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세대의 결혼과 출산 인식에 대한 시민성 관점의 접근
초록
극심한 저출산 현상에 대한 우려가 전 사회적으로 증폭되는 가운데 오히려 소극적으로 변해 가는 청년세대의 결혼과 출산 인식은 어떻게 이해될 수 있는가? 기존 연구들은 개인의 사회·경제적 조건과 가치관이 이들의 가족형성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힌 바 있다. 본 연구는 그러한 요인들 이외에 사회심리적 태도로서 시민성이 결혼과 출산 인식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논의하였다. 특히, 시민효능감과 시민주도성으로 대표되는 적극적 시민성이 높을 경우 결혼과 출산 인식이 긍정적일 것으로 상정하였다. 전국 청년 752명을 대상으로 경로분석을 시행한 결과, 시민효능감과 시민주도성은 결혼과 출산 인식에 양(+)의 방향으로 직접 및 간접효과를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민으로서의 효능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청년일수록 미래에 자신의 삶이나 사회에서 원하는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능동적 태도를 바탕으로 결혼과 출산을 긍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과를 바탕으로 본 연구는 제도적 환경으로서 청년주류화가 실현될 필요가 있음을 제언한다.
Abstract
In the midst of a severe demographic crisis, how can we understand the young people’s increasingly negative perceptions of marriage and childbearing? The perception and decision to form a family is a complex function of an individual’s socio-economic conditions and individual’s values. However, this study attempts to provide a new interpretation of young people’s perceptions of marriage and childbearing from the perspective of citizenship. Previous studies have demonstrated that passive citizens tend to have a more pessimistic outlook on the future than active citizens. This study assumes a positive relationship between active citizenship and perceptions of marriage and childbearing. Path analysis with 752 young individuals revealed that active citizenship consisting of civic efficacy and citizen initiative exerts both direct and indirect positive effects on the perceptions of marriage and childbearing. The findings indicate that young people who feel empowered and active are more likely to hold positive perceptions of marriage and childbearing based on their political efficacy. Based on the findings, this study proposes the establishment of a youth mainstreaming environment to foster active citizenship among young people.
Keywords:
young people, perception of marriage, perception of childbearing, active citizenship, citizen efficacy키워드:
청년, 결혼인식, 출산인식, 적극적 시민성, 시민효능감Ⅰ. 서 론
현재 우리 사회는 인구 구조의 불균형으로 인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20년 기준 미혼인 청년(19-34세)의 비율은 81.5%에 이르며(통계청, 2023a), 합계출산율은 ’22년부터 0.7명대로 추락한 것으로 보고된다(통계청, 2023b). 지난해 3분기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인 0.7명으로 집계되어 올해 발표될 합계출산율은 0.6명대로 더 낮아질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통계청, 2023c). 이와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사회적 지속가능성 뿐만 아니라 경제적 지속가능성에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 예상된다(한국은행 경제연구원, 2023).
그러나 이 같은 위기 상황 속에서도, 결혼과 출산의 필요성에 대한 청년세대의 공감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2023d)에 따르면, ’22년 기준 결혼이 필요하다고 인식한 청년은 전체 청년의 36.4%에 불과하였고, 자녀가 필요하다고 인식한 청년 역시 전체 청년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낮은 수준(46.5%)으로 파악되었다. 이는 2년 전과 비교했을 때 각각 0.1%p, 3%p 감소한 수치이다. 증폭되고 있는 인구 위기 우려 속에서 오히려 소극적으로 변하고 있는 청년세대의 결혼과 출산 인식은 어떻게 이해될 수 있는가?
많은 학자들은 한국 사회가 오랜 기간 결혼과 출산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 이유로 국가 중심적 사고를 지적하였다(정성호, 2018). 청년 개인에게는 아이가 태어나고 아이의 수가 증가할수록 고용이나 가용소득 차원에서 삶의 질이 줄어들 수 있는 반면, 국가는 아이의 수가 증가할수록 사회적 위험이 줄어든다고 판단한다. 즉, 청년 개인에게는 고출산이 위험이지만, 국가에게는 저출산이 사회적 위험이 되는 것이다(최영준, 2011). 지금까지의 인구 정책에는 당사자인 청년 개인의 관점보다는 인구 구조의 유지와 국가경쟁력 등 국가의 집합적 관점이 주류적으로 적용되어 왔다. 문재인 정부에서 개인의 삶의 질 중심의 인구 정책으로의 전환을 시도하였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청년세대의 정치적 대표성이 낮아 청년 중심적이고 친화적인 정책이 추진되기 어려운 구조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결혼과 출산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인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한데, 청년주류화(youth mainstreaming)가 이루어져 있지 못한 한국 사회는 이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제도적 기회 자체가 많지 않다. 이 뿐만 아니라 정책 과정 전반에 이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 도록 하는 제도적 구조도 충분히 구비되어 있지 않다(이승윤, 2022). 즉, 그동안 한국의 인구정책이 국가의 관점에서 구상되어 온 데에는 청년들 의 시민성이 제대로 제도화되지 못한 영향이 크다.
