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기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문화예술향유 확대: 장르별 차이를 중심으로
초록
본 연구는 성인 문화예술교육 활동이 개인의 문화향유 수준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취미발레, 오페라강좌, 댄스동호회 등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활동에의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 문화정책적으로도 전 국민의 문화향유 증진을 목적으로 한 문화예술교육 관련 지원사업이 확대되고 있다. 본 연구는 <2014 문화향수실태조사> 자료를 활용하여 문학, 미술, 서양음악, 전통예술, 무용, 연극, 뮤지컬, 영화, 대중음악/연예 등의 총 9개 장르에서 “지난 1년 경험한 문화예술교육”을 독립변수로, “지난 1년 예술행사 관람 정도”를 종속변수로 설정하였다. 종속변수를 구성하기 위해 9개 장르 관람 유무를 활용하여 잠재집단 분석을 실시하였고, 이 결과 문화예술 무관심 집단, 영화 애호가 집단, 순수예술 애호가 집단, 대중예술 애호가 집단, 블록버스터 문화행사 관람 집단, 문화예술 잡식가 집단의 6개 집단을 도출하였다. 이 집단을 종속변수로 한 다항 로지스틱 회귀분석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성인기 문화예술교육 경험은 준거집단에 비해 영화를 제외한 4개 집단에 통계적 유의성이 나타났다. 둘째, 특히 순수예술 애호가 집단의 경우 대중예술이나 블록버스터형 집단에 비해 성인기 문화예술교육 경험이 해당 집단에 속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였다. 이 결과를 통해, 순수예술 장르의 경우 예술적 지식과 정보를 이해하는 교육적 활동이 문화향유를 확대하는 중요한 변수라는 것을 확인하였으며, 이런 맥락에서 성인 문화예술교육 관련 문화정책에서도 장르별 특성을 더욱 고려해야 함을 제안하였다.
Abstract
This study aims to find out whether culture and art education affects one’s cultural enjoyment level. Recently, participation in various culture and art education courses and activities is expanding in Korea. Hence, in the cultural policy paradigm, these educational courses and cultural group activities are supported by the government for the purpose of increasing the cultural participation of all people. For this study, the data collected for the nationwide survey on ‘Cultural Participation’ (2014) was used, and Latent Class Analysis and Multi-Nominal Regression were conducted. The result shows six latent groups are derived: No-interests in Arts (1), Film lovers (2), Fine arts lovers (3), Popular arts lovers (4), Blockbuster activities lovers (5), and Omnivores (6). Putting them as dependent variables, the result of multi-nominal regression is as followed. First, culture and arts education in adulthood has a statistical significance for four groups, not film (2). Second, for Fine arts lovers group, culture and arts education is the most strongly-affecting variable compared to other groups. It tells that for fine arts genres, educational activities are core for acquiring artistic information and knowledge, which resulting in expanding the cultural enjoyment level. We propose that cultural policies related to adult culture, arts education must also consider characteristics by genre.
Keywords:
culture and art education, cultural enjoyment, latent class analysis, multi-logistic regression키워드:
문화예술교육, 문화향유, 잠재집단분석, 다항 로지스틱 회귀분석Ⅰ. 서 론
최근 성인 대상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증가하고 있다. 예술의전당에서 운영하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은 2012년 265개에서 2016년 342개로 증가하였고, 수강생 수 또한 2012년 7,790명에서 2016년 9,587명으로 12% 증가하였다. 국립발레단 부설 아카데미의 성인 수강생도 2005년 696명에서 2010년 1,584명으로 2배 이상 늘었고, 클래식 음반 전문점 풍월당에서 운영하는 클래식음악 특강은 애호가들의 사랑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살사, 탱고, 피아노 연주 등 문화예술 활동을 함께 배우고 공연하는 ‘동호회’ 또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이런 사례들은 현재 한국사회에서 여가생활의 중요한 범주 중 하나가 문화예술 분야1)이며, 문화예술을 학습하고 연마하는 ‘교육’적 활동이 많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본 연구는 이처럼 문화예술 교육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새로운 유형의 문화소비자, 여가활동자를 사회학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전 생애의 문화예술 교육 경험 중에서도 성인기에 집중하여 교육이 문화예술 향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또한 문화예술 교육 경험이 모든 문화예술장르에 공통적으로 작용하는지, 장르별 교육 경험의 차이를 비교 분석해보고자 한다.
지금까지 문화사회학 연구들의 흐름을 보면, ‘문화예술 교육’은 부르디외가 명명한 ‘아비투스(habitus)’를 체화하는 제도적 장치이자 문화자본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이해되었다(DiMaggio and Mohr, 1985; Van Eijck, 2001). 부르디외(1977)가 『재생산』에서 밝힌 것처럼 어린 시절 가정이나 학교에서 받은 교육은 개인의 문화 취향과 소양을 형성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어린시절 부모와 문화예술에 관련된 대화를 많이 나누었는지, 학교에서 문화예술 수업을 받았는지, 또는 일상에서 문화예술 행사나 활동에 많이 노출되었는지 등의 여부가 개인의 문화 취향과 소양, 나아가 문화예술에 대한 적극적인 관람과 참여로 이어진다는 의미이다.
