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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icle ]
GRI REVIEW - Vol. 20, No. 2, pp.103-134
ISSN: 2005-8349 (Print)
Print publication date 31 May 2018
Received 10 Apr 2018 Revised 09 May 2018 Accepted 14 May 2018

소년원 퇴원 청소년의 재사회화 과정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

육혜련**
**비채교육연구소 대표(주저자)
A Phenomenological Study on Resocialization Process of the Youth Discharged from Youth Detention Center
Yuk, Hea-Ryeon**
**Repersentative of Be-Che Education Research Institute

초록

본 연구는 van Manen의 현상학적(phenomenological research) 연구방법에 근거하여 소년원 퇴원 청소년의 재사회화 과정의 본질과 의미의 이슈들을 시간체험의 차원에서 이해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한 연구 참여자는 소년원의 입원 경험이 있는 10명의 청소년으로 이들의 면담은 2016년 11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진행되었다. 그 결과 참여자들의 소년원 퇴원 후 재사회화 과정 경험에 대한 3개의 주요 이슈들은 ‘견뎌내기, 버텨보기, 그러다 휩쓸리기’, ‘과거와 미래가 함께 숨 쉬는 곳’, ‘불안한 현실 속에서 홀로서기의 가능성 찾기’로 정리되었으며, 7개의 범주와 14개의 하위범주로 구분되었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통해 보면 소년원 퇴원 청소년의 재사회화 과정은 억울하고 힘든 시간을 지나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며 지금까지의 허술했던 다짐이 아닌 내 삶의 주인공으로 책임을 다하는 시간이기도 하고, 막막하고 아슬아슬한 현실 앞에서 주저하고 좌절하기 보다는 현명한 방법으로 다양한 삶의 방법을 궁리하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고군분투의 시간이기도 하다. 이제 막 새날로의 비상을 꿈꾸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사회의 선입견이나 차가운 시선대신 소년원 퇴원 청소년을 위한 사회재적응 훈련프로그램 개발과 단계별 적용, 청소년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일자리 확보와 현장과의 지속적인 연계강화, 소년원 퇴원 청소년을 위한 전문적인 사후관리체계 구축, 가족관계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의 확대를 통해 청소년 권리의 보장과 소년원 퇴원 후 안전한 재사회화 정착에 필요한 정책과 실천의 시급한 변화를 필요로 한다고 하겠다.

Abstract

The study was intended to understand the issues such as the essence and the meaning of resocialization of the youth discharged from a youth detention center in terms of dimension of time experience based on a phenomenological research method of van Manen. The participants for this research were 10 youths who had experiences in entering a youth detention center and the interviews with them were conducted from Nov 2016 to Apr 2017. As a result of the research, main issues were classified into 3 themes, 7 categories and 14 subcategories. Based on these results of the research, policies required for a safe resocialization process and guidelines for practice after youth offenders are discharged from Youth Detention Center such as efforts to assist social readjustment etc. It can be said that securing customized jobs reflecting characteristics of the youth and continuous reinforcement of the linkage with fields, establishment of a professional post-management system for the youth discharged from a youth detention center, expanding operation of programs for improvement of family relationship, guarantee of rights of the youth through continuous consulting and consolidation of education for improvement of self-esteem, the urgent changes of practice and policies required for settlement of safe resocialization after being discharged from a youth detention center are required for the youth who are just dreaming of soaring into new days instead of prejudice of and the cold eyes of the society.

Keywords:

juvenile delinquents, Resocialization, a protective facility, a youth detention center, phenomenology

키워드:

비행청소년, 재사회화, 보호시설, 소년원, 현상학

Ⅰ. 서 론

청소년 범죄는 지난 10년 간 108.9% 증가된 높은 수치로 보고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증가추세에 있다(대검찰청, 2017). 그 내용에 있어서도 살인, 강도, 강간, 방화 등의 강력범죄를 저지른 흉악범(김웅수·배임호, 2012: 140) 등의 특성을 보이며, 그 잔혹성과 대범함에 있어서도 성인 범죄를 모방한 범죄적 수준으로 이는 매우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사회적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정부에서는 2008년 소년법 개정을 통해 청소년 범죄의 강경한 대응에 박차를 가하였다. 이처럼 강력한 처벌로 청소년 범죄예방의 효과를 기대했던 사회적 바람과는 달리 4범 이상의 소년범이 2010년 10.7%에서 2015년 15.2%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여성가족부, 2016), 비행으로 소년원의 보호를 받았던 청소년들은 소년원 퇴원 이후 1년 이내 72.5%라는 높은 재비행율을 보이고 있다(대검찰청, 2011: 564-567).

청소년시기 비행의 시작은 더욱 심각하고 상습적인 범죄로의 노출 가능성을 높이며(DeLisi, 2000), 평생 비행에 노출되는 고위험을 가질 수 있다(서동혁·정선주·손창호·김헌식·고승희·함봉진·조성진·김영기·이중재, 2001: 470). 청소년 시기 이러한 고위험의 노출은 성인이 된 이후 더욱 강력한 폭력 범죄에 가담하게 된다(Athanson, 1997). 이러한 사실들은 개인적으로도 매우 불행한 일이며, 국가적으로도 사회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요인의 가능성을 높인다. 또한 점차적으로 심각해지고 있는 청소년 비행예방과 더불어 비행청소년에 대한 지속적인 사후관리의 필요성과 보다 실질적인 재비행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이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과업임을 시사하고 있다.

청소년 비행예방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처벌 중심의 대책마련에 대한 효율성이 보장되지 않고(안윤숙, 2015: 85), 소년교도소나 소년원과 같은 보호시설에서의 교정·교화 역시 청소년 재비행의 예방차원에서 큰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는 상황에서(이성식, 2011), 정부는 지금처럼 강력한 처벌위주의 접근이 아닌 비행청소년의 특성과 욕구에 근거한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실천적 정책적 개입으로 청소년의 실질적인 삶의 변화를 통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긍정적 요인을 증가시킬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사회 복지적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

2000년 이후 비행청소년들의 긍정적 주제에 관심이 모아지면서 ‘문제’가 아닌 ‘해결’에 중점을 둔 연구(이희연, 2005; 손순용, 2008; 조경미·강희숙, 2008; 손순용·양철호, 2009; 이발희, 2010; 조경미, 2010; 이발희·고윤순, 2012; 권해수·이연상, 2013; 박종철, 2014; Wright & Cullen, 2004) 결과들이 도출되기 시작하였으나 소년원 경험 청소년들의 재사회화 과정에 대한 연구는 아직까지 미흡하다. 설사 있다 하더라도 소년원 입원중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였거나, 퇴원 이후 기관의 지도감독을 받고 있는 비행청소년이라는 한계가 아쉬움으로 지적되고 있다(이발희 외, 2012).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소년원 경험이 있으며 기관의 감독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상태에서 사회 속에서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는 청소년들의 재사회화 과정을 다루고자 하였다.

관리기관의 강력한 처벌과 지도 없이 오로지 스스로의 의지만으로 유혹의 노출 가능성이 높은 사회적 환경 속에서 재비행의 유혹을 극복하며 사회구성원으로 재적응 해나가는 과정에서 청소년들은 어떤 경험을 하였고, 그 경험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까? 소년원 퇴원 청소년들의 재사회화 과정에 대한 시간체험을 이해하는 것은 지금까지 비행청소년에 대한 무조건적이고 부정적인 선입견에서 향후 이들에 대한 긍정적 시각과 강점관점 시각의 입장을 가질 수 있다. 본 연구는 개인의 체험에 대한 의미를 직접 기술하는데 효과적인 현상학적 연구방법을 통해 소년원 퇴원 청소년의 경험의 본질과 의미를 시간체험의 차원에서 알아보고자 하며, 이에 따른 현상학적 연구 질문은 다음과 같다. “소년원 퇴원 청소년의 재사회화 과정에서의 경험과 의미는 시간 체험적 차원에서 어떠한가?”


Ⅱ. 이론적 배경

1. 소년원의 교육운영 현황

소년법의 목적은 비행청소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아니라 청소년이 처한 환경의 개선과 보호, 교육과 치료를 통해 안정적인 사회복귀를 지원하고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돕는데 있다. 전국에 위치한 10개의 소년원에서는 소년법에 의해 7호부터 10호까지 보호처분을 받은 청소년들의 교정·교화를 목적으로 다양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소년원의 교육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청소년이 학령기라는 점을 감안하여 『초·중등교육법』에 근거한 학업연계 및 검정고시 반을 운영함으로써 교육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고, 그 내용에 있어서도 교과내용을 포함한 체험중심의 인성교육을 정규과정으로 편성·운영함으로써 심리적 안정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약물남용, 발달장애, 정신장애, 신체질환 등으로 집중치료나 특수교육이 필요한 청소년에 대해서는 기관 내에서도 지속적으로 전문적인 의료·재활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청소년백서, 2016).

이 외에도 퇴원 후 성공적인 재사회화과정에 필요한 자격취득을 위해 헤어디자인, 제과·제빵, 피부미용, 컴퓨터, 네일아트, 메이크업, POP 등 각종 직업훈련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비행청소년이라는 사회적 낙인을 우려하여 문신제거 등을 지원하며 낙인감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최대 지지자인 가족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가정관을 운영하기도 한다(조경미, 2010). 기관의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청소년들의 재비행을 예방하고 안정된 사회복귀를 위한 삶의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 줌으로써 성공적인 사회정착 지원을 하고 있다.