이러한 사회구조적 한계는 그 속에서 성장해 온 청년들로 하여금 수동적 시민성(passive citizenship)을 학습하게 하였다는 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송경재 외, 2014; 장선화·김윤철, 2021). 시민성은 책임있는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자신감과 제도에 영향력을 미치는 행동을 내포하는 개념이다(Eggers et al., 2019; Endo & Choi, 2023; Stand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2024). 따라서 수동적 시민성은 자신의 삶과 자신이 속한 사회에 대한 주체성과 능동성이 결여된 상태로 이해될 수 있다. 수동적 시민성이 높은 사람은 적극적 시민성(acive citizenship)이 높은 사람에 비해 미래에 자신이 원하는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곧 시민성의 수준에 따라 미래 삶에 대한 태도나 선택이 다를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바, 본 연구는 적극적 시민성이 미래 가족 형성에 대한 인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탐구해 보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는 한국의 2030 청년 752명을 대상으로 실증적 검증을 시도한다. 가족 형성에 대한 인식과 결정은 개인의 사회·경제적 조건과 가치관뿐만 아니라 시민성이나 미래 전망과 같은 사회심리적 태도까지 복합적으로 고려된 결과이다(진미정 외, 2019; 김석호, 2022). 그동안의 연구들은 앞의 두 요인에 집중하였지만, 본 연구는 시민성의 관점에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다는 차별성을 갖는다. 이를 통해 현재 청년세대의 결혼과 출산 인식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고, 결혼과 출산 인식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Ⅱ. 결혼과 출산 인식의 영향요인에 관한 선행연구 검토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은 실제 결혼과 출산의 이행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이삼식, 2006; 배광일, 2011, 배광일·김경신, 2011). 따라서 결혼과 출산 인식을 연구하는 것은 결혼과 출산이 유보 및 기피되고 있는 현상을 근본적으로 진단하고,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기초적인 차원에서 의의를 가질 수 있다(배상윤, 2012). 이하에서는 결혼과 출산 인식에 관한 연구를 포괄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1. 청년의 결혼 인식 영향요인
청년의 결혼에 대한 인식은 첫째, 개인의 인구·사회·경제적 특성에 의해 설명되어 왔다.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의 결혼 인식이 부정적으로 나타나며(김정석, 2006; 고선강·어성연, 2013; 김중백, 2013; 이삼식 외, 2015; 박주희, 2016; 권소영 외, 2017; 조성호·변수정, 2020; De Conninck et al., 2021), 연령이 높을수록 결혼 인식이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난다(김정석, 2006; 이삼식, 2006; Kaufman & Goldscheider, 2007; 고선강·어성연, 2013; 김중백, 2013).
교육수준에 대해서는 상반된 논의가 공존해 있다. 한편에서는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결혼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라고 주장하고(김중백, 2013; 한영선, 2015; 권소영 외, 2017), 다른 한편에서는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결혼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Kaufman & Goldscheider, 2007; 조성호·변수정, 2020). 성별과 같은 다양한 개인적 요인들에 따라 상이하다는 주장도 있다(Noriko & Kim, 1991; 김정석, 2006; 고선강·어성연, 2013; 김중백, 2013; 진미정·정혜은, 2010). 여성의 경우 결혼인식이 낮다는 결과들이 많은데, 이는 결혼 후 학업을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남자보다 어려운 현실과 함께, 고학력 여성들이 결혼의 단점을 잠재적 혜택보다 많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라 파악된다(Noriko & Kim, 1991; 이삼식, 2006). 이처럼 교육수준이 결혼 인식에 미치는 영향은 혼합적이며, 다양한 개인적 요인들이 교육수준이 결혼 인식에 미치는 영향에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근로소득(고선강·어성연, 2013)과 취업여부, 안정적인 고용지위 등으로 대표되는 경제적 여건 역시 개인적 특성(성별, 연령, 교육수준 등)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으로 논의되기도 하지만, 대체로 결혼에 대한 인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김정석, 2006; 한영선, 2015; 권소영 외, 2017; Fiskin & Sari, 2021). 비교적 최근 들어 국내에서는 청년 개인의 특성을 넘어 부모의 경제적 지원 및 지위도 청년의 결혼 인식에 영향을 준다는 논의도 나오고 있다(임선영·박주희, 2014; 김중백, 2013; 한영선, 2015; 김영미, 2016). 일례로, 한영선(2015)은 유동성이 높아 결혼자금으로 바로 사용될 수 있는 부모의 금융자산이 미혼인 여성의 결혼 의향에 정(+)의 영향을 미치며, 미혼 취업여성의 경우에는 미래 지출을 위한 대비를 가능케 하는 부모의 소득이 결혼 의향에 정(+)의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이는 비교적 늦은 나이까지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청년세대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결과이며, 동시에 부모의 경제적 지원 없이 높은 결혼비용을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경우 상대적으로 결혼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결혼 및 가족, 자녀, 성역할에 대한 개인의 가치관도 결혼 인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제시된다. 이들을 구성하는 요인들은 다양하다. 결혼과 가족에 대한 가치관은 이혼에 대한 인식, 대안적 파트너십(동거)에 대한 인식 등으로 구성되며, 성역할 가치관은 성분업적 역할규범과 생계책임에 대한 인식 등으로, 자녀 가치관은 자녀의 필요성 및 가치에 대한 인식 등으로 구성된다. 이에 더하여, 최근으로 올수록 자아실현과 성취지향적인 가치관도 결혼 인식에 중요한 영향요인으로서 고려되고 있다(박선영·이재림, 2022).
먼저 결혼 및 가족 가치관에 대한 연구결과들을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혼에 대한 인식의 경우, 김정석(2006)에서는 부모나 형제자매의 이혼경험이 남녀(만 20-44세) 모두의 결혼 의향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고선강·어성연(2013)에서는 형제자매의 이혼경험이 30대 미혼남성에 한해 결혼 의향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안적 파트너십 인식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다양한 연구결과들이 제시되었다. 김정석(2006)에서는 혼전동거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가 여성(만 20-44세)의 결혼 의향을 낮추는 결과가 나타난 한편, 이삼식(2006)에서는 미혼 남녀(만 20-44세) 모두의 결혼 의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결과가 나타났다.