특히 어린 시절 문화예술 활동에 많이 노출되고 다양한 교육을 경험하였을 경우, 이 활동의 영향이 오랜 시간 집적되고 응축, 체화되어 미래의 문화예술 취향 및 선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다수 보고되었다(DiMaggio and Useem, 1978; De Vries and De Graaf, 2007). 이런 맥락에서 개인의 문화자본 수준을 측정, 평가할 때 ‘유년기 문화예술 교육 경험’은 주요 독립변수로 구성되었으며, 실제 여러 연구에서 유년기 문화예술 교육 경험이 많고 다양할수록 문화자본 수준이 더 높다는 결과가 확인되었다(DiMaggio and Mohr, 1985; Van Eijck, 2001; 김은미·권경은, 2015).
반면 본 연구의 초점인 성인기 문화예술교육의 영향과 효과는 그 정책적 가치와 중요도에 비해 연구된 바가 많지 않다. 성인기 문화예술교육은 한국 사회에서 ‘사회 문화예술교육’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여기서 ‘사회’는 학교교육과 구별하기 위한 목적으로 붙인 것인데, 2005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설립되면서 본격적으로 관련 논의가 시작되어 진흥원에서 지원사업을 주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2015c). 2013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회 문화예술교육’은 더 다양해졌으며 규모도 확대되었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분야 국정과제 중 ‘문화참여 기회 확대와 문화격차 해소’라는 항목이 대두되고, 이에 따라 문화가 있는 날 제정, 문화기본법 제정 등 관련 법적·제도적 기반이 마련됨과 동시에 문화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직접적 방안으로 노인·장애인·여성·지방거주자 등 문화소외계층을 학습시키고 교육하기 위한 사회 문화예술교육 사업이 도입되었다. 이에 더해, 2014년 제정된 지역문화진흥법에 기초해 각 지역마다 설립된 ‘생활문화센터’를 중심으로 지역 문화예술 동호회를 적극적으로 육성하면서 성인기에 자발적으로 학습하고 참여하는 문화예술 경험은 박근혜 정부 들어 강화된 문화정책 이슈 중 하나였다.
이처럼 사회 문화예술교육이 한국사회에서 정책적으로, 또 개인의 여가생활이자 문화예술 활동의 하나로 활성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을 분석하고, 특히 이 활동이 직접 문화예술 행사를 관람하는 ‘문화 향유’로 이어지는지 확인하는 것은 중요하다. 본 연구는 다음의 단계로 진행하고자 한다. 2장에서는 이론적 배경으로 한국의 성인 문화예술교육 역사와 맥락을 살피고, 문화 자본 논의에서 말하는 문화예술 교육의 정의와 의미를 알아본다. 3장에서는 <2014 문화향유실태조사>자료를 소개하고, 분석 틀과 분석에 사용된 변수들을 설명한다. 4장에서는 구체적인 분석 결과를 제시하고 마지막 장에서 결론과 몇 가지 논의 지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II. 이론적 배경
1. 한국의 성인 문화예술교육 역사와 맥락
한국의 문화예술교육 정책은 ‘학교문화예술교육’과 ‘사회문화예술교육’의 양대 체계 아래 발전하였다. 사회문화예술교육이라는 용어는 「문화예술교육지원법」 제2조에 근거하는데, “문화예술교육시설 및 문화예술교육단체와 각종 시설 및 단체 등에서 행하는 학교문화예술교육 외의 모든 형태의 문화예술교육”으로 규정하며 학교문화예술교육은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서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행하여지는 문화예술교육”을 말한다. 이러한 구분방식은 역사적으로 교육의 영역을 학교교육과 사회교육으로 구분한 것에서 유래하며, 사회교육은 넓게는 평생교육의 틀 안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개념이기도 하다(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2015c: 3).
한국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3년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인적자원부가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추진계획」을 수립한 것이 본격적인 시작이며(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2015c: 4), 그 이전에는 문화예술교육의 정의, 필요성, 가치 등에 대한 명확한 정립이 부족한데다가 문화부와 교육부 산하 문화예술교육 정책이 개별적으로 운영되고 일원화되지 못해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구체적인 콘텐츠가 미비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예술교육 관련한 논의는 교육 과정, 교육 방식, 교육 체계 등 학교 수업 개선 방안에 주로 초점이 맞추어진 관계로, 교육의 구체적인 대상, 목표, 효과 등에 대한 논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2004).