소년원의 다양한 교육 중 특히 전문자격 취득을 위한 직업교육은 청소년들의 재사회화 과정에서 필수 불가결한 핵심 교육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상자들의 욕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참여하는 교육과정이기 보다는 하나의 단순 교육과정으로 선택될 수 밖에 없으며, 이는 교육의 효과성을 극대화하는데 한계를 갖는다. 보다 실질적인 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대상자 욕구중심의 교육과정과 전문 인력의 확보와 배치를 통해 교육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극대화하는 노력이 매우 필요하다. 따라서 소년원 퇴원 청소년의 재사회화를 위한 보다 실질적인 교육과정의 안정된 정착과 소년보호정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보다 더 확대된 국가정책 수준에서 예산 및 인력확보 등 충분한 검토와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2. 비행청소년의 재사회화

소년원 퇴원 청소년들은 퇴원 후 학교, 또래, 가족 등 사회적응의 어려움을 경험 하지만(김효정·류창현, 2014: 41), 사회적응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 또한 가족, 친구, 주변인들의 지지와 관심이라 할 수 있다. 퇴원 후 가족의 지지, 강화된 부모와의 친밀한 관계유지, 가족과의 원만한 의사소통, 부모의 합리적인 양육태도(송영지·최송식, 2016)는 청소년들의 보호요인으로 작용하며 건강한 재사회화를 위한 기폭제로 작용한다(안선영·김지희, 2010; Abrams, 2007). 또한 가족과 더불어 친구관계와 학교에서의 경험 역시 청소년들의 재사회화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탈 비행에 성공한 58.3%의 청소년이 학교로 재 진학 하거나 복학을 결정하게 만드는 요인은 친구의 영향이 매우 크지만(권해수 외, 2013), 이후 학교의 복귀와 긍정적인 학교경험, 학교 관계자들의 지지와 정서관계 유지, 학교에 대한 소속감(손순용 외, 2009; 78; 박현수·김도우·이재영, 2010) 등은 학교 적응의 요인인 동시에 재비행 예방의 요인이기도 하다. 이처럼 청소년들과 밀접한 관계에 놓여있는 가족, 친구, 학교의 관심과 지지를 통해 비행을 단절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 삶을 시도하게도 하지만, 원만하지 못한 가정환경, 학교의 무관심, 긍정적이지 못한 친구관계는 재비행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소년원 퇴원 청소년들은 퇴원 후 안정된 사회 적응 정도에 따라 그 이후의 재비행의 여부가 결정 된다고 할 수 있다(권해수 외, 2013; Mears & Travis, 2004; Spencer & Jones-Walker, 2004). 그러나 대부분의 소년원 퇴원 청소년들은 이전과 다를 바 없는 취약한 개인적·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다양한 부적응의 문제에 부딪히면서(김효정·외, 2014: 41), 또 다시 재비행의 가능성을 높인다. 변함없는 가정의 빈곤과 해결되지 않은 역기능적 가족 안에서의 갈등, 학교는 자퇴나 퇴학으로 인해 복학의 어려움에 놓이게 되고, 혹 복학한다 하더라도 따라가기 힘든 낮은 학업수준과 비행청소년이라는 낙인으로 인한 어색한 관계는 결국 학교에서 떠밀림을 경험한다.

가정형편의 열악함으로 스스로 경제적 욕구를 충족해야 할 상황에 놓이는 청소년들은 낮은 학력과 기술의 부재로 취업의 기회조차 획득하지 못하거나 선택한다 하더라도 그 직업군은 매우 협소하고 한정적이다. 일시적이고 단기 아르바이트와 같은 불안정한 고용형태,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유흥업소나 불법취업, 직장의 낮은 만족도로 인한 잦은 이직 등을 경험하며 재비행에 쉽게 유혹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놓여진 이러한 상황들은 결국 재비행의 악순환으로 연결될 수 밖에 없고(Snyder & Sickmund, 2006), 성인범죄나 만성범죄자 집단인 고위험군 범죄자가 될 가능성을 높이며, 다양한 소년사법에 대한 국가 교정정책 실현목적의 긍정적인 효과를 무색하게 만들기도 한다(Fields & Abrams, 2010).

3. 선행연구 검토

재사회화는 기존 자신의 잘못된 자아 대신 새로운 자아를 발달시킴으로써 사회 속에서 건강한 시민으로 거듭나도록 ‘변화된 사람’으로의 생활을 의미하는 것으로 비행청소년의 경우 보호시설의 교육을 통해 재사회화를 도모해왔다(조경미 외, 2008: 206; 손순용 외, 2009: 64; Bottoms et al., 2004). 그러나 아직 우리 사회는 비행청소년을 미래의 자원이라고 보기 보다는 사회적 부담으로 여기는 낙인으로 인해 이들의 ‘재사회화’ 과정에 대해 비교적 소극적인 입장이었으며, 특히 소년원 퇴원 청소년의 ‘재사회화’ 과정에 대해서는 긍정적 관점에 바탕을 두고 접근한 연구결과는 매우 미진한 상태이다. 선행연구 중 유사한 경험이 있는 비행청소년들의 비행 후 재사회화 과정을 연구한 질적 연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비행청소년의 재사회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개인의 ‘자각’이다(이희연, 2005: 401). Cuevas와 Wolff, Baglivio(2017) 역시 사회나 자신에 대한 신뢰 정도에 따라 청소년의 재비행은 달라질 수 있음을 강조하며 비행청소년에 대한 인지행동과 사회적응을 위한 기술 훈련을 통해 청소년 재비행 예방의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10명의 보호관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조경미·강희숙(2008)은 연구결과에서 청소년들의 사회재적응 과정은 재비행의 위험 요인들을 극복하며 살아가고 있는 심리적 부담감을 찾아냈다. 그들은 재비행의 위험요인인 친구를 스스로 단절하기도 하고 자신의 습관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는 등 자신만의 방법으로 고군분투하면서 자신의 생활태도나 의지에 따라 재사회화의 성공 여부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아직 성장과정에 있는 청소년들은 환경의 변함없이 오로지 개인의 자각만으로 탈 비행을 통한 사회의 안전한 재적응은 보장하기 어렵다. 청소년은 인격 형성의 단계에 있으므로 성인에 비해 인적, 물적 자원을 비롯한 다양한 환경과 상황에 따라 변화와 개선 가능성의 여지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비행청소년의 환경변화를 위한 지원체계는 그들의 사회재적응에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환경변화의 중요성에 대해 이희연(2005)은 비행청소년의 사회적응과정에서 ‘어려운 환경을 극복한 적응자’의 정체성을 발견하며 청소년의 탈 비행은 개인 뿐 아니라 청소년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Ryon et al(2017)의 연구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정부차원에서 운영되고 있는 기관에서 가족중심의 생활을 한 비행청소년의 경우 재비행율이 낮아졌다는 결과를 통해 지역사회가 중심이 된 환경 변화가 청소년의 재비행을 예방하고 사회의 재적응을 돕기 위한 효과적인 대안일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인적자원의 지원 역시 청소년의 안정된 사회재적응의 보호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유대관계에 있는 교사의 지지는 비행청소년의 재비행 예방에 있어 보호요인이 되며(양종국·김충기, 2002), 비록 비행에 노출되었다 하더라도 학교에 남아 교사와 친구의 지지와 관심 속에서 재사회화가 용이하게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학교에서는 학생과 교사들 간 원만한 관계유지를 위한 노력이 매우 필요하며, 지역사회 역시 원만한 지지자의 역할을 보완할 수 있는 사회복지사들의 보다 더 적극적인 지지와 개입의 사회복지적 접근이 필요하다(손순용·양철호, 2009). 이 외에도 청소년들의 재사회화를 위한 다양한 관계변화의 강화, 안정된 직업 확보, 심리적 안정을 위한 지지체계의 확보, 지역사회의 지속적인 사후관리와 이러한 기관들과의 유기적 연계시스템의 구축과 이를 총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문센터의 설립 및 운영 등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지역사회와의 긴밀한 관계를 통한 전문기관의 사후관리 체계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논하고 있다(조경미, 2010; 이발희·고윤순, 2012).

결과적으로 비행청소년의 재사회화 과정은 지금까지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며 심리적 부담감 속에서 ‘변화된 사람’으로 새 삶을 살아가기 위한 고군분투의 시간들이다. 그 과정에서 청소년들은 재비행의 위험에 놓이기도 하고, 혼자 보내는 시간 속에서 이리저리 궁리하다 한계에 부딪히면서 손을 높고 지금까지 해왔던 수월한 삶을 선택하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아주 가끔이지만 날 위한 무조건적인 지지와 지켜봐주고 기다려주는 주위 사람들이 있기에 또 다시 힘을 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합류하고자 스스로를 다그치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 온전한 성인이 아니기에 혼자의 힘만으로는 완전한 사회재적응을 꿈꾸는 것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들이 사회 속으로 건강한 삶을 잘 살아내기 위해서는 비행청소년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적극적인 지지와 관심 그리고 지속적인 개입은 필수불가결하며, 이는 더 나아가 청소년의 건강한 삶과 청소년복지 향상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라 할 수 있다.


Ⅲ. 연구방법

1. 연구 참여자

본 연구의 참여자는 소년원의 입원 경험이 있으며, 퇴원 후 최소 6개월 이상 최대 3년 이하 재비행에 연루되지 않고 재사회화 과정에 있는 10명의 청소년들이다. 특별히 W와 D는 퇴원 기간은 3개월 밖에 되지 않았으나 이희연(2005)의 선행연구를 참조하여 현재비행에서 벗어나 사회재적응 중이라는 객관적인 평가에 의한 추천, 더 이상 비행청소년이 아니라는 주관적인 인식, 현재 직장인으로 재사회화 과정에 있다는 점, 무엇보다 본 연구의 참여 의지가 높다는 점을 감안하여 연구의 최종 참여자로 포함하였다(<표 1> 참고).

연구 참여자의 일반적 특성

연구 참여자의 가족관계를 살펴보면 참여자 10명 중 7명은 최소 3세 이전에 부모의 이혼을 경험하였고, 친부모와 함께 살았던 M과 D 그리고 J는 항상 불안했던 가정환경 속에서 생활했다. 참여자의 현재 하는 일은 P는 주유소 직원으로 재직 중이고, W와 D는 대형 고물상에서 파지 분류 업무를 담당한다. 겨우 3명만 4대 보험이 적용되는 직장에서 근무를 하고 있으나 그 환경 또한 열악하다. K, H, S는 술집 주방보조, 음식점, 편의점에서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으며, M은 검정고시와 음식점 아르바이트를 병행한다. C는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고, J는 별거중인 부모님을 대신해 가정살림과 동생들을 양육하며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Y는 심리적 부담감으로 인한 사회 부적응으로 공장 등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장기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준비 중에 있다. 참여자의 비행 유형은 절도, 인터넷 사기, 무면허 운전으로 인한 인사사고, 불법도박, 미성년 감금 및 성매매 알선, 폭행 등 다양하였다.