자녀 가치관의 경우에는 결혼 의향에 공통적으로 긍정적인 영향력을 보였다. 고선강·어성연(2013), 김중백(2013), 박주희(2016), 그리고 Fiskin & Sari(2021) 등은 국가적 맥락과 연구대상의 구체적인 연령 및 성별이 상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자녀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나 출산 동기가 높을수록 결혼 의향이 높아지는 동일한 결과를 확인하였다.
한편, 채민진(2019)은 한국 사회에서 다양한 성역할 규범이 결혼 필요성에 대한 청년세대의 견해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일반적으로 전통적인 성역할 규범을 가진 청년의 경우 결혼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김중백, 2013), 자녀 양육책임에 한해서는 전통적인 가치관이 강할수록 결혼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확인된다(고선강·어성연, 2013). 이러한 결과는 후술하겠지만, 출산 인식에 있어서도 동일하게 관찰되고 있다. 이를 통해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부부의 공동육아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한편, 이삼식(2006)에서는 위 결과들이 상충되어 전통적인 성역할 태도가 남녀 모두의 결혼 의향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하였다.
2. 청년의 출산 인식 영향요인
출산 인식에 있어서도 결혼 인식과 유사하게 개인의 인구·사회·경제적 특성과 가치관이 주요한 영향요인으로 강조되어 왔다. 일부 연구에서는 출산 인식에 대한 개인적 특성의 영향력이 점차 감소되고 있음을 주장하기도 하지만(이희연, 2003; 배광일·김경신, 2011에서 재인용), 다른 한편에서는 이러한 특성에 기인한 출산 인식의 차이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어(천혜정, 2005; 조은, 2006; 배광일·김경신, 2011) 출산 인식과 개인의 인구·사회·경제적 특성의 연관성은 여전히 논의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
먼저, 개인적 특성이 출산 인식에 미치는 결과에 관한 논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성별에 따라서는 여성에 비해 남성이 출산을 더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배광일·김경신, 2011; 정기용 외, 2022), 연령은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출산 인식에 기여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관찰되었으며(임재연, 2021), 특히 여성일 경우에 연령의 부정적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윤소영, 2005; 천혜정, 2005; 차경욱, 2005; 배광일·김경신, 2011). 교육수준은 출산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하는 요인으로 확인되었으며(배광일·김경신, 2011), 미혼자에 비해 이혼/사별자인 경우나 기혼자일 경우에 출산에 대한 인식이 더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임재연, 2021).
한편, 객관적·주관적 소득 및 자산수준, 고용지위 등의 사회·경제적 특성은 출산 인식의 강력한 설명변인으로 강조되고 있다. 예컨대, 김석호(2022)는 소득과 일자리 등의 사회·경제적 자원의 부족이 청년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핵심적인 이유라 하였고, 정기용 외(2022)는 경기도 청년(만 19-34세)을 대상으로 한 분석을 통해 청년 남녀 모두에 있어 경제적 요인이 긍정적인 출산 인식을 갖게 하는 요인임을 실증하였다. 이에 더하여, 배상윤(2012)은 객관적인 경제수준 뿐 아니라 개인이 주관적으로 인식하는 경제수준 또한 출산 인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주장한 바 있다. 개인적인 특성이 출산 인식에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이상의 결과는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청년일수록 부정적인 출산 인식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음을 암시한다. 이를 통해 고용 및 경제적 문제들에 대한 다각적인 지원이 결혼 및 출산정책의 묶음으로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음이 강조될 수 있다(배광일·김경신, 2011).
다음으로, 개인의 가치관도 출산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확인된다. 예컨대, 배광일·김경신(2011), 임재연(2021) 등의 연구에서는 결혼 및 가족, 성역할에 대한 전통적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일수록 출산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개인주의적이고 자유주의적인 가족가치관을 지닌 사람일수록 출산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1). 마찬가지로, Lappegård et al.(2021), 임병인·서혜림(2021)등의 연구에서도 성역할 규범에 대한 전통적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일수록 출산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결과가 확인되었다. 그러나, 양육책임에 대한 전통적 가치관을 가진 사람의 경우에는 출산을 부정적으로 인식한다는 결과가 도출된 바, 앞서 검토한 결혼 인식 연구들의 결과와 궤를 같이 하고 있음을 추론해 볼 수 있다. 특히, 남성생계부양자 규범이 여성에 한해 출산 인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결과가 나타난 Brinton & Lee(2016), 조윤명·김영미(2020)의 연구들을 참고하면, 여성의 이중 역할(육아와 노동)에 대한 전통적 가치관이 여성으로 하여금 출산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되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3. 종합
정리하면, 청년의 결혼과 출산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크게 개인의 인구적 특성, 개인 및 가족(부모)의 사회·경제적 특성, 그리고 개인의 가치관 요인으로 구분된다. 국내·외 연구에서 각 요인들은 개인의 결혼과 출산 인식에 대체로 유사한 영향력을 보이고 있다. 여성보다는 남성일수록, 연령이 낮을수록 결혼과 출산에 긍정적이고, 개인과 가족(부모)의 사회·경제적 자원으로서 교육수준, 고용지위, 그리고 경제수준도 대체로 긍정적인 영향력을 보인다. 다만, 가치관 요인의 영향력은 다소 혼합된 양상을 보인다. 전반적으로 결혼 및 가족, 성역할에 대해 전통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는 사람은 결혼과 출산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지만, 양육책임에 대한 전통적 가치관은 결혼 및 출산 인식에 모두 부정적 인식을 미치고 있으며, 이는 특히 여성의 한해 강하게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결혼인식과 출산인식은 상호 영향관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자녀의 필요성을 높이 인식하는 사람이 결혼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미혼자보다는 기혼자가 출산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Ⅲ. 적극적 시민성의 개념과 의의
적극적 시민성(active citizenship)에 대한 개념적 정의와 측정방법은 연구에 따라 다양하다. 대처(M. Thatcher)와 같은 신자유주의자에 의해 본 개념이 사용되었을 때는 평등과 복지국가를 강조하는 사회적 시민성(social citizenship)과 대비하여 국가로부터의 자립과 자조(self-reliance)를 강조하는 개념으로 사용되었다(Kearns, 1995). 하지만 그 이후 삶에서의 자기결정권(self-determination)과 사회에 포용되어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개념으로 발전되었다(Eggers et al., 2019). 즉, 적극적 시민성은 사회에 포용된 주체적인 구성원으로서 완전하고 효과적으로 자신의 사회·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하며, ‘효능감’과 ‘주도성’을 내포하는 개념이라 이해할 수 있다(Hvinden et al., 2016; 윤형중, 2019; Eggers et al., 2019). 한편, Endo & Choi(2023)는 여기서 더 나아가 제도가 개인의 자율성, 안정성, 영향력에 영향을 미치고 개인은 정치적 영향력을 통해 제도에 영향을 미치는 반복적이고 상호적인 관계를 적극적 시민성으로 정의하기도 하였다.