따라서 문화부, 교육부의 통합적 노력을 통해 수립된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종합계획」은 기획의 의도와 운영 방식 모든 면에서 문화예술교육의 토대를 마련하는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계획을 기초로하여 2005년에는 정책 운영 기관인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을 설립하였고 「문화예술교육지원법」 제정을 통해 문화예술교육정책의 법적·조직적 기반을 마련하였다(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2015c: 4).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학교문화예술교육과 사회문화예술교육의 두 개 트랙을 구분하여 지원사업을 운영하였고 초기에는 주로 예술강사 지원사업을 중심으로 한 학교문화예술교육 분야에 초점을 두고 이루어졌다.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사회문화예술교육은 법에서 정의한 ‘학교 밖의 모든 문화예술교육’이라기보다 ‘사회적 취약계층’을 주된 정책 대상으로 하는 사업을 중심으로 운영되었다. 노인, 장애인, 농촌지역 거주자, 교정시설 등이 이 대상에 속했고, 사회 전반의 문화적 소양을 기른다는 목적보다는 문화예술경험의 기회가 한정적인 계층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예술 치유의 효과를 기대하는 측면이 컸다. 학교문화예술교육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중앙 집중화된 정책과 관리를 통해 운영된 데 반해, 사회문화예술교육은 추가적으로 지역문화재단, 국공립 문화기반시설, 지방자치단체, 주민자치센터, 민간 문화시설, 평생교육시설, 종교단체 등 다양한 주체들이 개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함에 따라 정책의 방향이 집중되기보다 여러 갈래로 분산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런 사회문화예술교육의 흐름에 변화가 생긴 것은 2010년 무렵으로, 유네스코 세계대회 「서울 아젠다 : 예술교육 발전목표」에 따라 「문화 예술교육 발전방안」이 발표되면서부터이다. 여기에서는 기존 소수자 중심의 정책을 ‘전 국민 평생 문화예술교육 환경 구축’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안이 발의되었으며, 이에 따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을 위시한 국공립문화기관들에서 ‘문화참여 확대를 통한 문화민주주의’를 정책목표로 설정함에 따라 교육 프로그램이 다변화되었다. 2014년 발표된 「문화예술교육 중장기 발전계획」에서는 이를 좀 더 구체화한 ‘생애주기별 문화예술교육지원’ 정책을 도입하여 청년기, 중장년기, 노년기별 세분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중이다.
사회문화예술교육의 확대와 같은 맥락에서 진행되고 있는 정책은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문화예술 동호회 사업이다. 물론 정책 패러다임에서 지원하기 이전부터도 이미 문화예술을 함께 학습하고 즐기는 동호회는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런데 성남문화재단에서 2007년부터 실행해 온 ‘사랑방문화클럽’이라는 문화예술 동호회 사업이 국내 문화정책계의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으면서 정책의 영역에 동호회가 포섭되었다. 이 사업은 ‘시민의 주체적 문화예술활동 증진과 문화공동체의 발전’을 목표로 하는데, 문화예술향유 증진이라는 정책의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문화예술활동에 관심이 없는 시민에게 정책을 추진하는 것보다는 개인의 자발적 의사를 기반으로 자생적으로 운영되는 시민 문화예술 동호회가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았다(심보선·강윤주, 2010). 더불어 동호회활동을 통해 이웃을 만나는 공동체활동은 지역사회 커뮤니티를 확대하는 측면에서 사회적 의미도 크다고 보아 문화예술 동호회를 심사, 선발하여 지원금을 제공하고 이의 성과를 홍보하고 알리는 방향으로 사업을 운영하였다. 박근혜 정부 국정기조 ‘문화융성’ 설정과 함께 문화정책의 패러다임이 지역, 생활밀착, 주민 주도 방식으로 전환됨에 따라 동호회 사업은 더 탄력을 받게 되었고, 이 결과 2014년부터 중앙정부 차원에서 문화예술 동호회를 활성화하는 ‘생활문화센터’를 지역 거점별로 설립해 현재 약 70여개에 이르는 센터에서 동호회 활동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이를 법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지역문화진흥법」도 2014년 제정되었다.
이처럼 2010년 이후 문화정책의 방향이 전 국민 대상의 일상적 문화예술 활동과 경험 확대로 전환되면서 사회문화예술교육과 동호회 활동의 규모와 형태가 다양해지고 활성화되고 있다. 자생적이고 자발적인 시민들의 모임이 확대되는 분위기 속에 생활문화센터 등 이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공간적, 제도적지원이 보강되면서 문화예술향유 증진, 개인의 문화자본 증진을 위한 핵심적 교두보의 역할로 사회문화예술교육이 더 주목받고 있다.
2. 문화예술 교육과 향유의 관계
사회적 위계와 문화적 취향의 관계를 밝힌 부르디외(1984)의 『구별짓기』이후 문화적 취향은 계급재생산의 논리와 계급 불평등을 설명하는 핵심 기제로 작용하였다. 부르디외는 민중계급, 중간계급, 지배계급 등 계급별로 선호하는 문화적 취향을 분석하여 지배계급, 상층계급의 경우 고급문화를 선호하며 이를 통해 자신들의 문화적 취향을 우월한 것으로 정의하여 다른 계급들과 자신을 구별 짓는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사회적·문화적 위계의 상상동성(homology)을 밝힌 부르디외의 이론은 1990년대 미국 등 타 국가에 전파되었고, 전통적 계급구조가 고착화된 프랑스 사회와 달리 사회이동성이 활발했던 미국 사회에서는 부르디외의 이론을 발전시켜 새로운 문화적 취향의 위계 구조를 밝히는 방향으로 이론을 확장하였다.
