득증대와 고용창출로 대표되는 경제적 성과가, 양떡메 마을에서는 주민공동체 역량 강화가 마을기업의 주된 성과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두 사례를 관찰, 분석한 결과 경제적 성과와 공동체 역량 강화 효과 모두 전자보다는 후자에게서 더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평 마을에서 마을기업 대표를 제외한 주민의 소득 증가 소득 지역내 발전전략을 선택한 원평 마을이 소기의 경제적 성과와 공동체 역량 강화를 이루지 못한 이유는 대부분 마을기업이 마을주민과 밀착되지 못하고 유리(遊離)되었기 때문이다. 마을기업이 주민과 밀접한 관계에 있지 않을 경우 고용에서부터 현지 생산물의 구매에까지 각종 의사결정이 공동체의 이익보다는 기업의 영리성을 높이기 위한 효율성, 효과성에 기반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평 마을이 지역사회의 발전 전략을 선택하지 못하고 지역내 발전 전략을 선택하는데 영향을 미친 독립변수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앞에서 논의한 대로 리더의 선택이 결정적인 변수였다고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주체적인 공동체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이 고갈된 농촌 공동체의 상황을 고려할 때 공동체 사업의 목표와 비전을 분명히 하고 주민을 인도하여 나아가는 리더의 역할은 절대적인 중요성을 갖는다.
원평 마을은 투자 요소의 조달에서부터 마을공동체 전체가 참여하지 않고 극히 일부의 주민이 참여하였음에도 마을기업으로서 실패하지 않고 매년 상당한 수익을 거두면서 운영되고 있어 성공적인 마을기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만일 처음부터 마을공동체 전체를 참여시켰다면 부족한 사회적 자본에서 기인한 주민 간 분쟁 등으로 마을기업 자체가 좌초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그러한 의미에서 마을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최우선으로 선택한 원평 마을 리더의 전략 선택은 나름대로 합리적 근거에 기반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지역내 발전’과 ‘지역 사회의 발전’ 전략이 결국 상호 보완하면서 통합되어야 한다는 견해(Alaniz, 2017:40, Jerry & Gary, 2010:3)를 고려할 때, 경제적, 수익적으로 성공한 마을기업 중의 하나인 원평마을과 같은 유형의 마을기업은 앞으로 마을공동체 발전에 좀더 기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할 것이다.
앞으로도 마을기업은 각 지역공동체가 처한 조건과 환경에 따라 ‘지역내 발전’과 ‘지역사회의 발전’ 전략 중 한 가지을 선택할 것이며 본 연구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어느 경우든 적정한 수익과 고용을 창출하면서 마을기업을 지속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지역내 발전 전략’을 선택할 경우에는 그 내적 논리로 인해 지역공동체에 대한 기여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므로 마을기업이 어느 정도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갖춘 후에는 공동체 기여 부분을 보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지역내 발전’으로 거둔 경제적 성장은 결국 공동체 강화에 활용되어야 하기 때문이며 ‘지역사회의 발전’ 역시 어느 정도의 경제적 성장이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단 본 연구는 2개의 마을 기업을 대상으로 한 질적 연구이므로 본 연구의 결과를 일반화하기에는 필연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앞으로 마을기업의 지역개발 전략과 그 성과에 대한 더 많은 사례들의 축적되길 기대한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16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RF-2016S1A5A8019360) 본 논문에 대해 적절한 의견을 주신 익명의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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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셰필드대학교(The University of Sheffield)에서 박사학위를 취득(2007) 하였다. 경북도청과 행정안전부 등에서 근무하며 산업정책, 지방행정체제개편, 세종시 설치, 읍면동 기능 조정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으며, 현재 단국대학교 사회과학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관심분야는 지역 공동체, 주민자치, 지역혁신 등이다. 저서로는 ‘생활자치 합시다’(대영문화사, 2013)가 있고 논문으로는 ‘지역 테크노파크 기능의 변화과정 분석: 역사적 제도주의 관점에서 대구와 경북테크노파크를 중심으로(2017)’, ‘지방자치단체 사회정책의 협력적 로컬거버넌스 분석(2016)’, ‘생활자치 활성화 방안(2017)’ 등이 있다.
영국 리버풀대학교(The University of Liverpool)에서 MBA를 취득(2000)하고 현재 단국대학 행정학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과거 부패방지위원회, 국가청렴위원회에서 공무원 교육, 국제개발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다. 주요 관심분야는 지역공동체, 주민참여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