본 연구는 적극적 시민성의 조작적 측정요소로 ‘시민효능감(civic efficacy)’과 ‘시민주도성(citizen initiative)’을 제시하고자 한다. 시민효능감은 사회문제의 해결과 민주주의의 발전 등을 위해 노력하는 ‘시민’과 특정한 상황에서 적절한 행동을 통해 문제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을 의미하는 ‘효능감’의 합성어이다(Bandura, 2000; Carcasson, 2016; 안성조 외, 2020). 따라서 시민효능감은 (지역)사회와 정치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자신의 역량에 대한 믿음을 의미한다(Mitra & Serriere, 2012; Serriere, 2014; Braun-Lewenshoh, 2016; Kobayashi et al., 2022). 즉, 자신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인식과 정치적 영향력에 대한 인식으로 개념화할 수 있다. Metzger et al.(2020) 등은 ‘정치적 지식(political knowledge)에 대한 인식’을 추가로 고려하기도 하였으나, 많은 연구들은 지식보다는 영향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민효능감과 유사한 개념으로는 내적 정치효능감(internal political efficacy)이 있다. 그러나 내적 정치효능감은 자신의 역량과 자원을 통해 ‘정치’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말한다(Iftikhar et al., 2021; Caprara et al., 2009). 즉, 내적 정치효능감은 사회와 정치 전반에 대한 효능감을 의미하는 시민효능감보다는 좁은 범위의 개념인 것이다(Mitra & Serriere, 2012; Metzger et al., 2020; Gee & Johnson, 2022). 따라서 통상적으로 자신의 정치 참여 자격에 대한 인식(“나는 내가 정치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와 정부에 대한 인지 정도(“나는 우리나라가 직면한 중요한 정치적 문제들에 대해 꽤 잘 이해하고 있다고 느낀다”,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정치와 정부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로 측정된다(Niemi et al., 1991; Morrell, 2003; Eckstein et al., 2013).
한편, 시민주도성은 ‘시민’과 주체적으로 자신의 일을 이끌어 나가는 성질을 뜻하는 ‘주도성’의 합성어로, 협력을 넘어 사회와 정치의 변화를 위해 시민 스스로 자신의 잠재된 능력이나 역량을 자율적으로 발휘하는 것을 의미한다(조혜진·유동철, 2014, 장연진·하은솔, 2018: 164에서 재인용). 시민참여와 대체되어 사용되기도 하지만, 시민주도성은 “시민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시민참여적 행동을 뜻한다는 점에서 시민참여와 구분하여 이해하는 것이 보다 적절하다(임혜경, 2018). 시민주도성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시민단체와 지역사업의 기획 및 운영을 들 수 있으며, 국가(공무원) 주도 하에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시민참여단 활동은 시민주도성의 사례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시민참여의 사례로는 볼 수 있다(조혜진·유동철, 2014; 임혜경, 2018).
종합하면, 적극적 시민성은 자신의 삶과 자신이 속한 사회에 대해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상태로 이해될 수 있다. 적극적 시민성이 높은 사람은 수동적 시민성이 높은 사람에 비해 미래에 자신이 원하는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이 강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곧 시민성의 수준에 따라 미래에 대한 태도나 선택이 다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본 연구는 이러한 관점에서, 적극적 시민성이 미래 가족 형성에 대한 인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탐구하고자 한다. 즉, 본 연구의 가설은 미래 삶이나 사회의 변화에 대해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일수록 결혼과 출산을 통해 가족을 형성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아직 적극적 시민성과 결혼 및 출산 인식 간의 직접적 관계를 직접적으로 실증한 연구는 찾기 어렵지만, 기존에 논의되었던 적극적 시민성과 미래 전망 간의 긍정적 관계(Braun-Lewenshoh & Sagy, 2010; 김경준 외, 2011; Braun-Lewenshoh, 2016)2) 그리고 미래 전망과 결혼 및 출산 인식 간의 긍정적 관계(진미정 외, 2019)3)에 의해 종합적으로 유추될 수 있다. 또한, 한국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며(통계청, 2023d), 수동적 시민성이 높고(송경재 외, 2014; 장선화·김윤철, 2021), 미래에 대한 기대가 낮다(박성원 외, 2022)4)는 점은 가설의 실질적인 근거로서 고려될 수 있다.