부르디외는 문화자본을 몸에 아비투스 형태로 자연스럽게 체화된 형태의 문화자본과 객체화된 형태의 문화자본, 그리고 제도화된 형태의 문화자본으로 구분하였다(김수정 외, 2015: 7).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문화예술교육’은 체화된 문화자본의 대표적인 예로 가정이나 학교에서 경험하고 학습한 문화예술교육이 개인의 취향과 선호를 형성하고 전 생애에 걸쳐 개인의 문화적 선택과 참여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식이다. 어린 시절 부모와 함께 경험하는 문화예술 활동은 학습의 효과가 배가 되어 영향력이 더 크다고 보았기 때문에 문화자본을 조작화할 때 부모의 교육 수준, 본인의 교육 수준에 더불어 부모와 함께 경험한 문화예술 활동이나 어린 시절에 경험한 문화예술교육 활동 여부가 문화자본 수준을 측정하는 주요 변수로 종종 사용되었다(장미혜, 2001; 장상수, 2008).
이처럼 문화예술교육이 중요한 문화자본의 측정 도구이자 정책의 수단으로 사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자본 관련 연구 중 ‘성인기 문화예술교육’에 초점을 맞춘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호영과 서우석(2011)의 연구는 문화예술 교육 경험이 문화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는데, 분석 결과 청소년기에 경험한 문화예술 사교육은 연령과 사회 불평등 관련 변수들에 의해 일관되게 영향을 받으며 경험이 많을수록 현재의 문화 소비 활동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 김수정 외(2015)의 연구는 공교육에 초점을 맞추어 문화예술교육 경험이 개인의 문화자본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문화지식, 문화소양, 문화활동의 세 가지로 문화자본을 구성하고 각각에 미치는 공교육의 영향을 분석한 결과 문화지식 보유랑에는 공교육을 경험한 사람이 경험이 없거나 사교육을 받은 집단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지만, 문화소양과 문화활동에는 집단 간 유의미한 차이가 존재하지 않아 공교육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결과를 보여준다.
또한 2002년부터 2015년까지 국내 학술지에 게재된 문화예술교육 관련 연구논문을 분석한 전경란(2017)의 연구에 따르면, ‘사회문화예술교육’보다는 ‘학교문화예술교육’에 관한 연구의 비중이 더 크며 ‘사회문화예술교육’ 분야의 연구들도 대부분 복지 측면에서 소외된 계층을 대상으로 한 특정 교육 프로그램에 주목한 경우가 많았다. 발레, 클래식음악, 오케스트라 등 특정 장르의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사례연구나(윤유경, 2009; 강윤주·지혜원, 2016; 신선영·윤태진, 2016) 참여형 문화예술 활동의 사회적 함의를 밝히는 연구(심보선·강윤주, 2010), 그리고 유료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수강하는 동기를 파악하는 연구(정선희·김인설, 2017)는 있었지만, 이 활동들이 문화예술향유 증진으로 이어지는지 그 연결고리와 효과를 분석하는 연구는 부족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는 세 가지 관점에서 선행연구와의 차별화를 시도한다. 첫째, 개인의 문화향유에 미치는 문화예술교육의 효과를 기존 선행연구에서 주목한 유년기, 청소년기가 아닌 성인기에 경험한 문화예술교육으로 모델을 확장하고자 한다. 둘째, 성인기 문화예술교육을 주제로 한 기존 선행연구가 하나의 장르 혹은 특정한 프로그램 위주로 접근한 것과 달리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문화향수실태조사> 자료를 분석하여 전반적인 추세와 경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셋째, 기존 선행연구가 사람들의 참여 동기나 교육강좌 내부에서의 작동 방식에 대한 질적 분석 중심이었다면, 이 글에서는 양적 자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문화예술교육이 실제 문화향유에 미치는 효과를 실증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III. 연구방법
1. 연구자료
본 연구는 통계청에서 조사한 『2014 문화향수실태조사』(문화체육관광부, 문화관광연구원)를 활용한다. 모집단은 전국 17개 시·도 만 15세 이상의 가구원이며 표집방법은 지역별 및 동/읍면부별, 집략별로 층화한 후 2,000개 조사구를 계통추출하고 각 조사구에서 5가구를 추출하여 총 10,000가구를 조사하였다. 조사규모는 만 15세 이상 남녀 10,039명이며 2014년 8월 1일부터 9월 12일까지 가구방문 면접조사를 실시하였다. 본 연구는 성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10대 응답자는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응답자의 일반적 특성은 <표 1>에 제시되어 있다.
2. 주요 변수
지난 1년 이내 예술행사 관람 실태를 묻는 문항 9개를 활용하여 문화향유 수준을 유형화하고 유형화한 집단을 종속변수로 설정했다. 9개의 문항은 문학, 미술, 서양음악, 전통예술, 무용, 연극, 뮤지컬, 영화, 대중음악 및 연예의 9개 장르에서 응답자가 지난 1년 동안 직접 관람한 예술행사 횟수를 조사한 것이다.2) 각 9개 장르의 예술행사 관람 횟수는 아래 <표 2>에 정리되어 있다.