2. 자료수집

본 연구의 자료 수집은 연구내용이 가질 수 있는 심리정서적인 위험성을 충분히 고려한 기관 생명윤리위원회의(IRB) 심의(IRB No. 1040647-201609-HR-009-03) 획득 이후부터 시작하였다. 소년원 입원 경험이 있는 청소년의 공개적인 노출이 용이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면담은 지역사회 관련 기관의 적극적인 협조로 이루어졌다. 우선 비행청소년에 대한 학문적 연구의 필요성과 해결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역의 청소년 관련기관과 실무자의 협조로 본 연구의 목적에 부합하면서도 자발적으로 참여하기를 희망하는 청소년을 추천받았다. 또한 지역의 관련기관에서 실시하였던 비행청소년을 위한 심리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연구자와 충분한 라포 형성이 이루어진 청소년이 본 연구의 참여의사를 밝혀왔으며, 기준에 부합되는 참여자의 눈덩이표집기법을 포함시켰다. 우선 기관을 통해 참여자들에게 연구의 목적, 연구방법, 과정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줄 것을 부탁하였고, 자발적 참여를 확인하였다. 이후 노출을 걱정한 청소년의 철회 가능성을 고려하여 연구자의 연락처를 먼저 전달한 후 최종적으로 참여의사가 있는 청소년은 연구자에게 직접 연락을 해주거나, 연구자가 연락하는 것에 대한 동의를 구하였다. 이렇게 연락방법을 고려한 것은 기관 실무자의 추천을 거절하지 못해 참여의사를 밝히거나 그 이후 연구 참여의 변심 가능성과 자신을 노출해야 하는 부담감에 대한 참여자의 권익보호를 고려해서였다.

최종적으로 참여가 확정된 청소년에게는 연구의 목적과 취지, 참여자로서의 권리 등을 충분히 재설명한 후 자발성에 대해 서면과 구두로 동의를 구하였다. 참여자는 대전, 전주, 안양, 춘천, 청주, 광주, 서울, 대구 등에 위치한 소년원에서 1회 이상 소년원 입원 경험이 있으며, 퇴원 이후 현재는 D 지역에서 생활하고 있는 청소년이었다. 참여자의 면담은 2016년 11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진행되었으며, 면담횟수는 최대 3회까지로 1회 면담시간은 60분에서 150분까지 실시하였다. 면담이 실시된 곳은 기관의 상담실, 집 근처 카페나 음식점 등 참여자들이 희망하는 곳에서 이루어졌다. 이는 참여자에게 낯설지 않고 익숙하며, 비밀보장이 가능한 공간 선택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혹시라도 참여자들이 갖게 될 불안감이나 부담감을 최소화하는 노력이었다. 또한 퇴근, 아르바이트, 학원 등 참여자들의 시간을 고려하여 면담이 조금이라도 참여자들의 일정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였다.

질문은 사전에 준비한 반 구조화된 개방형 질문과 순간순간에 집중하며 참여자들의 감정을 따라가는 내용으로 면담을 이어갔고, 연구 자료가 충분히 포화될 때까지 진행되었다. 참여자들은 처음에는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가 점차적으로 편안한 태도로 면담에 임하기도 하고, 난생 처음 해보는 자신의 이야기에 많이 부끄러워하거나 과거를 후회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또한 비밀보장을 계속 확인하기도 하고, 감정의 동요 없이 차분하게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하거나 오히려 치받쳐 오르는 감정을 버거워 하는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3. 자료 분석

본 연구는 현상학적 연구방법 중 van Manen(1990)의 시간체험에 근거하여 분석하였다. 현상학적 방법은 개인의 주관적인 관점에 의한 경험에 집중하면서 어떠한 가설도, 엄격한 분석적 요구사항이나 방법도 존재하지 않은 채 직관적 글 읽기와 묘사 그리고 괄호치기를 통해 그 의미를 추출한다(한인영·김선민·김진숙·김진숙. 2008: 385-417 재인용). 따라서 연구 참여자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본 연구에서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태도로 참여자들의 경험에 대한 본성이나 그 의미를 본질적으로 이해하는데 유용한 현상학의 연구방법(Creswell, 2010: 102-109)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였다.

연구 참여자들의 경험과 의미의 대한 본질을 도출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분석과정을 거쳤다. 우선, 참여자들의 면담 종결 후 바로 필사된 자료는 연구자가 가지고 있는 참여자에 대한 전 이해, 가정 등은 괄호로 묶고 새로운 시각의 반복적인 읽기를 통해 그 현상을 이해하고, 참여자가 말한 진짜 의미를 발견하는 과정을 거쳐 공통적인 주제를 규명하였다. 그 과정에서 주제들의 대표성을 의심하며 계속적으로 수정·보완해 나가는 작업을 반복하였으며, 참여자들에 대한 풍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관련 신문기사나 논문, 영화, 관련 책 등을 검토하였고, 현상학 연구 전문가 및 동료들로부터 연구 분석의 전 과정에 대한 조언을 연구과정에 반영하였다.

4. 윤리성 확보를 위한 노력과 엄격성

본 연구의 윤리성 확보를 위해 생명윤리위원회의(IRB) 심의를 획득하였고, 연구의 전 과정에서 이를 준수하고자 하였다. 면담 전 참여자의 자발성 재확인, 녹음 동의여부, 참여자의 내용에 대한 철회 및 중단권리, 연구로 인한 이익과 위험 고지, 참여자가 알아야 할 연구의 전반적인 과정 등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통해 충분히 고지하였고, 연구 참여자의 동의를 거쳤다. 또한 Lincoln과 Guba(1985)의 사실적 가치, 적용성, 일관성, 중립성의 네 가지 평가기준을 적용하여 엄격성을 확보하였다. 우선 사실적 가치를 위해 연구결과를 정확하게 기술하고 연구결과에 대한 참여자들의 확인 과정을 거쳤다. 또한 면담 시 상황을 기록한 현장노트나 관찰일지를 적극 활용하였다. 적용성과 일관성 확보를 위해 선행연구 및 기타 관련 자료 등을 참고하여 일반화의 가능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또한 연구 분석의 전 과정에 대한 현상학 연구 전문가 및 동료들의 조언, 청소년 관련 기관 현장 전문가의 감사(external audit) 역할을 통해 연구자의 편견과 왜곡된 생각을 금지하였다. 중립성 확보를 위해 연구자의 판단, 편견 등을 배제하여 현상을 새롭게 보고자 하였으며, 이를 위해 연구 과정에서 획득한 메모내용과 참여자들의 이야기가 담긴 녹취록을 읽고 또 읽어가며 연구자의 객관적인 시각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Ⅳ. 연구결과

본 연구는 소년원 퇴원 청소년의 재사회화 과정을 이해하는데 목적이 있으며, 수집한 자료를 현상학적 연구방법을 통해 분석한 결과는 <표 2>와 같다. 분석결과 3개의 주제로 도출되었고, 이는 다시 7개의 범주와 14개의 하위범주로 구분되었다.

분석결과

1) 견뎌내기, 버텨보기, 그러다 휩쓸리기

연구 참여자의 대부분은 어린 나이에 부모의 이혼을 경험했고, 이후 여기저기 맡겨진 생활에 익숙해져야 했다. 기존의 연구처럼(류진아, 2007; 육혜련, 2014) 가정의 빈곤, 양육방식, 부모의 학대, 가정폭력 등은 참여자들을 위기상황으로 몰아갔고, 혼자서 견뎌내는 시간의 한계에 부닥치자 그들은 상상 이상의 ‘못된 짓’으로 자신이 살아있음을 증명해 낸다.

(1) 고달픈 삶

연구 참여자들은 폭력이 난무하고 온전하지 못한 가정에서 성장했다. 가족의 보호와 사랑대신 때로는 자신의 생존 책임자로 그 역할을 종용받기도 하고, 험난한 가정환경 속에서 사투를 벌이기도 했다. 참여자들의 어린 시절 기억 속에는 즐거울 것 하나 없고 불우한 가정환경이었지만 그래도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괜찮은 아이, 항상 밝은 아이, 성실한 학생의 모습이었던 나를 기억해 내기도 하고, 혼자서 보내는 고독한 시간 속에서 스스로를 달래고 어르며 쓸쓸함과 외로움을 견뎌냈던 기특한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① 내 앞에 놓인 벅찬 생

참여자들은 부모의 이혼 후 연락이 두절된 부모를 원망하기 보다는 그래도 많이 그리웠다(P, C, W, H, Y). 새벽까지 일하는 엄마를 대신해 6살의 S는 어린 동생의 식사를 챙기고 자장가를 불러줬으며, 무섭다고 보채는 동생을 위로해 주었다. Y는 집 나간 엄마처럼 아빠도 그렇게 나를 떠날까봐 불안감에 잠 못 들고 새벽까지 아빠를 기다리기도 했다. 부모님이 싸우는 날은 형 손을 잡고 PC방으로 피신을 했다는 D. ‘너희 엄마가 그러니까 너도 똑같지’라는 소리를 수십 번 들으며 엄마와 닮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는 H.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벅찬 환경 속에서 참여자들은 그렇게 성장해 왔다.

제가 5~6살 동생이 3~4살 정도 좀 어렸을 때 저랑 엄마랑 동생이랑 이렇게 같이 살았어요. 근데 엄마는 안 들어오는 날이 많았어요. 그래서 거의 동생이랑 저희 둘이 살았죠. 되게 무서웠는데 그때는 그냥 그렇게 매일 살았으니까 무서운 줄도 몰랐어요. 동생은 많이 울었는데 제가 엄마 곧 올 거라고 하면서 못 울게 하고 했어요(S-1-52).