한편, 적극적 시민성을 구성하는 두 요소인 시민효능감과 시민주도성은 동시적 관계라기보다는 시민효능감이 시민주도성에 시간적으로 선행한 관계로 이해되어 왔다. 관계의 방향성은 전통적으로 긍정적 관계가 상정되었다. 예컨대, Metzger et al.(2020)은 시민효능감이 시민주도성의 선행요인이라 하였고, Diemer & Li(2011)는 시민효능감을 시민주도성의 전조(precursor)라 하였다. Dauer et al.(2021)은 시민효능감에 대한 지원이 참여적 행동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하였으며, 따라서 시민으로서의 긍정적 정체성이 생애 초기에 개발되는 것이 중요함을 주장하였다. 즉, 시민효능감이 높은 시민이 사회 변화를 위해 주동적 행동을 보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들은 실증 연구들을 통해서도 뒷받침되었다. 일례로, Morgan(2016)은 미국의 지역/주 정부 단위에서 시행된 Project Citizen 프로그램이 시민들의 시민효능감을 향상시켰을 뿐 아니라, 효과적인 참여를 위해 필요한 지식과 기술, 그리고 (지역)사회 개선에 대한 열정을 갖도록 하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부 연구들은 시민효능감이 낮은 경우에도 시민주도성이 높을 수 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예컨대, Cicatiello et al.(2015), Bassoli & Monticeli(2017), De Juan & Wegner(2019) 등은 불안정한 시민이 불만(discontent)과 울분(grievance)을 표출하기 위해 사회 또는 정치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분석결과를 제시하였다. 여기서 불만과 울분은 자신이 사회와 정치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가질 수 없다고 느끼는 소외감 및 박탈감(deprivation), 곧 ‘낮은 시민효능감’과 의미하는 바가 같다(Gamson, 1968; Cicatiello et al., 2015; Bassoli & Monticeli, 2017). 이처럼 시민효능감과 시민주도성 간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가정해왔던 기존의 관점을 비판하는 이러한 연구들은 점차 많아지는 추세로, 두 요소의 관계에 대한 재고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이에 본 연구는 상술한 적극적 시민성의 요소들이 결혼과 출산 인식과의 관계에서 한국 청년에게 어떠한 결과로 나타날지 검증해 보고자 다음의 가설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시민효능감과 시민주도성이 결혼과 출산 인식에 각각 직접적인 긍정 효과를 미칠 것이라 가정한다. 둘째, 전통적 관점을 토대로 시민효능감과 시민주도성 간의 시간적 선후관계를 가정하고, 시민효능감이 시민주도성을 부분매개하여 결혼과 출산 인식에 간접적인 긍정 효과를 미칠 것이라 가정한다.
가설 1. 적극적 시민성을 지닌 청년일수록 결혼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보일 것이다.
가설 1-1. 청년의 시민효능감이 높을수록 결혼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보일 것이다.
가설 1-2. 청년의 시민주도성이 높을수록 결혼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보일 것이다.
가설 1-3. 청년의 시민주도성은 시민효능감과 결혼 인식 간 정(+)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부분매개할 것이다.
가설 2. 적극적 시민성을 지닌 청년일수록 출산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보일 것이다.
가설 2-1. 청년의 시민효능감이 높을수록 출산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보일 것이다.
가설 2-2. 청년의 시민주도성이 높을수록 출산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보일 것이다.
가설 2-3. 청년의 시민주도성은 시민효능감과 출산 인식 간 정(+)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부분매개할 것이다.
Ⅳ. 연구 설계
1. 분석 자료 및 방법
분석 자료로는 연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가 주관하여 2021년 5월 실시한 <불평등·공정성 국민인식조사>를 활용한다. 조사된 전국의 만 19세 이상 69세 이하 성인남녀 2001명 가운데 청년 752명을 대상으로 기초통계분석, 상관관계분석, 그리고 경로분석을 순차적으로 시행하고자 한다. 청년의 연령은 근래 결혼과 출산이 전반적으로 늦어진 현실을 감안하여 만 19세부터 39세까지로 폭넓게 조작적 정의하였다.5) 모든 분석에는 STATA 15.1을 활용하였다.
분석모형은 아래 <그림 1>과 같다. 모형에서 화살표는 인과관계의 방향을 나타내며, 실선은 직접효과(direct effect)를, 점선은 간접효과(indirect effect)를 나타낸다. 경로분석에서 직접효과는 한 변수가 다른변수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말하며, 간접효과는 한 변수가 하나 이상의 매개변수를 경유해 다른 변수에 간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말한다(권송이·송명규, 2017). 양방향의 화살표는 두 변수 간의 공분산(covariance)을 의미한다.
2. 변수의 측정
아래 <표 1>은 본 연구에서 활용한 변수와 변수의 조작적 정의 및 측정 방법에 대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본 연구의 종속변수는 결혼 인식과 출산 인식이다. 측정에는 통계청의 「사회조사」를 비롯한 많은 국내 조사들에서 사용하고 있는 “결혼은 해야 한다”와 “아이는 있어야 한다”는 문항을 활용하였다. 기존 연구들 중에는 결혼과 출산 인식을 이분변수로 측정한 경우도 있었으나, 본 연구는 수준이나 정도의 개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권소영 외(2017)의 관점을 수용하여 5점 척도로 측정하였다.