개인의 문화향유를 측정·평가하는 방법은 자료의 성격과 구성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모든 장르의 관람 횟수를 합하여 종합적인 문화향유 점수를 산출하는 경우가 있는데(이호영·서우석, 2011; 김은미·서새롬, 2011), <2014 문화향유실태조사>는 <표 2>에서처럼 영화를 제외한 다른 장르에서 관람하지 않은 경우(0회)가 약 90%로 대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관람 횟수의 많고 적음 보다는 관람의 유무, 즉 최소 1회 이상 관람을 하였는지 여부가 문화향유 수준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라고 보았다. 또한 각 장르마다 해당 문화예술 교육이 문화향유 수준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을 분석할 수도 있지만(예: 영화 교육 → 영화 관람), 각 장르별 관람 경험이 있는 사람의 비중은 무용 2.3%, 문학 5.6% 등 전체 사례 9,289개 대비 장르 각각의 유경험자 비중이 너무 작아 사례 수도 상대적으로 상당히 작아지기 때문에 ANOVA, 회귀분석 등의 통계분석 방법을 적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따라서 장르 하나하나를 종속변수로 보기보다 장르를 통합한 유형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9개 장르 경험에 대한 문항을 활용하여 잠재집단분석(latent class analysis)을 실시하였고, 여기서 도출된 유형화된 집단을 종속변수로 구성하였다.
지난 1년 이내 9개 장르 중 어떤 하나에서라도 문화예술교육을 경험하였을 경우, 문화예술교육 유경험자로 분류하였다. 만약 유경험자의 비중이 높다면 동일 장르 내에서 교육 경험이 향유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적으로 보는 것이 가장 적절한 분석이겠지만(예: 영화 교육 → 영화 관람), <표 3>에서 볼 수 있듯이 각 장르별 유경험자의 비중이 상당히 작기 때문에 어떤 장르에서라도 교육을 경험하였다면 기본적으로 문화예술교육에 관심과 흥미가 있다고 간주하였다. 또한 자료를 상세히 보면, 대부분 문화예술교육을 경험한 장르에서 관람이 일어나기 때문에 자료의 조작과 구성은 이런 방식으로 하더라도 분석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해당 장르의 교육 경험과 향유의 직접적 상관관계가 드러난다고 기대하였다. 추가적으로 문화예술교육의 효과에 대한 선행연구와의 비교를 위해, 유년기(3~12세), 청소년기(13~18세)의 문화예술교육 경험도 함께 분석하였다.
성별, 연령, 혼인여부, 가구소득, 학력 등의 기본적인 사회경제적 변수들을 투입하였다. 이 변수들에 대한 선행연구 결과를 요약하면, 부르디외 『구별짓기』의 핵심 변수인 ‘계급’에 대해 설명력이 유효하다는 연구결과와(조돈문, 2005; 남은영, 2010; 최샛별·이명진, 2012) 계급이 문화적 위계를 설명하지 못한다는(장미혜, 2001; 한준 외, 2007; 장상수, 2008; 양종회, 2009) 상반된 결과가 모두 보고되었다. 남성보다 여성의 문화자본이 더 높다(한신갑·박근영, 2007; 양종회, 2009)는 결과가 일반적이었고, 고학력, 고소득일수록 문화자본이 더 높다는 것을 발견하였다(최샛별·이명진, 2012). 문화취향의 분화와 경계에 대해서는 부르디외가 제시한 고전적인 고급/저급의 축은 한국 사회의 문화적 경계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되었다(한준 외, 2007; 양종회, 2009). ‘연령’ 변수는 가장 설명력이 높은 변수로 확인되었는데, 연령이 낮을수록 문화자본이 높고 폭도 넓으며(김은미·서새롬, 2011), 한국인의 문화적 경계는 2-30대와 4-50대 간의 문화, 즉 젊은 세대와 중장년 세대의 문화로 취향이 분화된다는 결과가 도출되어 연령과 세대는 한국인의 문화소비, 문화취향을 이해하는데 가장 핵심적인 변수로 간주되었다(최샛별·이명진, 2012; 이상수, 2016). 통제변수는 다음과 같이 조작화하였다. 성별은 여성=1, 남성=0으로 구성하였고, 연령은 만 연령을 10, 20, 30대와 같은 식으로 10년 단위로 새로 만든 변수를 사용하였다. 혼인여부는 미혼=1, 기혼=0으로 구성하였고 가구소득은 100만원 단위로 측정한 등간변수를 투입하였다. 학력은 최종학력을 기준으로 하였으며 무학-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전문대-4년제대학-석사-박사의 8가지 단계를 ‘고등학교 졸업’, ‘전문대 졸업’, ‘4년제 대학 졸업 이상’의 3가지 범주로 다시 구성하였다.
3. 연구 분석틀 및 분석방법
본 연구는 두 가지 분석으로 구성된다. 첫째, 문화예술 향유 수준에 따라 집단을 유형화한다. 둘째, 성인기 문화예술교육 경험이 문화예술 향유에 미치는 영향을 탐색하려 한다. 첫 번째 분석은 잠재집단분석(latent class analysis)를 실시하며, 분석에는 Latent Gold 4.5 프로그램을 활용하였다. 2단계에서는 추정된 잠재집단을 종속변수로 설정하며, 성인기 문화예술교육 경험이 문화향유 수준에 미치는 영향력을 살펴볼 것이다. 이 분석에는 다항로지스틱 분석(multi-nominal analysis)을 수행하였고, Stata 14버전을 활용하였다. <그림1>은 연구 분석틀을 제시 한 것이다.