‘여자이기 때문에, 구구단을 못 외워서, 지우개로 깨끗하게 못 지워서’ 얼토당토 않는 이유로 아빠는 엄마처럼 나를 때렸고(J), 너무 많이 맞으면 어느 순간 더 이상 아프지 않음을 경험하기도 했다(Y). 초등학생인 H는 엄마 지갑에서 돈을 꺼냈다는 이유로 몸수색은 물론 발과 주먹 그리고 나무 빗자루로 맞았고, K는 골프채로 머리를 맞고 병원대신 밴드와 붕대로 흐르는 피를 치료하기도 했다. P는 ‘네 용돈은 네가 알아서 해라’는 아버지 얘기에 중1부터 야간 택배 아르바이트로 자신의 생존을 책임져야 했고, J는 힘에 벅찬 고기 집 아르바이트 대신 불법적인 일에 휩쓸리기도 했다.

골프채로 엉덩이 맞다가 허벅지 맞고, 아빠가 때리는 중간에 머리를 맞았어요. 아침에 일어나다가 너무 어지러워서 넘어졌어요. 근데 거길 또 맞은 거예요. 아빠가 너 까짓 게 무슨 병원이냐고 그냥 밴드 붙이고 붕대 감고. 괜찮아지긴 했는데 너무 짜증나서 사고 또 치고. 그냥 제 멋대로 살게 됐어요(K-1-66).

② 혼자서 견뎌내는 고독한 시간들

연구 참여자들은 출생부터 비행 가능성의 DNA를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미성숙한 부모를 통해서 비행청소년이 된다. 그들은 스스로를 ‘문제아’에 ‘골치 덩어리’라고 지칭했지만 첫 비행 시작 전 연구 참여자들은 지극히 평범했고(K), 매우 씩씩하고 활발한 아이였으며(S), 수학경시 대회에선 학교 대표선수 이기도 했다(P). D는 공부와 운동을 잘했던 자신의 모습을 기억하며 우쭐해 했고, W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절대 학교는 빠지지 않는다는 자기만의 규칙과 약속을 꼭 지켜내는 성실한 아이였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가정의 사랑과 인정의 부재는 학교에서는 존재감이 전혀 없는 아이, 밖에서는 못된 아이라는 이중적 삶을 살아가게 만들었고, 잦은 전학으로 왕따가 두려웠던 H는 엄마 지갑에서 꺼낸 돈으로 친구들 사이에서 물주를 자청했다.

저는 학교생활 되게 잘했어요. 되게 잘 놀고, 밝았어요. 친구들이랑 사이좋고 장난 많이 치고, 그때는 그냥 재밌었어요. 공부도 초등학교 때는 잘했죠(S-1-102).

자신의 리즈시절 ‘그래도 괜찮았던 아이’ 속에는 언제나 외롭고 쓸쓸함이 묻어있던 아이의 모습도 짝꿍처럼 따라다닌다. 가장 위로가 되어야 할 가족의 무관심으로 언제나 나와 대화하고 위로했던 건 온라인에서 만난 생면부지의 사람들이었고(Y),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게 살아왔던 습관들은 지금도 다른 사람들 앞에 온전히 자신을 드러내놓기 힘든 지금의 내 모습을 만든다. 엄청난 것을 바라지도 않았는데 그저 내가 살아있는 존재임을 인정하고 아주 가끔씩 신경 써달라고 한 게 전부였는데 그 작은 소망마저 이루어 질 수 없었기에 참여자들은 혼자 외로움을 삭히고 달래기를 반복하며 감정의 마비상태로 몰고 간다.

그때는 누구한테 말하기보다는 그냥 혼자서 울었어요. 혼자 생각하고 혼자 삭히고 그게 좀 있어요. 제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게 너무 어려워요(Y-2-164).
(2) 반칙의 대가

아무도 나에게 친절하지 않았고 관심도 없을 때 또 다른 내 모습을 한 친구들의 보호를 받으며, 초등학교 시절 시작된 비행은 날이 갈수록 과감해진다. 가벼운 절도에서 자동차를 훔치게 되고, 무면허 운전으로 인사사고도 냈다. 학교폭력, 현금 갈취, 핸드폰 사기, 장물취급, 청소년 감금 및 성매매 알선, 스포츠 불법도박과 인터넷 사기. 이미 참여자들에게 보호관찰은 별 것 아닌 처벌이 되었고, 보호관찰 중에 재비행에 연루되는 어리석음을 범하기도 한다. 처벌보다는 보호가 필요했던 청소년 시기라는 점을 고려하여 사회 내에서 교정의 기회를 주고 또 주었건만 결국 참여자들은 누적된 비행 행위로 소년원에서의 보호를 명받고 반칙하며 살아온 대가를 치르게 된다.

① 각양각색으로 세상과 맞장 뜨기

가족들이 모두 나 몰라라 내팽개칠 때 가족 대신 나보다 힘 쌘 친구들의 보호를 받으며 시작한 절도는 결국 참여자를 비행청소년으로 만들었다(P). 돈이 부족했기에 ‘삥도 뜯고, 동생들 옷도 뺏어서 팔고, 학교폭력을 시작했고, 돈이 없다고 하면 화장실로 끌고 가서 때리기’도 했다. 선입견으로 나를 몰아세우는 선생님의 모습에서 치받쳐 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학교 기물을 파손하고 선생님들한테 대들며 스스로 짤린 아이로 전락하였고(J), 할머니의 잔소리가 싫어 할머니를 때리는 패륜을 저지르기도 했다(H).

젤 처음 초등학교 6학년 때 친구들이랑 처음. 집에 아무도 없었어요. 절 봐줄 사람들이 없었어요. 그래가지고 친구들한테 대신 기대서. 전학 온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랑 친해지면서 막 사고도 치고, 차도 털고 집도 털고...(P-1-25).

참여자들의 비행은 날이 갈수록 과감해졌다. 처음에는 오토바이, 핸드폰, 자판기, 차, 가정집, 가게를 털었고, 나중에는 고급 승용차도 절도하였다(W, D, P, K, M, C). 가출한 청소년들을 성매매 알선에 이용하기도 하고(H, J, D), 빼앗은 카드로 현금도 갈취했다(D). 일확천금의 허황된 상상에 빠져 불법도박에 중독되었고, 도박에 미쳐 날린 돈을 만회하기 위해 절도와 인터넷 사기에 휘말리면서(P, S, W), 몰래 훔친 할아버지 통장 잔액을 300만원에서 0원으로 만들기도 했다(W).

특수절도인데 그 전에 사기 친 게 한 1,500만원, 2,000만원 이렇게 있었는데 그 상태로 계속 하다보니까 빚도 커지고 해서 휴대폰, 집 털고 그런 거 다 합쳐서 6,000만 원 정도 된 거죠. 그거 때문에 소년원 갔었어요(C-1-161).

② ‘설마’했던 일이 현실이 되던 날

축적된 비행으로 경찰에 연행되면서도 참여자들은 ‘설마?’ 하고 생각했다. 법원의 최종 판결을 듣고 난 후 그제야 비로소 뭔가가 잘 못 되어가고 있음을 직시하며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에 휩싸였다. 집으로 가고 싶다고, 나만 그랬냐고, 억울하다고 따져 묻고 싶기도 했다. H는 처음에는 억울했지만 ‘나를 위한 일’이라는 판사님의 결정에 더 이상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현실을 받아들였다. 집으로 오고 있다는 경찰들의 전화에 도망치기보다 묵묵히 현실에 수긍한 K는 자신보다 집안의 장남으로서 형으로서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에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 먼저 앞선다. P는 매일 도망 다니며 뜬 눈으로 밤을 새우며 불안감에 휩싸였던 그때보다 더 이상 쫒기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오히려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 참여자들은 현장에서 잡히기도 하고, 집에 있다가 경찰에 연행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은 도망치기보다 자신이 행한 비행을 순순히 인정하며 경찰과 동행한다. 그들은 흰 눈 내리는 겨울 ‘이게 진짜인가?’를 대뇌이며 아무 생각 없이 소년원 정문을 통과하면서 앞으로 나에게 닥칠 현실에 마음이 점점 무거워진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며 저항과 수용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기 방식대로 지금 상황을 받아들이며 새로운 삶의 전초전에 돌입한다.

도망가는 게 더 무서웠어요. 더 안 좋아질까 봐. 어차피 들어가야 하는 거 도주죄가 더 추가될까봐 그냥 기다렸어요(K-1-100).

2) 과거와 미래가 함께 숨 쉬는 곳

연구 참여자들은 소년원 입원 후 그 곳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스스로 문제아를 자청하며 타인에게 피해를 주며 자신을 벼랑 끝으로 내 몰기도 했다. 나만 지금의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 억울함에 애먼 사람한테 그 화살을 돌리기도 하고, 감당할 수 없는 분노를 폭력으로 해결하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지금의 망나니 같은 행동이 바보스럽게 느껴질 때, 면회 온 가족을 보며 뼈저리게 죄송함을 느꼈을 때, 자신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 보았을 때, 자신의 잘못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끼며 새롭게 변해갈 것을 다짐하며 슬기롭게 소년원 생활에 서서히 적응해 간다. 참여자들에게 소년원에서의 생활은 잘 못 살아온 삶의 결과물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는 곳이기도 했고, 앞으로 자신의 삶의 방향을 고민하고 준비하게 만드는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곳이기도 했다.

(1) 미치거나 받아들이거나

도저히 믿겨지지 않았다. ‘내가 소년원을 가다니. 혹시 영화에서 본 험한 일이 나에게 일어나지는 않을까?’ 참 많이 걱정되고 두려웠다. 급작스러운 환경변화는 삶의 불안감과 공포심을 갖게 되는 것처럼(Clemense & Stuart & Simon, 1976), 참여자들의 소년원 생활은 그야말로 정글에서의 반란 그 자체였다. 입원생 간 서열문제로 싸우다 독방에 여러 번 갇히기도 하고, 눈을 마주치고 다리를 떠는 것이 싸움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지적하는 교도관에게 반항하기도 하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자신의 처지를 현실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면회 온 가족과 좀 더 유연해진 관계를 통해 참여자들은 삶의 변화를 가져온다. 퇴원 후 삶의 목표를 세우기 시작하였고, 이를 위해 자격과 학력취득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며, 입원생 간 싸움대신 서로를 의지하고 위로하는 존재로 호흡하며 평화가 있는 소년원 생활에 동화되어 간다.