설명변수인 시민효능감은 앞선 이론적 논의들(Mitra & Serriere, 2012; Serriere, 2014; Braun-Lewenshoh, 2016; Kobayashi et al., 2022)을 바탕으로, 자신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인식과 정치적 영향력에 대한 인식을 파악할 수 있는 두 문항의 평균으로 측정하였다. 정치적 영향력에 대한 인식은 “나는 정부가 하는 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문항으로 측정하였고,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인식은 “귀하는 귀하의 노력이 지역공동체나 사회문제 해결에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문항으로 측정하였다6). 두 문항의 내적 일관성 및 타당성 검증을 위하여 신뢰도 분석과 탐색적 요인분석을 시행한 결과, 두 문항의 크론바흐 알파(Chronbach’s α) 계수 값은 0.6475로 학계의 통상적인 수용기준인 0.6보다 높게 나타났다. 두 문항은 탐색적 요인분석으로도 하나의 요인으로 구성되었으며, 요인적재량 역시 모두 0.5 이상으로 높았다(부록의 표 Ⅰ-1 참조). 이에 따라 본 연구는 두 문항 값의 평균을 시민효능감 변수로 활용하였다.
시민주도성은 장연진·하은솔(2018)의 연구에서 가장 핵심 요소로 드러난 ‘실천’과 ‘의견 표출’ 요소를 중심으로 측정하였다.7) 구체적으로, 실천 요소는 시민단체와 지역사업의 기획 및 운영에 대한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시민단체, 권익옹호단체, 환경단체의 행사나 모임에 자주 참여하는 편이다”는 문항과 “지역의 주민 모임 또는 주민자치단체의 활동에 적극적이다”는 문항을 통해 측정하였고, 의견 표출 요소는 “사회적인 이슈가 있을 때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편이다”라는 문항으로 측정하였다. 세 문항은 신뢰도 분석 결과, 0.8032로 충분히 높은 크론바흐 알파(Chronbach’s α) 계수 값을 보였으며, 탐색적 요인분석 결과, 하나의 요인으로 구성되었고, 0.4 이상의 유의미한 요인적재량을 나타냈다(부록의 표 Ⅰ-2 참조). 이에 시민주도성 변수는 4점 척도로 측정된 세 문항들의 평균으로 사용되었다.
통제변수로는 위에서 검토한 선행연구들을 토대로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고려되는 인구·사회·경제학적 변수들을 투입하였다. 먼저 혼인상태의 경우 기혼을 기준으로 한 더미변수로 측정하였다. 사별, 이혼, 별거에 해당하는 6명의 소수 응답자는 기혼에 포함하였다. 성별은 여성을 기준으로 한 더미변수로 측정하였고, 연령대는 20대(만 19세부터 29세)를 기준으로 한 더미변수로 측정하였다. 교육수준은 ‘고등학교 졸업 이하(1)’, ‘전문대학 졸업 이하(2)’, ‘4년제 대학 졸업 이하(3)’, ‘대학원 석사 졸업 이하(4)’, ‘대학원 박사 졸업 이하(5)’로 구분하여 측정하였다. 소득수준은 개인의 월평균 소득을 기준으로 ‘100만 원 미만(1)’부터 ‘500만 원 이상(6)’까지 총 6개 집단으로 구분하여 측정하였다. 자산수준은 주택소유 여부로 측정하였으며, 주택을 1채 이상 보유한 경우를 기준으로 한 더미변수로 구성하였다. 마지막으로 직종은 ‘학생/재수생(1)’, ‘자영업자/고용주(2)’, ‘상용직 임금근로자(3)’, ‘불안정 노동자(4)’, ‘기타(5)’의 5개 집단으로 구분하여 측정하였다.
Ⅴ. 분석 결과
1. 기술통계분석 및 상관관계분석
본 연구에서 사용된 주요 변수들의 기술통계 분석 결과는 아래 <표 2>와 같다. 먼저 종속변수인 결혼과 출산 인식의 평균은 5점 만점에 각각 약 2.8점과 2.7점으로, 평균인 2.5점을 조금 웃도는 수준에서 비슷하게 나타났으며, 출산보다는 결혼에 대한 인식이 조금 더 긍정적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편, 시민효능감의 평균은 5점 만점에 약 2.6점, 시민주도성의 평균은 4점 만점에 약 1.96점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한국 청년들이 자신의 사회·정치적 영향력에 대해서는 비교적 높은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해 실제 참여하는 수준은 높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혼인 상태는 기혼자인 경우보다 미혼자인 경우가 많았고, 남녀 성비는 거의 유사하였으며, 20대가 30대보다 약간 더 많았다. 대부분 대학(전문대학 및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상태로 나타났고, 반 이상이 월 평균 300만 원 미만의 소득 수준을 보였으며, 주택을 1채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청년이 1채 이상 보유한 청년보다 약간 더 많았다. 직종의 분포는 상용직 임금근로자가 약 46%, 학생/재수생이 약 22%, 기타(주부, 무직/은퇴)가 약 15%, 불안정 노동자(임시직 임금근로자, 일용직 임금근로자, 무급가족 종사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약 13%, 자영업자/고용주는 약 5%로 파악되었다.
다음 <표 3>은 변수들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이다. 공분산 경로가 설정된 2개의 종속변수인 결혼과 출산 인식 사이에는 강한 양(+)의 상관관계가 확인되었다. 적극적 시민성의 측정요소들(시민효능감과 시민주도성)과 결혼 및 출산 인식 사이에도 본 연구의 가설과 부합하게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양(+)의 상관관계가 관찰되었다. 다만, 변수들 간에 높은 상관성은 나타나지는 않아 다중공선성으로 인해 분석결과가 왜곡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판단되었다.8)
2. 경로분석
앞서 제시한 5개의 가설을 검증하기 위하여 본 연구는 경로분석을 활용해 청년세대의 적극적 시민성이 결혼과 출산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9) 이후 효과분해를 통해 간접효과를 검정하고 총효과를 산출하였다. 효과분해(effect decomposition)는 직접효과와 간접효과의 합으로 나타나는 총효과(total effect)를 다시 직접효과와 간접효과로 분해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변수들 간의 간접경로를 검증한 간접효과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권송이·송명규, 2017).