IV. 분석 결과
1. 문화예술 향유 수준 유형화
<표 4>는 장르를 기준으로 문화예술 향유 수준을 유형화하기 위해 잠재집단의 수에 따른 모형을 비교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AIC(Akaike Information Criterion), BIC(Bayesian Information Criterion), CAIC(Consistent Akaike Information Criterion) 지수가 작을수록, Entropy 지수는 클수록 모형 적합도가 높다고 판단한다. 잠재집단의 수가 늘어날수록 AIC, BIC, CAIC 지수가 계속 작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Entropy 지수는 잠재집단의 수가 늘어날수록 계속 작아지다가 여섯 개 집단에서 0.62로 소폭 상승하였다. AIC, BIC, CAIC 지수 값이 작은 집단 중 Entropy 값이 가장 높은 구성을 도출하여, 본 연구에서는 여섯 개 집단을 채택하였다.
<표 5>는 집단에 따른 장르별 응답 확률을 제시한 것이다. 해석의 가독성을 위해 장르 항목에 따라 각 집단의 응답자의 20% 이상이 관람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 표시하였다. 집단의 분포를 살펴보면, 장르 대부분에서 관람 경험이 없고, 영화 장르에서만 다소 관람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집단1이 47.5%로 가장 높은 분포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역시 다른 장르의 관람 경험은 없지만 영화 관람 경험이 압도적으로 많은 집단2가 34.7%로 나타났다. 집단3은 문학, 미술, 서양음악, 전통예술 등 순수예술(fine art) 분야 관람률이 높다. 영화 60.7%, 대중음악/연예 28.9%로 이 두 개 장르의 관람률이 높지만, 9개장르 중 가장 대중화된 두 장르의 경우 기본적으로 관람률이 높기 때문에 집단3의 두드러진 특징으로 보기는 어렵다. 집단4는 집단3에 비해 순수예술 분야 관람률이 낮고, 대신 연극, 뮤지컬의 대중예술 분야 관람률이 높다. 집단5는 문학·미술·연극·뮤지컬·영화·대중음악/연예의 6개 장르에서 관람률이 높게 나타났는데,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미술 관람률이 92.1%로 다른 장르보다도 미술과 영화 장르를 주로 관람하는 집단이었다. <2014 문화향수실태조사>의 문항만으로는 구체적으로 어떤 미술 전시를 관람하는지, 선호하는 영화 장르가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최근 한국에서 개최하는 미술·영화 행사의 공통점에는 모두 블록버스터형 행사라는 점을 생각해볼 수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한가람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 대형 공간에서 기획하는 피카소, 샤갈, 르누와르 등의 유명 화가 전시에 수십만명의 관람객이 몰리고, 영화 장르에서도 2000년대 이후 미국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SF물이 흥행했던 점을 생각해보면 집단5의 특성으로 대중화되고 일반화된 블록버스터형 행사를 관람하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마지막 집단6은 9개 전 장르에서 고르게 높은 관람률을 나타냈다.3) <그림2>는 문화예술 장르별 관람률을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다.
<표 6>은 장르별 문화예술 관람 정도에 따른 문화향유 수준을 유형화한 것으로 내용적 측면을 반영하여 집단 명명을 시도했다. 집단1은 영화 장르 관람 경험이 있긴 하지만, 관람률이 높지 않고 다른 장르의 관람이 거의 전무하다는 점에서 ‘문화예술 무관심 집단’이라고 명명하였다. 집단2는 영화 관람률이 높기 때문에 ‘영화 애호가 집단’이라고 칭하였다. 집단3은 순수예술 분야 관람률이 높은 집단이므로, ‘순수예술 애호가 집단’이라고 명명하였고, 대중예술 분야 관람률이 높은 집단4는 ‘대중예술 애호가 집단’이라고 명명하였다. 집단5는 위의 설명에 근거해 ‘블록버스터형 문화행사 관람 집단’이라고 붙였고, 마지막 집단6은 ‘문화예술 잡식가 집단4)’이라고 명명하였다.
2. 문화예술 교육 경험이 향유에 미치는 영향력
문화예술교육 경험이 문화향유 수준에 미치는 영향력을 살펴보기 위해 잠재집단분석에서 도출한 문화향유 유형을 종속변수로 하는 다항로지스틱분석을 실시하였다. 독립변수는 유년기/ 청소년기/ 성인기 문화예술교육 경험을 투입하였다. <표 7>은 다항로지스틱 분석 결과이다. 준거집단은 문화예술 무관심 집단(집단1)이다. 통제변수를 살펴보면, 순수예술 애호가 집단에서는 성별의 유의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나머지 4개 집단인 영화 애호가 집단, 대중예술 애호가 집단, 블록버스터형 문화행사 관람 집단, 문화예술 잡식가 집단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집단에 속할 가능성이 높았다. 연령이 작을수록 준거집단인 문화예술 무관심 집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5개 집단에 속할 가능성이 높았는데, 특히 영화 애호가 집단과 대중예술 애호가 집단에서 연령의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 학력이 높을수록 준거집단에 비해 5개 집단 모두에 속할 가능성이 높았는데, 특히 문화향유 정도가 높은 집단 5와 6에서 학력의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 미혼일수록 문화예술 무관심 집단에 비해 문화향유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집단에 속할 가능성이 높았는데, 특히 대중예술 애호가 집단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것으로 확인되었고, 반면 문화향유 수준이 가장 높은 문화예술 잡식가 집단에서는 유의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개인소득은 집단 2, 5, 6에서는 유의성이 확인되지 않았고, 집단3에서는 소득이 낮을수록, 집단4에서는 소득이 높을수록 해당 집단에 속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소득은 모든 집단에서 유의성이 확인되었고, 가구소득이 높을수록 문화예술 무관심 집단에 비해 문화향유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집단에 속할 가능성이 높았다.