① 정글에서의 반란

참여자들은 처음 소년원 입원 후 부적응으로 인한 저항과 심리적 불안감을 동반한다. 여자 청소년의 경우 청소를 지적하는 교도관을 비아냥거리거나 불만을 표현하기도 하고, 입원생 간 사소한 문제로 싸우기도 하지만 확대하지 않고 훗날을 도모한다. 그러나 남자 청소년의 경우 서열 문제는 앞으로 그 곳 생활에서 살아가는데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했기에 그들의 서열다툼은 흡사 밀림 속 수컷들의 전쟁과도 같다. 참여자들은 입원 초기 서열관계로 시비가 붙기도 하고, 다른 청소년들의 텃새로 싸움에 휘말려 독방에 갇히면서 때늦은 후회를 하기도 했다. 참여자들 중에는 아직 미해결된 저항의 감정을 온 몸으로 표현하기도 하였고, 밤낮으로 눈물을 쏟으며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우울 상태를 유지하다가 친구들의 위로를 통해 서서히 적응되어가는 참여자도 있었다.

신입 방 딱 들어가자마자 시비가 붙었어요. 서열 때문에 때린 거죠. 얼굴 때리고 싸커 킥 치고 그리고 얼굴에 발차기 날리고, 싸대기 때리고 막 그랬어요(P-1-272).

② 슬기로운 소년원 생활

도저히 적응되지 않을 것 같았던 소년원에서의 생활도 다른 입원생과의 적정 관계를 유지하며 서서히 적응되어 갔다. 눈만 마주쳐도 싸우던 참여자들은 지금의 행동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으며 삶의 변화를 가져온다(D, M, K, S, W, J).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솔선수범했고, 선생님들이 시키지 않은 일도 자발적으로 찾아 나섰다. 운동시간은 열심히 운동에 매진했고, 퇴원 후 반듯하게 살아갈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최선을 다해 기술을 배우고 익혀 자격증을 취득하였다. 학력취득을 위한 검정고시 준비반에서는 최고로 집중하였고, 불안하고 우울한 마음을 다잡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내려놓으며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아가는 연습도 했다. 과거에는 자신의 삶에 대한 뉘우침 보다는 ‘재수 없게 걸려서’, ‘억울하다’,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이런 생각들로 잘못을 남 탓으로 돌렸다면 어느 순간부터 그들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지금까지 잘 못 살아온 자신을 원망하고 가족에게는 미안함과 두 번 다시 실수하지 않고 잘 살아갈 마음을 굳건히 하며 그들 나름대로 소년원 생활에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기 시작한다.

저 스스로 위로했는데요. 상점 제도가 있는데 빨리 상점 모아서 나가야겠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살았어요. 그래서 청소하고 선생님들 도와주고 필기하고 선생님이 시키는 것도 하고 안 시키는 것도 했어요. 자발적으로. 자격증을 따서 빨리 나가가지고... 그래서 시험기간에 열심히 했어요(D-2-5).
(2) 비움과 채움의 반복

지금까지 참여자들은 편안하고 쉽게 살기를 원했다. 그래서 자신의 행동이 남에게 해를 끼치는 줄 알면서도 계속 반복해왔고, 그 비행은 소년원에 오기 전까지 멈추지 않았다. 소년원 입원 후 자기를 되돌아보는 기회를 통해 또 나 하나로 인해 온 가족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마음에도 변화가 일기 시작한다. 끝없이 밀려오는 지난날에 대한 후회 속에서 새 사람이 될 것을 스스로 약속하고 소년원 측에서 제공하는 각종 자격증 취득의 기회는 물론 앞으로 내 삶을 준비하는데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적극적인 모습으로 획득하고자 노력한다. 참여자들은 지금까지의 마음과 생각을 버리고, 긍정적이고 정정당당하며 독립적으로 새롭게 태어난 나를 맞을 준비를 그렇게 하고 있었다.

① 끝없이 밀려오는 후회와 참회의 순간들

참여자들은 입원 당시 처음 가졌던 억울한 순간들을 지나 온전한 나 돌아보기 시간이 지나면 다시 보이는 내 가족들의 새로운 모습을 통해 또 한 번 성장한다. 항상 크게 느껴졌던 할머니의 굽은 등과 늙어버린 모습이 새로웠고, 그 모습으로 오직 손자를 위해 여기저기 면회를 다녔다는 사실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P). 그렇게 원망했던 아버지였지만 다정하게 변해있는 모습을 통해 세상에는 나 혼자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S, Y, D). H는 할머니의 치매 소식에 자신한테 죄를 주지 않은 하늘을 원망했고, 부모님께 교복 대신 관복 입은 모습과 옥바라지를 시키는 것도 모두 죄송했다(K). 그렇게 그들은 더 이상 징글징글하게 말 안 듣는 철부지 어린 아이가 아닌 반듯한 성인이 되기 위한 노력이 그 곳에서부터 시작된다.

이제 나가면 사고 안치고, 검정고시도 보고 졸업해서 꿈을 향해 나아가야지 이런 생각하고, 부모님께 더 이상 실망시켜드리지 말자고 생각했어요(M-1-34).

② 새롭게 태어난 나를 맞을 준비

참여자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소년원 규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참여했던 수업시간은 나의 미래를 준비하는 귀한 시간이 된다. Y는 파워포인트, 메이크업 3급, 한자 6급 자격을 취득하면서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해 나갔고, S는 대학생활을 꿈꾸며 검정고시를 준비한 끝에 합격하였다. 매일 욕을 달고 살았던 H는 이제 더 이상 험한 말을 쓰지 않는 맏언니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고, 정신 차린 다른 친구와 상생을 도모하기도 했다. 가끔 흔들리는 마음은 독서로 회복해 나갔고, 수업에 정진한 결과 각종 자격증을 취득하였고, 그 결과 모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렇게 참여자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퇴원 후 새로운 삶을 꿈꾸며 새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것을 스스로 약속한다.

예전에는 제가 욕을 달고 살았거든요. 근데 요즘 욕을 안 해요. 더군다나 20살 딱 되자마자 내가 여기서 최고 언니인데 욕을 하고 정신 못 차리고 있으면 솔직히 아니지 않나. 더군다나 가족한테 정신 차린 모습도 보여주고 싶고, 제 엄마 같은 삶을 안 살고 싶어서 그런 것도 있고, 그래서 거기서 피부 자격증, 검정고시, 스킨스쿠버, 발 관리, 메이크업 3급, 그리고 한자도 땄고, 여러 개를 땄어요. 모범수상도 받고(H-1-284).

소년원에서 참여자들의 변화에는 여러 사람이 함께한다. 한 방에서 내 마음을 닮은 친구가 나를 위로해 주었고, 외부 상담 선생님이 주요 지지자가 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어른이 한 번도 내 편인 적이 없었지만 수녀님과 소년원 담당 선생님이 온전한 내 편임을 알고는 그 분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다시 열심히 살아갈 희망이 생기기도 했다. 조언하고 가르치고 혼내는 어른들이 아닌 공감하고 경청하고 나도 알고 있는 나의 부족함을 자신감으로 변화시켜주는 어른들. 참여자들은 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좀 더 편안한 모습을 한 청소년으로 변화해 간다.

저희 담임 선생님은 되게 좋았어요. 멋있었어요. 그냥 제가 행동을 못하는 것 같은데도 큰 소리로 자신감을 주시는 게 그게 제일 좋았던 것 같아요(Y-1-264).

3) 불안한 현실 속에서 홀로서기의 가능성 찾기

자신을 표현하는 연구 참여자들의 단어들은 참으로 다양하다. ‘고삐 풀린 망아지, 안쓰러움, 비참함, 한심함, 또라이, 수치스러움, 미친 사람, 막장, 바보, 골치 덩어리, 개망나니 짓 하고 다니는 사람’ 등 그 어디에도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표현이나 자랑스러움은 묻어나지 않는다. 미치도록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고, 나조차도 과거의 내가 이해되지 않는다. 물론 지금도 나를 유혹하는 소리가 들리고 언제든 재비행의 노출 가능성은 있으며, 매일 매일이 아슬아슬 하다. 그러나 나의 생각은 과거와 달리 많이 달라져 있다. 정정당당하고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되기를 희망하고, 나도 열심히 일하면 되겠구나!를 알았다. 남에게 의지해서가 아닌 나 스스로를 위로하며 잘 데리고 사는 방법도 알았고, 냉혹함 속 따스한 사람의 훈기도 알게 되었다. 진작 이 마음을 알았더라면 지금의 후회가 필요 없었을 것을. 돌고 돌아 다시 찾아 온 이 자리에서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최선을 다해 나의 삶을 살아내는 멋진 사람이 되기를. 그래서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되길 바라는 그 마음은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는 이유가 된다.

(1) 이상과 현실에서의 방황

참여자들은 소년원 퇴원 이후의 삶을 꿈꾸며 퇴원 전 삶의 계획을 세워보고 다짐하기도 하지만 막상 되돌아온 세상은 참으로 냉혹했다. 비행청소년이라는 사회적 낙인, 여전히 빈곤하고 불우한 가정환경, 짧은 배움, 전문기술의 부재. 퇴원 전과 달라진 부모님의 태도. 기대와는 달리 만만하지 않은 세상 속에서 아주 가끔은 ‘딱 한 번만’을 생각하기도 하고,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를 의심하며 또 다시 비뚤어지려는 초라한 내 마음을 경험하기도 한다.

① 배제한 아이. 배제를 당한 아이.