먼저, 경로분석 결과는 <표 4>와 같다. 분석결과, 청년세대의 시민효능감은 시민주도성을 직접적으로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고, 시민효능감과 시민주도성은 각기 결혼인식과 출산인식을 모두 직접적으로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가설 1-1, 1-2, 2-1, 2-2 채택). 이들은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하였으나, 구체적으로는 결혼과 출산 인식에 대한 시민효능감의 직접효과의 통계적 유의성이 매우 강하게 나타나고(p<0.01), 시민효능감의 간접효과나 시민주도성의 직접효과의 통계적 유의성은 상대적으로 약하게 나타난 차이가 있었다(p<0.1). 이를 통해 결혼과 출산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데에는 시민주도성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사회와 정치의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믿는, 즉 시민으로서의 효능감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할 수 있다고 시사되었다.
한편, 통제변수의 영향은 대부분의 선행연구와 부합하게 나타났다. 기혼자의 결혼과 출산 인식은 미혼자에 비해 더 긍정적으로 나타났으며(임재연, 2021), 남성에 비해 여성의 결혼과 출산 인식이 더 부정적으로 나타나 우리 사회에서 결혼과 출산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이 여전히 여성에게 더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김정석, 2006; 고선강·어성연, 2013; 김중백, 2013; 이삼식 외, 2015; 박주희, 2016; 권소영 외, 2017; 조성호·변수정, 2020; 배광일·김경신, 2011; 정기용 외, 2022). 다만, 결혼 인식과 출산 인식에 대한 연령의 영향은 상이하게 나타났다. 결혼에 대해서는 선행연구 결과와 부합하게 연령의 부정적 영향이 확인되었지만(김정석, 2006; 이삼식, 2006; 고선강·어성연, 2013; 김중백, 2013), 출산에 대해서는 20대와 30대 간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직종별로는 자영업자/고용주인 경우에 상용직 임금근로자보다 결혼과 출산을 더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교육수준과 소득 및 자산수준은 예측과 달리 본 분석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상 살펴본 청년세대의 시민효능감과 시민주도성이 결혼과 출산인식에 미치는 총효과를 직접효과와 간접효과로 분해하여 나타내면 아래 <표 5>와 같다.
이에 따르면, 결혼과 출산인식에 대한 시민효능감의 간접효과와 시민주도성의 부분매개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에서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가설 1-3, 2-3 채택). 구체적으로, 결혼인식은 시민효능감이 한 수준 높아질 때 결혼인식은 총 0.193만큼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중 시민효능감이 시민주도성을 부분매개하여 미치는 간접효과는 0.040에 해당되었다. 출산인식의 경우에는 시민효능감이 한 수준 높아질 때 총 0.191만큼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시민효능감이 시민주도성을 부분매개하여 출산인식에 미치는 간접효과는 0.043에 해당하였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결과는 청년세대의 시민효능감이 결혼과 출산에 직접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뿐만 아니라 시민주도성을 높임으로써 간접적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앞서 시민효능감의 직접효과가 매우 강한 통계적 유의성을 보였던 것과 달리, 간접효과의 통계적 유의성은 약하게 나타난 바(p<0.1), 그 효과가 크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10)
분석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자신의 삶을 넘어 사회와 정치에 기여할 수 있다는 희망과 믿음이 강한 청년일수록 사회 변화를 위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결과는 시민효능감과 시민주도성 간의 긍정적 선후관계를 지지하는 것으로서, 한국 청년들에서는 전통적 논의가 여전히 유효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 적극적 시민성을 지닌 청년일수록 결혼과 출산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결과는 청년세대의 결혼과 출산인식에 대한 보다 넓은 이해를 제공하며, 인구 문제의 해결을 위해 즉각적 처방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청년을 사회의 주체로서 인정하는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김석호, 2022). 즉, 주거비 지원, 양육비 지원 등과 같은 현재의 단편적인 정책적 접근만으로는 청년세대의 결혼과 출산 인식을 궁극적으로 개선시키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사료된다. 물론 앞서 선행연구 결과들에서 나타나듯이 결혼과 출산에 따른 직접적인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들은 결혼과 출산 인식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인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정책들과 더불어 청년세대의 적극적 시민성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Ⅵ. 결 론
현재 한국은 심각한 인구 위기에 봉착해 있다. 그러나 전례없는 위기 상황 속에서도 결혼과 출산의 필요성에 대한 청년세대의 인식은 부정적으로 남아있다. 최근 통계청(2023d)의 자료에 따르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부정적인 방향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본 연구는 청년세대의 결혼과 출산 인식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탐색적 시도로서, 시민성 관점에서의 설명적 접근을 시도하였다.