독립변수를 살펴보면, 영화 애호가 집단(집단2)에서는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성인기 문화예술교육 경험의 통계적 유의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청소년기 문화예술교육 경험의 유의성이 확인되었다. 순수예술애호가 집단(집단3)의 경우 준거집단인 문화예술 무관심 집단에 비해, 성인기 문화예술교육을 경험하였을 때 순수예술을 관람할 오즈비(Exp(B))가 약 11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년기 문화예술교육 경험의 유의성도 함께 확인되었다. 대중예술 애호가 집단(집단4)에서는 청소년기와 성인기 문화예술교육 경험의 통계적 유의성이 나타났다. 블록버스터형 문화행사 관람 집단(집단5)에서는 성인기 문화예술교육 경험의 유의성만 확인되었다. 마지막으로 문화예술 잡식가 집단(집단6)에서는 청소년기, 성인기 문화예술교육 경험의 통계적 유의성이 나타났고, 특히 성인기 문화예술교육을 경험하였을 때 문화예술 잡식가 집단에 속할 가능성이 약 20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 분석 결과를 몇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첫째, 유년기 문화예술교육 경험은 순수예술 애호가 집단에만 통계적 유의성이 나타났다. 둘째, 청소년기 문화예술교육 경험은 영화 애호가 집단, 대중예술 애호가 집단, 문화예술 잡식가 집단에서 통계적 유의성이 나타났다. 유년기보다 청소년기 경험의 유의성이 더 확인된다는 것은, 부르디외의 논의처럼 어린 시절 가정이나 학교에서 일상적으로 학습하고 체화된 교육보다 최근 경험한 교육이 더욱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성인기 문화예술교육의 경우 대중예술보다는 순수예술 장르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제 서론에서 처음 제기한 연구문제로 돌아가 보자. 최근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여가활동의 하나로 시행되고 있는 성인 대상 문화예술교육은 문화향유 수준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다항 로지스틱 분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결과는, 성인기에 경험하는 문화예술 교육이 유년기나 청소년기의 경험보다 문화향유 수준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영향이 영화 애호가 집단에는 나타나지 않고, 상대적으로 대중예술 애호가 집단에도 약하게 나타나고, 순수예술 애호가 집단이나 모든 예술을 섭렵한 잡식가 집단에 강한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대중예술보다 순수예술에서 더 유의미한 영향을 가지는가? 이 질문에 대해, 문화예술교육 강좌를 수강하고 참여하는 활동이 순수예술 장르에 쉽게 접근하고 향유할 수 있게 도와주는 관문의 하나로 작용한다고 답할 수 있다. 성인발레 강좌 수강생에 관한 신선영과 윤태진(2016)의 사례연구에 따르면, 처음에는 건강, 체형, 다이어트 등을 위해 발레를 배우기 시작한 수강생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발레의 예술적 가치에 매료되어 열심히 발레 공연을 보러 다니고 발레리나의 동작을 따라 하기 위해 더 연습에 매진하게 되었다고 한다. 순수예술의 특성상 교육을 통해 예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수록 예술의 가치를 음미하고 이해할 수 있는 역량이 길러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순수예술 장르의 전시, 공연, 행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된다. 이를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순수예술에 관심과 흥미는 있지만 접근 경로와 관련 정보가 부족한 사람들에게 강좌를 수강하는 교육적 활동은 관련 지식과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효과적인 통로로 활용된다.5) 클래식음악 전용공간 ‘풍월당’에서 운영하는 교육에 참가하는 수강생들이 여기에 속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들은 클래식음악에 관심을 가지고 음반을 구매하기 위해 풍월당에 방문하였다가, 매 주말 작곡가특강, 오페라특강 등의 강좌를 통해 작품을 이해하고, 좋은 음반을 고르며, 음악을 예술적으로 판단하고 식별하는 안목을 기르게 된다.