참여자들은 퇴원 후 자신을 다독여가며 사회적응을 위한 워밍업 시간을 갖는다. 그 과정에서 참여자 중에는 이상과 현실의 벽 앞에서 스스로 배제되거나 배제를 당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K는 퇴원 이후에도 여전히 자신을 의심하며 지갑과 자동차 Key를 모두 숨겨놓고 자는 회복되지 않은 가족과의 관계 속에서 스스로 멀어지는 씁쓸한 현실을 얘기했다. J는 일반학교의 복귀를 원했지만 전국 어디에서도 받아주려고 하지 않아 좌절의 쓴 맛을 경험해야 했고, M과 C는 학업성취 능력이 떨어지는 나를 가르치며 한숨을 쉬고 미간을 찌푸렸던 학원 선생님의 태도에서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아 굴욕감을 느끼기도 했다. 소년원에서 취득했던 자격증으로 직장을 구할 것을 꿈꾸었지만 현실에서는 무용지물이란 걸 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소년원에서 배운 기술로 아주 운 좋게 취직한 직장에서는 동료나 직원이 아닌 비행청소년으로 나를 취급하며 자존의 욕구를 망쳐놓기도 하였다.

학교를 자르지 말아달라고 빌었어요. 근데 안 된다고 그럼 전학이라도 가겠다고 전학되는 데 다 알아 봤어요. 처음에는 금산, 운주, 옥천 가까운 데로 알아봤어요. 근데 다 안 받아 준다 해서 이제 계속 내려가서 부산까지 내려갔는데 아무 곳도 안 된다는 거예요(J-1-80).

② 가능한 ‘나’와 불가능한 ‘나’ 사이의 아찔한 진자운동

소년원만 퇴원하면 모든 게 다 잘 될 줄 알았다. 그들은 퇴원 전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금까지와는 달라진 모습으로 가족 속에서 평범한 생활을 해 나간다. 이전 비행친구들과는 모든 관계를 스스로 단절하고 새롭게 만난 친구들과 소소한 일상을 보내며 아주 가끔 노래방과 PC방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예전과는 달리 일찍 귀가하여 가족들의 걱정을 덜어준다. 편찮으신 할머니를 모시고 병원을 다녀오는 일로 하루를 보내기도 하고, ‘두 번이나 소년원을 다녀오고도 정신 못 차렸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신뢰감 회복을 위한 노력도 한다. 시비만 붙으면 물불을 안 가렸던 어리석음 대신 자리를 모면하는 현명함이 생기기도 하고, 무면허 운전자가 되지 않기 위해 자동차 학원을 등록하고 열심히 다니는 일상에서의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가끔은 ‘욱’하는 것을 참지 못해 지금까지의 노력을 아슬아슬하게 만들기도 하고, 술만 마시면 ‘먹통’이 되는 아찔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 가족들은 나를 걱정했고, 나도 내가 제일 걱정스러웠다. 이 결심이 흔들릴까봐. 순간순간 상황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릴까봐. 그러다가 나에게 실망할까봐. 참여자들은 그렇게 하루에도 몇 번씩 롤러코스터의 아찔한 마음을 온 몸으로 느끼며 ‘잘 할 수 있는’ 가능성의 나와 ‘어쩔 수 없는’ 불가능한 나 사이의 멈추지 않는 진자운동을 적절히 감내하고 있다.

저는 제 자신이 제일 걱정되죠. 제 자신이 제일 무서워요. 또 그런 사고를 칠까봐. 그것보다 제 2의 인생이 또 망하지는 않을까?(M-2-227).
(2) 가끔은 흔들리며 피는 꽃

일상에서의 시간이 좀 더 시간이 지나고, 마음의 여유가 조금 생길 즈음 참여자들은 자신이 생존의 책임자임을 알아차린다. 그래서 보다 적극적인 태도로 일자리를 찾아 나서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최고로 열심히 살고 있는 자신의 기특한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정신 차리고 바라본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그 속에서 그들이 견딜 수 있는 건 ‘지금이 인생의 끝은 아니겠지?’ 라는 희망, 진심으로 나를 대하는 사람들의 따스한 말 한마디의 힘, 지금 이대로 괜찮은 내가 있음을 알아차리곤 냉혹한 세상 다시 한 번 살아갈 힘을 내본다.

① 나를 위로하며 잘 데리고 살기

연구 참여자들은 퇴원 후 이상과 현실에서의 방황이 끝나면 자신의 생존유지를 위해 이리저리 일자리를 찾아 나서지만 쉽게 구해지지 않았다. 참여자 중에는 사회적응의 자신감 부족으로 일자리 하나도 알아보지 못하는 못난 자신이 싫어 ‘나는 왜 살까?’를 고민하기도 했다. 또 다른 참여자는 어쩌다 면접 기회가 생기면 구인을 고민하는 편의점 사장님께 과거 편의점 아르바이트 경력부터 본인이 취득한 심폐소생술 자격이 편의점에 얼마나 쓰임새가 있는지 세상 가장 친절한 모습으로 자신을 어필함으로써 절박한 마음으로 채용해 주길 희망하였다. 친구와 함께 간 주유소에서 한 명만 채용하겠다는 고용주의 말에 ‘내가 하겠다’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음식점에서 처음 5시간씩 일하다가 그 능력을 인정받아 점차적으로 시간을 늘려가는 방법으로 대학 입학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렇게 그들은 자신의 생존 책임자로서 끝까지 그 임무를 포기하지 않고 천천히 수행해 나갔다.

피시방을 갔다가 왔다 갔다 하면서 일단 아르바이트를 구했어요. 그 사이트 알바천국, 알바몬, 뭐 벼룩시장 그런 거 다 찾아봤어요. 근데 별로 없더라구요. 엄청 어렵게 구했어요(중략). 저는 편의점 근무 경력이 많다고 했고, 좀 밝은 모습 많이 보여드렸어요. 제가 이번에 스킨스쿠버하면서 심폐소생술 AD이수증이 있어요. 근데 그게 취업하는 데도 문제없고…(H-2-51).

참여자들은 각기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에 동화되어 갔다. 일 대신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J와 C. 오전에는 검정고시 준비생으로 저녁에는 음식점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고 있는 M.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나태해짐을 금지하며 자기 점검을 게을리 하지 않는 H. 졸린 잠을 참아가며 새벽부터 출근 준비를 하는 P. 검정고시 준비를 하면서 공부의 재미를 알아갔고, 월급날을 기다리며 ‘담배’를 참았고, 빚을 안 지려고 노력했다. 항상 밝은 얼굴로 최선을 다해 손님들을 대했고, 직장에서는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갔다. 3, 6, 9개월마다 찾아오는 위기의 시간을 알기에 자기 마음을 위로했고, 지각 한 번 하지 않은 성실한 태도로 사장님의 신뢰도 점차적으로 쌓아갔다. 나도 이런 강점이 있었구나! 소년원에서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사회에 잘 적응하고 있구나! 내가 열심히 하면 나를 보는 사람들의 인식도 변하는구나! 내가 이렇게 일을 잘하는 사람이구나! 비행청소년이라는 주홍글씨를 가슴에 새기고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덜컥 겁이 났던 세상 속에서 그 누구에 의한 위로가 아닌 스스로를 위로하고, 스스로를 다독여가며 자기만의 방법으로 사회 속에서 참여자들은 서서히 적응되어 간다.

파지 막 그런 거 분류하고. 가자마자 잡일이요. 청소 그런 거. 쓰레기도 치우고, 청소하고, 뭐 시키는 거 하고. 그냥 그런 거요. 파지 비슷한 거 분리해요. 진짜 상상도 할 수 없게 너무 더워요. 땀으로 샤워하는데 진짜 덥고 먼지도 너무 많고요. 알레르기성 비염, 뭐 결막염 다 있는데 거기서 먼지란 먼지는 다 있는데 매일 화장실가서 코 풀고, 눈 닦고 매일 그래요(W-1-22).

② 바람 싸늘해도 사람 따스하니

연구 참여자들의 첫 비행은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이에 대한 해결도 가족과의 관계를 통해 회복되어 간다. 비행청소년이라는 과거가 스스로를 움츠려들게 만들 때 조금씩 달라진 가족들의 태도는 자신감을 갖게 만들었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가족들의 칭찬을 들었고, 매가 아닌 조근 조근한 말로 내 잘못을 스스로 뉘우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매일 싸우는 모습만 보여주던 부모님은 싸움대신 가족여행을 선택하셨고, 교류가 별로 없었던 이모들은 이제 내 미래를 함께 걱정하고 조언해 주는 나랑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어 있었다.

아빠는 그 전에는 매일 화내고 그러셨는데 거기(소년원) 갔다 오고 나서는 정말 이제는 하지 말자고 이렇게 말로 타이르고 엄마는 조금 더 밝아지셨다고 해야 되나? 조금 더 자주 웃고 자주 가족끼리 뭘 하기도 하고. 그때는 돈만 생각했고 지금은 여러 가지로 생각을 해요. 대학도 있고, 가족도 있고, 친구도 있고. 뭐 그 정도요. 가족은 제가 이겨낼 수 있는 그런 마음을 가지게 해주는 것 같아요(S-2-251).

새로운 눈으로 주위를 살펴보니 참여자들에게 힘이 되어 주는 건 가족 말고도 많은 사람이 함께 했다. 진심으로 나를 걱정해줬던 담임선생님이 떠올랐고, 내 형편을 모두 알고 지냈던 동네 지역아동센터 선생님이 나의 지지자가 되어 주었다. 선입견 없는 태도로 나를 대하고, 검정고시 준비도 도와주고, 적금하는 방법도 알려주는 친구들의 진심을 그때는 왜 알지 못했을까?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마음이 흔들리고 또 다시 사고를 칠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마다 참여자들은 과거 소년원이나 보호관찰소 선생님들의 진실한 조언을 기억하며, 마음을 나누었던 선생님과의 만남을 통해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곤 했다.

수녀님한테 전화 왔을 때 있고 제가 할 때도 있고. 그리고 만났을 때 다음 주 언제 만나자 이렇게 얘기를 하고. 수녀님이랑 같이 밥 먹으면서 얘기도 하고 마음이 흔들리고 막 이러면 수녀님 만나자고 했어요. 그러면 수녀님이 또 이야기 해주면 또 마음 다잡고 그랬어요(P-1-405).