2021년에 실시된 전국 설문조사를 활용해 전국 청년 752명을 대상으로 경로분석을 수행한 결과, 청년 개인의 인구·사회·경제적 특성을 통제한 후에도 적극적 시민성(시민효능감, 시민주도성)은 결혼과 출산 인식에 모두 양(+)의 직접효과를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시민효능감은 시민주도성을 부분매개하여 결혼과 출산 인식에 간접적으로도 양(+)의 효과를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신의 삶을 넘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청년일수록 결혼과 출산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시민효능감은 결혼과 출산 인식에 직·간접적으로 모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져, 결혼과 출산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형성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청년세대의 적극적 시민성 함양과 실천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현재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청년의 시민성에 대한 관심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제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21~’25년)’이었다(관계부처 합동, 2020). 그 이전에도 참여형 거버넌스인 청년정책조정위원회와 청년정책네트워크,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청년정책 아이디어 공모전’ 등 청년들의 시민성을 양성하고 촉진하기 위한 일련의 제도적 노력들이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대부분이 의제설정(agenda setting) 단계에 국한되었으며, 청년들이 정책의 전주기과정에 참여하여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들은 매우 미비하였다.
또한, 청년의 정치적 과소대표성은 청년들의 적극적 시민성을 제한하는 구조적 한계로 작용하였다. 2022년 기준 한국의 행정수반 및 내각 구성원 평균 연령은 59.7세였고, 2030 청년 행정부 구성원은 존재하지 않았다(단비뉴스, 2022.10.21.). 청년 의원의 비중은 제21대 국회의원선거가 치러진 2020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전체의 4% 정도에 불과하였으며, 40세 미만 정치인 비중은 4.3%로 OECD에서 가장 낮았다(이정진, 2021).
청년세대의 적극적 시민성은 이처럼 청년들을 ‘의견개진’의 대상과 선거 ‘동원’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기대되기 어렵다. 따라서 청년의 정치적 과소대표성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구체적으로, 청년들의 의회 접근을 높일 수 있도록 당원 가입 연령 기준을 낮추고, 중앙 및 지방자치단체 의회에 청년할당제를 도입하는 방안 등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더 많은 청년들이 실질적 정책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가는 것도 중요하다. 정당 당원으로 가입하지 않은 청년들이더라도 다양한 온·오프라인 소통 창구를 통해 정책 과정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만, 이러한 과정에서 실질적 변화가 담보되지 않는 제도를 무분별하게 확장시키는 것은 경계될 필요가 있다(이승윤, 2022).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10대 학생 때부터 정부 및 학교 차원의 시민교육을 받도록 하여 시민효능감을 고양시킬 필요가 있다. 문헌들은 시민성이 생애 초기부터 장기간에 걸쳐 발달되어야 하며(Dauer et al., 2021), 시민성을 개발시키는 데 시민교육이 큰 효과가 있음을 강조한다(Geboers et al., 2013; Morgan, 2016). 실제로 청년들의 시민성이 전반적으로 높고, 많은 청년 정치인을 배출하는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체계적인 시민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이종희, 2021).
한편,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분석상의 한계를 안고 있다. 첫째, 자기보고식 설문조사 자료를 활용함에 따라 동일방법편의(Common Method Bias)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가중치가 제시되고 있지 않아 우리나라 청년 전체를 대상으로 대표성을 검증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 또한, 본 연구는 기존 조사들에서 사용되었던 문항을 차용하여 결혼과 출산 인식을 측정하였으나, 해당 문항들은 결혼과 출산에 대한 보수적 태도를 측정하는 문항으로도 간주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추후 결혼과 출산 인식을 묻는 새로운 문항이 고안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본 연구에서는 적극적 시민성을 ‘영향력’의 차원에서 시민효능감과 시민주도성으로 개념화하고, 청년세대의 적극적 시민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과제로 청년주류화를 제시하였다. 하지만, 일부 연구는 영향력과 더불어 ‘안정성’과 ‘자율성’을 적극적 시민성의 구성요인으로 다루고 있기도 하다(최영준, 2020). 청년주류화와 다른 요인들 간의 관계는 본 연구의 범위를 넘어서기 때문에 추후 연구주제로 남긴다.
한계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결혼과 출산이 유보되는 것을 넘어 기피되고 있는 현실에서 결혼과 출산 ‘행동’이 아닌 ‘인식’에 주목하여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한 의의가 있다. 특히, 개인의 사회경제적 특성에 주목해 온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나 시민성의 관점에서 청년세대의 결혼과 출산 인식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 의미를 지닌다. 분석을 통해 가족형성에 대한 인식이 현재의 사회경제적 조건, 다가올 삶에 대한 전망,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이 가질 수 있는 시민적 역량에 대한 인식 등이 복합되어 나타난 결과(김석호, 2022)임을 실증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청년세대의 적극적 시민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과제들을 제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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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endix
2021년 연세대학교에서 행정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2024년에 박 사학위를 수료하였다. 주요 관심 연구분야는 인구 변화, 일-생활 균형, 정책 분석 등이며, 발표한 논문으로는 “산업 유형별 저출산 대응 정책 조합(combination)에 관한 연구(2023)”, “한국 다문화 현상에 대한 사회· 제도적 맥락과 연구동향분석: 구조적 토픽 모델링(STM)을 활용하여 (2024)”, “유연근무제의 도입과 디커플링(decoupling)이 자발적 이직률에 미치는 영향: 조직규모의 조절효과를 중심으로(2023)” 등이 있다
2006년 영국 바스대학교에서 사회정책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현재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학과장 및 복지국가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으며,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주요 연구분야는 사회정책, 비교정책, 저출산고령화, 그리고 복지국가이다. 주요 논문으로는 “Three Policy Alternatives for Advancing Active Citizenship: Universal Basic Income, Universal Basic Services, and Social Economy(2024)”, “자동화 수준에 따른 세부집단별 고용 및 근로시간 변화: 한국의 제조업을 중심으로(2024)”, “Diversity within universality: Explaining pandemic universal cash transfers in East Asia(2024)” 등이 있다.