이 결과는 한국 사회에 대한 문화자본 논의에도 시사점을 준다. 성인기에 경험한 문화예술교육 활동이 유년기나 청소년기의 경험보다 훨씬 더 영향력이 크다는 것은, 어린 시절의 경험을 통해 체화한 문화자본이 미래의 문화 취향에 영향을 미친다는 부르디외의 이론과 상치되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프랑스 사회와 달리 전통적으로 승인되고 인정된 고급문화나 문화적 전통이 부재하다는(장미혜, 2001) 선행연구의 논의와 같이, 체화된 문화자본보다 자발적인 관심과 노력을 통해 후천적으로 길러진 문화 취향이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 결과를 통해 고학력, 고소득자가 순수예술을 더 향유한다는 고정된 인식과는 달리,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더 즐기게 되는 것이 순수예술 장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물론 <표 8>을 보면, 학력과 소득이 높을수록 순수예술 애호가 집단에 속할 확률이 더 많지만 그 확률의 정도가 대중예술 애호가 집단(집단4)이나 블록버스터형 문화예술 행사 집단(집단5)에 비해 더 높지않다. 다시 말해, 고학력, 고소득자가 문화예술을 더 많이 향유한다는 전체적인 경향성은 확인되지만 순수예술 장르에서 그 경향성이 더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순수예술을 향유하기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기본적인 지식, 감상법, 정보 등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단순히 학력, 소득 수준이 높거나 어린 시절부터 관련 교육을 받았다고 해서 정보나 지식 양이 많아지는 것이 아니며, 성인기에 예술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접하고 경험한 각종 교육 활동이 관문이 되어 자연스럽게 예술의 관람과 향유를 증가시키는 ‘촉진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순수예술을 향유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고소득, 고학력의 스펙을 가지고 있기보다는 문화예술과 관련된 활동, 경험, 체험에 의미를 두고 이를 통해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형성하려는 문화소비자이다.
V. 결 론
성인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증가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런 활동과 문화 향유와의 연결고리를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본 연구는 통계청에서 조사한 『2014 문화향수실태조사』자료를 활용하여 문화예술교육 활동에의 참여가 예술행사 관람 수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9개 장르의 문화예술행사 관람 유무를 활용하여 6개의 문화향유 집단을 구성하였다. 문화예술 무관심 집단, 영화 애호가 집단, 순수예술 애호가 집단, 대중예술 애호가 집단, 블록버스터형 문화행사 관람 집단, 문화예술 잡식가 집단의 6개이며, 이 집단을 종속변수로 하여 다항 로지스틱 분석을 실시하였다. 독립변수에는 지난 1년 9개 장르에서 경험한 문화예술교육을 투입하였고, 선행연구와의 비교를 위해 유년기/청소년기 문화예술교육 경험 여부 또한 함께 분석에 투입하였다.
연구 결과, 영화 애호가 집단을 제외한 4개의 집단에서 준거집단인 문화예술 무관심 집단에 비해 성인기 문화예술교육 활동에 참여할수록 각 집단에 속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는 이 결과에서 특히 순수예술과 대중예술 간 차이에 주목하였다. 대중예술 중 ‘영화’는 ‘성인기 교육’이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장르이다. 또한 대중예술 애호가 집단이나 블록버스터형 문화행사 관람 집단에 비해, 순수예술 애호가 집단이나 순수예술 관람률이 높은 문화예술 잡식가 집단에서 성인기 문화예술교육의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를 통해 다음의 문화정책적 함의를 도출해볼 수 있다. 현재 사회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은 수혜자 중심 정책(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2015b)을 운영하고 있다. 부연하면,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시설, 군부대, 교정시설, 북한이탈주민, 상이군경 등 문화적으로 소외된 집단을 정의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고, 이런 맥락에서 이 사업의 목적은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사회통합이다(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2015a). 물론 이들을 위한 사업도 계속 유지되어야 하겠지만, 단순한 수혜자별 지원에서 한 발 나아가 ‘장르’별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문화예술교육의 효과가 순수예술 장르의 문화향유에 더 중요한 변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장르별 교육사업의 비중을 확대 조정하고, 장르의 특성을 반영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이처럼 본 연구는 정책적, 문화사회학 측면에서 문화예술교육과 문화향유 간 관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시선을 제공하지만, 몇 가지 한계점 역시 지니고 있다. 따라서 마지막으로 이 연구의 한계에 대해 논의함으로써 후속 연구의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우선 자료의 한계로 인해 문화예술교육 활동의 참여 여부와 정도는 파악할 수 있었지만, 구체적인 참여 동기, 이유, 유형, 방식 등은 알 수 없었다. 만약 참여동기나 이유를 조사한 문항이 있었다면 본 연구에서 주장한 것과 같이, 순수예술 장르를 제대로 향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교육 강좌를 수강’, ‘심오한 예술성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소양이 필요해 강좌를 수강’ 등의 주장을 실증적으로 확인해볼 수 있었을 것이다. 더불어 교육 활동은 그 자체로 새로운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만약 응답자의 사회자본을 측정하는 문항이 있었다면 보다 심층적인 해석을 제시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본 연구에서 제시한 문화예술교육 경험이 주요하게 작용하는 집단에 대한 심층적인 사례연구도 필요하다. 관련 선행연구 중에 문화예술 동호회에 관한 연구가 있지만, 이들 대부분은 동호회가 설립되고 유지되는 조직적 특성에 주목하거나 동호회 구성원들 간에 공유되는 공동체적 가치를 분석한 것이다(심보선·강윤주, 2010; 신선영·윤태진, 2016). 이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정체성 및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분석이 추가된다면 문화예술교육의 의미와 사회적 효과를 종합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새로운 지평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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