참여자 중에는 자신에 대한 무조건적인 낙인이 두려워 직장에서 과거 경험에 대해 굳이 밝히지 않는 청소년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사장님 중에는 나의 솔직한 얘기에 공감하고, 위로해 줌으로써 ‘소년원 다녀온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하는 고민을 덜어주기도 하고 오히려 든든한 버팀목을 자청하기도 한다. 참여자들은 세상의 편견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을 제일 걱정했으나 알고 보니 날 진심으로 이해해주는 어른들도 있었고, 그 이해 속에서 함께 해주는 사람들의 마음은 따스하니 세상은 그리 나쁘지 않음을 피부로 느끼며 까칠하고 예민한 사람이 아닌 좀 더 너그러운 사람으로 그렇게 성장하고 있었다.

결국은 나를 믿어주고 내 마음을 조금 위로해주고, 내가 좀 무슨 일이 있으면 도와줄 사람들이 나도 주위에 있구나하는 게 큰 힘이 되었던 거죠(J-2-471).
(2) 그래도 나를 응원해!!

참여자들은 과거 비행을 하면서 본인이 얼마나 못나 보였는지를 알았기에 지금은 그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는 자신을 칭찬한다. 지금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마음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참 좋았겠지만 인생은 계획대로 살아지지 않기에 참여자들은 참 많이도 휘둘렸다. 이제부터는 내가 계획하고 정해놓은 길을 열심히 따라가리라. 비록 가다가 걸림돌에 걸려 넘어질 수 있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쉽게 가려고 잔꾀 부리지 않고 뚜벅뚜벅 천천히 성실하게 그 길을 가려한다. 아직은 불안하고 아슬아슬 하지만 그런 내가 잘 해 낼 거라고 믿고 또 믿으며 그런 삶의 주인공이 될 나를 기대해 본다.

① 지금 아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허황된 생각에 빠져 나는 무조건 다 잘 될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온 몸의 문신을 보고 사람들이 움찔움찔 하면 그게 뭐 대단한 건줄 알고 더욱 허세 떨던 때가 있었다. 재미있게 놀면서 가난하기 싫었고, 그래서 다른 사람의 노력을 힘으로 빼앗기도 했다. ‘노가다’를 하는 지금의 내 모습이 신기할 만큼 ‘깡패’가 멋진 직업인 줄 알고 ‘깡패’가 꿈이었던 어리석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참여자들은 이제 더 이상 그런 것들이 멋진 일이 아닌 창피하고 부끄러우며, 절대 하면 안 되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다. 또 다른 비행청소년이 써 놓은 SNS의 글을 읽으며 자신의 과거가 뼈저리게 부끄러웠고, 훔친 많은 돈과 직접 벌은 적은 돈의 의미는 확실히 다름을 알게 되었다. 내 친구들은 자기 할 일도 잘하면서 돈도 버는데 지금껏 해 놓은 것 없는 내가 참 많이도 한심했다. 남들한테 피해만 주면서 살았던 나. 훔친 오토바이를 타면서 행복하다고 느꼈던 나. 내가 뭐가 있다고 한 달에 월급 300-400만원 받기를 꿈꿨을까? 나의 행동 때문에 좋은 사람들과 많은 이별을 해야 했고, 노는데 바빠 정신 나간 모습이 내가 너무나도 싫어했던 엄마의 모습과 똑 닮아 있었다.

세상이 내 멋대로 살아온 나를 응원할 리 없다는 걸, 내 주위에는 그래도 따뜻한 사람들이 많다는 걸, 당장의 편안함 보다 내 자신에게 당당해지는 게 더 행복하고 중요한 일이라는 걸 그래서 남한테 피해주지 않고 더불어 사는 세상이 재미있다는 걸 안다는 것. 지금 아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평범한 인생을 살다가 비행청소년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가 나와 마주 섰을 때 그렇게 부정적이지는 않았을 것이고, 스무 살도 안 되는 내 인생이 그렇게 길다고 느끼지 않았을 것이고, 한 번 막장은 끝까지 막장이 될 것을 걱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왜 여기까지 왔나 너무 후회되죠. 제 자신 때문에 좋은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멀어졌고 되게 한심하죠. 그냥 왜 그랬나. 살짝 미쳤던 거 같기도 하고. 그때 안 그랬으면 더 잘 지내고 있을 수도 있는데 내가 왜 그랬나. 되게 한심하죠. 도박 그거 따지도 못 하는데 따겠다고 그 돈 다시 찾아보겠다고 다른 사람들한테 사기치고 돈 받고 그걸로 또 치고. 되게 한심하죠(S-1-277).

② 환하게 꽃 피울 나를 기대하며

정신 차리고 보니 참 걱정스러움이 많다. 지금까지 삶의 결과물들이 나에게 미칠 영향이 걱정스럽고, 희망하는 소박한 내 꿈이 좌절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걱정이 앞선다. 잘 하는 게 아무것도 없고, 지금까지 한 일은 고작 불법적인 일을 먼저 배웠기에 앞으로 나는 어떤 사람이 될지 그것도 걱정이다. 나를 데리고 잘 살기 위해서는 부모에게 의지하기 보다는 홀로서기가 마땅하지만 배움도 짧고 배운 기술도 없기에 제대로 사람구실 하면서 잘 살아낼지가 나조차도 의심스럽다.

어떻게 될지 그냥 다 걱정인 것 같아요. 꿈을 향해 나가야 하는데 잘 안 될까봐. 아직 잘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제가 커서 뭘 될지가 궁금해요. 아직 정해진 게 없는데 솔직히 걱정도 되고 계획도 한 번 짜보고 내가 뭐가 될지 생각해 봐야하는데 아직 막막해요(M-1-66).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건 지금 나에게는 꿈이 있다는 거다. 요리를 배워 자신의 이름으로 간판을 걸고 싶다는 P. 요리사를 꿈꾸며 식당 주방보조부터 천천히 단계를 밟아가는 K. 검정고시 합격을 기대하며 몰입하고 있는 M과 J. 철도 기관사를 꿈꾸는 C. 소년원에서 취득한 자격증으로 피부shop 취직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는 H. 대학 졸업 후 심리상담사를 꿈꾸는 S. 성실하게 돈을 모아서 집도사고 차도 사고 싶다는 W와 D. 그래서 그들은 직장에서의 뜨거운 햇빛과 먼지도 견뎌내고 여름날 쉴 새 없이 흘러내리는 땀도 견뎌낸다. 아직은 사회 속으로 들어간다는 게 두렵기만 한 Y. 그래서 공장이나 공방의 단기 알바 정도 밖에는 못 하지만 취업성공패키지 프로그램 참여의 계획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발판으로 자립을 꿈꾸기도 한다.

꼬치를 굽거나 오뎅탕 만들고 아직 그거밖에 못해요. 지금 배우면서 일하고 있어요. 근데 사채 할 때 보다 지금이 더 좋아요. 몸은 힘들어도 미래가 있으니까(K-1-184).

참여자들은 아주 가끔씩 또 다시 한심한 골칫덩어리가 되지 않을까?를 걱정한다. 또 지금 당장 내 앞에 놓인 현실의 어려움과 적당히 타협하며, 슬쩍슬쩍 편안함을 추구하게 될 것을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불안감이 엄습할 때마다 그들을 응원하고 있는 따뜻한 사람이 있다는 것. 지금 유혹에 져버리면 이젠 정말 되돌아 올 수 있는 기회조차도 없다는 불안감. 내 가족과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을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 이 길을 가다보면 언젠가는 생각하는 대로 살게 될 거라는 희망은 흔들림의 방패막이가 되기도 한다. 그 힘을 믿고 불안하고 두렵지만 그래서 더 외로운 이 길에 나를 동무삼아 때론 위로하고, 때론 무섭게 다그치며, 때론 인생의 가장 좋은 동반자로 환하게 꽃 피울 나를 기대하며 그렇게 오늘도 나는 나를 응원한다.


Ⅴ.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현상학의 연구방법을 적용하여 소년원 퇴원 청소년의 재사회화 과정의 본질과 의미를 시간체험 차원에서 이해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한 연구 참여자는 소년원 입원 경험이 있는 10명의 청소년으로 2016년 11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심층면담이 진행되었다. 연구 결과 참여자들의 소년원 퇴원 후 재사회화 과정 경험은 시간적 순서에 따라 ‘견뎌내기, 버텨보기, 그러다 휩쓸리기’, ‘과거와 미래가 함께 숨 쉬는 곳’, ‘불안한 현실 속에서 홀로서기의 가능성 찾기’로 정리할 수 있다.

연구 참여자들의 소년원 퇴원 후 재사회화 과정은 나에게 맞춰 완벽하게 변화되어 있는 사회의 제도 속에서 요구되어지는 획일적인 삶을 살아가는 과정이라고 하기 보다는 변함없는 현실 속에서 나조차도 불안한 내 마음을 다독이고 보듬으며 매일매일 아슬아슬 한 시간들을 잘 견뎌내며 적응해가고 있는 고군분투의 시간들이다. 소년원을 퇴원한 청소년들은 충분한 삶의 방안을 모색하지 못하여 무계획적으로 살다가 다시 재비행에 연루되어 만성적 비행의 고위험군으로 전락한다는(최옥채·이정미, 2006) 우려와는 달리, 참여자들은 소년원 안에서 수없이 반복되는 후회와 자기반성의 시간을 통해 새 삶을 살게 될 것을 거듭 다짐하며 자기만의 방법과 의지대로 퇴원 이후의 삶을 계획한다.

퇴원 이후 여전히 변함없는 현실과 마주하면서도 당혹스러워 하거나 불평불만으로 투덜대던 과거 자신의 모습과는 달리 그래도 그 속에서 무엇인가를 찾아내고 세상 속에서 스스로 적응하기 위한 그들만의 현실적응 훈련이 시작된다. 나의 변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는 가족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과거 해왔던 자신들의 행동패턴을 스스로 교정해보기도 하고, 재비행의 유혹을 걱정하여 과거 친구들과의 관계를 정리하며 스스로 배제를 자초하기도 한다. 그들은 과거 철없고 모든 게 마음대로였던 내 모습에서 이제는 자신의 생존 책임자임을 인정하며 그 임무를 다하기 위해 적극적인 삶의 태도로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어렵게 구한 직장에서는 꼭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새벽출근의 고통도 쾌쾌한 냄새도 참아냈으며, 낮에는 검정고시 준비생으로 저녁에는 아르바이트생으로서 두 가지의 삶에 투덜거림 없이 잘 적응하며 나를 잘 데리고 살기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그러나 아주 가끔은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은 가족관계 속에서 마음을 다칠 때도 있고, 취업을 위한 전문기술도 없고 일자리의 안정성도 보장할 수 없기에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순간순간 흔들리는 자신의 나약한 모습을 발견할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그들은 ‘한 번 더하면 이젠 정말 내 인생은 여기에서 끝이겠구나!’, ‘다시는 소년원을 들어가지 않겠다’는 그들만의 굳은 의지로 스스로 달래고 버티고 다독이는 과정들을 통해 불안한 사회 속에서 홀로서기의 가능성을 찾아가며 조금씩 성장하는 나를 맞이한다.

연구 참여자의 비행의 시작은 어린 시절 가정의 무관심과 학대에서 비롯되었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그들의 행위를 사회적으로 이해받기에는 다양한 시각과 관점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참여자들의 삶의 결과만을 두고 사회적 편견으로 인한 무조건적인 비난과 범법자로의 치부는 우리 사회가 금지해야 할 시각이라 할 것이다. 사회적 편견이나 낙인이라는 사회의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기 보다는 이들 또한 사회적 구조 속에서 만들어 낸 인권침해의 대상자로 이들에 대한 보다 폭넓은 이해를 필요로 한다. 그들은 비행을 통해 타인에게 상처와 피해를 주었고, 그 결과 소년원에서 보내는 시간을 통해 자기반성과 의지를 확고히 한 뒤 좌충우돌 막장이었던 자신의 과거에서 벗어나 이제 막 새날로의 비상을 꿈꾸며 용기를 내고 있다. 이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비행청소년이라는 사회적 편견과 재비행의 가능성을 의심하는 차가운 사회적 눈빛이 아닌 교정과 교화를 통해 미래 사회의 주요 자원으로 거듭날 가능성을 믿고 응원할 수 있는 우리 사회의 따스함이다. 처벌이나 채찍보다는 그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지원과 권리가 분명하게 보장되어야 하며, 보다 실질적인 정책의 변화를 통해 그들에게 찾아오는 변화를 기대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책임이자 해결해야 할 중요과제라 여겨진다.

소년원 퇴원 청소년들의 재비행을 예방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안전한 재사회화를 위한 제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소년원 퇴원 청소년의 안정된 재사회화를 위해 보다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직업훈련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소년원은 비행예방, 체험활동, 심리상담, 인성교육, 직업훈련 등 다양한 처우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청소년의 사회 복귀를 지원하고 있다. 이 중 특히 직업훈련 프로그램은 퇴원 후 청소년의 안정된 재사회화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며, 취업을 통한 사회정착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시간이다. 그러나 제한된 자원으로 각 소년원마다 동일한 교육과정의 개설과 운영의 어려움이 있으며, 교육과정이 개설되었다 하더라도 청소년의 자율적 배치가 용이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직업훈련의 욕구가 충분하다 하더라도 청소년의 욕구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청소년의 안정된 사회정착을 위해서는 실질적인 직업훈련 시스템 구축을 통해 보다 실용적인 기술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러한 노력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기관 별 일자리와 연계가능 한 교육과목 확대, 예산의 지원, 전문 인력의 배치 등 실질적 내용으로의 확대와 보완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둘째, 지역사회 현장 기관 간 긴밀하고 지속적인 연계강화를 통해 기술의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취업을 통한 재사회화의 욕구를 가진 청소년의 경우 일자리 확보는 가장 기본이자 중요한 욕구이다. 그러나 청소년들의 낮은 학업, 전문적 기술의 부재는 안정적인 노동시장 진입의 장벽으로 작용하며, 경제적 독립의 보장 없이는 완전한 비행의 단절에도 한계가 있다. 소년원에서는 직업훈련을 통해 자격증 취득을 돕고 있지만, 교육을 이수하거나 자격증 취득에 그치는 경우도 많고, 자격증을 취득한다 하더라도 능숙한 훈련과정 없이 현장에서 실제적으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따른다. 따라서 기관 내에서 취득한 기술이 사장되지 않도록 자원봉사활동이나 인턴십 과정, 기관 간 MOU 등 현장과의 지속적인 연계를 통해 기술과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기회를 통해 청소년들은 직업의 전문성을 강화해 나갈 수 있으며, 이는 곧 퇴원 이후에도 유사업종으로의 취업도 용이하게 만들며, 이는 결국 취업을 통한 생활의 안정으로 이어져 재비행 예방의 통로로 작용 가능할 수 있다.

셋째, 소년원 퇴원 청소년을 위한 전문적인 사후관리체계 시스템의 역할이 보다 실질적으로 강화되어야 한다. 비행청소년의 사회정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사회 내 사회복귀지원책으로 희망도우미, Y.E.S.센터 및 창업보육기업, 자립생활관, 사회적 주택 등을 통해 전문적인 직업훈련 및 취업지원, 학업연계지원, 현장체험지원, 인성교육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청소년의 재비행율을 낮추는데 분명히 일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사회정착의 원래 취지를 벗어난 기관의 실적달성 위주의 운영과(형사정책연구원, 2017), 인력의 한계와 업무과중이 우려되면서 사후관리체계 시스템의 효과성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필요로 한다. 소년원 퇴원생의 성공적인 재사회화를 위해서는 현재 사후관리체계 시스템이 보다 실제적으로 작동되어야 하며, 이에 따른 예산과 전담인력의 배치, 조직 간 협력체계 구성, 민간-공공 간 연계 등을 통해 그 역할을 강화함으로써 청소년의 사회정착을 지원해야 한다.

넷째, 소년원 입원 과정부터 가족관계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의 운영이 확대 되어야 한다. 소년원 퇴원 청소년들의 가장 중요한 자원이자 지지체계는 가족이다. 결과에서도 대부분의 참여자가 퇴원 후 재비행의 유혹에서 벗어나 사회에 재적응함에 있어 가족은 중요 자원이었음을 알 수 있다. 부모와의 관계, 가족과의 원만한 의사소통, 부모의 애정과지지 등은 심각한 비행의 지속현상을 차단하는 보호요인이 되지만(민원홍, 2013: 134; 아영아, 2015; 37; 송영지 외, 2016: 85; Parker et al, 2004), 지속적인 가족 간의 갈등은 재비행의 가능성을 높인다(Hoge, Andrews & Leschied, 1996). 이러한 사실은 청소년의 최대 지지원인 가족과의 관계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 확대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시사한다. 따라서 소년원에서는 입원 당시부터 원만한 가족관계 향상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이에 따른 참여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 내용에 있어서도 가족의 특성을 고려한 프로그램을 소그룹별로 기획하고 운영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가족과의 친밀도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며, 이는 결국 청소년의 재비행 예방으로 이어져 재사회화로의 성공을 보장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16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RF-2016S1A5B5A07917022).

This work was supported by the Ministry of Education of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NRF-2016S1A5B5A07917022).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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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혜련 supermoon35@hanmail.net

2013년 대전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대학학생상담센터와 양성평등 성 상담실의 상담실장으로 근무하였으며 현재는 비채교육연구소의 대표이다. 주요 관심사는 청소년 복지, 여성복지, 젠더폭력 및 인권 등이며, ‘성매매방지기관 실무자의 사례관리 경험에 대한 연구’(2016), ‘가출청소년의 성매매피해 경험에 대한 연구’(2017) 등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표 1>

연구 참여자의 일반적 특성

별칭 성별 가족관계 학력(나이) 현재 하는 일 비행유형
p 조모 (부모 3세 이혼) 중졸(22) 주유소 직원 절도, 인터넷 사기
K 친부, 동생 (부모 중2 이혼) 고졸(22) 술집 주방보조 알바 절도, 무면허 사고
M 친부모, 동생 중졸(19) 음식점 알바
검정고시 준비
절도(차, 가게 등)
C 조부모 (부모 7세 이혼) 중졸(19) 검정고시 준비 절도(차, 가게 등)
H 조모 (부모 3세 이혼) 고졸(21) (검정고시) 편의점 알바 미성년 감금 및 성매매 알선
S 조부모 (부모 10세 이혼) 고졸(21) (검정고시) 음식점 알바 불법 도박, 인터넷 사기
Y 조부모 (부모이혼. 기억안남) 고졸(23) 공장 단기 알바 절도(휴대폰) 장물사용
* 현재 전국 청소년 쉼터를 떠돌며 생활하고 있음.
W 조부모 (부모이혼. 기억안남) 중졸(19) 파지 분류회사 직원 절도(오토바이, 자판기, 휴대폰, 가계 등), 인터넷 사기
D 친부모, 형 고졸(20) (중·고 검정고시) 파지 분류회사 직원 절도(현금, 오토바이 등), 청소년 성매매 알선, 폭행(4회 이상)
J 친부, 동생 (부모별거) 중졸(20) 검정고시 준비 절도(핸드폰 등) 청소년 성매매 알선

<표 2>

분석결과

주제 범주 하위범주
견뎌내기 버텨보기 그러다 휩쓸리기 고달픈 삶 내 앞에 놓인 벅찬 생
혼자서 견뎌내는 고독한 시간들
반칙의 대가 각양각색으로 세상과 맞장 뜨기
'설마'했던 일이 현실이 되던 날
과거와 미래가 함께 숨 쉬는 곳 미치거나 받아들이거나 정글에서의 반란
슬기로운 소년원 생활
비움과 채움의 반복 끝없이 밀려오는 후회와 참회의 순간들
새롭게 태어난 나를 맞을 준비
불안한 현실 속에서 홀로서기의 가능성 찾기 이상과 현실에서의 방황 배제한 아이. 배제를 당한 아이
가능한 '나'와 불가능한 '나' 사이의 아찔한 진자운동
가끔은 흔들리며 피는 꽃 나를 위로하며 잘 데리고 살기
바람 싸늘해도 사람 따스하니
그래도 나를 응원해! 지금 아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환하게 꽃 피울 나를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